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의 네크로맨서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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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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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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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1) 심정지 후 네크로맨서 ― 3

DUMMY

1) 심정지 후 네크로맨서 ― 3




― 죽음은 당신의 무기이며, 당신은 죽음을 제련할 수 있습니다.


“제련······ 이라고?”


유재익은 순간 머리가 멍했다.


제련(製鍊)이란, 광석에 열을 가하여 금속을 추출하고 정제하는 작업으로, 대장장이 일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제련은, 대자연이 땅을 빚을 때 한 일을 재현하는 것이라고······ 엄마가 말해 주곤 했지.’


뜨거운 불과 차가운 물, 그 둘 사이를 오가며 세상은 단단해졌다.


인간은 불을 피우고 물을 떠 놓고는 땅이 만들어진 신화를 작게나마 재현한다.


다만, 더 특별한 점이라면, 인간이 만드는 것에는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판단력이 담긴다는 것이다.


즉, 의지가 담긴다.


그게 바로 제련이다.


이처럼 유재익의 어머니는 대장장이의 일을 낭만적으로 설명해 주곤 했다.

어쩌면 그가 대장장이라는 꿈을 품었던 것도 그 때문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머니도 이런 건 설명해 주진 않았다.


― 망자로부터 본질(本質)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마수 사체를, 제련할 수 있다는 거잖아? 이게 말이 되나?”


물론 오늘날의 대장장이라고 불리는 각성자들은 비단 금속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마수를 잡고 나오는 각종 부산물은 물론이거니와 무 대륙에서 채집되는 식물성 원자재까지 싹 다 동원하여 ‘아티팩트’라는 마법의 결정체를 만드는 것, 그게 바로 대장장이 일의 총체다.

하지만 비금속 원자재를 가공하는 작업은 ‘제련’이라는 개념과는 썩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가능한 개념이다.


‘애초에 생체 조직은 용광로에 들어가면 잿더미가 될 텐데······.’


그런데 지금 유재익의 눈앞에 열린 ‘헬 포지’에 마수 사체를 넣으라고, 시스템 메시지가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유재익은 고민 끝에 옆에 서 있는 고블린 스켈레톤에게 지시했다.


“저것 좀 가져와 줄래?”


딱딱!


녀석이 이빨을 부딪치더니 즉시 명령을 수행했다.


물론, 지금 다른 곳에 한눈팔 때가 아니란 것쯤은 유재익도 알았다.

하지만 이 엿 같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오직 이 헬 포지 스킬뿐인바, 이 스킬의 기능을 더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 먼저 이끼 슬라임부터 해 볼까?”


아무래도 생명체라는 느낌이 분명한 늪지 고블린보다는 그냥 늘어지는 액체 같은 이끼 슬라임이 거부감이 덜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슬라임류를 다룰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만 했다.


치이이이─!


슬라임류 대부분이 강산성을 띠기에 잘못 만졌다가는 피부가 녹아내릴 수도 있다.


그래도 이끼 슬라임 정도의 산성은 고블린 스켈레톤의 뼈까지 녹이지는 못했고, 녀석이 그것을 헬 포지 안으로 밀어 넣었다.


― 이끼 슬라임 사체를 제련합니다.

* 스킬 레벨에 따라서 헬 포지가 강화되며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추가됩니다.


화르르──


헬 포지로부터 한차례 불똥이 치솟았다.


내부의 허공에서 이끼 슬라임의 사체가 무형의 힘에 의해서 빙글빙글 회전한다.

이윽고 빠르게 달아오르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치 용광로에 넣은 금속처럼─ 흡사 별처럼 발광한다.


웅──!


― 추출할 속성을 선택해 주세요.

1) 하급 산성

2) 불안정한 액화

* 1개 추출 시 사체 파괴


“허─”


정말로, 광물을 제련하여 특정 금속을 추출하듯이, 사체를 제련하여 속성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이렇게 추출한 속성을······.


“······언데드 권속에다가 부여할 수 있다는 건가?”


제련한 금속을 합쳐서 합금을 만들듯이, 마수의 속성을 합칠 수 있단 말인가?


유재익은 옆에 선 고블린 스켈레톤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에다가 산성 혹은 액화 속성을 부여하면······.”


······그러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순간, 유재익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 감각은······.’


유재익은 저도 모르게 손을 동그랗게 말았다.

동시에 손끝에서 어떤 저릿함이 일었고, 그 감각은 팔을 타고 천천히 올라오는 듯했으며─


쩡! 쩡!


웬 묵직한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망치와 모루가 울리는 소리─


그로서는 아주 익숙한 감각이었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특정 순간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병인데, 이거.”


자조했으나, 반대로 유재익의 입꼬리는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

다시금 가치 있는 걸 만들어 내기를─


‘그래, 해 보자고.’


그는 숨을 고르고 헬 포지를 응시했다.


“······그런데 저걸 어떻게 꺼내지?”


헬 포지 안에서 달아오른 이끼 슬라임은 언뜻 봐도 엄청나게 뜨거워 보였다.

용광로에 집어넣은 물체를 꺼내기 위해서는 금속 집게 같은 게 필요하지만, 이곳에 그런 게 있을 리가 만무했다.


‘헬 포지 레벨이 오르면 기능이 추가된다고 했는데, 설마 레벨이 낮아서 없는 건가······.’


그렇다고 해서 고블린 스켈레톤의 손을 빌리자니, 헬 포지에 집어넣자마자 뼛가루가 될 것 같았다.


“어?”


유재익은 불현듯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이 느낌은······.’


앞서서 마수 사체에 느꼈던 연결감─ 왼손의 그 묘한 감각이, 이번에는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 연결 대상은······ 헬 포지 안의 이끼 슬라임 사체였다.


“그래, 이 지옥 불로 제련하는 건 역시 평범한 개념은 아니란 거지?”


유재익은 씩 웃고는 오른손을 헬 포지를 향해서 뻗었다.

그러자 붉게 달아오른 이끼 슬라임 사체 속에서 어떤 존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추출할 수 있는 속성은 두 개이고, 한 개를 추출하면 사체는 파괴된다고 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직감이 두 속성을 구분해 냈다.

유재익은 그중 하나를 선택하여 천천히 손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붉게 달아오른 이끼 슬라임의 사체가 잿더미로 사라지는 동시에, 무언가가 분리되어 나오기 시작했으니······.


화아아아──!


그것은 원형의 마나 덩어리였다.


― 추출된 속성 : 하급 산성(D)


녹색을 띠는 그것이 허공에서 일렁거린다.


“자, 그러면 다음 순서는······.”


유재익은 고개를 돌려서 고블린 스켈레톤을 바라보았다.


딱딱!


이곳에 망치나 모루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이미 그런 것 없이도 작업은 진행되고 있는바, 유재익은 이제 확신을 품고 움직였다.


“너, 이리 와 봐.”


그는 한 녀석을 불러서 앞에 세운 뒤, 왼손을 뻗어서 그 녀석의 두개골 위에 올렸다.


딱딱!


“가만히 있어, 집중하게.”


웅─


녀석의 몸 속으로 마나를 불어 넣는다.


‘그리고 스캔하듯이 퍼트린다.’


그러자 앞서서 이끼 슬라임 사체에서 느꼈던 것처럼, 녀석의 존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 정확하게, 업계의 용어로 말하자면 ‘마나 구조’가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무 대륙의 모든 존재에게는 마나가 깃들어 있다.

또한, 고유의 마나 구조와 마나 패턴을 이룬다.


그리고 지금, 그의 스킬이 그 감각을 보더 명징하게 시각적인 정보로 출력해 주었으니······.


[권속 정보]

- 이름 : 고블린 스켈레톤 (늪지 고블린)

- 등급 : C-

- 속성 : 없음

- 스킬 : 없음


“이러면······.”


유재익은 오른손으로 하급 산성 속성을 움직여서 고블린 스켈레톤의 가슴팍으로 옮겼다.


그러고는 마치 망치로 메질하듯이, 오른손을 가볍게, 하지만 정확하게 휘둘렀다.


웅──!


당연하게도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치는 요란한 소리 따위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묘한 파장이 일어나며 무언가가 충돌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티팩트를 만드는 일은, 물질을 합성하는 걸 넘어서 마나 구조를 엮는 일이다.’


아티팩트 단조 작업은 그저 충격을 가해서 형태를 만드는 게 아닌, 그 순간에 마나를 불어 넣으며 서로 다른 마나 구조가 합쳐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저 힘을 준다고 해서 찰흙처럼 쉽게 엉겨 붙지는 않는다.

급이 높은 아티팩트일수록 복잡하고 정교한 마나 구조를 지니고 있으니, 고도로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 정도는, 어렵지 않아.’


관련 특성도 없이 아티팩트의 마나 구조를 읽으려고 노력했던, 어떻게 해서든 그놈의 특성이라는 한계를 넘어 보려고 시도해 봤던 유재익이었다.

비록 그때마다 실패를 맞이했으나······.


‘그 경험들은 아직 살아 있어.’


그리고 이제는─


웅──!


한계는 사라졌다.


유재익은 거리낌 없이 손을 내리치며, 그 순간마다 마나를 심장에서 손으로, 손에서 대상으로 투과시켰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파장과 별개로 기묘한 소리가 섞여서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스스스스─


고블린 스켈레톤의 가슴 부근, 늑골 안쪽에서부터 마치 모래알이 굴러가는 것과 같은 소리가 들리며, 녹색의 무언가가 형성되고 있었다.



* * * * *



수락산 터널 일산 방면 입구에 철제 바리케이드가 다수 설치되어 있었다.

그 앞의 소형차 한 대가 모든 문이 열린 채로 세워져 있었고 세 사람이 들러붙어서 내부를 이리저리 뒤지는 중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하······ 얼마 전에 청소했는지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한데요?”

“트렁크에도 뭐 없습니다.”


이에 밖에 서 있던 과장이 혀를 찼다.


“됐다, 괜히 머리카락 흘리지 말고 슬슬 가자.”

“애초에 마스터피스쯤 되는 물건을 대체 누가 차에다가 싣고 다닌다고······ 박 부장 그 인간, 똑바로 찾아보지도 않은 겁니다.”


그들은 박 부장이란 자를 곱씹어 욕하며 다시 터널 안쪽으로, 건너편 출구 쪽에 대 둔 차로 돌아갔다.


“그런데 저······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어, 말해.”


팀원 중 막내가 질문했고,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체 그 마스터피스란 게 뭡니까?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길래 진태준 상무가 혈육까지 담그는 리스크를 감당하려는 겁니까? 이 사실을 회장님이 알면은······ 그······ 아무리 손자라고 해도 큰일이 날 텐데요.”


그 질문에 과장이 혀를 찼다.


“이 자식은 팀에 들어온 지가 언젠데 그것도 몰라?”

“죄송합니다······.”

“너, 회장님 셋째 딸, 유재익 친모가 누군지는 알지?”

“어, 진혜연······ 아닙니까?”

“그래, 가주 뒤를 잇는 최고의 대장장이라고 불렸던 진혜연이다.”


과장이 이어서 설명했다.


진은가 셋째 딸 진혜연, 그녀가 2차 각성을 했을 무렵 웬 소문이 그룹 내에 퍼졌다.

진혜연이 아티팩트 제작에 착수했는데, 그 재료가 무려 가주에게 하사받은 레드 드래곤의 뼈라는 것이었다.

이에 당시, 그룹 사람들 모두가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무려 레드 드래곤의 뼈를 그렇게 낭비한다고? 당시 말단 사원이었던 나도 혀를 찼지.”


다시 구할 수 없는 귀중한 재료를 이제 막 2차 각성을 한 젊은 대장장이가 손을 댄다니? 재벌가 자제들의 사치스러운 경험쯤으로 보이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탄생한 것은─


“······진은가 2세 최초의 마스터피스 등급 아티팩트였다.”


역사적인 걸작이었으니······.


“아아─ 들은 적 있습니다! 98년이었던가요?”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진은 2세들 작품이 영 별로였거든? 그런데 이탈리아 쪽 장인 가문에서 최초의 2세 마스터피스 제작자가 먼저 나오면서 대장장이 종주국이 넘어갔다고, 국내 증시 개박살 나고 아주 난리였었다.”


마스터피스(Masterpiece).


각성자가 만든 아티팩트에 붙는 등급 중 최상위에 해당하는,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물건이었다.

알려진 바로는 진은 가문에서도 겨우 19개가 제작되었으며 그중 11개는 가주가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진혜연이 마스터피스 2개를 연달아 만들면서 가문의 건재함을 증명한 거지.”


그 뒤로 진은가 내에서 마스터피스가 여럿 탄생하며 다시금 아티팩트계 최정상에 군림할 수 있었다.


“진혜연 전략병기본부장······ 회장님도 되게 아끼셨는데 갑자기 무 대륙에서 죽었다고 했을 땐 세상이 몇 달은 떠들썩했던지······ 어쨌든, 그 마스터피스 중 하나를 아들한테 유품으로 물려줬는데 아들내미가 하필 병신이라서 눈먼 보물이 된 거고, 그걸 우리 진 상무님께서······ 잠깐─”


SUV 앞에 다 왔을 때쯤, 과장이 문뜩 멈춰 섰다.


“······왜 그러십니까?”


과장은 대답 대신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꺼내 드는 게 아닌가?


그가 고개를 돌려서 총구로 어딘가를 가리켰으니······.


그건, 유재익이었다.


“아까 저 자식, 죽은 거 제대로 확인했지?”

“맥박 멈춘 거 확인했습니다.”

“누운 자세가 달려졌단 말이지······.”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려서 유재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블린 사체도 사라졌잖아?”


과장의 말대로 근처에 널브러져 있던 늪지 고블린 사체 중 몇 구가 사라진 상태였다.


“어? 총 6구였는데······ 예! 4구가 사라졌습니다!”

“고블린들이 와서 동료 시체를 가져간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다가 유재익을 건든 거고요.”


확실히 정황상 그렇게 보였다.

고블린이란 족속은 반짝이거나 알록달록한 소품을 좋아해서 인간의 옷가지까지 벗겨 가는 습성이 있었다.


하지만 과장은 여전히 찝찝한 표정이었다.


“그러면 왜 몇 구만 가져갔지? 그리고······ 그것들, 몸통에 총구멍 나서 대량 출혈이 났을 텐데, 끌고 간 흔적도 없잖아?”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춰봤지만, 정말로 핏물이 번진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증발한 것처럼, 시체만 사라졌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들의 시선이 다시금 유재익에게 향했다.


“일단······ 쟤, 다시 맥박 확인해 봐.”


과장의 지시에 팀 막내, 정 주임이 움직였다.

그는 들고 있던 권총을 허리춤에 찔러 넣은 뒤, 가죽 장갑을 벗었다.

그리고 유재익의 목덜미로 손을 뻗으며 쭈그려 앉는 순간─


“─어?!”

“뭐야 저거!”


바로 옆, 트럭 아래에서 무언가 불쑥 튀어나왔다.

다른 이들이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그것이 정 주임의 다리에 들러붙었다.


푹!


“끄아아아!”


정 주임이 비명을 내지르며 고꾸라졌다.


과장이 총구를 들어 올렸고 다른 이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움직이지 마.”


그때 웬 목소리가 경고했다.

동시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유재익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움직이면, 이 자식 죽어.”


딱딱!


유재익의 말에 동조하듯 정 주임의 몸에 들러붙은 것이 괴상한 소리를 내었으니······.


그것은─


“고, 고블린······?”


그래, 언뜻 봐서는 분명히 그렇게 보였다.

그 작은 체구와 특유의 움직임─ 어둠 속에서 그것이 튀어나오는 순간, 모두가 본능적으로 고블린을 떠올렸다.


하지만 손전등의 불빛에 드러난 모습은······ 뼈밖에 남지 않은 형체에, 텅 빈 안와 속에서 녹색의 불빛이 일렁거리고 있었으니······.


“스, 스켈레톤이잖아?”


언데드 계열 마수란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죽은 존재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마수든 본능적으로 꺼린다.

그리고 언데드가 있는 곳은 사기(死氣)가 넘치는 곳이니, 살아 있는 존재는 죽은 것들과 쉬이 공존하지 않고, 서식지도 겹치지 않는다.

앞서서 살아 있는 마수들이 출현한바, 이곳에 언데드가 나타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그게, 죽은 줄 알았던 유재익의 명령을 받는 듯한 기이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으니······.


“으으으─ 사, 살려 주세요······.”


정 주임은 그것에 깔린 채로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의 다리에서 피가 질질 흐르고 있었다.


그러자 과장 옆에 선 최 대리가 소리쳤다.


“인마, 정신 차려! 고작 하급 마수잖아!”


그래, 그의 말대로 고블린 스켈레톤은 하급 마수다.

비록 불의의 일격을 당했지만, 놈에게 목숨을 잃는 건 말이 안 된다.

이에 정 주임도 정신이 들었는지,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눈동자를 굴리기 시작했다.


“흐─ 후······.”


목에 칼이 겨누어져 있으나, 가슴에 올라탄 고블린 스켈레톤의 무게는 너무나 가볍다.

몸을 재빠르게 뒤틀면 치명상을 피할 수 있을 테고, 그 찰나 순간에 상황은 정리될 것이다.


과장은 그런 의도를 담은 눈짓을 정 주임에게 보내면서, 유재익에게 말을 붙였다.


“유재익, 너······ 어떻게 된 거냐?”

“왜? 아까는 의사 소견처럼 내 마나하트가 어떻게 될지 줄줄이 읊어 대더니만, 시발, 왜 이제는 역으로 물어보냐?”

“저게 왜 네 명령을······ 영매 능력 중에 그런 건 없을 텐데······.”

“억울해서 그냥 죽을 수가 있어야지? 네 말대로 귀신으로 각성해서 복수하러 왔다, 어쩔래?”


과장은 유재익과 대화를 하면서도 생각했다.


‘사라진 고블린 시체는 총 4구······ 1구는 놈이 조종하고 있고, 나머지 3구는 어디에 있지?’


그는 총구를 유재익에게 겨누고 있음에도 감각을 넓게 확장하여 일대를 훑었다.


이윽고 발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이번에도 차 아래냐!’


과장은 그게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총구를 움직여서 난사했다.


탕! 탕! 탕!


뒤이어 손전등을 돌리자, 골이 깨진 고블린 스켈레톤 한 마리가 차 옆에 엎어져 있었다.


“─뒤다!”


최 대리가 몸을 돌리며 뽑아 든 삼단봉에 마나를 휘감아 휘둘렀다.


뻐─걱──!


무언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고블린 스켈레톤이 옆으로 고꾸라졌다.


마지막 한 마리는 차 보닛을 밟고 몸을 날렸으나, 과장이 재빨리 방아쇠를 당겨 요격했다.


총 3구의 고블린 스켈레톤이 그들의 주변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정 주임을 짓누르고 있는 놈까지 합치면······.


‘총 4구.’


이로써 사라진 고블린 시체와 동률이었다.


“유재익······ 어떻게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고작 하급 마수 따위로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우리는 <진은공략> 안전팀이라고.”


유재익이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상스레 여유로웠으니······.


“걔들이 하급 마수긴 한데······ 내가 좀 튜닝을 해 놨거든?”


······튜닝이라니?


이윽고 그들의 시선이 동시에 박살 난 고블린 스켈레톤을 향해서 천천히 기울어졌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완전히 박살 나서 리타이어된 게 분명했는데······.


치이이이──


무언가 타는 듯한, 혹은 끓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살피니, 늑골 안쪽에서 녹색의 주머니 같은 것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저게 뭐냐?”

“······내장, 아닙니까?”


하지만 뼈밖에 남지 않은 스켈레톤에게 내장이 있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 무의식들이 스쳐 지나간 것은 찰나였고, 뚜렷한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그 녹색 주머니가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어어─”


그리고.


퍼─엉──!


폭발했다.


웬 액체가 비산하며 그들을 덮쳤다.


셋은 얼굴을 부여잡고 뒷걸음질 쳤다.


“끄아아아!”

“이, 이게 뭐─ 아아아!”

“뜨, 뜨거워!”


타는 듯한 고통이 몸 곳곳에 일었으니, 본능적으로 들고 있던 무기를 내던지고는 얼굴을 박박 긁을 수밖에 없었다.


“강산성이거든, 그게.”


고통 속, 유재익의 목소리가 다가왔다.


이어서 사방에서 뼈가 부딪히는 기이한 소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공황 상태에 빠진 와중에도 등을 맞대고 주변을 경계했으나, 눈에도 강산성이 들어갔는지 시야가 뿌옜다.


“그 뭐냐······ 다 녹아 버릴 정도로 고통스러워야지만, 새로운 모습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


이윽고, 어둠 속에서 웬 붉은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강산성에 수정체가 녹았는지, 시야 속 세계는 기이하게 일그러져 보였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짙은 열기가 느껴졌다.


마치 용광로 앞에 선 것만 같은─


“그러니까, 어디 한번 참아 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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