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최근연재일 :
2024.01.06 19:2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3,129
추천수 :
122
글자수 :
251,900

작성
23.10.20 19:20
조회
230
추천
6
글자
12쪽

2화. 해외영업 2팀

DUMMY

해외영업 2팀을 향해 누군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팀장님께서 급하게 날 찾으신다고? 또 무슨 칭찬을 해주시려고···.”


기분이 꽤 좋아 보이는 사람이 해외영업 2팀 사무실로 들어왔다. 머리가 조금 벗어지고 살집이 있는 평범한 셀러리맨이었다.


“저분이에요. 이번 해외 쪽으로 큰 실적을 올린···. 김기혁 과장이에요.”


금목걸이 남성이 임시현에게 설명해 주었다. 친절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모르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임시현도 귀를 기울였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저와 같이 들어온 신입직원이잖아요?”

“전 달라요.”


달라? 그래, 흔하게 얘기 듣는 낙하산인가? 그래서 신입사원 합숙에도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고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전 인턴에서 정규직원으로 된 거예요. 바로 옆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아!”


임시현은 비꼬아 생각한 것이 무안해져서 눈을 옆으로 돌렸다.


그런 모습을 금목걸이 남자가 놓칠 리가 없었다.


“저를 낙하산이라고 생각한듯한 반응인데요!”

“아니 뭐, 아 그런 건 아니고···.”


임시현이 말을 이으지 못할 때 한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빨리 알아봐. 우리 물품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바다 위에서 사라졌다는 게 말이 돼?”


팀장이 고함을 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밝을 얼굴로 들어온 김기혁 과장은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팀장이 보고 물었다.


“김 과장, 너 지난번에 내가 수출보험 알아보라고 했지? 어떻게 했어?”

“네? 그, 그게···. 팀장님께서 말씀도 없으셨고···. 수출보험 가입도 까다롭고···.”

“뭐? 안 한 거야? 내가 지난번 분명 얘기했다고. 아니 못 들었다 쳐. 그런데 내가 말하지 않는다고 진행하지도 않으면 어떻게 해!”


옆에 있던 여직원이 끼어들었다.


“인터넷에는 컨테이너선이 납치되거나 좌초된 얘기는 올라오지 않는데요.”


금목걸이가 또 임시현에게 속삭였다.


“이수희 주임, 28세. 성격 까칠. 미혼.”

“하하···.”


임시현은 듣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복잡해 보여서 가만히 있었다.


“그러고 보니 조 과장은 어디 간 거야?”


박수철 팀장이 또 다른 과장을 찾았다.


“조민구 과장님을 찾는 거예요. 김기혁 과장님보다는 엘리트죠.”

“아, 네···. 궁금하지 않는데요···.”

“그래요? 도움이 되시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금목걸이 남자가 입을 삐쭉거렸다. 그런 모습을 임시현은 빤히 바라보았다. 금목걸이 외에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약간 갈색이 도는 곱슬머리에 준수한 외모, 생각 외로 큰 키의 남자였다.


‘인기는 좋았겠네, 내 취향은 아니지만···.’


“강혁이에요.”

“네?”


갑작스러운 말에 임시현이 흠칫했다.


“제 이름은 금목걸이가 아니라 강혁이라고요. 외자에요.”

“아! 네···. 강···. 혁···. 씨?”

“네, 시현 누님.”


누님이란 말에 임시현이 얼굴을 붉혔다.


“누가 누님이라는 거예요. 보아하니 그쪽도 꽤 견적이 나가 보이는데!”

“그래요?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요?”

“실례예요.”

“하하···. 오늘 참 실례를 많이 하는군요.”

“군대 다녀왔죠?”

“당연하죠. 대한민국 남자라면···.”

“그럼 저와 대충 동갑일 거예요.”

“에에? 대충?”


왜 놀라는 걸까? 라고 생각하는 표정이 임시현 얼굴에 그대로 나타났다.


“그럼 우리 말 편하게 해도 되지?”


강혁의 말에 이번에는 임시현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 녀석 참 쿨한건지, 아니면 개념이 없는 건지···.’


강혁 역시 임시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향한 표정의 변화가 궁금해서 따지고 싶었지만, 사무실 분위기가 허락하지 않았다.


“어이 박 팀장, 이게 무슨 일이야?”


팀장보다 더 굵은 목소리가 사무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해외영업부를 포함하여 주변의 모든 부서가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임시현이 강혁을 바라보면서 살짝 손가락으로 해외영업 2팀으로 다가오고 있는 굵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가리켰다. 강혁은 궁금하지 않다고 얘기해 놓고서 물어보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백중훈 영업본부장. 우리 회사는 몇 개의 본부로 되어 있는지 알지?”


임시현은 강혁의 반말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참았다.


조직에 대해서는 분명 신입사원 교육 때 주입식으로 교육을 받았다. 일반 신입사원이라면 잊어버렸겠지만, 임시현은 조직에 대한 기억이 정확했다.


“영업본부, 제조본부, 마케팅본부, 기획본부, 연구본부 이렇게 5개가 있지.”

“우와···.”


조직이 익숙하지 않으면 쉽게 기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던진 질문에 쉽게 답변이 나오자 강혁이 오히려 놀란 얼굴을 숨길 수 없었다.


백중훈 영업본부장이 고함을 질렀다.


“무슨 일인지 빨리 보고해. 이번 물품은 프랑스 박람회에서 그쪽 유통상이 우리 제품을 활용할 예정이란 말이야. 지금 유럽으로 가는 물품이 문제가 아니라, 이번을 계기로 유럽 쪽으로 큰 거래가 성사될 수 있는데, 엉뚱한 문제가 생기면 우리 회사 이미지에도 큰 손실이라고.”


영업본부장의 고함에 모두 정신없이 움직였다. 물론 몇몇은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정신없는 척하는 사람도 있었다.


임시현과 강혁은 한쪽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임시현이 강혁에게 물었다.


“우린 무엇을 하면 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냥 조용히 있으면 돼.”

“강혁 씨도 가만히 있어도 돼? 그래도 인턴으로 있다가 정식직원이 된 것이니까 뭘 해야 할지 정도는 나보다 더 잘 알 것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끝나고 뭐해?”

“응?”

“남자 친구 있어? 데이트 같은 약속이 있나 해서.”

“잉?”


임시현은 강혁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 회사에 들어온 첫날부터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는 건가 싶었다.


“무, 무슨 말이야! 난 남자 친구 있다고.”


임시현이 굉장히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강혁은 차분하게 얘기했다.


“그래? 안됐네.”

“당연하지. 이렇게 오늘 처음 만났는데 데이트 신청 같은···.”


말을 하다 멈추고서 임시현은 강혁을 바라보았다.


“응? 안됐다니?”


강혁이 심각하게 얘기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무리 신입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일찍 갈 생각은 못 하겠지? 내 경험상 한 달은 일찍 퇴근 못 해. 남친에게 잘 전해줘.”


강혁의 얘기에 임시현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새 직장에 들어온 기념으로 남자 친구와 다음 주 데이트를 할 것이었다. 그런데 강혁의 얘기를 듣고 주변을 보니 정말로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방금 뭐라고 했어? 처음 만나서 데이트 신청? 내가?”


강혁이 따져 묻고 있었지만, 임시현은 귀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 화장실 좀···.”

“화장실 가는 것까지 뭐라고 하지는 않아.”


강혁의 말에 임시현이 살짝 째려보았다.


임시현은 사무실을 나와 복도를 향했다. 복도 끝에 화장실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어 들었다.


임시현은 휴대전화를 두 개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일반 핸드폰이고 또 하나는 브랜드도 원산지도 알 수 없는 핸드폰이었다.


핸드폰으로 S쳇(Secret Chet)을 열었다. S쳇은 특이한 언어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일반인은 알아볼 수 없는 그들만의 문자로 소통한다.


[R0] R3인가? 얼마 만이야.

[전 R3] 시끄럽고, 정보 좀 알아봐 줘. 지금 한국발 컨테이너선이 중동 해안에서 사라진 일이 있어. 그런데 뉴스에서는 나오지도 않아. 어찌 된 것이지?


[R0] 이 정보가 왜 필요하지?

[전 R3] 우리끼리 이유는 묻지 않기로 했잖아.


[R0] 오케이 빚도 있고 하니, 잠시만···. 회사는 어때? 그래도 내가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알아봐 준 회사라고···. 신분도 세탁해주고···.

[전 R3] 정보나 알려줘.


[R0] 고맙다는 얘기라도 해주지···.

[전 R3] 네가 지금까지 나에게 해 온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별거 아니야.


[R0] 네네···. 정보 확보.

[전 R3] 빨리 얘기해줘.


[R0] 한국에서 프랑스로 가는 컨테이너선···. 그리 크지 않은 규모로 1만 TEU급 선적이야. 해적에게 잡혔어.

[전 R3] 보통 이런 경우는 뉴스에도 나오고 한국 해군이 출격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잖아?


[R0] 이번에는 한국에서 움직이기 어려울 거야.

[전 R3] 무슨 얘기야?


[R0] 이 배는 발칸반도를 한번 거치게 되어 있어.

[전 R3] 그래서?


[R0] 지금 오가는 정보를 해석하면 그 컨테이너선에 무기가 실려 있어. 너도 알겠지만,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을 뿐 한국은 무기 수출국이야.

[전 R3] 그렇다면 군대가 호송해야 하는 거 아니야?


[R0] 다른 강대국이 알면 안 되는 국가에 전달되는 무기겠지.


임시현은 머리가 아파졌다.


[전 R3] 그래서, 한국의 움직임은?

[R0] 비밀리에 군이 움직일 것 같아. 요란하지 않게···.


[전 R3] 움직이는 부대는?

[R0] 지난번 네가 신세 졌던 부대.


[전 R3] 오! 알겠어. 이만


임시현은 바로 S쳇을 차단했다. 이 플랫폼은 기록이 전혀 남지 않는 방식이다.


임시현이 화장실을 나섰다. 화장실 입구를 나서는 순간 복도에 서 있는 한유나를 발견하였다. 임시현은 채팅한 것을 들킨 건 아니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니.”

“응?”


한유나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금목걸이 어쩌고저쩌고하더니 그새 친해진 모양이더라!”

“뭐?”

“어린 남친도 있으면서 벌써 회사 내에서 남자를 만들면 안 되지.”


임시현은 머리가 빙빙 돌았다. 한유나는 그런 쪽으로만 머리가 돌아가는구나 싶었다.


“보아하니, 얼굴도 반반하고 키도 크고···. 남자가 좀 생겨 보이더만···.”

“그럼 너 가져.”

“응?”


임시현은 귀찮다는 듯이 한유나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임시현은 사무실로 향했고 그 뒤를 한유나가 졸졸 따랐다.


“정말? 아무 관심 없어? 내가 작업해도 되?”

“그래그래. 응원할게.”


임시현은 대충 얘기하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예상대로 사무실에는 무거운 공기가 꽉 차 있었다.


박수철 팀장은 이곳저곳 전화하면서 계속 인상을 찌푸린 얼굴이었고, 김기혁 과장은 풀이 죽어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바로 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얼굴도 보였다. 조민구 과장이었다.


“이거, 신입들에게 미안해서 어쩌지? 강혁 군이야 전부터 함께 일을 했지만 그래도 같은 부서는 처음이고, 우리···”


조민구 과장이 임시현을 바라보았다.


“임··· 시현 씨인가? 오늘 왔으니 저녁에 맛난 거 먹으러 다함께 가야 하는데 말이야.”

“하하, 아니, 괜찮습니다.”


조민구 과장은 굉장히 능글맞은 말투로 얘기하였다. 말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이 분위기를 즐기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강혁은 이미 어느 한자리에 앉아 열심히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일을 시키지 않고 있기에 임시현은 계속 앉아만 있었다.


임시현이 강혁 뒤로 가서 물었다.


“뭐해?”

“검색···. 정말 아무 정보가 뜨지 않네! 그렇다면 배가 사라진 것은 어떻게 안 거지?”


임시현은 걱정이 되었다. 지금, 이 상황이면 다음 주 남자 친구와의 오랜만의 데이트가 날아갈 판이다. 김기혁 과장에게는 미안하지만, 부서의 실적보다 임시현은 남자 친구의 얼굴을 보는 것이 중요했다.


박수철 팀장이 신입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오늘 처음 왔는데 이런 꼴을 보여줘서 미안하군요. 오늘은 일단 퇴근하세요. 내일 업무에 관해서 얘기해 볼게요.”

“네, 알겠습니다.”


임시현은 박수철 팀장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뒤로 강혁이 따라왔다.


“시현 씨, 이봐 임시현. 바로 나오면 어떻게 해. 그래도 뜸을 들여야지. 사회생활이 말이야···.”

“바빠.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어.”

“문제를 해결해?”


강혁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당찬 걸음걸이로 걸어가는 임시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라도 생겼나?”


강혁은 임시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번에는 고개를 해외영업 2팀으로 돌렸다.


“그나저나 해외영업 2팀은 어쩐다.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2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6화. 남자 기숙사라고?? 23.11.03 62 2 12쪽
15 15화. 한국으로 23.11.02 64 2 12쪽
14 14화. RoAA(Royal of anarchy agent) 23.11.01 76 3 12쪽
13 13화. 임시현의 과거 23.10.31 82 2 12쪽
12 12화. 작전 완료 23.10.30 82 3 12쪽
11 11화. 작전명. 발바리 사냥 23.10.29 85 4 12쪽
10 10화. 이수희 주임 23.10.28 92 4 13쪽
9 9화. 일진 여직원들 23.10.27 97 4 12쪽
8 8화. 금발 남자와 막걸리 23.10.26 101 4 12쪽
7 7화. 출근 완료 23.10.25 119 4 13쪽
6 6화. 택시냐? 23.10.24 125 3 12쪽
5 5화. 너희가 직장인의 고충을 알아? 23.10.23 141 4 12쪽
4 4화. 작전개시 23.10.22 153 4 12쪽
3 3화. 작정명. 남친과의 데이트 방해요소를 제거하라! 23.10.21 180 5 13쪽
» 2화. 해외영업 2팀 23.10.20 231 6 12쪽
1 1화. 입사 23.10.19 467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