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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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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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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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8.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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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붉게 물든 손 (4)

DUMMY

기다란 봉이 크게 휘둘러졌다.

그것은 한 사람의 머리를 노렸으며 그 목표를 이루었다.


콰직!


머리통이 으깨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터져 나왔다.


‘노호수는 없나.’


신민우가 피와 살점이 잔뜩 달라붙은 자신의 무기를 바라보았다.

작전 전 가장 주시했던 이가 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윤이 묶어주고 있는 건가.’


기억이 약속한 일을 잘 해결해 주는 뜻이렷다.

그는 시선을 옮겨 황금빛 구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수호 역시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해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다른 한 놈은 나설 생각이 없는 건가.”


신민우는 저 높이 있는 건물 중 하나를 노려보았다.

저곳에서 A랭크의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마력의 주인은 움직일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의 전력 7할이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말이다.


신민우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오른손에 모은 후, A랭크의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쏘아냈다.


E급 스킬, 애로우.

마력을 화살의 형태로 정제해 쏘아내는 기본적인 공격 스킬.


마력의 화살이 저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랭크가 낮은 스킬이니만큼 속도나 위력 모든 것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견제였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공격이었다.

상대는 싸울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자취를 감추었다.


‘노호수가 없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신민우가 이내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남은 이들은 생포한다!”

““예!””


정부 측 리터너들은 그들을 습격한 괴한들을 빠르게 제압했다.


생포한 이들을 한곳에 모아둔 정부 측 리터너.

그들은 포박한 이들의 심장 부근에 손을 올리며 마력을 한 명 한 명 봉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의 마력을 봉인할 때였다.


눈부신 섬광이 저 멀리서 솟구쳤다.


“저건 뭐지······?”


그것을 발견한 리터너들이 중얼거렸다.

섬광으로 그친 것이 아니다.

그곳에 새로운 하늘이 열리고 있었다.


새카맣지만 푸르게, 그리고 붉게 물든 하늘.

이곳에 있는 모두는 그 하늘을 알고 있었다.


“마, 마석 대재해······.”


멸망의 그날이었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섬광이 가로질렀다.

그리고.


콰과과광!


저 멀리 떨어지며 섬광의 기둥을 만들어냈다.

새하얗던 아공간이 일순간 푸르게 물들었다.


그 빛에 차 안에 있던 주은서는 차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섬광이 솟구치는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멸망이 지금에 와서 아공간에서 다시 일어날 리가 없다.

저것은 마석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고, 마석은 아공간이 아닌 지구에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일어난 것일까.


그녀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정답을 유추해냈다.


“사장님.”


주은서는 곧장 몸을 날렸다.

마력이 그녀의 신체를 강화하며 그 이동에 속도를 더했다.


“수호씨?”


그 모습을 발견한 신민우는 의문을 표했다.


“여기서 지키고 있어라.”


그리고 다른 리터너들에게 명령을 내린 후 그녀를 뒤따랐다.



***



“지도 제작자라······.”


노호수가 변해가는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힘이 있으면서 그런 일에 낭비하고 있었던 건가.”


기억의 재현, 이것은 김윤이 평소에 팔던 지도가 보여주던 것과 같은 형상이다.

그러나 그 지도와는 달랐다.

지금 이 기억은 환상이 아닌 실체였다.

그야 지금 이렇게 건물의 외벽이 만져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노호수는 무너진 건물의 외벽을 손등으로 두드렸다.

익히 알고 있는 감각이 손등을 타고 퍼졌다.


“기억으로 일대를 새로 구현할 힘이라······. 이거야말로 리터너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힘이로군. 이런 힘이 있다면 진작에 지구를 되찾았을 것을.”


모두가 김윤에게 하던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가장 와닿았다.


이 힘은 대의를 위해 써야했다.

세상을 되돌리기 위해서 말이다.


노호수의 시선이 다시금 김윤을 향했다.

김윤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의 광경이 만들어지며 그의 트라우마를 한 차례 더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무방비하지 않았다.


그의 전신에서 일어나는 마력이 그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트라우마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일어난 방어 기제였다.


노호수는 그것을 뚫기 위해 몇 번의 공격을 날렸으나 그 마력의 장벽은 무너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위험했다.


그날의 재현으로 인해 하늘에서 대재해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건물을 불태우고, 대지를 녹여버리는 섬광이 비처럼 쏟아졌다.


온 대지가 붉게 물들었다.

이제는 섬광이 떨어져 망가뜨릴 곳이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망가지고 있던 시점에 불려온 곳이기에 망가지는 속도는 더욱 빨랐다.


“후우······.”


섬광의 비를 모조리 피해낸 노호수가 호흡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금 김윤을 노려보았다.


정확히는 그를 지키고 있는 마력의 장벽이었다.

그것은 점차 옅어지고 있었다.

그야 그것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한한 힘이니 말이다.


‘그래도 말도 안 되는 양이긴 하다만.’


노호수가 망가진 대지를 바라보았다.

한 사람이 가진 마력이 일으킨 변화다.

새하얀 곳에 대지를 새겨넣었고, 그것을 불태웠다.


마석 대재해의 재현.

모든 대지가 섬광에 짓이겨졌다.

그렇다면 마석 대재해는 끝난 것일까.


아니었다.

마석 대재해는 마지막 마력의 파동으로 끝이 났었으니 말이다.

방금까지 일어난 섬광의 비는 전조에 불과했다.

모든 생명체에게 마력을 선사해준 그 마력의 파동이 오기 전의 전조 말이다.


“하지만 그걸 재현할 힘은 없나 보군.”


주변 풍경의 변화가 멈췄다.

김윤의 마력이 이 이상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기억에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것은 재현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일까.


노호수에게는 아무런 상관없었다.

그저 저 옅어지는 마력의 장벽을 뚫고 김윤을 기절시킨 후, 그만 데려가면 된다.

그의 힘은 지금 그에게 필요했다.


노호수의 오른손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것은 하나의 창이 되었고 김윤을 향해 쏘아졌다.


콰앙!


마력의 장벽과 충돌하는 창.

그것은 빠르게 회전하며 장벽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장벽이 점점 뚫리며 창날과 김윤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어 장벽이 뚫리고 김윤의 어깨를 창이 관통하려는 순간이었다.


쩌엉!


황금빛 구체가 펼쳐지며 김윤의 어깨를 지켜냈다.


“사장님!”


주은서였다.


그녀와 신민우가 변화를 일으킨 땅을 향해 날아왔다.


“이게 무슨······.”


그리고 그 변화를 살피던 신민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새하얀 땅이 다른 형태의 불모지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김윤을 슬쩍 바라보았다.

분명 그가 일으킨 변화이렷다.


그야 이곳에 있는 이는 단둘이었다.

김윤과 노호수.

그리고 그중 이러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이는 김윤밖에 없었다.


‘하지만 환상을 재현하는 힘에 불과한 게 아니었나?’


그러나 지금 이 발밑에 느껴지는 땅은 실체였다.

열기가 느껴지고 흙 특유의 감촉이 신발을 넘어 느껴졌다.


“정부의 개로군.”


노호수가 신민우를 발견하고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오랜만이군요. 풍신 노호수.”


신민우는 그러거나 말거나 감정의 변화 없이 자신의 무기인 봉을 움켜쥘 뿐이었다.


“갑자기 자취를 감추더니 이제 와 시장을 노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금의 시장으로는 서울을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정을 망치려 하는 놈으로는 말이다.”

“그게 무······?”


신민우의 말이 완전히 끝나기도 전이었다.

폭풍이 그를 후려치며 김윤을 노렸다.


바람을 전신에 휘감은 노호수였다.

그러나 그는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다.

황금빛 구, 주은서의 배제 구역이 그것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칫.”


이대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 그는 곧바로 뒤로 몸을 날렸다.

보호막이 주력인 이 하나와 A랭크 하나.

지금 혼자서는 이들을 상대할 수 없다.


노호수는 바람을 일으키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멸망한 세계에서 권력을 차지했다고 만족하나?!”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퍼져나갔다.


“그래서 세상의 재건을 저지했나?! 너희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노호수가 신민우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곧바로 폭풍을 일으키며 자취를 감추었다.


‘재건을 저지했다고?’


신민우는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당장 급한 것은 따로 있었다.

김윤.


그는 곧바로 김윤을 향해 다가갔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그.


“······상태가 좋지 못하군.”


신민우는 그가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날의 기억이 그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포탈을 타지 못했으며, 늘 장갑을 끼며 살아왔다.

그것들이 그날의 기억을 강제로 끌어오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리터너를 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그와 계약을 맺었다.

그의 힘이 낭비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가 리터너가 되지 않는 것을 묵인하는 대신 그의 힘을 아름을 위해 사용하는 것.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신민우는 주은서를 슬쩍 바라보았다.

길잡이의 직원 중 하나인 그녀.

그녀 역시 리터너에 적합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리터너를 택하지 않은 이였다.


아니, 그녀만이 아니다.

길잡이의 모두가 그러했다.


김윤이 정부와 한 계약 때문이었다.

길잡이에 있는 이들의 정체를 숨겨주는 것.

그들이 리터너가 되지 않아도, 자신처럼 욕을 먹지 않게 해주는 것.

그 대신 길잡이는 멸망 이후, 질서가 잡히지 않는 도시를 바로 잡는 것을 돕는 것.


이것이 길잡이와 정부의 계약이었다.


“······괜찮아요.”


주은서가 황금빛 구 위로 손을 올렸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배제 구역, 그것이 김윤에게 깃든 것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그의 시각을 차단하고, 청각을 차단했다.

그리고 지금 그를 괴롭히는 기억을 차단했다.


물론 영구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그를 진정시키는 데는 충분했다.


점차 상태가 안정되어가는 김윤.

이어 그는 그대로 의식을 잃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해결된 겁니까?”

“네. 의뢰는 이거로 끝이죠?”

“그렇습니다. 습격은 막았으니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겁니다. 그나저나······.”


신민우가 주변의 풍경을 살폈다.

스킬은 시전자가 의식을 잃으면 사라진다.

마력이 집중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주변의 풍경은 그대로였다.

수많은 구덩이가 생긴 흙의 바닥, 그리고 먹구름이 낀 하늘의 모습으로 말이다.


‘아공간에 기억이 새겨진 건가?’


그의 시선이 다시금 김윤을 향했다.

그의 능력은 기억의 추출, 저장, 재현.


지금까지의 그것은 잠깐의 환상을 보여주거나 형상을 이루고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도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나.’


그뿐만이 아닌 완전한 실체를 이루고 있다.

그날의 재앙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재현의 힘이 다른 것을 실체로 구현한다면······.’


그것은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 될지도 몰랐다.

새로운 길이 될지도 몰랐다.

이 새하얀 종이 같은 공간을 가득 채울 그러한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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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붉게 물든 손 (2) 23.08.18 22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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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비밀 지도 (2) 23.08.16 278 7 12쪽
7 비밀 지도 (1) 23.08.15 320 6 12쪽
6 소년 (2) 23.08.14 375 7 12쪽
5 소년 (1) 23.08.11 477 8 12쪽
4 기억의 지도 (2) 23.08.10 584 9 12쪽
3 기억의 지도 (1) 23.08.09 749 11 12쪽
2 지도 제작자 23.08.08 1,099 12 12쪽
1 리터너 +2 23.08.07 2,20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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