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최근연재일 :
2024.01.06 19:2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3,103
추천수 :
122
글자수 :
251,900

작성
23.10.19 19:20
조회
465
추천
5
글자
13쪽

1화. 입사

DUMMY

한 여성이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건물은 10층 정도 되어 보였다. 서울 한복판에 있다고 하더라도 최근 지어진 건물은 아니기에 낡아 보여도 국내 굴지의 식품업체가 본사로 두고 있는 건물이었다.


여성의 한 손에는 서류봉투가 들리어 있었다.


“좋아, 들어가자.”


여성은 나머지 한 손의 주먹을 불끈 쥐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내부는 꽤 깔끔해 보였고, 한쪽에는 회사에서 출시된 역대 제품들이 진열장에 나열되어 있었다. 평소 동네 마트에서 자주 볼법한 제품들이었다.


여성은 정신을 차리고 안내 데스크로 갔다. 안내 데스크에는 두 명의 여성이 있었으며 친절하게 인사하며 맞이해 주었다.


“신규 입사자입니다.”

“네, 신규 입사자이시군요. 입사를 축하드립니다. 이 건물 10층에 강단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오니 옆에 보이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증빙서류도 가져왔는데요. 어디에 제출하면 될지요?”


여성은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아, 증빙서류는 오리엔테이션 장소에서 담당 직원이 직접 안내가 있을 거예요.”


여성은 알겠다는 듯이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툭.


“임시현?”


누군가 등을 치면서 이름을 불렀다. 여성은 뒤로 돌아보았다.


“어머, 언니가 맞네!”


같은 대학 동기 한유나였다. 한유나도 이번에 이 회사에 함께 들어오게 되었다.


“유나구나···. 반갑다. 그런데 언니라니···. 우린 동기잖아!”

“언니가 맞잖아. 나이도 나보다 많다고 날 패면서 교육했으면서.”

“쉿, 하하···.”


임시현은 한국인 부모를 두었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올 때 나이를 조금 낮췄다. 그래서 대학 동기들과 허물없이 지냈지만, 한유나에게는 나이를 공개하게 되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사연은 나중에 설명할 예정이다.


임시현이 한유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유나야. 너 내 나이 공개하면 알지?”

“언니야. 무서워···.”


한유나는 무섭다고 하지만 무서워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임시현은 낮춘 나이 그대로 입사지원서를 제출하였기 때문에 나이를 공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언니야. 지원 부서가 어디라고? 해외영업부?”

“그래, 영업부이기는 하지만 영업직이 아니야. 사무직이지.”

“그래? 언니는 사무직이 꿈이었으니까. 난 마케팅부야. 앞으로 잘 부탁해 언니.”

“그래.”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로 가고 있는 임시현의 입에서 계속 미소가 흘러나왔다.


임시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상황이었다.


해외의 많은 경험(?) 때문에 한국에서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외부로 나갈 필요가 없는 사무직으로 지원했다. 더불어 식품 관련 대기업이기 때문에 회사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월급은 꼬박꼬박 나올 것이다.


더불어···.


띠링.


[민준] 잘 도착했어?

[시현] 응♡

[민준] 긴장돼?

[시현] 조금은.

[민준] 그래도 입사인데 기념 파티해야지! 이번 주는 시험이어서 어렵고, 다음 주 월요일 우리 맛난 거 먹으러 가자.

[시현] 정말!☺


그렇다. 대학생인 연하의 남자 친구도 있었다.


“어머, 민준이랑 아직도 안 깨졌네!”

“무슨 의미일까나?”

“하하하.”


더 말하면 혼날 것 같아서 한유나는 웃음으로 넘겼다.


임시현은 좋은 직장에 연하 남자 친구까지 있는, 그야말로 세상 최고 행복한 사무직원이 될 것이라는 부푼 희망을 품게 되었다. 게다가 다음 주는 입사 기념으로 남자 친구와 데이트!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할 때쯤. 뒤쪽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만 지나갑시다.”


남자가 임시현과 한유나를 제치고 먼저 탑승하려 하였다.


“저희가 먼저 줄을 서 있었는데요.”


임시현은 거침없이 얘기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바빠서···. 옆쪽 엘리베이터는 고장이라서요.”


임시현은 남자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나이 차이는 얼마 나지 않지만 특이한 금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임시현은 금목걸이를 한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이 건물에서는 신입이니까. 참아야지.’


임시현 성격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오늘 하루만 넘어가 주기로 하였다.


팅.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여서 이미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겨우 한두 명이 더 탈 수 있는 정도였다.


금목걸이 남성이 예의 없이 먼저 올라타 버렸다. 남성이 먼저 타 버리니 여유공간이 더 적어 보였다. 임시현이 엘리베이터에 발을 올리자 무게 초과 음이 울렸다. 금목걸이 남성은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한 금목걸이 남성에게 임시현은 문열림 버튼을 누른 상태로 말을 걸었다.


“저 실례할게요. 손 좀···.”

“네?”


임시현의 갑작스러운 손 요청에 금목걸이 남성은 의심 없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임시현이 남성의 엄지손가락을 살짝 누르며 꺾고, 손바닥 한쪽을 눌렀다. 금목걸이 남성은 손이 아픈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다리에 힘이 빠졌다. 살짝 휘청할 때 임시현이 남성을 조용히 잡아당겼다.


“어머! 신사이시네요. 이렇게 양보까지 해주시고, 유나야 타자.”

“어?”


금목걸이 남성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임시현과 한유나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였고, 다행히 무게 초과 음은 울리지 않았다.


“금목걸이가 무거웠던 모양이네요!”


풋-


엘리베이터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참고 싶었지만, 웃음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다 보니 금목걸이 남성도 황당하지만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10층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언니, 우리는 신입이라고, 저 금목걸이가 어떤 부서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이러면 어떻게 해.”


한유나는 대학교 때부터 봐 왔기 때문에 임시현이 약간의 실력을 발휘해서 남성을 반강제로 엘리베이터로부터 나오게 한 것을 알고 있었다.


“뭐, 드라마처럼 회장 아들이나 본부장이겠어?”


닫혀버린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던 금목걸이 남성은 황당해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했기에 힘이 빠지는 거지? 호신술 같은 건가?”


남성은 황당해하면서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다시 눌렀다.


남성을 알아본 직원이 인사를 했다. 남성도 가볍게 인사를 하였다.


“건물이 낡아서 엘리베이터가 자주 고장이 난다니까. 무슨 생각으로 이 건물이 본사 건물로 정한 거야? 낡기만 하고···. 강남에 번쩍번쩍한 건물도 많은데···.”


남성은 엘리베이터가 언제 오나 하면서 숫자를 바라보았다.


10층에는 이미 많은 신입직원이 모여있었다. 50여 명의 신입직원은 약 한 달간 합숙과 수습과정 함께하였기에 모두 얼굴이 익숙했다.


“누님, 오셨습니까!”

“이 녀석들이!”


남자 신입직원들이 짓궂게 인사했다. 이미 임시현은 합숙에서부터 많은 공헌(?)을 하였기에 남자 신입직원들이 장난삼아 누님으로 부르고 있었다.


공헌이라 하면 합숙소 내외로 식음료(알코올 포함)를 감시자의 눈을 피해 획기적으로 공수하였기 때문이었다. 신입직원들에게는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언니는 좋겠다. 남자들에게 이렇게 인기가 많아서.”

“이것들은 날 여자로 보는 게 아니라 엄마로 보는 것 같은데···.”


신입직원들은 오늘 임명장을 부여받고 각 부서에 배치가 될 것이다.


마케팅과 디자인, 조달 등의 업무 담당자는 본사 건물에, 그리고 연구원은 경기도에 있는 중앙연구소나 공장별로 있는 연구실에 배치가 된다. 영업직은 지역별로 고르게 배치가 될 예정이다. 즉 임시현의 입장에서는 수도권 직원 외에는 언제 만날지 모르는 동기들이었다.


“항상 건강하고, 힘내자고!”

“넵, 누님.”

“하지 마아-”


임시현이 남자 신입직원들에게 당부하자 다시금 군기가 든 모습을 보였다. 한유나가 옆에서 바라봐도 마치 군대와도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더욱이 여자 신입직원들이 이러한 임시현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더 인기가 좋았다. 여직원들도 임시현에게 모여들었다.


“언니-”


사실 임시현의 나이로는 이들과 동갑이거나 어려야 한다. 하지만 한유나가 합숙소에서 계속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자 이상하게 호칭이 정해져 버렸다.


“한유나, 너 두고 보자···.”

“하하···.”


임시현으로부터 나오는 원망의 눈빛을 피하려고 한유나가 딴청을 피웠다. 딴청을 피우려고 돌린 시야에 방금 만났던 금목걸이 남자가 보였다.


한유나가 임시현에게 와서 옆구리를 찔렀다. 임시현이 한유나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금목걸이?”


너무 큰 목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주변 사람들도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임시현은 얼굴이 빨개졌다.


“금목걸이? 나를 두고 얘기하는 것인가요?”


금목걸이 남자가 임시현에게로 다가갔다.


“그, 그럼 누구신데요? 제가 그쪽 이름을 몰라서···.”

“이름은 모르는데 금목걸이만 보였나요?”


이때 장내 스피커에서 안내음이 들렸다.


[자,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신입사원 여러분들은 착석해 주세요.]


안내방송이 나오자 주변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임시현과 한유나도 자리에 앉았다. 금목걸이 남자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신입직원이었어? 본적 없는데···. 우리와 합숙하는 팀 말고 다른 사람들이 있었나?’


임시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금목걸이 남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합숙소에서 만난 얼굴이었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 합숙에 참여하지 못한 건가?’


임시현이 이런저런 생각하는 사이 오리엔테이션은 마무리되어 갔다.


“자, 그럼 각자 배치된 부서로 이동하겠습니다. 본사에 배치되신 분들은 바로 사무실로 이동해 주시고, 지방으로 가시는 분들은 오늘 이동하여 내일부터 출근해 주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신입직원들이 오리엔테이션 담당자에게 단체로 인사하였다. 이렇게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모두 흩어졌다.


임시현은 동기들과 끝까지 인사를 나누고서 오리엔테이션 담당자를 따라 부서로 이동하였다.


오리엔테이션 담당자는 마케팅부서의 김수혁 대리였다. 임시현이 목에 걸려있는 사원증을 보고서 알게 되었다.


“힘드시겠어요. 김수혁 대리님.”

“하하하, 이게 제 일인걸요.”


신입직원을 하나하나 정성껏 챙겨주는 김수혁 대리가 대견해 보였다. 김수혁 대리는 임시현의 얘기에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뒤에서 함께 따라가는 금목걸이 남자가 말을 걸었다.


“저에게도 친절한 목소리 부탁합니다. 아무개님. 금목걸이라고 부르지 말고요.”


임시현은 고개를 뒤로 돌려 노려보았다. 금목걸이 남자는 순 양아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친동생 같았으면 이미 얼굴에 주먹을 날릴 정도였다.


“자, 여기가 두 분이 근무하게 될 해외영업부 해외영업 2팀입니다.”

“네?”


임시현은 놀랬다.


‘금목걸이와 같은 부서?’


탐탁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사무직 일만 열심히 하면 되기에 상관없다고 생각하였다.


거리가 있지만, 마케팅부의 한유나도 보였다. 칸막이로 구획이 나누어진 구조였다.


김수혁 대리는 끝까지 안내하였다.


“팀장님, 이번 신입사원들입니다.”

“오! 그래그래, 하하하 왔구나! 왔어.”


다행히 팀장이 굉장히 밝게 맞이해 주었다. 밝은 것도 정도가 있겠지만, 너무 밝게 맞이해 주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임시현은 김수혁 대리를 바라보며 설명이 필요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해외영업 2팀이 최근 유럽 쪽으로 큰 건을 했거든요. 이번 달 최대 실적이 될 거예요.”


영업 실적은 영업 관련 부서에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실적이 좋은 달은 그 한 달이 편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번 달이 최대 실적이라고 한다면 팀장으로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임시현도 너무 밝은 분위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팀장님, 전화가 왔어요.”


같은 부서의 여자직원이 팀장을 호출했다. 팀장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전화를 받았다.


“네, 해외영업 2팀, 박수철 팀장입니당.”


기분이 좋아서 뒷말이 올라갔다. 임시현은 팀 분위기가 좋은 것이 나쁘지 않아서 가볍게 웃고만 있었다. 그런데 팀장의 얼굴이 바뀌었다. 수화기를 들은 손이 떨리면서 공기가 차가워졌다.


“네, 그. 그러니까. 유럽으로 가던 물건이 사라졌다니? 무슨 말씀인지···.”


사무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박수철 팀장을 주시하여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46화. 해어진 마음(4) 24.01.06 15 2 12쪽
45 45화. 헤어진 마음(3) 23.12.16 17 1 12쪽
44 44화. 헤어진 마음(2) 23.12.15 16 1 12쪽
43 43화. 헤어진 마음(1) 23.12.11 22 2 12쪽
42 42화. 주변인의 안전(4) 23.12.09 21 2 12쪽
41 41화. 주변인의 안전(3) 23.12.07 19 2 12쪽
40 40화. 주변인의 안전(2) 23.12.06 22 2 12쪽
39 39화. 주변인의 안전(1) 23.12.05 25 2 12쪽
38 38화. 다가오는 위협(4) 23.12.02 25 2 12쪽
37 37화. 다가오는 위협(3) 23.12.01 24 2 13쪽
36 36화. 다가오는 위협(2) 23.11.30 25 2 12쪽
35 35화. 다가오는 위협(1) 23.11.22 34 2 12쪽
34 34화. 강혁의 형 23.11.21 31 2 12쪽
33 33화. 외국인 부산영업팀장 23.11.20 28 2 13쪽
32 32화. 다시 찾은 일상 23.11.19 30 2 12쪽
31 31화. 고백 23.11.18 32 2 12쪽
30 30화. 국회의원이 여기서 왜나와? 23.11.17 31 2 12쪽
29 29화. 아프가니스탄 작전(4) 23.11.16 31 1 12쪽
28 28화. 아프가니스탄 작전(3) 23.11.15 31 2 12쪽
27 27화. 아프가니스탄 작전(2) 23.11.14 30 2 13쪽
26 26화. 아프가니스탄 작전(1) 23.11.13 36 2 13쪽
25 25화. 결국 또 나서게 되네 23.11.12 33 3 12쪽
24 24화. 근로장학생 23.11.11 38 3 12쪽
23 23화. 교수님 맞아본 적 없으시죠? 23.11.10 36 3 12쪽
22 22화. 스마트팜 수업 23.11.09 41 2 12쪽
21 21화. 내 주변 보호장치 남 23.11.08 45 3 12쪽
20 20화. 대학 캠퍼스 총격전 23.11.07 50 3 11쪽
19 19화. 가짜 촬영 소동 23.11.06 48 2 12쪽
18 18화. 남자기숙사의 여신님 23.11.05 60 3 12쪽
17 17화. 화난 김민준 23.11.04 64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