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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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최근연재일 :
2024.0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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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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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남자 기숙사라고??

DUMMY

임시현은 기숙사 건물 앞에서 미리 적어놓은 메모장을 보았다.


‘흠···. A동 201호라···.’


눈앞의 건물이 A동이라는 것은 밖에서도 확인 가능하였다. 하지만 건물마다 출입을 제한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서 아직 출입 카드를 받지 못한 임시현은 A동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관리사무소에 가야 하나?’


임시현은 관리사무소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A동 안에서 자동문을 열고 나오는 남학생이 있었다.


“저, 이 건물을 들어가려면 어느 곳에 승인을 받아야 하나요?”


남학생은 조금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혹시 남동생분을 만나러 오셨나 봐요?”


꽁.


무의식적으로 임시현은 남학생의 정수리에 꿀밤을 박아 넣었다.


“아, 아야.”


임시현은 꿀밤을 먹여놓고서 아차 싶었다.


‘아차차, 성질을 그대로 들어내면 안 되지!’


임시현은 꿀밤을 먹인 주먹을 허리 뒤로 숨기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 죄송해요. 저는 이 A동 기숙사에 새롭게 머물 사람이에요.”


임시현의 말에 오히려 남학생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위아래로 임시현을 훑어보면서 설명하였다.


“그럼 잘못 찾아오셨어요. 여기는 남학생만 머무는 남자 전용 기숙사예요. 금녀의 구역이라고요. 여성분은 승인된 가족 외에는 못 들어가요.”

“네?”


남학생은 꿀밤 맞은 정수리를 부여잡고 투덜대면서 가버렸다. 임시현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S쳇을 열었다. 이미 R3의 앞에 Former(전)가 붙어 있었다.


[전 R3] 뭐야 벌써 Former가 붙었어?

S쳇 연결.

야 이 자식 나와.

[R0] 무슨 일이야? 아! 이 시간이면 기숙사에 들어갔겠네! 기숙사 마음에 들어? 내가 기숙사 배정받으려고 나이도 속이고 이것저것 정보도 고쳤다고···. 나이도 무려 두 살이나 어리게···.


[전 R3] 가장 중요한 정보에 대한 퀴즈. 나의 성별은 무엇인가요?

[R0] 갑자기 무슨 질문이 그래?


[전 R3] 빨리 말 안 해?

[R0] 남자. 그래 좀 포장해줘서 꽃미남 정도로 해줄게.

[전 R3] 죽을래?


임시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물론 RoAA 세계에서는 개인 정보 공유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의 정보 중심에 서 있는 R0는 스스로 요원들의 정보를 모아서 파악하고 있었다. 임시현 스스로 자신의 중요 정보를 주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R0] 여, 여자야?

[전 R3] 그래.


[R0] 하하하

[전 R3] 하하?


[R0] 농담 마. 아니면 성전환했다던가···.

[전 R3] 너 어디야. 오늘 너를 죽이는 것으로 R3에 복귀해야겠어!


[R0] 혹시 외모로는 남자로 지낼 수 없는 상황이야? 험한 생활을 했으니 아무리 상상해도 R3가 여성스러울 것 같지 않은데···. S쳇으로 하는 말투도 그렇고···.

[전 R3] 네가 내 모습을 봤어! 나 완전 여자라고! 심지어는 남자전용기숙사에 들어가려고 하니 이상하게 볼 정도로 제대로 여자라고!!


“아씨, 미친놈아! 나 여자라고!!”


대학 캠퍼스 가운데에서 자신을 여자라고 외치는 모습에 순간이지만 임시현이 생각해도 스스로 우스워 보였다. 지나가는 대학생들도 임시현을 힐끔거리며 조심히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대학생들을 보면서 임시현은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진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0] 너 내가 로마 공항에서 신분증을 전달하였을 때 주민등록번호 확인 안 했어? 뒷번호 앞글자 말이야. 한국은 앞번호가 남자랑 여자랑 다른 건 알지?

[전 R3] 내가 그런 것까지 어떻게 알아. 네가 알아서 해줘야지!


[R0] 저···. 어떡하지. 이미 정보를 세팅해버려서 바꾸려면 일주일은 걸려. 주민등록번호까지 바꿔야 한다고.


임시현이 A동 건물을 바라보았다.


[전 R3] 일단 어쩔 수 없지. 일주일 동안 버텨볼게.

[R0] 어떻게?


[전 R3] 남자가 되어보지 뭐. 남자로 위장해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R0] 그래그래, 혹시 남자로 계속 살고 싶다면 빨리 얘기해줘. 서류 고치는 거 은근 귀찮거든.


[전 R3] 너 지금 어딘지 얘기해. 바로 갈게.

[R0] 하하하. 쳇 끝!

S쳇 중지.


***


“하- 어이가 없다.”


김민준은 투덜대면서 기숙사로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군대? 그리고 바로 룸메가 바뀌어?”


며칠 사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아니 말도 안 된다. 같이 3년간이나 기숙사를 함께 사용한 룸메이트 친구가 군대에 가기로 했단다.


분명 한 학기 더 지내고 가는 것으로 통보받았는데 순식간에 입영 영장이 날아오더니 바로 그다음 날 입소하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이게 나라야?”


어처구니없는 것은 룸메이트 친구가 얼굴도 비추지 않고 바로 순순히 입소했다는 것이었다. 룸메이트 친구 짐은 누군가가 김민준이 방을 비웠을 때 깔끔하게 챙겨가 버렸다. 기숙사 다른 친구들 말로는 룸메이트 짐을 챙겨간 사람이 무슨 요원 같았다나···. 대낮에 선글라스 낀 덩치 큰 사람들이 와서 짐을 옮겼다고 했다.


‘요즘 유행하는 청년 이사, 요원 이사 이런 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더 있었다. 기숙사에 빈방이 생기면 일반적으로 공고를 통해서 모집하게 된다. 최근에는 저렴한 기숙사를 구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우므로 경쟁률이 엄청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모집공고도 없이 바로 룸메이트가 결정된 것이었다.


김민준은 지금 한국대 3학년생이다. 하지만 룸메이트로 4학년이 배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더욱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좋아. 박힌 돌의 무서움을 보여주겠어. 초장에 기선을 내가 잡아주겠어.”


김민준은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들어갔다. 마침 새로운 룸메이트가 이미 와 있었다. 김민준은 기선을 잡으려 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룸메이트를 본 순간 상대방의 기운에 눌릴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키는 김민준보다 작고 호리호리한 몸에 곱상해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하지만 서 있는 모습에 군기가 느껴지고 더욱이 살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결국, 임시현이 남장을 하고 이 방까지 들어와 있는 것이었다.


서 있는 임시현을 향해 김민준이 먼저 말을 걸었다.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빨리 들어올 줄은 몰랐네요. 안녕하세요. 김민준이라고 합니다.”


김민준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대신 악수만 할 뿐이었다.


‘뭐, 이런 사가지 없는놈이 있어?’


다만 눈빛이 매서워서 김민준은 불평을 들어내어 말하지 못하였다.


“제 침대는 여기, 그쪽 침대는 그곳이에요. 그리고 화장실과 샤워실은 함께 사용해야 해요. 바로 저 문이에요. 문고리가 고장 나서 잘 잠겨지지 않아요. 남자들끼리니까 문제없을 것 같네요.”


김민준의 말에 임시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화장실 문은 내가 바로 고쳐놔야겠네.’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임시현을 보지 않은 체 김민준은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단체 샤워실도 있고, 세탁실도 1층에 있어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역시나 임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민준도 다음 수업이 있어서 전공 책을 들고 나왔다.


‘답답한 사람이 들어왔구나. 젠장.’


김민준은 말도 없는 새로운 룸메이트와 살아야 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김민준이 나가자 임시현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휴, 일단 남장을 한 것은 걸리지 않았네. 목소리는 어떻게 연습을 해봐야겠어.”


얘기하면서 얼굴이 굳어갔다.


“그나저나 이 기숙사 건물에 들어오면서 대마 냄새가 어렴풋이 났단 말이야···.”


임시현이 이탈리아에 있을 때도 뉴스로 접한 적이 있었다. 한국의 대학가에 마약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학생들이어도 구할 수 있는 루트가 있을 것인데···. 일단, 이 기숙사에 머물면서 조금씩 조사를 해 보면 나오겠지.’


***


김민준이 씩씩거리면서 기숙사로 향하고 있다. 몇 시간 전에 만났던 룸메이트에 신경 쓰느라고 전공과목 관련 책을 한 개만 들고 와버렸던 것이었다. 곧 한 시간 후면 실습수업도 있으므로 다시 교재를 가지러 돌아가야 했다.


한국대학교 기숙사는 대학에서 가장 높고 구석진 곳에 있어서 자가용이 없는 학생의 경우는 한번 다녀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김민준이 속해있는 자연과학대는 기숙사와 가장 멀리 있는 단과대학이기 때문에 더 고생될 수밖에 없었다.


“어!”


김민준은 한참을 걸어가다가 학생회관 옆으로 난 소나무숲 사이에 서 있는 새 룸메이트를 발견하였다. 룸메이트는 숲속에 서서 무언가에 집중해 바라보고 있었다.


‘옆모습은 여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잖아.’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소나무로 이루어진 숲을 내려가면 아래로는 2층 높이의 콘크리트 절벽이 있고, 콘크리트 절벽 너머로 학생 운동장이 있다. 이곳은 체육 학과 수업도 진행되지만, 학생들의 체육대회 또는 다양한 행사에도 활용되는 곳이다. 평소에는 운동부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룸메이트가 바라보는 위치에는 운동장 옆으로 벗어난 곳에 남자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 피우는 것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나?’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가 그곳을 바라보는 룸메이트의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녀석들은 육상부 애들이었다.


한국대학은 육상부가 존재 여부도 모를 정도로 성과가 형편없었다. 오히려 학교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문제아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민준도 담배를 피우는 남자애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특이하게 한 개비만을 가지고 서로 주고받으면서 피우고 있었다.


‘녀석들 돈이 없나? 담배 하나로 왜 나누어 피워?’


담배 피우는 육상부를 신경 쓰는 사이 룸메이트가 숲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암사자처럼 조용히 가고 있었다.


‘어! 그곳으로 가면 절벽이 있는데!’


김민준은 룸메이트가 걱정되었다. 대학교 지형을 잘 모르고 있는 룸메이트이기에 당연히 소나무 숲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어 위험할 수 있었다. 일단 무슨 일 때문에 저러는지 모르기 때문에 우회해서 따라가 보았다.


임시현은 담배를 피우는 남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들 대마를 피우고 있어, 어디서 구한 거지? 저들 중 접선자가 있나?’


임시현은 들키지 않도록 천천히 남학생들에게로 다가갈 생각이었다.


‘일단 잡아놓고 몇 대 족치면 누구에게 얻었는지 알아낼 수 있겠지?’


임시현은 천천히 내려가면서 생각했다.


‘저들과의 낙차를 생각하면 이 숲의 끝에는 절벽이 있을 거야. 학교이기 때문에 콘크리트로 만들었을 것이고, 콘크리트를 타고 내려가서 단숨에 제압하자.’


임시현이 바지를 올려서 종아리에 숨겨놓은 호신용 삼단봉을 꺼내어 들었다.


“이봐요. 여기서 뭐해요?”


김민준이 나타났다. 임시현은 놀란 나머지 삼단봉을 다시 종아리에 있는 케이스에 넣고 바지를 내렸다.


“여긴 위험해요. 그런데 방금 종아리에서 뭘 꺼낸 것 같은데.”


임시현이 움직이려 하자 김민준이 임시현의 팔을 잡았다. 바로 앞이 절벽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김민준이 임시현의 안전을 위해 팔을 미리 잡은 것이었다. 하지만 임시현은 자신의 호신용 삼단봉을 확인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주먹으로 김민준의 얼굴을 가격했다. 거의 무의식적 행동이었다.


“어?”


김민준이 휘청거리더니 옆으로 밀려났다. 임시현도 미끄러지면서 콘크리트 절벽 밑으로 떨어지려 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실수를···. 착지를 제대로 해야 해.’


16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작 클릭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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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한국으로 23.11.02 64 2 12쪽
14 14화. RoAA(Royal of anarchy agent) 23.11.01 76 3 12쪽
13 13화. 임시현의 과거 23.10.31 82 2 12쪽
12 12화. 작전 완료 23.10.30 82 3 12쪽
11 11화. 작전명. 발바리 사냥 23.10.29 85 4 12쪽
10 10화. 이수희 주임 23.10.28 89 4 13쪽
9 9화. 일진 여직원들 23.10.27 97 4 12쪽
8 8화. 금발 남자와 막걸리 23.10.26 100 4 12쪽
7 7화. 출근 완료 23.10.25 118 4 13쪽
6 6화. 택시냐? 23.10.24 125 3 12쪽
5 5화. 너희가 직장인의 고충을 알아? 23.10.23 140 4 12쪽
4 4화. 작전개시 23.10.22 153 4 12쪽
3 3화. 작정명. 남친과의 데이트 방해요소를 제거하라! 23.10.21 180 5 13쪽
2 2화. 해외영업 2팀 23.10.20 229 6 12쪽
1 1화. 입사 23.10.19 466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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