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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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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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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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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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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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소년 (1)

DUMMY

딸랑.


가게 문에 달린 방울이 흔들렸다.

누군가 가게에 들어섰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이 가게의 주인인 김윤이었다.


“어서 오······. 아, 사장님.”


카운터에서 몸을 일으켰던 주은서는 손님이 아닌 김윤인 것을 확인하고 다시 몸을 앉혔다.


“요즘 자주 오시네요?”

“특수 주문이 없어서 말이지. 가게는 어때?”

“늘 똑같죠. 그나저나 오늘은 조용하네요.”

“아, 그거?”


김윤이 뺨을 긁적였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았다.

평소 그가 왔을 때와는 달리 조용한 모습이었다.

그를 욕하고 노려보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었다.


“몰래 왔거든.”

“평소에도 그렇게 오시지.”

“오늘은 도시 안에 있어서 가능했던 거야.”

“그래요? 오늘은 지도 제작을 안 하셨나 보네요. 드디어 돈 안 되는 일은 그만두시나?”


주은서가 신문을 펼쳤다.

아름의 주요 소식이 한가득 담겨 있는 신문.


“당장 돈이 안 되긴 하지만 무척 중요한 일이란다.”

“그래요.”


주은서는 건성으로 답하며 신문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뭐 좋은 소식이라도 있어?”

“있을 리가요.”


최근 있었던 제3차 지구 재건 원정이 실패한 후 도시 내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그들을 존중하기에 돌아왔을 때 환영은 해주었다지만, 좋지 못한 결과는 당연하게 실망이라는 친구를 데리고 왔다.

벌써 세 번째 실패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주은서가 읽고 있는 내용도 그러한 부분이었다.


『4차 원정은 언제인가? 지구는 되찾을 수 있는가?』


『한강 남쪽까지 진출했던 3차 원정, 그러나 결계를 치지 못하고 후퇴······. 시신의 회수조차 불가능』


3차 원정이 끝난 지도 일주일은 훌쩍 넘었거늘, 신문에는 아직도 원정에 관한 내용이 가득했다.

그만큼 사람들은 지구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김윤은 주은서의 어깨 너머로 신문을 슬쩍 훑어보았다.


“미르 길드가 리터너에 더 지원한다네.”

“그럴 거면 원정이 일어났을 때 했어야죠.”


3차 원정 당시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곳이 바로 미르 길드였다.

소수, 그것도 정예도 아닌 적당히 쓸만한 B급 랭크의 인력만 지원했던 그들.

때문에 사람들은 원정 실패에 대한 탓을 미르 길드에게 돌리곤 했다.


“여론 때문에 급급해서 그러는 거로 밖엔 안 보이잖아요.”

“무언가 따로 노리는 게 있을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오늘도 다른 애들은 안 오나?”


김윤의 질문에 주은서가 자신의 팔목에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공간에서는 필수품인 것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따로 없었으니 말이다.


“오후에 현민 오빠만 나올 거에요.”

“그래? 오랜만에 얼굴 좀 보겠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딸랑.


또다시 문이 열리며 그 위에 달린 작은 방울들이 흔들렸다.


“현민인가?”

“아직일걸요?”

“그럼 손님이겠네.”


둘 다 가게에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기에 카운터는 비어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가볼게.”


김윤은 주은서를 뒤로한 채 가게 입구로 향했다.


“아, 안녕하세요.”


그러자 방울 소리의 주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덥수룩한 고동색 머리칼에 그 아래로 가려진 푸른 눈동자.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숫기는 없어 보였다.


‘나이는 열다섯에서 열여섯 정도인가.’


“어서오세요. 길잡이입니다.”


김윤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이어 자신의 검은 눈동자로 소년을 살폈다.


‘느껴지는 마력은 리터너가 아니군.’


단련된 마력이 아니다.

그렇다면 평범한 지도를 사러 온 것일까.


“지도를 구매하러 오셨나요?”

“아, 아, 네.”


소년이 버벅거리며 답했다.


“어떤 지도가 필요하신가요? 아름? 아니면 다른 도시?”


김윤이 가게에 배치된 지도들을 가리켰다.


“아······. 저, 저는 특별한 지도를 사, 사러 왔어요. 여기서 특별한 지도를 판다는데 맞나요?”


그의 이어지는 말에 김윤은 소년을 다시금 살폈다.

느껴지는 마력은 여전히 일반인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특수 지도에 대하여 아는 것일까.


물론 일반인 중에서도 일부는 알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들은 고위층에 속하는 이들.

이러한 어린 소년이 알법한 내용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 특수 지도는 금액이 상당하다.

멸망한 세계에선 마력만 잘 타고난다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번다지만, 이러한 소년이 낼 수 있을 법한 금액은 아니었다.


‘흐음.’


아공간에 넘어온 이들 중 다수는 가족이 없이 혼자 들어온 이들이었다.

그야 멸망이 시작되는 순간, 정신이 없을 때 넘어온 이들이다.

여러 사고로 가족을 챙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수일 뿐 가족과 함께 들어온 경우도 꽤 있었다.


‘뭐 물을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김윤은 애써 더 묻지 않고, 이 이상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그가 가게를 운영하며 유지하고 있는 규율이었으니 말이다.


어떠한 사연인지 캐묻지 않는다.

거래 내용은 반드시 비밀로 하며, 오직 사장인 그만 거래를 진행한다 등등.

모두 신뢰와 관련된 규율들이 가득한 특수 지도 거래.

그리고 이러한 것들로 쌓여온 신뢰가 비난이 쌓이는 그도 장사를 가능케 했다.


그러니 그저 손님을 맞이할 뿐이다.


“특수 지도 주문이시군요. 저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김윤이 미소를 유지하며 그를 접객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가게를 주은서에게 맡긴 후, 그를 뒤따라 접객실에 들어섰다.


차를 준비해 접객실로 들어선 김윤.

그는 테이블 앞에 착석한 소년에게 차를 건넸다.

그리고 그 앞에 마주 앉으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먼저 어떤 지도가 필요한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특수 지도, 기억의 지도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드, 들었습니다. 저는 그중 형상의 지도를 사고 싶습니다.”


형상의 지도.

그것은 길잡이에서 판매하는 기억의 지도 중 가장 판매되지 않는 상품이었다.

그것은 다른 기억의 지도와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보통 이곳에 오는 손님은 리터너.

그리고 그들은 늘 죽음과 맞닿아 있기에 끔찍한 기억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보통 기억을 지우거나 그것에 맞설 행복한 기억을 찾아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형상의 지도는 그러한 지도와는 달랐다.


김윤이 서랍장으로 다가가 돌돌 말려 있는 종이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끈을 풀며 허공에 종이를 날렸다.


그러자 푸른 섬광이 종이에서 쏟아지며 하나의 형태를 이루었다.

너클이었다.


“그, 그게 형상의 지도군요.”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년이 바라던 형상의 지도였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사물을 형상화 시키는 지도.


“하지만 말입니다.”


보통은 물어보지 않는다.

이러한 지도가 왜 필요한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물어보아야 할 것 같았다.

그 어떠한 무기도 일시적이나마 제작할 수 있는 이 지도를 바라는 이유를 말이다.


“오늘은 이 지도를 어디에 쓰실지 물어보아야 할 것 같군요.”


김윤이 너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마력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듯 푸른 기운을 은은하게 흘리고 있었다.


“보, 보통 그런 걸 물어보지 않는다고······.”


김윤이 슬쩍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손님이 너무 어려서 말이죠.”

“하지만······.”

“그리고 리터너도 아닌데 말이야. 이건 무기다. 꼬마야.”


김윤이 위압감을 쏟아냈다.


“무기를 구해다 어디에다 쓰려는 거지?”


주변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허억, 허억······.”


그 위압감에 소년이 당황해하며 자신의 목을 부여잡았다.

호흡이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김윤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내뿜던 기세를 거두었다.


‘확실히 일반인이다.’


리터너였다면 이 정도 위압감은 가볍게 견뎌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를 향해 덤벼들었을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적대감을 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소년은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저 힘겨워했을 뿐이었다.


“답해주시죠, 손님.”


김윤이 다시금 푹신한 의자에 착석했다.


“무슨 형상을 원하는지, 왜 필요한 건지.”

“그, 그게······.”


소년이 김윤의 눈치를 살폈다.

분명 웃고 있는 얼굴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더 공포를 자아냈다.


“왜, 왜 그런 힘을 가지고 리터너를 하지 않으시는 거죠?”


돌아온 질문은 김윤이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저한테 그런 힘이 있었으면······! 저는······!”


소년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그것이 흐르지 않게 닦아낸 후, 다시금 말을 이었다.


“포탈을 타기 위해서예요.”


이어 품에서 돈을 꺼내 테이블 위로 얹었다.


“그곳에 형이 있으니까요.”



***



소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소년의 이름은 이서준, 열다섯 살이었다.

그에겐 형이 하나 있었다.

그와 함께 아공간에 들어왔던 형 말이다.


형은 그와 달리 리터너의 자질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리터너로서 활동을 시작했고, 덕분에 그들은 굶주리는 일 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아니, 풍족하기까지 했다.

과거 지구에서 살 때보다도 말이다.


그의 형이 B급에서도 상당한 실력의 리터너였기 때문이었다.

형은 매번 포탈을 타고 나갔고, 수많은 몬스터를 물리쳤다.

그리고 멀쩡히 돌아왔었다.


제3차 지구 재건 원정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희 형은 그 원정에 참여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시신조차 회수하지 못했다.


물론 그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한강을 건너간 이들의 시신은 제대로 회수된 것이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몬스터를 차단하는 결계조차 치지 못한 상황.

수많은 리터너의 시신이 쌓인 그곳은 다시금 멸망의 땅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여기서 무기를 사서 포탈을 타겠다고?”


김윤이 물었다.


“네······. 다른 대장간에선 일반인한테 무기를 팔지 않아서요······. 여기는 뭐를 사도 묻지 않는다고도 해서······.”

“불법인 건 알고 하는 소리지?”


일반인이 포탈을 타서 지구로 돌아가는 것.

그것은 당연히 불법이었다.

또한 바깥에 나간다면 살 수 있을 거란 보장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포탈을 타고 나가자마자 리터너들의 재건 기지가 있을 테지만 말이야.”


그것이 아니라도 포탈을 타고 나가 도착하는 곳은 리터너들의 재건 기지.

수많은 리터너들이 머물며 정비를 하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안 들킬 수 있다고 생각해?”

“그, 그건 관련 스킬을 구매했어요.”


이서준이 마력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의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투명화.’


공용 스킬인 투명화.

C급으로 하급 은신 스킬 중 하나였다.


“모습만 감춘다고 다가 아니란다.”


하지만 그것은 리터너들에게는 소용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들은 마력을 감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마력조차 숨기는 상급 은신이 아니라면 무용지물이었다.


“하아······.”


김윤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는 이서준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마음은 이해한다.


오히려 존경심도 품는다. 멸망하는 세계를 보며 이곳에 들어왔을 텐데 그곳에 돌아갈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


‘나는 그럴 용기조차 없는 몸인데 말이야.’


그는 자신의 장갑을 낀 손을 바라보았다.

그날을 떠올리자 손이 다시금 떨리기 시작했다.

김윤은 심호흡하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이서준의 용기에는 찬사를 보내나 이것은 해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여기서 무기를 구매했고, 운이 좋아 리터너들을 피해 탈출했다 쳐도 지구를 가득 채운 몬스터에게 끔찍하게 살해될 것이 분명했다.


아이를 죽음으로 직접 밀어 넣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한담.’


그의 검은 눈동자가 이서준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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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억의 지도 (1) 23.08.09 749 11 12쪽
2 지도 제작자 23.08.08 1,099 12 12쪽
1 리터너 +2 23.08.07 2,20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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