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글자속
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연재수 :
163 회
조회수 :
305,428
추천수 :
4,907
글자수 :
1,070,016

작성
23.08.10 23:00
조회
5,092
추천
66
글자
13쪽

고향을 떠나다.

DUMMY

一.





조휘의 검 끝에서 터져 나온 검기의 소용돌이가 흑사문을 절반으로 나눴다. 그의 검력이 미치는 범위에 있었던 전각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웅장한 위용을 자랑했던 건물들이 무너지고, 땅에 거대한 고랑이 남았다.


조휘는 방금의 일검으로 모든 힘을 쏟아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중단전과 하단전을 이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허락되지 않은 힘을 펼쳐낸 대가였을까.


“우웨에에에엑!”


말 그대로 검은색 피를 토해낸 조휘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떨거지들은 맡기겠소.”


조휘는 그 말을 남기고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시작했다.


남궁진천과 홍무기는 뭐 저런 놈이 다 있냐는 눈초리로 조휘를 바라봤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혹여나 운기에 방해가 될까 싶어서.


[왼쪽을 청소하겠소. 후개가 오른쪽을 청소해주시오.]


[알겠습니다.]


검을 뽑지도 않고 신법을 펼쳐 반파된 흑사문 장원의 왼쪽으로 날아간 남궁진천은 홍무기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웃고 있되 웃고 있지 않았다. 짜증이 난 듯, 이상을 쓰고 있었지만, 그리 짜증난 얼굴이 아니었다.


형용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한 데 뒤섞인 표정. 남궁진천은 자신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조부님의 검을 견식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남궁 제일의 검인 제왕검형(帝王劍形)을 봤을 때도 이런 감정은 못 느꼈다.


천하제일검, 천검제 남궁제학.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제왕검형은 진정한 제왕의 품격이 무엇인지 몸소 알게 해주는 검이었다. 고고한 휘두름 속에 만상의 이치가 담겨 있다.


조부님의 검형을 보자 무(武)에 대한 폭력적인 깨달음이 뇌리를 가득 채웠고, 남궁진천은 무혼의 경지를 돌파해 초절정 고수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닮고 싶은 검이었다. 남궁진천은 자신이 있었다. 오 년 안에 조부님의 모든 것을 닮게 될 것이고, 십 년 안에 그의 모든 것을 뛰어넘을 자신이.


그러나, 조휘의 일검은 차원이 달랐다.


무에 대한 깨달음은 뒷전이다.

아름답다 못해 섬찟할 정도로 완성된 검법이다. 검의 궤적, 힘의 분배, 그 검기공이 지니는 검의까지. 이보다 완벽한 검이 있을까 싶었다.


조부의 검을 보고 그를 넘어설 생각이 먼저 들었던 남궁진천.


그랬던 그가 조휘의 검을 보고는 압도적인 패배만 떠올린다.


‘이 내가 경외심을 느낀단 말인가······!’


그랬다.


분명한 경외였다. 불세출의 천재, 남궁진천이 살아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은 그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물했다.


‘닮고 싶다.’


아니. 닮는 걸로는 부족하다.


‘뺏고 싶다.’


만상개벽세라고 했던가?


그 검이 지닌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갖고 싶다.’


저런 멋있는 일검을 펼칠 수 있는 조휘를 갖게 되는 것.


“주, 죽어라!”


반파된 건물에서 흑사문도 열댓 명이 튀어나왔다. 남궁진천은 그들을 보지도 않고 천뢰장을 날려 일거에 죽여버렸다.


“조휘.”


남궁진천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딘지 모르게 희열에 가득 찬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불쾌했다.


“조휘. 조휘. 조휘. 조휘. 조휘. 조휘. 조휘. 조휘. 조휘. 조휘. 조휘. 조휘.”


한참을 말하던 남궁진천이 서서히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기색을 평범하게 바꾼 남궁진천의 전신에서 푸른 번개가 발산했다.


천재들로 가득한 남궁세가에서도 남궁진천 단 하나만 대성한 심법. 제천뢰공(霽天雷功)의 발현이었다.


번쩍!


그가 뇌명보를 극성으로 펼쳐냈다. 번개와도 같이 움직인 남궁진천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흑사문 내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홍무기를 도와 청소를 끝내기까지는 반각도 걸리지 않았다.




二.




남궁진천은 곧바로 무림맹의 강소지부로 향했다. 떠나기 전, 홍무기를 통해 조휘에게 한 마디를 남기고 말이다.


-집무실 구경 오게나.


조휘는 황익루주의 오 층에 처박혀서는 운기삼매경에 빠져있었다.


‘하단전과 중단전이 연결됐다.’


그 덕에 심원공의 경지는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십성에 도달했다. 대성까지 딱 두 걸음 남은 것이다.


심원공을 대성하면 진기의 정순함은 그 어느것에도 뒤지지 않게 된다. 그리고 정순한 진기는 곧, 폭발적인 비상의 준비가 끝났다는 의미였다.


‘아직 멀었다. 더 열심히 운기해서 경지를 끌어 올려야 해.’


영약을 먹는 다거나 하는 것으로 올릴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십성부터는 심원공에 대한 순수한 깨달음이 필요했다.


심원공은 도가의 신공을 기반으로, 몸과 마음을 하나로 이어줬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이어준다는 말이 뭔 개소린가 싶지만, 이미 경지를 돌파해본 조휘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의념이 이는 순간 몸이 따라 움직이는 것. 세간에선 이 경지를 무혼지벽, 초절정이라고 불렀다.


무를 펼쳐내기에 적합한 혼이 된다는 뜻. 그러므로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심원공의 대성은 곧 초절정의 경지를 돌파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해석이라면 그러하겠지.’


그러나 조휘가 새로이 해체 분석해서 재조립한 심원공은 다르다. 대성한다고 해서 무혼의 벽을 돌파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의념이 이는 순간 몸이 따라 움직인다? 의념과 신체가 동조된다?


그것은 무를 익히는 무인이라면 응당 당연히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의념과 신체가 동조되지 못한 것은 수련 부족이다. 정신력의 부족이든, 체력의 부족이든 무인으로서 심각한 결함을 갖고 강호를 활보하는 것이다.


무인이 의념과 신체가 동조되지 않은 상태로 강호를 활보하는 것은, 검수가 부러진 검을 차고 돌아다니고, 창수가 창대가 꺾인 창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과 진배없다.


‘그렇다면, 내가 만든 심원공의 대성은 어떠한 형태가 될 것인가.’


무공을 창안하는 종사가 위대한 까닭이 이것에 있었다. 종사는 필연적으로 무공의 최종 형태를 구현해야만 한다. 그러지 못한 무공은 미완의 무공으로 남는 것이고, 형태를 구현해낸 무공은 완성된 무공으로 후대에 전해지는 것이다.


얼핏 보기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무공이 지향하는 목표가 있고 없고는 경지를 하나씩 돌파하면서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내가 원하는 목표. 흔들리지 않는 정심(淨心). 무엇보다 순수한 마음가짐. 마치, 협객의 마음가짐처럼, 조금의 때가 타더라도 밀려오는 파도에 밀려 사라져버리는 순백의 바다.’


조휘는 회귀 전에 싸웠던 적들을 떠올렸다. 마교의 천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고, 명천의 천신은 항거할 수 없는 무신이었다.


그런 그들 앞에서 휘둘리지 않고, 물러서지 않을 올곧은 마음가짐이 그에겐 필요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두에게 필요했다.


그와 함께 싸워줄 모두가 협객의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면. 때로는 비열할 수 있고, 어쩌면, 때 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하얀 마음가짐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럼 승리할 수 있다.’


강호를 구하는 것은 강력한 한 명의 무인이 아니다. 무림맹주 혼자서는 강호를 구원할 수 없다.


‘나는 아니다.’


볼 장, 못 볼 장을 다 보고 돌아온 그는 이제 협객의 마음가짐으로만은 살 수 없었다. 누군가가 똥물에 손을 담가야 한다면 응당 조휘 자신이 그래야만 했다.


그것이 회귀한 무림맹주의 책무니까.


조휘는 회귀했지만, 그의 정신은 회귀하지 않았다. 무림맹주가 아니지만, 그는 맹주의 마음가짐을 바로 새겼다.


‘경지는 마음가짐이 바로서면 알아서 따라오는 것. 중요한 것은 내 영향을 받아 자라날 여러 새싹이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조휘의 진기는 그 무엇보다 하얗고 정순해야만 했다. 멀리서 조휘가 태워낸 검기만 보더라도 협객의 마음가짐을 떠올릴 수 있도록.


‘그러니 부탁하마.’


조휘의 심상은 어두운 밤하늘.

그 속에서 조휘는 장인이 되었다.


하나, 둘.


죽어버린 맹원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조휘는 별을 깎는다.


하나의 별을 깎는데 하루 운기를 통째로 사용했다. 더 정교하고, 더 세심하게. 그가 기억하는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 별을 깎는 조휘.


조휘의 마음속에는 달이 없다.

그러나 어디선가 휘영청 떠오른 달은 창문을 통해 조휘를 비춰줬다.


‘협객을 길러내는 것은 내가 아니다. 나를 믿고 따랐던 너희들이지.’


어두운 밤하늘에 노랗게 떠오른 별들이 조휘를 비추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눈부신 서광에 휩싸인 조휘는 무림맹주였다.







三.




“워······.”


일주일만에 조휘를 찾은 홍무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조휘의 기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입이 절로 헤─ 벌어지며 어벙한 표정이 지어졌다.


“입에서 침 떨어지겠다, 거지야.”


“아. 쓰읍.”


홍무기가 제 뺨을 양손으로 두들겼다. 짝! 그걸로 정신을 차린 홍무기가 조휘에게 서신 하나를 전했다.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의복과는 다르게 서신이 든 봉투는 무척이나 깨끗했다.


“뭐요.”


“읽으라고.”


서신을 대충 날려 익은 조휘가 홍무기를 바라봤다.


“사혈문주도 어지간히 미친놈이구먼.”


“그러니까 말이야. 직접 흑사문주의 모가지를 잘라서 강소지부에 찾아갔다는 거 아니야. 배포가 남다른 놈이야.”


서신은 남궁진천이 보낸 것이었다. 초반 부에는 하도 찾아오지 않는 조휘에게 서운하다고 말하고 있었고, 중반부에는 강소 무림의 현황을 말했다. 후반부에는 다시 집무실에 놀러 오라는 말을 적고는 편지를 마무리했다.


‘얘가 원래 이런 놈이었나?’


어딘지 모르게 자신을 향한 집착이 느껴지는 편지에 필체였다.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아 몸을 떤 조휘가 편지를 찢어버렸다.


“사혈문이 꼬리를 말고 도망갔다 이거군.”


“정확하게 말하면 봉문을 했다가 맞겠지.”


흑사문주의 머리를 들고 강소지부를 찾아간 사혈문주는 그 자리에서 양 무릎을 꿇고 남궁진천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소의 흑도가 활개치는 것을 막지 못한 사혈문의 불찰이라며 바로 봉문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영악한 너구리 새끼. 하는 짓이 아주 영악해. 끔찍하기 그지없어.”


“무림맹이 백도의 연맹체라는 것을 아주 잘 아는 놈이라고 했잖나.”


무림맹의 행사에 중요한 것은 대의와 명분이다. 사혈문처럼 강소 흑도를 대표해서 죄를 인정하고 흑사문주를 죄인 취급해버리면, 무림맹이 직접 사혈문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도 흑도인데. 사실, 사혈문정도면 흑도의 틀을 벗어났어. 어쩌면 마도······ 아니 그보단 덜한 사도(邪道)랄까. 아무튼 뒤에서 악랄한 짓거리도 하는 구리구리한 놈들인데, 표면적으로는 너무 깨끗해보니까 청소를 할 수가 없는 거지.”


“조금만 기다려. 건수 하나 잡아주마.”


조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다음에 강소성에 올때면 무림맹 소속으로 찾아오겠어.”


그리고 그때가 되면 사혈문 역시 세상에서 지워질 것이다.


홍무기는 홀로 낄낄거리며 사악하게 웃는 조휘를 바라보며 몸서리를 쳤다.


“아, 그리고 황익루에 강소지부 외원을 짓기로 했다.”


“엥? 갑자기?”


조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홍무기를 바라봤다.


“남궁진천의 입김이 들어간 모양이야. 지부에 들어가자마자 너 뒷조사부터 하던데? 황익루랑 너랑 어떤 사이인지도 알아낸 것 같더라.”


“딱히 기밀은 아니니까.”


“그치.”


홍무기가 혀를 끌끌찼다.


“그가 너를 좋게 본 모양이야.”


“흠······.”


홍무기가 설명해주길, 황익루는 말만 무림맹 강소지부의 외원이지 실상은 무림맹 무사들의 휴식을 전담하는 역할이라 했다.


물론 손님들은 그대로 받되, 그 옆에 기루를 하나 더 지어서 임무를 나갔다 돌아오는 맹원들의 휴식처로 사용하겠다는 것.


“향이는 허락했고?”


“그 아가씨가 어찌나 똑부러지던지. 원래 상정했던 것보다 더 많은 걸 받아 가더라니까. 호부에 견자(犬子)는 없다는 거지. 아 이런 경우엔 호부에 견녀(犬女)인가?”


홍무기가 킬킬 웃었다.


“그래. 강소 무림의 일도 일단락되었고. 이제 하나 물어보자.”


“뭘.”


“이제 어디로 갈 거냐? 바로 무림맹이냐?”


조휘가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들를 곳이 있다.”


“어디?”


조휘가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를 생각하니 절로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가도 웃음이 실실 나왔다. 필히 애증의 관계였으리라.


“화산.”


조휘가 하늘을 올려봤다.


푸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화산으로 가야지.”


왜인지 모르게 어디선가 매화향이 불어오는 듯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드리우는 암운 (2) +3 23.08.15 3,907 60 15쪽
14 드리우는 암운 (1) +7 23.08.14 4,188 55 17쪽
13 지하수로(2) +4 23.08.13 4,246 59 16쪽
12 지하수로(1) +4 23.08.12 4,701 62 14쪽
11 발견하다. +5 23.08.11 5,062 56 16쪽
» 고향을 떠나다. +4 23.08.10 5,093 66 13쪽
9 만상개벽세 +6 23.08.09 5,253 62 15쪽
8 남궁진천일세. +5 23.08.08 5,592 64 13쪽
7 특작대주였던 조휘. +4 23.08.07 5,833 70 13쪽
6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 것이오. +4 23.08.06 6,321 77 17쪽
5 별을 쌓았소. +6 23.08.05 6,871 80 14쪽
4 황익루주, 나 조휘요. +4 23.08.04 7,316 94 15쪽
3 다음에는 누구를 썰어줄까. +8 23.08.02 7,957 93 14쪽
2 내가 왔잖소. +8 23.08.01 9,401 95 14쪽
1 조휘 +10 23.07.31 14,114 10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