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의 네크로맨서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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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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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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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 불을 지피다 ― 3

DUMMY

2) 불을 지피다 ― 3




유재익이 제1 공방의 문으로 들어섰다.


“거, 거길 네가─”


진중혁의 입에서 당황 섞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자신조차도 불과 몇 년 전에 겨우 발을 들였던, 제1 공방이 아니던가?


용효대의 불씨가 꺼진 뒤에도 며칠 동안이나 압도적인 열기를 머금는 공간이다.

이 세상 모든 장인이 저곳에 당도할 수 있는 순간을 열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염 내성을 십수 년간 길러야만 하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유재익이, 그곳에 들어섰다.


“네, 네가 어떻게······!”


유재익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진중혁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황망함으로 일그러져 있겠지.’


그러면서, 유재익의 어머니 진혜연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반드시 그랬을 것이다.


“역시나 2차 각성에 성공하셨군요.”


이장호가 뒤따라오며 물었다.


그는 상당한 수준의 무인인 만큼, 제1 공방 출입에 문제가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제1 공방에 바로 출입하실 수 있는 정도라면, A등급 이상을 각성하신 모양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유재익은 말없이 웃어 보였다.


그가 각성한 능력은 네크로맨서(S등급)이다.

하지만 이 능력 자체만으로는 화염 내성과는 거리가 멀다.


‘헬 포지, 유일 등급─’


그것의 힘이었다.


한편, 제1 공방 안에는 전보다 적은 숫자의 장인들이 있었다.

지나쳐 온 구역마다 수십 명이 포진해 있었다면, 이곳은 겨우 8명뿐이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결이 다른 존재들이었다.


‘골렘 마스터 에릭 황, 마탑 아키텍처 테일러 블런트, 에고 소드의 아버지 구태성까지······.’


한 명 한 명이 세상에서 이름을 알아주는 장인들로 개인의 몸값이 수천억에 육박한다.

개중에서는 매 분기 홀로 조 단위의 가치를 창출하는 이들도 있었다.


‘3공방이나 2공방과 달리 여유가 있네.’


그들은 잠시 찾아온 휴식 시간을 나름대로 즐기는 중이었다.

누군가는 잠시 누워서 눈을 붙이고 있었고, 누군가는 잡지 같은 걸 보고 있기도 했다. (그게 어떻게 불타지 않는지는 의문이었다.)

심지어 벌겋게 달아오른 육중한 바벨을 들고 스쿼트하는 근육질의 여성도 있었다.


그때─


“뭐야, 누군가 했더니, 본부장님 아들내미잖아?”


이 목소리의 주인은 유재익도 아는 얼굴이었다.

키가 크고 머리도 긴 남자였다.


‘박훈, 전 전략병기본부······ 2과장이었지? 그 뒤로는 비공정 설계자로 유명해졌고.’


오래된 기억 속에서 그의 얼굴을 되살려 낸 뒤, 유재익이 인사를 건넸다.


“아저씨, 오랜만입니다.”

“짜식─ 많이 컸네?”

“하하─ 시간이 많이 지났죠.”

“너냐? 우리 휴식 시간 만들어 준 게?”

“아마도 그런 것 같네요.”


그는 팔짱을 끼고는 유재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런데······ 여길 들어올 수 있다고? 각성했구나, 너?”

“네, 그렇게 됐네요.”

“오호─ 그 무슨 불치병은 잘 치료했나 보네? 근데 아무리 그래도 벌써 들어올 수 있다니······ 좀 이상한데? 아니, 조금이 아니라 상당히 이상한 일이지.”


다시 한번 유재익을 쓱 훑어보던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앞으로 자주 보겠어?”


유재익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


유재익은 순간 멈칫했다.


이 손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어렸을 적에는 이런 위대한 장인들과 심심찮게 만나곤 했다.

당연히 어머니 덕분이었다.


그룹 내에서 가장 힘 있는 자리로 여겨지는 ‘전략병기본부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혹은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동료로서 식사 자리를 같이하고는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그럴 일이 전혀 없었지.’


그때부터는 그 누구도 유재익에게 손을 내밀기는커녕,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박훈이 내민 손은, 진혜연의 아우라가 아니라, 유재익 자체의 가치에 악수를 청한 것이었다.


유재익은 그 손을 맞잡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 짧은 인사말 안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이장호 역시 그 대목을 쉬이 넘기지 않았다.


‘잘 부탁해? 제대로 작정했군.’


그 누구도 용효대 제1 공방의 장인에게 섣부르게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내뱉지 못한다.

그들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족히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거대한 사업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뭣 모르고 내뱉은 말이라기에는, 유재익의 표정에는 확고한 무언가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이장호는 알 수 있었다.


‘재밌겠어.’


가주의 핏줄들을 대상으로 아주 오랜만에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가문의 일원들을 지켜보는 이장호 실장일지라도 이런 경우는 자주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유재익의 등장이 가문의 판도를 어떻게든 바꾸어 놓으리라는 직감이 드는 건, 과도한 생각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문 앞에 섰다.


역시나 거대한 방호문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지나온 것들과는 사뭇 달랐다.

이 문 뒤에는 신성한 것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 만큼, 화려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 것이었다.


유재익은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블랙 아다만트 재질이었다.


이 정도의 크기에 두께라면, 아무리 합금이라고 해도 족히 수 톤은 들어갔을 터, 이 문짝 두 개의 가치만 하더라도 수천억 원은 호가할 것이었다.


‘거기다가 <런던마술학회>가 설계한 화염 방어 술식이 새겨져 있고, 주기적으로 고위 마법사가 방문해서 보수도 해 준다고 했지.’


그 어마어마한 가치의 문짝에 새겨진 문양 역시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적룡 백두적관(白兜赤冠).’


태백산 자락에 내려앉아서, 이 땅을 불살랐던 흉수(兇獸).

그 거대한 괴물이 날뛰는 형상으로 새겨져 있었으며, 그것을 수많은 전사가 둘러싼 채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 흉수의 머리 위에 한 사내가 올라타 있었다.

그는 망치와 정을 들고 있었으니─ 흉수의 머리를 꿰뚫기 직전인 것처럼 역동적인 동작이 인상적이었다.

힘 있게 들어 올린 망치로부터 빛이 번져 나오는 것이, 마치 신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일 정도였다.


다만, 그 문은 열려 있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쿵!


한 차례 굉음이 울려 퍼지고는, 톱니바퀴가 구르고 사슬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쿠구구구──!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콰아아아아──!


그 틈으로 불길이 터져 나왔다.


열 폭풍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시뻘건 불길이 넘실거리며 뻗쳐 나오는 것이었다.


마치 태양에서 터지는 플레어처럼!


‘미친─’


유재익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사람일지라도, 아무리 용광로 앞에 서는 게 익숙해진 사람일지라도 닥쳐오는 불길 앞에서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유재익 역시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윽고 몸이 저절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불현듯 확신이 들었다.


‘버틸 수 있어.’


저 화염이 자신을 밀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감싸 안으려는 것이라는, 그런 확신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이장호 실장이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제가 모실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가주의 눈과 귀가 되는 이장호 실장조차도 막 가동되었던 용효대 앞으로는 갈 수 없는 것이었다.


그가 불길 속에 서 있는 유재익을 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복귀를 환영합니다, 도련님.”



* * * * *



문이 열린 뒤에서 불길은 한참 동안 방출되었다.


콰아아아아──!


마치 붉은 물살을 가로지르는 연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유재익은 팔로 얼굴을 가린 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중, 불길 너머로부터 웬 거대한 아가리가 불쑥 튀어나왔으니─


‘─드래곤?!’


눈앞으로 입을 벌린 드래곤이 덮쳐 오는 듯한 아찔함에 그의 발이 본능적으로 멈춰 섰다.


“아.”


하지만 이미 이곳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는 만큼, 유재익은 그것의 정체를 금방 알아차렸다.


‘백두적관의 머리뼈다.’


정확히는 그것으로 만들어진 가주 전용 용광로의 입구였다.


마치 한 마리의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는 것처럼, 벌어진 아가리 속에서 불길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니, 살아서 움직이는 드래곤이라고 착각하는 게 예삿일은 아닐 듯했다.


바로 그 앞에, 한 인영이 서 있었다.


유재익이 다시금 나아갔다.

그리고 인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할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답은 없었다.


철그럭! 철그럭!


노인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두꺼운 팔이 쇠사슬을 연신 잡아당겼다.

용효대로 산소와 마나를 공급하는 관의 입구를 폐쇄하는 작업이었다.

지하 544m부터 태백산 봉우리까지 이어진 수 킬로미터짜리 흡입관이 그 정체였다.


쿵──


천장 어딘가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닫히는 듯한 진동이 울리자, 용효대로부터 번져 나오던 불길이 점차 옅어지며 시야가 확보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어깨까지 오는 백발 아래로, 한 마리 짐승 같은 선명한 등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상에서 가장 뜨거운 불길 앞에 서 있건만, 땀에 젖지도, 그을음 하나 묻지도 않은─ 그래서 마치 녹슬지 않는 보석으로 조각한 것만 같은 경이로운 모습의 신체였다.


그는 쇠사슬을 옆의 철 기둥에 칭칭 동여맨 뒤, 한쪽에 놓아두었던 흑색의 용포를 걸쳤다.


그가 용포의 매듭을 묶은 뒤 돌아섰다.


한국 전쟁에도 참전한, 아흔 살이 넘은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너무나 강인한 얼굴이었다.


인간의 것이 아닌 듯한 금안(金眼)이 유재익을 내려 보자, 왠지 모르게 몸이 굳는 듯했다.


이 사내가 바로─


진은(眞銀)의 가주이며, 적룡 살해자이자, 세계가 불카누스(Vulcanus)라고도 칭하는 인류 최고의 아티팩트 명인─


화감(火監) 진강룡이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거듭났구나.”


그 한마디만으로도 유재익은 숨이 가빠짐을 느꼈다.

일평생 최고의 명작들만을 골라냈을 외할아버지가 그 단어를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유재익이 2차 각성을 했음을.


“담금질 한번 거하게 겪었습니다.”


가주라면 언젠가 진태준 상무가 유재익을 죽이고 마스터피스를 집어삼키려고 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걸 문제 삼아서 가주에게 처벌을 부탁한다면, 가주는 그 문제를 해결해 줄까?

글쎄, 이 매정한 가장은 자식들 간의 다툼에 웬만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차라리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굴자.’


그게 더 뚝심 있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진강룡은 묘한 표정으로 유재익을 내려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앉아라.”

“예.”


공방 한쪽 기둥 앞에 아다만트 탁자가 놓여 있었다.


“마실 건 없다.”

“괜찮습니다.”


이 공간에서 증발하지 않을 물은 담금질을 위해서 마력으로 보존되는 특별한 것들뿐이었다.

그런 건 성수가 아닌 이상, 사람이 마시면 심각한 디버프에 걸리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이 실장한테 ‘약조’를 말했다지.”


진강룡이 먼저 의자에 앉은 뒤, 유재익이 자리에 앉았다.


“예, 기억하시겠지요.”

“물론이다. 그게 너와 마지막 교류였으니까.”


그랬지.

가문에서 나간 날, 외할아버지가 난생처음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 2차 각성을 시도해 보겠다면, 넥타르를 보내마.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유재익은 여전히 고민하고는 했다.


‘가문을 욕보일 불량품으로 남을 바에는 차라리 먹고 죽으라는 것이었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 머리에 맴돌아서 속이 쓰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그 도박에 성공해서 이 자리에 왔으니······.


― 네가 그럴 용기가 있다면, 네가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


이제는 당당해질 수 있다.


유재익은 자신에게 그렇게 되뇌었다.


한편,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늘상, 대한민국 최고의 사내 앞에 섰던 영웅담을 술주정하듯이 말하곤 했단 아버지였다.


― 네 외할아버지에게 말만으로 무언가를 얻어 낸 건 이 아빠가 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일걸?

― 그래, 나도 크고 나니까, 아빠가 용효대에서 죽지 않고 살아서 나온 게 용하다는 건 알겠네.

― 살아서 나왔을 뿐이냐? 무려 네 엄마를 얻어서 나왔다고! 네 외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던 인재를 나한테 주셨다니까?

― 아─ 안다고! 그러니까 내가 태어났겠지! 그래서, 외할아버지는 대체 왜 아빠를 안 죽였을까? 비법이 뭐야?


이에 잠시 고민하던 아버지가 말했다.


― 글쎄······ 내가 그 대단한 인간의 속뜻을 어떻게 알까 싶지마는, 그분이나 나나, 하나에 상당히 미쳐 본 사나이라는 공통점에서 추정해 보기로는······.


잠시 턱을 쓰다듬던 아버지가 씩 웃더니 말했다.


― 내 심장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보신 거다.

― 뭐?

― 어떤 쇠도 녹일 불꽃을.

― 윽······.


다소 낯간지러운 말에, 유재익은 토하는 시늉을 했다.

아버지 역시 반쯤 농담인지 낄낄 웃었다.


하지만 이 순간, 유재익은 그 과하게 포장된 말 속에 담긴 묘한 감상을 깨달을 수 있었다.


뜨겁게 타오르는 용효대의 열기 앞, 그보다 단단한 사내와 마주 앉아 있었다.


“말해 보거라.”


그의 금안이 유재익을 꿰뚫어 본다.


가늠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금속을 집어넣어야, 소화시켜서 단조해 낼 수 있을지를─


“약조대로 원하는 걸 들어주마.”


어떻게 해야지 이 사내에게 불꽃을 보여 줄 수 있을까?


허세와 여유로 배포를 드러내야 하나?


‘아니, 다 꿰뚫어 보실 거다.’


진심을 보여야 한다.


이에 유재익은 고개를 내젔고는, 그 진심을 말했다.


“필요 없습니다.”


진강룡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드러났다.

의아함이었다.


“그러면 왜 왔지?”


유재익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여길······ 다시 와 보고 싶었습니다.”


숨을 천천히, 최대한 들이쉬었다.


‘아무렇지도 않다.’


물을 단숨에 기화시킬 정도의 열기가 감돌고 있거늘, 폐부가 타들어 가야지 정상이거늘, 유재익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동시에 그는 떠올렸다.

처음 이 자리에 왔을 때, 피부가 타들어 가는 고통을 견디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심장은 뜨겁게 뛰었던 것을─


왜?


용효대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망치를 쥐고 모루를 두드리는 놀이를 했을 때부터 언젠가 저 앞에 서는 날을 꿈꿨다.


‘내가 지금 원하는 건─’


그의 눈동자가 닿은 곳은 용효대였다.


한편 그의 마음이 가닿은 곳은─


‘무(MU) 대륙······.’


아버지와 어머니를 집어삼킨, 모든 것의 원흉을 개척하겠다는 열망이었다.


저 용효대로 피운 불로 단조한 금속으로 미지를 몰아내겠다는······ 개척자의 열망이었다.


‘미지를 단조한다.’


그게 유재익 마음속의 불꽃이었다.


그는 다시 가주를 마주 보았다.


“제가 용효대를 쓸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보고자 했습니다.”


그 말에, 가주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


“적룡 백두적관, 그것의 유해가 이곳에 떨어졌다. 1990년 3월 25일이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뒷짐을 쥐었다.


“내가 그것의 유해를 해체하여 브레스 룸을 끄집어 올렸다. 그때 터진 불길에 태백산이 자락 절반이 숯 더미가 되었지만, 그럴 가치 있는 일이었지.”


화염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신체 기관, 브레스 룸(Breath Room)─ 그것이 용효대의 정체였다.


“거룡은 죽은 것 같으나 여전히 살아 있다. 우습게도 한때 적수였던 나와는 썩 합이 잘 맞는 친우가 되었고. 그러나······ 여전히 흉포한 짐승이다.”


가주의 시선이 허공에 일렁거리는 화염에 닿았다.


다시 숨을 쉬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지하 공간을 불지옥으로 만드는 악마 같은 짐승······ 용효대란 그런 것이었다.


“저걸, 네가 길들일 수 있단 말이냐?”


가주의 금안이 유재익을 바라보았다.


그의 대답은─


“할 수 있습니다.”


확신이 담겨 있었다.


다만, 다른 의미로였다.


스스스스─


모래알 굴러가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


그의 손아귀에서였다.


왼손의 손바닥 위, 역설의 권능을 담은 모래시계가 꿈틀거리고 있었으니─


― 통제 가능한 대상이 감지되었습니다.

* 특정 조건 만족 시 망자에게 새로운 시간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유해로부터, 강렬한 연결감이 느껴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요즘 날씨가 용효대 수준이네요. 더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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