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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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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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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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체태 컴퍼니(Chetae Company)

DUMMY

【최근, 도심 속 기승을 부리고 있는 독충의 출현으로 시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지대가 높은 지역을 위주로 수많은 지네 떼가 발견되고 있으며, 동족 포식을 통해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하고 있습니다.】


모친 홍화연 여사가, 구멍 난 양말에 바느질을 하며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겨울은 이미 끝났는데도, 춥다며 신고 있는 몇 겹의 얇은 양말 중 하나였다.


“뭔일이야, 저게. 별꼴을 다 보겠네.”

“잠깐 나갔다 올게요.”

“신백야. 이 시간에 어딜 가려고? 가로등도 없어서 잘 보이지도 않구만.”

“슈퍼 좀요. 금방 올 거예요.”

“밖에 지네가 드글드글 해. 나갈 때 조심해라!”

“네.”


사실 벌레 같은 건 관심 없었다.

오늘 또, 경찰공무원 시험에서 불합격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 * *


현관밖을 나서자, 아직 쌀쌀한 봄공기가 피부를 덮쳤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어둠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달동네라 그런지 해가 저물어도 듬성듬성 있는 가로등때문에, 유독 저녁이 짙게 느껴졌다.


철퍼덕. 꾸물.


“···어?”


잠깐, 뭔가 물컹한 게 발에 밟혔다.

슬쩍 고개를 내려보니, 발끝에 눌린 지네가 2등분되어 있었다.

여전히 꾸물거리면서 말이다.


이내, 검 회색 바닥에 수많은 지네 떼가 눈에 들어왔다.


“겁나 많네.”


최근 뉴스에 나오고 있는 바로 그 ‘독충’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성북동에서도 유명한 달동네로, 지대가 높았다.

낮에는 그나마 숨어있던 녀석들이, 희한하게 밤만 되면 기어 나와서 밟혀 죽곤 했다.


독이 있지만 인체에 치명적이진 않아, 별달리 위협적이진 않았다.

다만─이 뭣 같은 비주얼이 밥맛을 떨어지게 하고 있었지만.


꼬물.


“제발···”


대충 현관 문 앞에 있던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이용해 작은 벌레 떼들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최대한 집과 먼 곳으로 던져버렸다.


.

.


딸랑─.


경사가 90도가까이 되는 비탈길을 내려오면, 5분정도 거리에 딱 1개의 구멍가게가 있었다.

아주머니의 오지랖이 여간 싫었지만, 편의점까지 가려면 15분넘게 걸어야 하니 대충 이곳에서 필요한 걸 사곤 했다.


“백야 왔는가?”

“예. 요 앞 마루에서 술 한잔하고 가도 되죠?”

“으잉? 혼자 술 먹는다고? 아하, 고거 또 시험 떨어져부렀구만, 그지? 무슨 경찰공무원인가 뭔가 준비하고 있다더니, 요번에도 똑 떨어져부르쓰.”


아주머니의 귀신 같은 촉은, 늘 내 마음에 비수를 꽂곤하지.

알면 제발 모른 척 좀요.


“아직 2번 밖에 안 떨어졌어요.”

“아니 시험이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데, 뭔 두 번 밖에여? 언제까지 엄마 등꼴 빨아먹으며 살려고? 네 엄마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편의점 야간 알바 뛰어요. 생활비는 보탭니다···”


실수였다.

오늘은 귀찮아도 15분을 투자했어야 했다.


“너, 언제냐? 작년에도 시험 떨어져 가꼬 여기서 술 진탕 먹고 집 못 찾아가서, 엄마가 데리러 왔잖여?”

“아주머니, 이제 안 그래요. 오늘 진짜 딱 한 병만 마시고 바로 간대니까요.”


오른손에 쥐고 있던 초록색 소주병과, 새X깡이 민망하게 느껴졌다.


대충 계산이나 해줄 것이지.


“야야, 그나저나 저기 마루 아래도 지네가 디글디글 해. 아주 난리다 야.”


아주머니가 겨우 계산을 해주며, 또 다른 주제로 말을 이었다.

평소에 달동네에 사는 주민들이 종종 이 작은 구멍가게를 방문하긴 했지만, 하루 종일 적적하신 것 같았다.


“네 집은 괜찮냐?”

“안 괜찮죠.”

“조심허라이. 이 버러지새끼들이 서로 막 잡아먹어서, 내 얼마전엔 팔뚝만 한 지네도 봤어야.”


아주머니가 갑자기 리모컨을 들고,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작은 TV의 볼륨을 높였다.


【정부는 남극기지에 한 연구실을 독충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남극기지는 30년전 완공된 이후로, 국제연합기구의 동의아래 전쟁을 막는데 필요한 병기(兵器)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야, 저거 봐라. 뉴스 나오재?”


【하지만 연구실 내부에서 검증되지 않은 ‘독’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생체실험을 했던 것이 밝혀지며, 다급히 연합기구가 제제에 나섰습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독충을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독충 박멸회사 ‘체태 컴퍼니’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나섰으며 사태를 하루빨리 종결 시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야, 무슨 독으로 생체실험 어쩌고를 했댄다.”

“···계산 좀 해주세요.”

“야야, 너도 저기 지원해봐라. 저기가 경찰이든 소방관이든 특공대든 많이들 지원해서 일하고 있댄다. 월급만 2천 3천이랜다.”

“네? 2천 3천이요?”


순간 혹하는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아주머니와 함께 뉴스에 집중했다.


.

.


구멍가게 앞 대청마루에 앉아, 플라스틱 컵을 얻어 소주를 따라 마시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체태 컴퍼니’에 대한 모집요강이나 정보들을 검색해 봤지만, 순 찌라시들뿐이었다.


【체태 컴퍼니 어떻게 입사하는 지 아는 사람?】

익명1 – 몰루? 거기 모집요강 철저히 비밀인 거.

익명2 – 따로 자격 같은 건 모르겠는데, 대부분 스카우트 제의래.

익명3 – 누굴 스카우트하는데?

익명2 – 검증된 사람들만 ㅇㅇ

익명3 – 한 건당 백이고, 한달에 2,3천 벌 수 있다는 건 진짜임?

익명2 – 대외비이긴 한데, 그건 사실이래.


검증된 사람은 뭐지?

나 같은 백수는 안 받아주겠단 건가.


그 외에도─본사는 남해에 위치해 있고 서울지사도 있지만, 근무인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참 여러가지로 베일에 쌓여 있네.”


하기사, 고위공무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데 어찌 쉽게 입사할 수 있겠냐?


띠링.


【나 곧 집에 도착하거든? 오빠 어디야?】


때마침, 대학입학 후 자취를 시작했던 동생이 집 근처에 도착했다는 톡이 왔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이 금요일이던가?


동생이 집으로 가는 경로는 내가 있는 곳과 반대쪽이었다.

동네가 위험하니 종종 마중을 나가곤 했는데, 오늘 금요일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곧 갈게.】

【금방 도착해 ㅋㅋ 20분 안에?】


지금 가도, 동생을 마중 나가기엔 너무 늦었다.

아무 생각없이 마루밑에 벗어 놓은 신발을 신었을 때였다.


“앗 따거! 씨발!”


젠장, 신발에 지네가 들어가 있었다.

서둘러 신발을 뒤집어 빼냈다.


“와··· 이거 황소야, 지네야?”


내 신발사이즈는 280mm.

지네의 크기가 신발사이즈가 똑같았다.


순식간에 지네에게 물린 발이 퉁퉁 부어올랐다.


“오메, 어쩌까? 물렸는 갑네.”


내 비명소리를 듣고 아주머니가 달려오셨다.


“병원 가봐라, 야. 잘못하면 뒤져부러야.”

“괜찮아요.”


괜찮다고 했지만, 일어서면서 살짝 절뚝거렸다.


.

.


몸이 안 좋아지면 그 때 병원에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부었다는 것 말곤 별다른 통증은 없었기 때문에, 심각할 일도 아니었다.


가로등도 없는 비탈길을 오르는 내내, 달빛에 희끄무리하게 모습을 들어낸 수많은 벌레 떼들이 자꾸만 신발에 밟혔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촉감은 영 좋진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어딘가 역하게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미묘하게 화학약품냄새와 섞인, 그런 비린내 말이다.


“킁킁. 냄새가 더 진해지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지네가 밟히면서, 몸에 나온 독이 분해돼서 그런가?

아니라면 누가 지네를 죽이기 위해 방역작업이라도 한 건가? 그 짧은 시간안에?


특이한 재능이긴 했지만, 난 독의 냄새만으로 정체를 판별할 수 있었다.


온갖 추측을 하며, 겨우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였다.


“···”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모친 홍화연 여사와 동생 신백설의 수다소리가 밖까지 들렸을 텐데.

오늘은 수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게다가, 문은 활짝 열려 있다.


현관 문 안으로 들어가려는 작은 벌레 떼의 향연.

벌레를 징그럽게 싫어하는 동생이 이딴 실수를 했을 리도 없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자, 바닥에 흥건히 피가 고여 있다.


“엄마? 신백설!”


소리쳐 불러보아도, 안 쪽에서 별다른 인기척은 없었다.


우당탕!

아무런 장비도 없이 무작정 뛰어들어갔다.


우적, 우적.


반쯤 열린 방문 사이로, 희미한 그림자가 보였다.

불이 켜져 있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저건 사람의 실루엣은 아니었다.


괴이한 형태의 생명체가 뼈를 씹어 먹는 소리.


“···엄마?”


살짝 들어 난 발을 보니, 모친 홍화연 여사라는 걸 확신했다.

수족냉증 때문에 춥다며, 몇 번이고 꿰매 입은 양말을 신고 있었기 때문에.


벌컥!

활짝 문을 열자, 거실 형광 빛을 통해 괴물의 윤곽이 비췄다.


족히 2m정도 되는 거대한 길이.

마치─수십개의 다리가 달린 아나콘다 같았다.

벌레는 꿀렁거리는 다리로 모친 홍화연 여사의 얼굴을 들고 쩝쩝거렸다.


이미, 상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숨이 끊어진 건, 고작 몇 분 전이겠지.


“이 개새끼가···”


몸 전체가 분노에 휘감겼다.

저 흉포한 괴물과 싸우면 죽을 수도 있겠지만,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타닥 퍽─!


한 걸음 반. 괴물에게 도약하는데 필요한 걸음의 숫자.

오른손으로 주먹을 날리자, 괴물의 안면이 정확히 180도로 꺾이며 반대쪽으로 돌았다.

동시에 물고 있던 머리통을 놓쳤다.

데구르르 구르던 엄마의 눈빛이 공포에 절여 있다.


죽기직전 그녀가 느꼈을 두려움.


내가 엄마를 보고 있는 찰나에, 괴물의 반격이 날아왔다.


지네의 몸, 첫 번째 마디에 있는 1쌍의 다리.

그 끝부분에 칼날 같던 발톱이, 내 가슴팍을 향해 길게 뻗어 온 것이다.


콕!


단순히 바늘로 찌르는 느낌이 아니었다.


“아파···”


칼을 흉부에 꽂은 채 비트는 느낌이랄까?

나는 알 수 있었다. 화학 약품 같던 냄새의 정체가, 이 녀석 몸에서 나는 것이라고.


그런데 참 재밌는 일이었다.


죽음을 눈앞에 두면, 지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지네독이 전신에 퍼지고 있었을 때, 날아갈 것처럼 활력이 돌았다.


“그거 아냐? 나··· 경찰공무원에서 떨어진 이유가 체력시험 때문이었던 거.”


나는 말도 못하는 지네에게 지껄였다.


“노력하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더니, 진짜였네?”


쓰러져 가는 몸을 일으켰다.


“없는 살림에 꾸역꾸역 경찰행정학과 들어가서, 우리 홍화연 여사 등꼴이나 빨아먹으며 살아온 인생이 개 같았는데···”


지네괴물은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자, 이번엔 방향을 바꿔 갈퀴 같은 이빨을 세워 내 머리통을 집어삼키려 했다.

하지만──.


퍼억!

자유로웠던 오른다리를 90도가까이 들어올려, 지네의 후두를 날렸다.

강한 발차기에 지네의 목이 처참하게 부러졌고,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나는 두 손을 오므렸다 풀며, 근육세포의 아우라를 느꼈다.

흡사 스테로이드를 먹고 강제로 체력의 한계를 찢고 근육이 불어난 느낌마저 들었다.


혈관 안에서 미묘하게 빛이 세어 나왔다.


몸에 일어난 비약적 변화에 주체할 수 없어 이성을 잃었고, 지네의 몸체를 잡아 갈기갈기 찢어 나가기 시작했다.


미친놈이라도 된 것처럼, 연신 ‘죽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하지만.

몸이 여러 개로 토막 난 지네괴물은 여전히 살아 움직였고, 심지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재생했다.

원래 상태로 복구된 벌레의 몸뚱아리가 나를 감싸며 단단히 똬리를 틀더니, 다리 끝에 달린 몇 십 개의 독침들이 몸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죽는구나, 이제.


기력이 빠져나가고 있을 때, 갑자기 쾅! 하고 문을 부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다닥.

발소리의 정체는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어라···?

특공대 복장을 하고 있는 대여섯명의 남자들이, 레이저 건을 내 쪽으로 겨눴다.

그리고 그들의 상체 왼쪽부분에 희미하게 보이는 작은 글자는──


‘Chetae Company(체태 컴퍼니)’ 였다.


그 들 사이에 있던 동생의 얼굴을 확인하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연재시간은 평일 오후 12시30분에서 1시 사이에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업로드 시간이 변경될 수 있어 확정되면 공지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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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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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머리가 아홉 개 달린 괴물 23.12.15 38 3 11쪽
29 스카라브 23.12.14 35 3 12쪽
28 독충 유포자 관련 정보 23.12.13 41 3 12쪽
27 추적 23.12.12 40 3 12쪽
26 경기를 시작합니다 23.12.11 44 3 12쪽
25 지하세계로 가는 길 23.12.10 51 3 12쪽
24 포상휴가 23.12.09 51 3 11쪽
23 최후 23.12.08 53 4 12쪽
22 동상이몽(同牀異夢) 23.12.07 55 4 11쪽
21 환영(幻影) 23.12.06 55 4 12쪽
20 독이 든 보석 23.12.05 61 5 11쪽
19 손바닥의 독니 23.12.04 71 4 11쪽
18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2) 23.12.02 74 4 12쪽
17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1) 23.12.01 82 6 12쪽
16 세상에 밝혀지면 안 되는 진실 23.11.30 90 6 11쪽
15 지하세계 23.11.29 94 6 12쪽
14 조건 23.11.28 115 5 12쪽
13 비공식 지원 23.11.27 138 6 12쪽
12 기생충 +2 23.11.25 161 7 11쪽
11 정체불명의 아주머니 23.11.24 149 6 11쪽
10 개미굴 23.11.23 173 7 11쪽
9 목적 23.11.22 202 7 12쪽
8 사연 23.11.21 249 9 12쪽
7 라이벌 +1 23.11.20 315 8 12쪽
6 괴물 23.11.17 449 10 12쪽
5 원한 +1 23.11.17 544 13 11쪽
4 독거미 +1 23.11.16 708 11 12쪽
3 훈련 +1 23.11.15 914 19 11쪽
2 독(毒)으로 각성하다 +1 23.11.14 1,135 20 12쪽
» 체태 컴퍼니(Chetae Company) +1 23.11.13 1,39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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