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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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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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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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하다.

DUMMY

一.




조휘의 고향인 강소의 태주에서 화산이 있는 섬서까지 가려면 안휘와 하남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안휘에는 남궁이, 하남에는 소림이 있지.”


“그래서.”


홍무기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자 비듬이 우수수 떨어졌다.


“가는 길에 구경이나 좀 하고 가라고. 강호에 처음 나와보는 것이 아니냐. 많은 곳을 들러 식견을 넓히는 것은 강호를 살아가는 무사들에게 필수다.”


조휘는 생각했다.


‘중원 전체를 일백 번도 넘게 돌아봤다, 이놈아.’


조휘가 귀를 후비적 팠다.


“일 없다. 남궁이라 해봤자 무식하게 칼만 휘두르는 놈들이고, 소림도 그래봤자 땡중들 사는 곳 아니냐.”


척.


조휘가 엄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칼질은 내가 더 잘하고, 마두도 내가 더 잘 써는데 뭐 하러 들러, 귀찮게. 그냥 빠르게 화산에 들렀다 한중의 무림맹으로 갈란다.”


홍무기의 입이 쩍 벌어졌다.


“미친놈. 미친놈이로다.”


뭐라 반박할 재간이 없었다. 실제로 홍무기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남궁의 최고 기재라는 남궁진천의 검보다도 조휘의 검이 대단했으니.


“그래도 안휘잖아······. 안휘라고. 안휘라니까?”


“아, 어쩌라고.”


홍무기가 입맛을 다셨다.


“합비의 청연용왕루(淸宴龍王樓)가 그리 대단하던데······.”


“거지새끼가 기루는 무슨.”


순간 발끈한 홍무기가 버럭 소리쳤다.


“시벌놈아! 가자고 좀. 그냥 가자고오옥!”


“싫어. 귀찮앙. 그리고 합비는 너무 멀어. 삥 돌아가잖아.”


“이이이이이익!”


홍무기는 순간 후선개(厚善丐) 장로를 떠올렸다.


-그냥 돌아다녀도 밥을 한 덩이씩 던져준다니까요? 남궁세가 앞에서 조금만 비비고 있으면 고기가 두 덩이씩 날아와요. 아, 진짜라니까! 왜 안휘가 거지들의 천국이라고 하는데. 천하제일 남궁세가가! 다 거지들한테 베풀어서 그러는 거라고요. 방장도 안휘를 제일 좋아한다니까?


후선개 장로는 남궁세가 예찬론을 펼치는 거지였다.


‘음.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지.’


후선개는 안휘로 파견 가기 전, 먹을 거라곤 마른 건초밖에 없는 요녕에서 근무했었다.


가뜩이나 요녕의 사람들은 외지인을 배척하는 경향이 심한데, 먹을 것도 없으니 후선개는 손가락이나 빨면서 간간이 찾아오는 보급으로 연명했어야만 했다.


그러는 와중에 거지한테 고기덩어리를 던져주는 안휘인들이 얼마나 예쁘게 보였을까.


“쩝.”


홍무기가 입맛을 다셨다.


“아아아아아아. 그럼 하룻밤 묵기라도 하자. 응? 으으으응?”


“아, 좀! 떨어져 거지새끼야! 냄새나!”


조휘가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내 내공으로는 섬서까지 단박에 못간다. 도중에 휴식도 취해야 하고 보급도 필수야. 안휘에서 하루쯤은 머무를 생각이었다.”


“오오오.”


홍무기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조휘를 바라봤다.


“합비까지는 너무 멀고, 안휘를 가로지르긴 할 거다.”


조휘가 학을 떼며 말했다.


“그러니 거지야, 길 안내나 똑바로 해라.”


허리를 굽힌 비열한 웃음을 짓고는 손을 비비며 말했다.


“아이고, 소협.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끝까지 대협이라고 불러주지 않는 홍무기였다.






二.




개방의 후개가 펼친 추풍신보는 어지간한 절정 고수로서는 따라잡기 힘들다.


십만개방을 상징하는 두 단어를 알고 있으면 당연하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협의(俠義)’와 ‘정보’.


협을 실천하기 위해선 정보가 필요하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선 열심히 발을 놀려야 한다는 것이 초대 개방장의 철학이었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개방장들은 천하제일쾌를 논하는 신법의 대가들이었다. 그런 사부의 진전을 이은 후개의 신법이 대단한 것은 강호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허억. 허억.”


홍무기를 쫓는 조휘의 숨은 무척이나 가빴다. 하단전과 중단전을 이었지만, 그것을 담고있는 육체가 충분히 단련되지 못했다.


융성한 기는 융성한 호흡에서 오는 법. 이제야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한 조휘의 심폐능력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홍무기는 경악했다.


‘독하다, 독해.’


홍무기 정도의 신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경공(輕功)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뛰어난 심폐 능력이다.


사람은 뛰면 숨이 찬다. 기(氣)라는 대자연의 이치를 몸에 담는 무림인들도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인 이상, 뛰면 숨이 찬다는 상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무림인들은 그러한 상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련을 거듭한다. 몸에 자연의 이치를 담아내고, 더 많은 것을 담아내기 위해 그릇인 육신을 키워낸다. 그것은 당장에 홍무기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홍무기의 들숨은 극단적으로 짧았고 날숨은 극단적으로 길었다.


들숨을 통해 기를 받아들이고 날숨은 반대로 받아들인 기운을 최대한 육신에 붙들어 놓는다.


찰나의 순간이 생사를 좌우하는 무림인이상, 들숨은 짧을수록 좋고 날숨은 길수록 좋다.


그래야 폭발적으로 기를 받아들이며 동시에 빈틈을 지우고, 오래동안 기를 붙들고 있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뛰어난 호흡은 즉, 뛰어난 육체의 수련의 방증이다. 극성으로 신법을 펼치면서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홍무기의 호흡은 고된 수련의 연속을 거듭하여 얻어낸 그의 무기였다.


“그만 뛸까?”


“조금만 더.”


조휘는 헐떡이면서도 홍무기의 뒤를 따랐다. 그도 알고 있었다. 세인들이 절정 고수라고 분류하는 경지에 올랐지만, 실제로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수련이 충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홍무기가 극성으로 펼치는 신법을 따라가는 것도 벅찼다.


“허억. 허어억.”


평범한 무인이 이 정도로 헐떡이면 얼굴이 일그러졌을 만도 하지만, 조휘는 달랐다.


‘된다.’


어딘가 희열에 가득찬 얼굴.


‘된다!’


아주 미약하지만, 호흡에 여유가 생겼다. 호흡이 극단적으로 얇아졌고 몸이 극한의 상황에 처하자 하단전에서부터 맑고 순후한 심원공의 진기가 치솟았다.


그것이 전신을 어루만지며 피로를 풀어주고, 기량이 달리는 폐장을 보듬어 더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리고 있다.


이렇게 계속 달리기만 해도 조휘의 심폐 능력은 머지않아 홍무기의 그것을 따라잡을 것이었다.


“허억. 더 빨리.”


“······오냐.”


홍무기의 귀는 장식이 아니었다. 조휘의 호흡에 점차 여유가 생기고 있다.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휘는 극성으로 펼친 추풍신보를 힘겹게 따르면서 수련하고 있었다.


숨이 저 뒤로 넘어가서 그대로 졸도할 것 같다가도 금방 기색을 되찾는다. 아주 가냘픈 숨이 가까스로 목구멍에 붙어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더 붙어 있는 숨의 양이 더 늘어난다.


피이이잉!


나뭇가지가 낭창 휘어지며 홍무기를 섬전처럼 쏘아냈다. 그러자 조휘는 다른 나뭇가지를 밟으며 쏘아져 나갔다.


실시간으로 경공술의 신묘한 이치를 몸에 붙이고 있다. 호흡은 점차 굳건해지고, 무공의 이치가 몸에 익기 시작하니, 자세가 점차 안정되었다.


“허억. 허억. 허억.”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둘은 안휘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털썩─


단말마도 남기지 못하고 쓰러진 조휘를 내려다본 홍무기가 고개를 저었다.


“으으, 땀냄새야.”


조휘를 어깨에 걸치고는 근처의 객잔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홍무기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재능의 차이라는 것일까.


‘아니.’


이것은 단순히 재능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능을 넘어선 독기. 독기를 넘어선 광기다.


함께 달리는 와중, 홍무기는 조휘에게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무엇이 그리도 바쁘냐. 이놈아.’


이제야 약관에 이른 놈이 무언가에 바쁘게 쫓기고 있었다. 그것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조휘는 무척이나 초조해하고 있었다.


“손이 많이 가는 동생이구먼.”


“거지 같은 소리좀 하지 마라. 거지야.”


홍무기가 킬킬 웃었다.


“내가 거지야. 차기 거지 대장이라고.”



그날 밤.


홍무기는 지붕에 걸터앉은 조휘를 올려봤다.


“거기서 뭐하누?”


“별본다.”


홍무기가 풀쩍 뛰어 지붕에 올라섰다. 조휘의 옆에 철푸덕 주저 앉고는 품에서 하얀 술병을 하나 꺼넸다.


꿀꺽꿀꺽.


“크흐!”


순식간에 반병을 비운 홍무기가 조휘에게 술병을 건넸다. 조휘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무심히 홍무기를 바라봤다.


“뭐해. 마셔.”


꿀꺽꿀꺽.


“······후우. 쓰군.”


홍무기가 조휘의 옆구리를 푹푹 찌르며 웃었다.


“조휘. 자네는 나를 알고 찾아왔나?”


평소답지 않은 말투였다. 조휘는 인상을 잠시 찌푸렸다.


‘알긴 알았지.’


그야, 전우였으니까. 누구보다도 잘 알지 않았을까.


그러나 미래를 살다 왔다고 밝힐 수는 없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홍무기가 하늘을 올려봤다.


“오늘따라 별이 유독 반짝이는구먼. 그거 아는가, 조휘. 나는 자네와의 첫 만남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라네. 살면서 자네만큼 밉살스러운 놈이 없었거든.”


“그랬소?”


부정하지 않았다. 그의 속을 박박 긁은 것은 사실이었기에. 만약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좋은 얼굴로 찾아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지. 자네랑 지내면 지낼수록······ 나는 참 많이 생각한다네. 조휘라는 놈은 나를 무척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구나······.”


“······.”


“내 착각인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가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기분이 좋더군. 그것이 비록 여인이 아닌 사내라지만, 그래도 친우가 나를 잘 알아준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지 자네는 모를 걸세.”


잘 안다. 너무 잘 알아.


“참 이상하지. 얼굴을 본지 한 해도 되질 않았건만. 십수 년을 함께 보낸 놈들보다도 자네가 나를 더 잘 아는 기분이 들어. 그래서 자네와 더 가까이 지내고 싶어 하는 것 같고.”


홍무기가 킬킬 웃었다.


“그냥 그렇다고. 이런 말도 거지 같은가?”


조휘가 고개를 저었다.


“고맙네.”


“뭘.”


“고마워.”


홍무기는 모를 것이다. 홍무기의 이 말이 조휘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됐는지.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하늘이 이어준 인연이란 것이 있나 보다······ 그런 착각이 이방인에 불과한 내게 불을 지펴준다네.’


조휘가 덤덤히 말했다.


“참으로 고마워.”



둘은 성도에서 사흘간 머물렀다. 홍무기가 원했던 청연용왕루는 아니었지만, 성도의 유명한 기루에 들러 목욕도 하고 맛난 음식에 반주를 걸쳤다.


조휘의 몸이 완전히 회복된 직후부터 그들은 쉬지 않았다. 해가 지면 운기하고, 다시 해가 뜨면 달리면서 사흘이 지나지 않아 안휘를 가로지를 수 있었다.


“후아.”


하남과 안휘를 가로막는 대별산의 높은 봉우리에 서서 홍무기가 기지개를 켰다.


“으다다다다!”


옆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은 조휘를 바라보다 홍무기가 말했다.


“이제 한 시진만 더 가면 하남이다. 육포랑 건량은 넉넉하냐?”


운기 중인 조휘에게서 말이 돌아왔다.


“아니.”


“그럼 들러야겠구먼.”


조휘가 말했다.


“나는 보급만 마치고 바로 화산으로 향할 거다. 너는 무림맹으로 가라. 거기서 다시 보자.”


“음······.”


강소에서 안휘를 가로지르는 것보다 안휘에서 하남을 가로지르는 것이 더 오래 걸린다.


그러나 조가놈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필히 무슨 이유가 있겠다 싶었다.


“좋아. 그런 걸로 하자.”


“그래도 하남을 벗어날 때까지는 같이 가야되니까 너도 운기해라. 운기 마치는 대로 바로 출발하자.”


“좋지.”


홍무기가 조휘를 마주 보고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몸 주위에서 청아한 비취색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조휘는 홍무기가 완전히 운기에 몰입한 그 순간 눈을 떴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이전과는 다른 기색을 띠고 있었다.


‘······느낌이 썩 좋지 않군.’


어디선가 느껴본 끈적한 기운.


‘마교.’


소림이 자리한 하남에 마교도들이 있을 리가 없었다. 더욱이 대별산은 넓다. 조휘가 앉은 봉우리에서부터 하남 성도까지는 못 해도 수백리는 될 터였다. 이곳에서 하남성의 무언가를 느끼는 것은 천하제일인이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조휘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하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휘는 무림맹의 하급 무사로 입맹했다. 그리고 이십 년이 지나 무림맹주가 되었다. 그가 무림맹주가 된 직후에는 명천과의 전쟁이 시작되었기에 이전까지의 정보를 머리에 담아둘 시간이 없었다.


이전까지의 맹주들과 다르게 조휘는 선봉장에 섰기 때문이다. 애초에 조휘가 아니면 선봉에 설 수 있는 무인도 없었다.


그렇기에 조휘는 지금부터 일어날 일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오랜만이구나.’


그러나 놈들이 무엇을 준비하던 놈들의 앞에는 항상 자신이 있으리라.


‘참으로 오랜만이야.’


속으로 화를 삭힌다.

서서히 감기는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조휘의 눈동자에는 끔찍한 살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三.




조휘는 성도에 발을 들이자마자 익숙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꿉꿉하다 못해 역겨운 냄새. 똥오줌이 가득한 시궁창의 그것보다도 몇 배는 역하다.


실제로 풍기는 냄새는 아니었다. 그저 기(氣)에 예민한 조휘였기에 느낄 수 있었을 뿐.


북쪽에는 웅혼한 금빛 서광이 가득했지만, 성도에는 더럽고 추악한 흑색 안개가 가득했다.


“내 마음이 절로 평온해지는 군.”


홍무기가 코를 벌렁거렸다. 불산에서 종종 맡았던 향내. 거지는 이런 것이 무척이나 좋았다.


“어릴 적에 사부를 따라 숭산에 올랐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대사께서 건네신 향의 냄새가 잊히지 않아. 텁텁하지만 고아한 향기. 범종이 울리고 목탁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오던 소림사의 한때는 내 기억 속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홍무기가 입맛을 다셨다.


“오랜만에 절밥 먹을 생각하니까 군침이······.”


조휘는 홍무기의 말을 무시했다. 무안해진 홍무기가 머리를 긁적였다.


‘네 눈에는 이것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조휘는 홍무기의 멱살을 부여잡고 그리 묻고 싶었다.


‘정녕 너는 이 역한 냄새를 맡지 못한 것이냐.’


홍무기에게 어떤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정녕······ 숭산의 불자들은 이 사악하고 역겨운 기운을 느끼지 못했단 말이냐.’


강호 각지에서 불현듯 동시다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마교도들이 이곳에 있다. 조휘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후개.”


거지가 아니다. 홍무기는 조휘의 목소리에서 다름을 느꼈다. 눈빛이 진지해진 홍무기가 조휘에게 물었다.


“왜 부르시오.”


“부탁하나만 합세.”


마교도들의 기운을 느끼자, 조휘는 과거로 돌아갔다. 고향의 향수와도 같은 것. 어쩔 수 없었다. 조휘는 그 악귀와도 같은 것들을 무수히도 처죽인 무림맹주였으니.


그의 목소리가 엄중해졌다. 마교도들을 향해 호통치던 무사의 목소리였다.


“방도들을 시켜 최근 몇 년간 하남에 조금이라도 특이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조사해주게.”


조휘는 천마의 목을 베어내던 그때를 떠올렸다.


-마도천하를 이룰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내게 딱 하루만 더 주어졌더라면······. 그랬다면 ‘그 괴물’도······.


조휘는 생각했다.


‘천마가 말하는 괴물은 명천의 천신이다. 분명해. 그러나 놈도 만만치 않았다. 천신이 나타나기도 전에 놈의 손에 강호가 멸망했을 수도 있었어.’


천마는 그런 사내였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신을 거스를 수 없다던 천마는 피눈물을 흘리며 조휘와 사흘을 겨뤘고 그의 오른팔을 앗아갔다.


결국 조휘의 손에 목이 잘리긴 했지만, 마교와의 십 년 전쟁은 조휘에게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어서.”


하루라도 빨리 놈들을 찾아서 뿌리째 뽑아야만 한다.


-하루만. 단 하루만 늦게 놈을 만났더라면. 그랬다면. 진정한 마도천하를.


조휘는 기억한다.


그가 이끌던 특작대는 대주만 살아남고 모두가 천마의 손에 죽었다. 전우의 시신을 깔아뭉게고 선 놈이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천마.


무림맹주의 숙적.


‘제발 부탁하마.’


조휘가 눈을 질끈 감았다.


‘네놈들이 모시는 신에 대해서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모른다면······.’


느낄 수 있는 고통이란 고통은 모조리 느끼며 죽어가도록 만들어주마.



.

.

.

.

.


얼마 지나지 않아 홍무기가 개방의 분타로 조휘를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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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가 왔잖소. +8 23.08.01 9,401 9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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