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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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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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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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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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금발 남자와 막걸리

DUMMY

강혁은 부랴부랴 건물로 뛰어 들어오고 있었다.


“늦었다. 늦었어.”


급한 마음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바로 눌렀다.


“휴, 그래도 지각은 면했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강혁이 들어가자 뒤에서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강혁 씨 기다려줘.”


김기혁 과장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단정하지 않은 옷차림이 그의 습관을 말해주었다.


“아이고 이번 엘리베이터를 놓쳤으면 늦을뻔했네.”


강혁은 김기혁 과장이 헐떡이는 것을 옆에서 보았다. 정말 전형적으로 늦은 회사원의 모습이었다. 반면 강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출발 전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아침 일찍부터 요리 냄새가 건물에 풍겨왔다.


김기혁 과장이 들어가면서 얘기했다.


“우와 내가 아침 못 먹고 온 것을 누가 알았나? 이게 무슨 냄새야?”


김기혁 과장이 부서에 오면서 이수희 주임을 바라보았다. 이수희 주임은 눈길도 주지 않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설명을 하였다.


“모르겠어요. 갑자기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와서는 탕비실에서 요리를 하고 있어요. 신제품에 대해 관능평가를 하겠다나 뭐라나.”


강혁이 중간에 끼었다.


“관능평가요? 보통 전문 패널이나 연구원들 간에 진행하는 것 아닌가요?”


강혁이 물음에 이수희 주임의 얼굴이 펴졌다. 김기혁 과장을 대하는 것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아니, 저쪽에 있는 마케팅부서의 요청에 따라 개발한 제품을 마케팅부서원과 함께 콘셉트 설정을 위해 가끔 요리하는 예도 있어. 하지만 이번 대상자는···. 임시현씨야.”

“네?”


강혁이 몸을 세워서 임시현을 찾았다. 임시현은 한쪽 테이블에서 접시와 포크를 세팅하고 있었다.


강혁이 다가갔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래?”

“몰라. 연구소 동기가 갑자기 연락 와서는 관능평가 해달래. 난 관능평가 해 본 적이 없어서 곤란하다고 했더니, 그래도 해달라고 하기에 내가 윗분들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거든···.”

“했더니?”

“동기의 부서가 연구개발부 1팀이야. 연구개발부 부장님과 해외영업부 부장님이 또 동기 사이래. 해외영업부 부장님의 승인으로 진행되는 것이 되어버렸어.”

“헤에? 다들 불편할 텐데···.”

“아니 주변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아.”


강혁이 임시현의 말에 따라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출근은 했지만, 자꾸 탕비실과 이쪽을 바라보았다.


‘한입이라도 얻어먹어 보려는 건가?’


강혁은 임시현에게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본인 일도 많을 텐데 시간을 빼앗기면서 도와줄 필요가 있는거야? 귀찮지 않아?”


임시현이 해맑게 받아쳤다.


“다 도우면서 하는 거지.”


그러한 임시현을 강혁이 뚫어 저라 쳐다보면서 생각하였다.


‘신기하네, 완벽한 개인주의면서도 가끔은 이해하지 못할 포용력 같은 것을 보여준다니까···.’


탕비실의 문이 열렸다. 연구원들이 접시에 요리를 담아서 나오기 시작했다.


요리가 모두 세팅이 되자 책임자처럼 보이는 연구원이 말을 꺼내었다. 임시현이 말한 입사 동기의 상사가 되시겠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개발을 담당한 이세준 선임연구원입니다.”


강혁이 인사를 하는 이세준 선임연구원을 바라보았다. 키는 강혁만큼은 아니지만 깔끔한 머리에 정갈한 타입의 미남형이었다.


“저희 연구부서에서는 이번에 크림파스타 소스를 신규 개발 및 런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 토마토 파스타 소스를 중심으로 우리 회사가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었고, 크림파스타에 들어가는 유성분이 유통기한 및 변색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가 우리보다 먼저 제품을 내버린 바람에 단순한 크림파스타로는 시장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세준 선임연구원이 임시현 쪽으로 눈을 돌리며 얘기하였다.


“임시현 씨가 이탈리아 유학파라고 해서 부탁하고자 합니다. 이탈리아의 파스타와 비교하면 저희에게 좋은 데이터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크림을 사용하지 않아요.”


임시현의 말에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세준 선임연구원은 웃으면서 받아쳤다.


“맞습니다. 저희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요. 오히려 미국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탈리아풍으로 변형한 방식입니다. 한번 드셔보시지요?”


임시현이 포크를 들었다.


“여기 사무실에 계시는 분들도 다 같이 참여해도 되나요?”

“네? 아, 뭐···. 물론이죠.”


강혁은 느껴졌다. 이세준 선임연구원은 마지못해 승낙한 느낌이었다. 도움이 되지 않는 데이터는 배제하는 것이 연구원들의 습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임시현과 이세준 선임연구원의 얘기를 듣고 주변에서 하나둘 일어났다.


“뭐, 우리도 이탈리아풍 파스타가 뭔지 맛봐 볼까?”

“어차피 우리가 팔아야 할 제품이 될 수 있으니 미리 맛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모두 아침이라도 먹지 못한 사람들처럼 몰려들었다.


임시현은 조금 난감했다.


‘동기 녀석의 부탁이어서 들어줬지만, 관능평가는 전문가가 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오랜 기간 이탈리아에서 요원으로 활동은 했지만, 정상적인 음식을 얼마나 먹어봤겠어. 임무 수행을 위해 간단히 때우 거나, 표적 근처에서 식사하는 정도이니 음식의 맛을 음미한 적이 거의 없단 말이야.’


그래도 준비한 성의가 있기에 가장 먼저 한입 베어 물었다. 순간 임시현은 입을 막고 말을 하였다.


“너무 맛있어!”

“아, 감사합니다.”


임시현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빨개졌다.


“아, 아니···. 그게···. 무의식적으로···.”

“괜찮습니다. 여기 설문지를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이세준 선임연구원이 친절하게 임시현을 향해 설문지를 건네주었다. 임시현은 웃으면서 설문지를 보았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이 정도로 제품을 만드는구나! 감동이야.’


임시현이 콧노래를 부르면서 설문지를 작성해 나갔다. 그 모습을 이세준 선임연구원과 더불어 강혁도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강혁은 신기한 사람 쳐다보듯 하는 눈빛이었다.


주변 직원들도 하나둘 평가에 동참하였다. 사무실이 아침부터 부산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


점심이 지나고 임시현에게로 톡이 날라왔다.


[연구소 동기] 누님, 오늘 감사

[시현] 뭘 동기끼리 챙겨야지. 너도 서울까지 와서 준비하느라 고생요

[연구소 동기] 이세준 선임도 누님께 감사하다고 전해달래요. 그리고 다음에도 꼭 부탁한다고···.

[시현]내가 무슨 도움이 되었나 모르겠다. 암튼 수고

[연구소 동기] 넹


임시현은 이세준 선임연구원을 다시 떠올렸다. 전형적인 연구원 모습이지만 그래도 나름 봐줄 만한 똑똑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친한 여자가 있다면 소개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유나가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임시현이 한유나에게 칼같이 말을 걸었다.


“넌 아니야.”

“무슨 말이야 언니? 암튼, 지금 대박!”

“뭔데?”


한유나가 숨을 고르고 다시 얘기를 이었다.


“지금 1층 로비가 난리가 났어요. 완전 꽃미남, 프랑스 남자가 언니를 찾더라고요.”

“꽃미남? 프랑스?”


마침 임시현의 책상에 있는 사무용 전화기가 울렸다. 임시현이 직접 받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봐야겠는데.”

“언니, 같이 가.”


임시현과 한유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는 이미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대부분 여직원이었다.


“연예인이야?”

“헐, 완존잘. 사람 맞아?”


로비에는 금발에다 푸른 눈의 프랑스 남자가 서 있었다. 얼굴이 작고 키도 컸지만, 기본적으로 꽃미남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얼굴이었다.


“로빈?”


프랑스 남자는 목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임시현이 로빈을 알아본 것이었다.


“와우, 회사복을 입은 모습이 멋진데! 은퇴한 R···. 윽”


임시현이 다짜고짜 로빈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갔다. 주변에서는 소곤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저 금발 외국인이 신입 여직원과 무슨 관계지?”

“좋겠다. 이렇게 회사까지 찾아오고···.”


주변 사람들의 시샘 어린 말을 뒤로하고 임시현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로빈을 끌고 갔다. 그리고 벽에다 밀치고 나서 구둣발로 로빈의 목을 눌렀다.


“헤이, R3, 왜 이래? 죽겠어.”

“여기 왜 왔어?”

“일단 진정해. 그런 타이트한 치마로 이렇게 다리를 올리면 창피하지 않아?”

“속바지 입었다. 이 변태 새끼야.”


임시현이 발을 걷어 들였다.


“컥컥, 여전하구먼.”

“여기까지 왜 왔냐고.”


로빈이 옷을 다시 추스르고 임시현 앞에 섰다.


“나도 일을 해야 해서 한국에 잠시 왔어. 하지만 이왕 한국에 온 김에 지난번 빚진 것을 받아볼까 해서.”


로빈은 RoAA의 지령으로 지난번 러시아까지 몰래 침투하여 예고르대령 서재로 총을 쏜 자였다.


“빚? 원하는 게 뭐야?”


로빈이 고민하는 포즈를 취했다.


“음···. 순대국밥에 막걸리.”

“뭐?”


임시현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빚진 것도 있으니 무시할 수 없었다.


***


점심시간이 되어서 임시현은 로빈과 근처 먹거리 골목으로 갔다. 많은 직장인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거리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간이었다.


로빈과 임시현은 식당을 찾으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먼저 로빈이 투덜대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로비에 계속 있었다고, 어떻게 손님이 쉴 곳이 없냐?”

“일하는 회사에 한량 같은 손님이 장시간 머물 곳이 마련되어 있겠어? 그래도 심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던데.”


로빈이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답변을 하였다.


“뭐, 사인해주고 사진 찍혀주고···.”

“RoAA의 R7 요원이 얼굴을 그렇게 막 드러내고 찍어도 되는 건가?”

“오히려 이런 것이 연막이지. 평범하게 활동해야 평범한 사람으로 본다고.”


임시현은 마침 근처 순대국밥집을 찾아내었다. 이미 직장인들로 가득차 있었지만 두 사람이 앉을 테이블이 하나 남아 있었다.


음식 메뉴판을 보다가 임시현이 로빈을 바라보면서 물어봤다.


“그나저나 임무가 뭐야?”

“임무를 말하면 우리 세계 사람이 아니지.”

“그렇네. 흐흐흐. 내가 요즘 감을 잃어가고 있어.”


임시현은 로빈의 임무가 궁금했지만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해맑게 웃고있는 임시현을 보면서 로빈이 얘기했다.


“그건 좋은 소식이네. 감을 완전히 잃어야 우리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거야. 저번처럼 나대지 말라고.”

“그럴 이유가 있어서 그렇지.”

“그럴 이유?”

“물어보는거 아니라며.”

“칫.”


로빈이 한 방 먹었다는 반응으로 웃어넘겼다. 그리고 다시 임시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


“보이 프렌즈는 잘 있어?”

“잘 있지.”

“아직도 무사한 모양이구나!”


로빈의 말에 임시현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로빈 얼굴에 가까이 데었다.


“죽여버린다.”


임시현이 로빈을 노려보았다. 로빈은 알았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여기 순대국밥 두 개 주세요.”

“막걸리도요.”


로빈이 막걸리를 주문하자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았다.


“뭐지? TV 프로그램인가?”

“한국말 잘하는데!”

“금발이 막걸리를 먹는다고?”


주변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임시현은 머리가 지끈해졌다.


“막걸리는 먹을 줄 알고?”

“술에 먹는 방법이 있어? 아, 유튜브를 보니까 이렇게 흔들어서 먹어야 맛있다고 하더라고.”


로빈이 호기롭게 막걸리를 들고 흔들어서 뚜껑을 열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막걸리의 거품이 쏟아져 나왔고, 로빈이 당황해할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


이미 막걸리는 테이블과 바닥에 흥건하게 흘려졌다. 주변에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줌마. 막걸리 한 병 더 줘보세요.”


이번에는 임시현이 주문하였다.


8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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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일진 여직원들 23.10.27 97 4 12쪽
» 8화. 금발 남자와 막걸리 23.10.26 10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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