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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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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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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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쿤달리 (2)

DUMMY

심각하다. 성채의 몸은 불덩이였다. 본래는 새하얗던 성채의 목이 자줏빛으로 퉁퉁 부어오른 것이 원인이었다.


“···성화! 정신을 차리소서!”


쿤달리는 참담한 표정으로 서둘러 말을 달렸다.


“감히···. 감히!”


돼지 꼬리를 머리에 단 몽골인의 짓이다. 놈이 성채의 목에 독침을 날린 것이다.


놈은 그야말로 신묘한 솜씨로 추적해왔다. 결코 가까이 오지도, 그렇다고 너무 떨어지지도 않으면서 집요하게 추적해 왔다. 습격이 시작되기 전까진 쿤달리는 놈들의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 정도다.


“우···욱···!”

“성화시여!”


그때 성채가 새까만 핏덩이를 한 움큼 토해냈다. 대경한 쿤달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성채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맥은 잘 뛰고 있었다.


“독··· 독이라니···!”


이까짓 독쯤, 만약 성화께서 묘법연화경을 읊고 온전한 힘을 각성한 상태였다면, 만독(萬毒)이 무해하였으리라.


하지만, 그전까지는··· 아무리 성화라 할지라도 평범한 계집아이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무생지흔(無生之痕)이 느껴지는 동안이라면,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쿤달리는 잡생각을 지웠다. 저 멀리 불야성으로 손꼽히는 정주가 보인다. 본래 밤에는 성문을 통행할 수 없는 것이 상식이지만, 쿤달리에게 그런 상식쯤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말의 목 위로 힘없이 축 늘어진 성채가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붙들고 쿤달리는 바람처럼 질주했다. 이대로 성화가 죽어버린다면···!


으득!


쿤달리의 잇새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말발굽이 한층 거세게 땅을 박찼다. 아직 절망하긴 이르다. 정주엔 명의로 소문난 이들 또한 많다. 뛰어난 의원이라면 성화의 몸에 침범한 독쯤이야 얼마든지 해독할 수 있으리라.



* * *



“으하아암···.”


득구는 길게 하품하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화검인가 뭔가 하는 양반을 찾으러 나오긴 했는데, 당최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다.


“그 종··· 무시긴가 하는 머저리가 내상을 입었으니 의원엘 갔을 텐데···. 제길.”


의원이라고는 한곳 뿐인 공의현과 달리, 이곳 정주는 저잣거리에 걸린 의원 간판만도 한두 개가 아니다. 뭐, 정주의 덕화거리는 천하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번화가니, 사람도 의원도 많을 법도 하지만. 그래도 아픈 사람이 그리 많은가? 술이 있는 곳에 온갖 병마와 사고가 넘쳐흐른다는 인생의 진리를 알지 못하는 득구는 골머리만 썩을 뿐이었다.


“아, 제길 어디로 가야 되는겨?”


그보다도 해도 지고 밤이 다가오는데 저잣거리에 왜 아직도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인지, 원. 북적대는 것이, 대낮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심지어 거리 곳곳마다 등불을 달아 빛을 밝혀두니, 진짜 밤이 아니라 낮인가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다.


스멀스멀 솟구치는 짜증을 이기지 못하고 꽁지머리를 탈탈 털고 있는데, 저 멀리서 소란이 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싸움인가?”


득구의 눈이 마치 자석을 만난 철가루처럼 스르륵 그쪽을 향했다.


“싸···움이라도 났나···? 어흠! 큼큼.”


애써 무시하려는데, 이놈의 머리가 도무지 움직일 줄을 모른다.


“하, 나 이거 젠장. 싸움 구경이 꿀이긴 한데···. 가? 말어?”


고민을 거듭할수록 득구의 머릿속에서 화검의 얼굴이 희미해져 갔다. 머리를 싸매고서 앓는 소리를 내던 득구가 결국 결단을 내렸다.


“그래! 고민은 시간 낭비다! 얼른 가서 구경하고, 그 담에 찾는 거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다음’이 있었던 적이 없지만, 득구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소란이 이는 중심을 향해 달려갔다.


“사람이 죽었다!”

“아이고오! 종식아, 종식아! 아이고, 종식아!”


싸움판에서 곡성이 들려오자, 득구의 표정이 대번에 굳었다. 명성에 눈이 먼 강호 초출의 낭인이 또 칼을 뽑아 들었나 보다 했는데. 소리를 들어보니 단순한 멱살잡이 같은 말랑말랑한 소동이 아닌 모양이었다.


“신경 쓰지 마라! 포위진을 빨리 꾸려야 하는 것이다!”

“옛!”


어째, 요즘 꽤 자주 들어본 목소리들 같았다. 득구는 바글거리는 사람 중 한 사내의 어깨를 잡았다.


“응?”


훽!


사내의 어깨를 받침 삼아서 뛰어오른 득구는 가까운 지붕 위로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과연, 꽤 익숙한 면상들이 눈에 보였다.


“···천가방?”


득구는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지만, 우선은 화를 꾹 눌렀다.


“저놈들이 왜 여길···.”


뭔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코끝이 시큰거리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이상한 느낌이다.


“사내놈은 어찌 되든 상관없는 것이다! 어린 계집은 절대로 놓치지 않아야만 하는 것이다!”


돼지 꼬리를 한 놈이 소리쳤다. 득구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계집? 계집이라면, 설마···.


“아가씨!”


손끝부터 등줄기까지 서늘한 한기가 짜르르 몸을 찔러왔다. 성채 아가씨가 여기 있다고? 왜? 그 거지 왕초 할배가 분명히 찾아준다고 하지 않았나?


득구는 이를 사리물었다. 뭐가 어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천가방이 쫓고 있는 어린 소녀라면, 득구가 알기로는 한성채뿐이다. 그리고, 그녀가 여기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득구는 얼른 자세를 낮추었다. 놈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지붕을 타기 시작했다.


“형님! 놈이 소만 형님을 인질로···!”


으득!


“멍청한 자식인 것이다! 공을 서두르다가 적에게 잡히다니···! 씻지 않는 치욕!”

“어찌할까요?”

“놈은 어디로 숨어 들은 것이냐?”

“청화의원입니다!”

“그 주변에 그물을 펴는 것이다! 빠르게!”

“옛!”


득구는 몸을 낮춘 그대로 얼굴만 들어 주변을 살폈다. 득구가 몸을 감춘 집에서 두 채 앞에 고적루라는 3층짜리 주루가 있어 시야가 가로막혀 있었다. 득구는 아래쪽의 동태를 살핀 후, 빠르고 은밀한 발걸음으로 고적루의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일전에 두 마리 범과 싸워본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특히 먼저 싸웠던 암놈의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를 눈여겨본 이후로 경공에 대한 이해가 확실히 깊어진 것이다.


고적루의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자, 옻칠한 검은 바탕 위에 은박 입힌 글씨로 청화의원이라 쓰인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득구의 눈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아직 포위망이 듬성듬성하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득구는 고적루에서 뛰어내렸다.



* * *



“그륵!”


성채의 입에서 심상찮은 소리가 났다. 당장 쿤달리가 눈을 뒤집었다.


“성화!”


의원이 달아난 바람에 상세를 볼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당장 해독하지 않으면 죽이리라고 엄포를 놓은 탓이지만, 어쨌거나 성채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소만이 새끼줄에 묶여 있음에도 비교적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얌전히 투항해라. 그 계집을 살릴 길은 오직 그것뿐···컥!”


소만이 피를 토하고 엎어지자, 쿤달리는 그런 소만의 머리채를 잡아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


“해독약은 어디 있느냐!”

“···투항하면 주겠다고 말했을 터다.”

“감히, 이 쿤달리에게 요구하는 것이냐?”


소만이 눈썹을 뒤틀었다.


“쿤달리? 무슨 헛소···으극!”


퍽!


소만의 앞니 두 개가 핏덩이와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쿤달리는 초조한 눈으로 이제는 점점 검게 변해가는 성채의 목을 쳐다보았다. 쿤달리가 다시 소만의 머리채를 잡았다.


“마지막이니라. 지금 해독약을 내놓는다면, 살 수 있다.”

“우욱, 퉷! 웃기지 마라. 투항하는 것만이 계집을 살릴···.”


그때, 누군가 창문을 통해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소년이다. 창화(猖火)가 널뛰는 두 눈동자를 빛내며 선 소년은 쿤달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왕, 태···! 하아아아!”


빠악!


“크륵?!”


쿤달리의 목이 돌고, 단박에 나뒹굴며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소년, 득구는 침상에 누운 성채에게 달려갔다. 끔찍한 몰골로 부풀어 오른 성채의 목을 본 득구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가씨! 이게 대체···. 아가씨!”


갑자기 나타난 소년에 놀란 표정을 짓던 소만은 소년의 인상착의를 살폈다.


“···미친개. 미친개로구나!”

“뭐야, 이 새끼는? 천가방 패거리냐?”


죽일 기세로 노려보는 득구에게 소만이 급히 말했다.


“진정해라! 그 계집··· 아니, 꼬마 아가씨를 살리고 싶지 않느냐? 해독약이 있다!”

“···뭐?”

“투항해라! 해독약을 주겠다.”

“해독···?”


득구의 잇새로 으득,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너, 이 새끼야···.”

“전갈독이다! 해독약이 없으면 의원이라도···.”

“지금, 울 아가씨한테 독을 썼다는 거냐?”


득구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소만을 쏘아보았다. 소만은 온몸이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미친개의 눈에 어린 기세도 기세였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천중이 처음 광운이나 광천을 데려왔을 때, 그들에게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경직이었다.


“해, 해독약이 필요하지 않단 말이냐? 자, 잠깐··· 기다려라?!”


악다구니를 쓰는 소만에게 다가간 득구는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해독약이 어디 있다고?”

“흐어, 허···!”


소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슨 눈이 이런가? 지옥에서 날뛰는 수라가 눈앞에서 칼춤을 춘다고 해도, 이런 느낌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살기로 이글거리는 눈동자와 다르게 교섭의 여지가 있어 보이자, 소만은 숨을 크게 몰아쉬고 말했다.


“얌전히 투항한다면, 반드시 주겠다. 우리도 그 꼬마 아가씨가 죽게 되면 곤란한 입장인 건 마찬가지다.”

“거짓말이라면···!”


득구의 눈이 힐끗, 성채를 향했다. 다시 으득, 이를 간 득구가 고개를 털었다.


“거짓말이면 두고 보자고.”



* * *



“···소만.”

“면목 없습니다, 형님.”


득구는 소만을 묶은 새끼줄을 당기며 말했다.


“해독약부터 내놔!”

“···미친개.”


아라부카는 눈썹을 뒤틀었다. 어째서 미친개가 여기 있는 것이지?


“소만.”

“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아라부카는 미간을 찌푸렸다. 성채를 등에 둘러업은 득구의 등장은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염천호의 거지 패거리가 주변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정주에 무슨 볼일이라도?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한성채가 중독된 상태이고, 해독약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아라부카는 쓸데없는 고민을 그만두었다.


“···중요한 것은, 어린 계집이 수중에 들어오는 것이다. 미친개가 딸려온다면 그것은 좋은 일.”

“무슨 미친 소리야? 해독약을 내놔.”


득구가 소만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 보이냐?”

“···.”


아라부카는 한숨을 폭, 내쉬고 말했다.


“죽이는 것이다.”

“···뭐?”

“소만은 제 발로 적에게 자신을 헌납한 것이다. 그것은 과오(過誤). 전장에서 죽는 것은 과오를 씻는 병사의 길이다.”


득구는 황당하다는 듯, 눈썹을 뒤집었다.


“야, 이런 미친···. 얘 너네 편이야. 몰라?”


아라부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포기해라, 미친개. 나를 죽이든, 다른 어떤 방법을 쓰든 네놈이 해독약을 얻을 방법은 오로지 투항하는 길뿐이다.”

“염병···!”

“지금도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네놈이 더 잘 알 것이다.”


득구는 성채를 힐끗 돌아보았다. 이번이 두 번째다. 축 늘어진 성채를 둘러업은 게. 머리에 열이 올라서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득구는 소만을 묶은 새끼줄을 놓았다.


“···좋아. 투항하겠어. 해독약을 내놔.”

“올바른 선택인 것이다.”


우르르, 몰려나온 천가방 패거리들이 득구를 둘러쌌다. 미친개의 무력을 체험한 이후라,

대부분 얼굴에 긴장이 가득한 채였다.


“시간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 당장 해독부터 해줘!”


아라부카는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이쪽으로, 천천히.”


득구는 순순히 아라부카를 향해 걸어갔다. 아라부카가 눈살을 찌푸렸다.


“천천히···라는 것이다.”

“뭔, 그냥 걸어가는 건데 쫄아?”

“다시 말하지만, 천천히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맘대로 해라.”


아라부카는 득구가 세 걸음 거리에 서자 손을 들었다.


“거기 내려놓는 것이다.”

“···.”


불만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득구가 조심스럽게 성채를 내려놓자, 아라부카는 다시 득구의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릎을 꿇는 것이다. 엎드려야만 하는 것이다.”

“것이다, 것이다, 지랄하고 앉았네.”

“살리고 싶지 않은 것이냐?”

“···염병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도 득구가 무릎을 꿇고 엎드리자, 득구를 둘러싸고 있던 천가방 패거리 놈들이 달려들어 득구를 결박했다. 아라부카는 직접 득구의 결박을 확인한 후에야 성채를 향했다.


그리고 바닥에 누운 그녀를 그냥 둘러멨다.


“···해독해.”

“생각해보니, 굳이 인질이 여럿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해독해라, 당장.”

“손쓰기에는 이미 늦은 것도 같고.”


득구가 머리를 들었다.


“해독해! 당장!”

“못 하겠다면?”

“···이, 썅! 해독해!”


득구가 날뛰었지만, 단단히 결박된 밧줄과 몸을 짓누르는 왈패 놈들의 무게 때문에 얼마 움직이지 못했다.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그것을 지켜보던 아라부카가 드디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죽는 독을 썼다면, 진즉에 죽었다는 것이다. 멍청하다, 미친개.”

“···뭐?”

“이 어린 계집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쉽게 죽이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 사이, 자신의 결박을 풀고 온 소만이 아라부카에게 다가와 말했다.


“왕태하는 어찌할까요?”

“왕태하?”

“예.”


아라부카가 이맛살을 찌푸리자, 소만이 얼른 설명했다.


“처음 한현보의 꼬마 계집을 잡아 온 녀석 말입니다. ‘그 여자’가 무슨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를 아직 못 봤다고···.”

“···아, 그 머저리. 죽은 것이 아닌 것이냐?”

“미친개가 쓰러뜨리긴 했습니다만,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것인가.”

“정신이 이상해졌는지, 스스로를 쿤달? 군답인지, 건달인지 이상하게 지칭하더군요. 역시 그 여자가 손을 쓴 것이···.”

“···손이 드니, 버려두는 것이 내 마음인 것이다. 하나, 그 여자의 요구인 것이다.”

“알겠습니다. 가자!”


소만이 서너 명을 이끌고 청화의원으로 가자, 아라부카가 패거리를 이끌었다.


“돌아가는 것이다!”


득구는 아라부카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 * *



“···아이고, 엿 됐네.”


골목길에 몸을 숨긴 채 지켜보던 발가락이 머리를 싸맸다. 기실, 천가방 패거리들이 포진할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디서 솟았는지 청화의원에서 나온 득구가 제 발로 천가방 패거리에 저를 갖다 바치는 게 아닌가. 끼어들 틈도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으찌해야 되나···.”


발가락이 골머리를 앓으며 끙끙거리는데, 누군가 발가락의 어깨를 두드렸다.


“응? 누구···. 아이고, 이런 제···!”

“쉿.”


검지를 입술 앞에 세워 붙인 소녀는 제갈민이었다.


“아, 옙.”


발가락이 황급히 입을 다물자, 제갈민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에효,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그게, 저도 일이 일어난 다음에 여기 도착한 셈인지라···.”

“···제길. 분명 왕태하가 같이 있다는 정보였는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혼란스러운 표정의 제갈민이 엄지손톱을 깨무는데, 공력을 실은 목소리가 크게 허공을 울려왔다.


“갈(喝)!”


놀란 두 사람이 동시에 소리가 난 쪽을 올려다보았다. 거기에는 머리를 산발한 왕태하가 서 있었다. 잘린 목을 하나 들고서.


“감히, 감히···. 성화를! 네놈들 전부를 찢어 죽이리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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