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글자속
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연재수 :
163 회
조회수 :
305,390
추천수 :
4,907
글자수 :
1,070,016

작성
23.07.31 20:41
조회
14,113
추천
100
글자
13쪽

조휘

DUMMY










한껏 고양된 무인들이 대연무장에 모여있었다. 한중에 설립된 무림맹의 대연무장을 빼곡히 채운 백도의 무인들이 단상 위를 올려보았다. 그곳에는 한 중년인이 있었다.


짙은 눈썹은 그의 강렬한 성정을 보여주는 듯했고, 높은 콧대는 얼굴의 중심을 바로 새우고 있어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각진 턱은 단호함이 엿보였고, 장대한 기골에선 개세(蓋世)의 기개가 느껴졌다.


그러나 사내는 왼쪽 팔밖에 없었다. 마교와의 싸움에서 오른팔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천마의 목을 취하는 대신 오른팔 하나 정도는 남는 장사였다고 생각한 사내였다.


외팔이 검객 조휘(朝輝).


그러나 강호에서 조휘는 그 무엇보다 위대한 위명으로 불렸다. 검신(劍神). 패협(覇俠). 차기천하제일인 등. 그를 수식하는 위명은 많았지만, 단연코 가장 명예로운 이름은 이것이었다.


무림맹주(武林盟主).


당대의 무림맹주 조휘(朝輝)는 맹도들을 바라봤다. 그들 중에선 산적 출신도 있었고 뒷골목 파락호 출신들도 있었다. 젊은이들의 시선을 한껏 끌어모은 조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설하는 동안 조휘는 심란했다.


중원에선 마교로 불리는 일월신교의 준동을 막아냈으나, 그들은 일부분일 뿐이었다.


일월신교를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거악(巨惡)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이미 무림맹의 중진들은 그들의 손에 대부분이 죽어버렸다. 세가의 가주들과 장로들, 대문파의 장문인 할 거 없이 모조리 죽었다.


혈겁에서 살아남은 자는 조휘가 유일했기에, 그는 무림맹주라는 무거운 직책을 떠맡았다. 그것만이 혼자 살아남은 자신의 원죄를 속죄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림맹을 이끈 지도 벌써 한세월이 지났다. 자신들을 ‘명천(明天)’이라 칭하던 미친놈들에게 검을 휘두른지도 어연 10년.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기에, 조휘는 맹도들을 이끌고 명천과의 일기토를 벌일 예정이었다.


지금의 연설은 그를 위한 것이었다.


조휘는 젊은이들의 면면을 살폈다. 아마 이들 중 태반은 죽겠지. 동고동락한 전우가 옆에서 내장을 흘리며 죽어나갈 것이고, 악독한 한 수에 목이 뜯겨 나가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몰랐다.


조휘는 그것을 잠시간 생각하다가 연설을 어떻게 끝맺을지 정했다. 천천히 맹원들을 향해 포권한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가장 마지막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검을 맞아도 내가 가장 먼저 맞을 것이고. 죽음을 보아도 내가 가장 먼저 볼 것이다.”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맹원 하나가 조휘를 향해 포권했다.


“늘 너희 앞에 있겠다.”


그의 뒤를 따라 너도나도 조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가자.”


그렇게 조휘는 맹원들을 이끌고 무림맹을 떠났다. 바람이 차갑던 어느 겨울날이었다.


一.








기루의 단칸방에서 한 사내가 눈을 떴다. 멀뚱멀뚱 눈을 뜨고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뭘까.”


목이 메었는지, 목소리가 쇳소리 같았다. 사내는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날카로운 검이 지나간 자리였다. 그러나 검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 사실, 검흔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할 터였다.


무림맹주 조휘는 분명히 목이 잘려 죽었기 때문이다. 백이 넘는 명천의 초고수들에게 둘러싸인 조휘는 그중 아흔아홉을 처죽이고 마지막 남은 명천의 주인에게 목이 잘려 죽었다. 그것이 조휘의 마지막이었다.


무림맹주 조휘.

명천의 악몽.


조휘는 자신에게 닥친 일을 직시했다. 그는 분명히 명천의 주인, 천신에게 목이 잘려 죽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를 방에서 다시 눈을 떴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것이 현실이었다. 꿈이라거나 어떤 진법 속은 아니었다. 고작 그런 것으론 희대의 절세 무인, 조휘의 감각을 속일 수 없다.


조휘는 분명히 자신이 조휘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몸은 달라졌을 지라도, 영혼은 조휘의 그것임이 틀림없었다.


조휘가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면경으로 향했다. 면경 속 잘생긴 청년의 얼굴을 노려보던 조휘는 속으로 감탄했다.


‘그놈 참 잘생겼구나.’


강호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잘생긴 사내라던 반악과도 비견될 미모였다. 키는 육척이 넘었고, 기골도 꽤나 장대했다.


마치 자신의 젊을 적 모습을 보는 듯한 모습에 조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탄식을 금치 못했다.


나잖아?


“이런 미친.”


조휘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은 회귀했다.


어릴 적, 무공에 입문하지 않았을 때로.


조휘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팔을 살폈다. 비록 차돌 같던 탄탄한 근육은 없었지만 분명히 오른팔이 붙어 있었다.


그 사실에 전율한 조휘는 연거푸 오른팔을 매만졌다.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무척이나 생소했다. 왼팔로만 생활한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오른팔을 잃어버린 뒤로 왼팔만을 사용해서 불세출의 검객이 되었지만, 그에게 오른팔은 아픈 상처였다.


상실이 거대한 깨달음으로 찾아왔지만, 굳이 상실이 없었더라도 찾아올 깨달음이었기 때문이다.


시기가 앞당겨졌다 뿐이지, 오른팔을 상실함으로써 조휘는 진신무공의 칠할을 잃어버렸다.


고작 삼할로도 천하제일을 앞다투는 무인이 되었으니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조휘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무림맹주 시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무섭게 무인으로서의 본능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조휘는 검신의 눈으로 자신의 몸을 살폈다. 검신의 날카로운 시선은 순식간에 몸의 하자를 발견했고, 발전 방향까지 제시했다.


순간 조휘는 면경을 노려봤다.


하얗고 반반한 면상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자 과거의 조휘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二.






‘졸라게 답도 없던 새끼.’


‘그게 나요.’


‘병신 머저리 새끼.’


‘그것이 나지.’


‘나는 답도 없었고 병신 머저리 새끼였지만, 사마외도를 무척이나 처죽였고, 백도의 희망이었다. 협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협사가 아니지도 않았다. 외팔이 검객이었고 검신이고 패협이었다.’


‘······.’


‘그리고 무림맹주였지.’


‘······.’


‘그것이 나다.’


조휘가 면경 속 사내에게 말했다.


‘나는 답도 없던 새끼에서 이렇게 변했다.’


‘그랬군.’


‘너도 나니까 너도 그렇게 될 수 있단 거겠지.’


‘그렇지.’


‘나는 이미 실패한 몸이다. 그러니······.’


무림맹주 조휘가 씨익 웃었다. 어느덧 면경 속에는 잘생긴 청년이 아닌 웃고 있는 중년인이 있었다.


‘답도 없고 병신 머저리 새끼에게 기회를 맡기마.’


‘······.’


‘너는 나고, 나는 너이니. 너는 내 모든 기억을 지녔다. 기억에 의심을 지니지 마라. 네가 무엇이었든, 너는 조휘다. 무림맹주 조휘나, 병신 머저리 조휘나 똑같은 사람이란 말이다. 너는 회귀했다.’


조휘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회귀라니!


만약 진짜 회귀한 것이라면, 저 면경 속의 중년인은 무어란 말인가!


‘나는 나를 잘 안다. 비록 지금은 답도 없고 병신에 머저리지만, 결국 너도 나겠지. 그러니 나를 믿고 젊은 나에게 부탁 하나 하마.’


‘말하시오.’


‘나는 많은 죽음을 봐왔다. 그렇게 스러지면 안 될 놈들도 많이 봐왔지. 구할 수 있었지만, 구하지 못한 놈들도 많았어.’


‘그랬던 것 같소.’


‘그러니 너는 외면하지 마라. 나는 외면했지만 너는 외면하지 마. 그것이 변화의 시발점일 것이니.’


‘알겠소.’


조휘는 무림맹주를 바라봤다.


‘더 없소?’


‘더 열심히 살아라. 너는 젊다. 그리고 재능이 충만하지. 그러나 넓은 강호에 너보다 재능이 뛰어난 젊었던 놈들은 많아. 그들이 나이를 먹고 노강호가 되었으니 너는 무공으로 그들에게 견줄 수 없을 것이다.’


‘실로 맞는 말이오.’


‘네가 그들과 겨룰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다. 치열하게 살고 열심히 살아라. 너만의 삶의 자세를 관철해라. 그리하면 무공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인즉.’


‘알겠소.’


조휘가 거울을 향해 포권했다.


‘수고했소.’


‘수고해라.’


미래에서 찾아온 무림맹주 조휘와 젊은 망나니 조휘의 영혼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굳은 의지의 단호한 미소가 조휘의 얼굴에 깃들었다.


수련 한 번 해보지 않은 미공자의 얼굴 위에 거친 상남자의 표정이 자리했다. 유들하던 인상이 조금은 거칠게 변했다.


조휘의 변화는 실로 인상적인 것이었다. 조휘는 앞으로 살면서 이 순간을 잊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마음 속으로 말했다.


‘무림맹주 조휘는 대단했지만, 망나니 조휘는 대단하지 않지. 나는 그를 뛰어넘기 위해 절치부심해야 할 것이다.’


청년 조휘의 영혼에 무림맹주 조휘의 영혼이 덧씌워진 탓일까. 의지가 없던 조휘의 삶에 이정표가 생겼다.


그것은 숙명이었으며, 살아남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적어도 그는 목이 잘려 죽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사나이가 돌아왔으면, 천하제일은 되어봐야지.’





三.




다시 조휘는 검신의 눈으로 몸을 관조했다. 더럽기 짝이 없는 혈도에 삐쩍꼴은 몸이 눈에 들어왔다.


‘졸라게 대책 없는 새끼.’


그리고 오른팔이 눈에 들어오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쉬울 게 없던 그였지만, 딱 두 개가 아쉬웠는데, 그중 하나가 오른팔이었다.


이번에는 오른팔을 잘 지켜내자고 다짐한 조휘는 하나 남은 아쉬운 것을 떠올렸다.


‘무공 입문이 너무 늦었지.’


약관이 훌쩍 넘어서야 심공에 입문했다. 그마저도 저잣거리에 돌아다니는 삼류 심공을 익혔다.


그런 점에서 조휘의 재능은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삼류 심공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개조하고 또 개조했기 때문이다.


처음 대오(大悟)했을 때, 삼류 무공은 일류 무공이 되었고. 한 번 더 대오하자 일류 무공은 개세의 무공이 되었다. 그가 눈을 감기 직전쯤 찾아온 깨달음은 시작이 삼류였던 무공을 천하제일의 신공으로 탈바꿈시켰다.


‘우선은 심원공(心原功)으로.’


그러나 조휘가 선택한 무공은 가장 처음의 삼류 무공이었다.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이 구결은 조금 다르게······.’


천하제일의 안목으로 즉석에서 심공을 뜯어고친다. 무림맹주 조휘는 말년에 이르자 입문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그러나 젊은 조휘는 시작을 올바르게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끝맺으면.’


심원공은 그 자체로 심신을 가다듬고 마음과 육체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원류는 무척이나 상승의 무공일 터였지만,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잡스러운 구결이 붙어 그 효용을 잃어버린 무공이었다.


그러나 천하제일의 안목으로 잡스러운 구결을 지워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내니 천하제일의 입문공이라고 불릴 무공이 탄생했다.


조휘의 얼굴에 절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곧바로 가부좌를 튼 조휘는 심원공의 구결을 달달 읊으며 운기를 시작했다.


“음.”


운기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무림맹주 조휘를 만나기 이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조휘는 심성을 가다듬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완성된 무인의 마음이 여기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운기는 무척이나 짧을 것이다.


‘삼성인가······.’


그것만으로 조휘의 육체가 이전보다 몇 배는 깨끗해지고 단단해졌다. 심원공을 빠르게 대성하면 익힐 다음 단계의 무공 역시 준비되어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진신절학을 익힌다.’


무림맹주 조휘가 만들어낸 신공은 절세의 신공이다. 소림의 역근세수경, 화산의 자하신공, 무당의 혼원공을 뛰어넘는 절학.


기초를 탄탄히 쌓아 신공을 익혀낸다면 어디까지 강해질지는 조휘도 알 수 없었다.


‘그나저나 답도 없는 새끼였구먼.’



조휘는 쯧─ 하며 혀를 차고는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아주 짧은 운공을 끝낸 후, 어깨 관절을 돌려본 조휘는 몸 곳곳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렇게 태연자약하게 있을 게 아니었다.


‘아마 곧 황익오걸이라는 머저리들이 찾아올 건데.’


조휘는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은 이런 부분에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조휘가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 건너 산적처럼 생긴 사내 다섯이 조휘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넷은 허리춤에 몽둥이를 매달고 있었고, 대장처럼 보이는 놈은 박도를 달고 있었다.


조휘는 그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드리우는 암운 (2) +3 23.08.15 3,907 60 15쪽
14 드리우는 암운 (1) +7 23.08.14 4,188 55 17쪽
13 지하수로(2) +4 23.08.13 4,246 59 16쪽
12 지하수로(1) +4 23.08.12 4,700 62 14쪽
11 발견하다. +5 23.08.11 5,062 56 16쪽
10 고향을 떠나다. +4 23.08.10 5,092 66 13쪽
9 만상개벽세 +6 23.08.09 5,253 62 15쪽
8 남궁진천일세. +5 23.08.08 5,591 64 13쪽
7 특작대주였던 조휘. +4 23.08.07 5,833 70 13쪽
6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 것이오. +4 23.08.06 6,321 77 17쪽
5 별을 쌓았소. +6 23.08.05 6,871 80 14쪽
4 황익루주, 나 조휘요. +4 23.08.04 7,316 94 15쪽
3 다음에는 누구를 썰어줄까. +8 23.08.02 7,957 93 14쪽
2 내가 왔잖소. +8 23.08.01 9,401 95 14쪽
» 조휘 +10 23.07.31 14,114 10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