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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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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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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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소년 (2)

DUMMY

자신의 형을 구하러 가기 위해, 무기를 구현할 수 있는 지도를 달라고 하는 이서준.

이 대책 없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아주 잠깐만 생각해봐도 해답은 바로 나온다.

아주 간단한 답이다.


우선 그냥 돌려보낸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걸 보니 그건 안 통할 테고.’


이 아이는 이 가게 아니라도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계속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다음 방법.

김윤은 기억을 뽑아낼 수 있다.

그러니 그것을 이용해 이서준의 기억을 뽑아내면 됐다.


‘예를 들면 이 아이의 형과 관련된 기억을 전부 말이지.’


하지만 이 경우에는 기억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이서준의 모습을 보니 그의 형은 그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이다.

애초에 피가 이어진 가족이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멸망 이후 그것은 더욱 끈끈해졌을 것이다.


즉, 이 아이의 생에 뒤얽힌 수많은 기억과 엮여 있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에는 기억이 회복된다는 뜻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 가게와 관련된 기억을 지우는 방법도 있지.’


이것은 앞선 것에 비하면 상당히 깔끔한 편이었다.

그저 이 가게에 관한 기억만 지우고 되돌려 보내면 끝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경우엔 그냥 이 소년을 외면하는 게 되어버리니까.’


전자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진다.


앞에 말했다시피 어떻게든 무기를 구하려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통해 형의 시신을 찾으러 가려는 의지.

이곳에 관한 기억을 지운다고 한들 그는 어떤 식이든 그 의지를 실천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역시 설득뿐인가?’


가장 기본적인 방법, 그리고 유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김윤은 언변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또한 이미 설득으로 해결됐을 것이라면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멸망했다 한들 누군가는 이 아이에게 설득하려 했었을 테니 말이다.


‘이 도시에 있는 대장간만 몇인데.’


아니, 그러길 속으로 바라고 있었다.

아무리 세상이 멸망했다고 해도 그 정도 정은 남아있을 것이라고, 비난은 오직 자신만을 향할 것이라고.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그래 결국은 설득이다. 좀 차가운 쪽으로 말이지.’


“그리고 현실을 인지시키는 쪽으로.”


김윤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서준이 되물었다.


“네?”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었어.”

“그, 그래서 지도를 팔아주시는 건가요?”

“아니. 눈앞에서 죽으러 간다는 애한테 무기를 주는 사람이 존재할 리가. 너 말이야, 포탈 바깥으로 나가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리터너들조차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 곳에서?”

“하, 하지만······.”


이서준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었다.


소년인 그의 힘으로는 그 어떠한 것도 이룰 수 없다.

또한 아무리 세상이 멸망했다 한들 어른들은 아이에게 무기를 주지 않을 것이다.


“네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너는 리터너도 어른도 아니지. 그리고 네 형도 이걸 바라고 있지는 않을 거다.”


소년의 눈동자에 푸른 기운을 흘리고 있는 너클이 담겼다.

그도 알고 있었다.

그 역시 멸망을 겪었으며, 그 정도 사리 분별은 가능한 나이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살아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었다.

형은 그의 전부였으니까.

이제 단 하나뿐인 가족이었으니까.


“그러니까 형상의 지도는 내줄 수 없어.”


그러나 그의 형은 죽었다.

저 바깥에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움켜쥔 두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다른 지도라면 내줄 수 있지.”

“다른 지도요······?”

“그래.”


김윤이 싱긋 미소 지었다.


이곳은 길잡이, 아름에서 유일한 지도 제작자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은 평범한 지도를 파는 곳이 아니다.


김윤이 텅 빈 종이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오른손에서 마력을 일으키며 이서준의 머리로 가져갔다.


푸른 마력이 소년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파고들었으며, 그곳에서 가장 빛나는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뽑을 수 있는 기억은 하나.’


한 사람당 뽑을 수 있는 기억은 하나.

하지만 같은 것이라면 여러 번도 뽑아낼 수 있다.

기억이 단 한 번 뽑는 것으로 완전히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저번의 경우처럼 하나의 기억을 여러 번 뽑아 지워내는 것이었다.

기억을 지우기에는 수고로운 단점이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장점이 되기도 하는 부분이었다.


그가 파는 특수 지도 중 기억의 지도.

그것은 기억을 지우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기억을 지우는 것, 그리고 행복한 순간을 다시 보는 것.

그중 후자는 앞선 단점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한 번은 뽑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도를 사용하면 다시, 오히려 더 깊게 새길 수 있다.

그것을 이용해 하나의 기억을 오히려 더 강조할 수 있었다.

지금 김윤이 이서준한테 선사해주는 지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소년의 머리에서 뽑혀 나온 푸른 기운이 지도에 담겼다.


그것은 지도를 빠른 속도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대지가 솟구치고 강과 바다가 샘솟았다.


하나의 지도가 순식간에 완성이 되었다.

사람의 모습과 똑 닮은 대륙이 담긴 지도였다.


김윤은 그것을 돌돌 말고 중앙에 끈을 묶었다.

그리고 이서준에게 건넸다.


“받아. 그리고 집에 가서 사용해봐.”

“네······?”


이서준은 일단 주었기에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으나, 이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떤 지도인지는 비밀이지만 위험한 건 아니고, 쓰는 법은 마력만 흘려보낸다면 알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지도인 거니까.”


김윤은 그 속마음을 듣기라도 했는지 그가 원하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그, 그럼 값은 어떻게 하죠?”

“괜찮아.”

“하, 하지만······.”


이서준은 이 지도의 값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의 형이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이곳을 알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만약 그래도 값을 지불하고 싶다면 다시 가게를 찾아와. 오늘은 이만 가보고.”

“가, 감사합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가게를 빠져나와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설마 말은 그렇게 하고 형상의 지도를 준 걸까?’


이서준은 마음 한편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지도 가게일 뿐이지 않은가.

사연이 어떻든 지도를 판매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이렇게 넘겨준 것이 아닐까.


‘하지만 왜 공짜로 준거지?’


그는 도시를 가로지르며 저 멀리 경비들이 지키고 있는 포탈을 바라보았다.


일단은 지도의 확인이 우선이었다.

그는 집에 들어선 후, 곧바로 지도를 묶은 끈을 풀었다.

그러자 지도에 새겨진 것들이 그의 눈동자에 담겼다.


지도에 새겨진 그림이 누군가와 닮았으나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김윤이 알려준 대로 마력을 실을 뿐이었다.


마력의 기본적인 사용법, 발현.

그의 손을 타고 마력이 옅게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은 곧장 지도를 향해 흘러 들어갔다.


지도에 마력이 깃들자 특정 길에서 푸른 빛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도가 알려주는 길이었다.


이서준은 그 길을 따라 마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마력 사용이 능하지 않아 상당히 어려움을 느꼈다.


그의 이마에서 땀이 삐질삐질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마력을 움직였다.


그의 마력이 꾸준히 지도로 흘러 들어가며, 푸르게 타오르는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이 도착점에서 지도는 그에게 무엇을 선사해줄 것인가.


‘지도 가게의 그 사람은 엄청난 힘이 있다고 했어.’


그렇기에 도시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욕했다.

그런 힘이 있음에도 리터너로 활동하지 않는다고.

그렇기에 모든 도시 중 아름이 지구 재건이 가장 느리다고.


여하튼 큰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니 그러한 힘을 그에게 빌려줘 자신의 형을 찾을 수 있게 해주려는 것이 아닐까.

그는 큰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 도달했을 때 그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무기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는 그 실망을 이내 철회했다.

그것은 그를 위한 김윤의 배려였으니 말이다.


지도의 끝에 도달하자 그것이 보여준 것.

그것은 그의 기억이었다.

그의 형이 담긴 기억, 그리고 그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


기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치 지금 겪고 있는 것만 같았다.

형이 지금 곁에 있다.

그렇게 믿기는 생생함이었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눈물이 새어 나왔다.


다시 볼 수 있어 기뻤다.

그리고 이것이 끝나면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 지도는 그러한 의미에서 그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여정과 끝.

그에게 새로운 길을 찾아주기 위해서 말이다.



***



“그래서 아까 걔가 손님이에요?”


주은서가 물었다.


“맞아.”

“리터너도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특수 지도를 알았대요.”

“글쎄다.”


주은서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비밀 엄수라고 해도 그런 것도 안 물어본 거예요? 물건은 팔았고요? 저런 어린아이가 돈이 있나?”

“요새는 뭐 능력만 되면 저 정도 나이도 고용하니까 돈은 있겠지. 그리고 지도는 안 팔았어. 그러니까 안 물어봤고. 그런데 혹시 말이야, 우리 직원이 더 필요한가? 알바도 상관없고.”

“창고 정리랑 물품 조달 쪽이라면 필요하긴 하죠. 그쪽에서 두 명은 그냥 없는 정도라서요.”


그녀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그것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김윤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다른 일을 하잖아. 특수 지도도 나만 만들 수 있고 안 그래?”

“그 특수 지도마저 누가 그 다른 일로 바깥을 돌아다니느라 제때제때 못 판다는 문제가 있죠.”

“하하하······.”


김윤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웃지 말고요. 그래서 직원 새로 들이려고요? 우리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말하는 거죠?”


주은서가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밖을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그중에서도 이 가게를 바라보는 이들.

그들의 시선은 곱지 못했다.


그야 이곳에는 김윤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김윤만이 아니었다.


“그래, 알고 있어.”


길잡이, 그곳은 아름이라는 도시에 있는 유일한 지도 가게.

그리고 그곳에 있는 모든 직원이 리터너에서 도망친 이들로 이루어진 가게였다.


“그래서 이번엔 리터너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구했지.”

“일반인이 여기서 일하겠대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이곳은 악명이 자자한 곳이니 말이다.

그러니 와서 난동이나 부리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글쎄. 오면 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하는 거고.”

“뭐예요. 그 애매모호 한 말은.”


그때였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

누군가 가게의 문에 노크한 것이었다.


“왔나 보다.”


그 소리에 김윤이 씨익 미소 지으며 문을 향해 다가갔다.


딸랑.


그리고 문을 열어젖히자 한 소년이 그를 맞이했다.


“······지, 지도값 갚으러 왔는데요.”


길잡이에서 함께할 새로운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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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 (2) 23.08.14 375 7 12쪽
5 소년 (1) 23.08.11 477 8 12쪽
4 기억의 지도 (2) 23.08.10 583 9 12쪽
3 기억의 지도 (1) 23.08.09 749 11 12쪽
2 지도 제작자 23.08.08 1,09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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