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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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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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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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DUMMY

술렁술렁.

순식간에 회의실 안이 혼란으로 가득찼다.


- 초은아씨. 당신 말이 가능한 논리라고 생각합니까?

- 평범한 인간이, 기질만으로 독의 면역이 가능하다? 이 안에서 한치의 거짓말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독충의 신체능력을 흡수했다니. 순 억지로군.


탁탁, 그 때였다.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거구의 남자가, 두어 번 책상을 두드리자 순식간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신백야씨.”

“···네?”

“안타까운 사정은 들었습니다. 심려될만한 일이 없도록, 모친의 장례는 회사내부에서 처리할 겁니다. 체태 컴퍼니는, 신백야씨의 입사를 환영합니다.”


나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겠다는 포고인가?


미묘하게 뒤틀린 미소로 점잖은 말투를 구사하는 남자.

그는 정보를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던, 체태 컴퍼니의 대표였다.


.

.


“소개가 늦었는데, 신백야씨 왼편에 앉은 은발머리의 남자분이 ‘가사한’씨예요.”


내내 말이 없던 남자는, 초은하씨의 소개에도 시선을 돌리거나 인사를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독충 헌터 소속이고 A조입니다. S랭크에 위치한 최고의 헌터죠.”


은발의 남자는, 마네킹이나 모델같이 길쭉하고 슬림했다.


저런 남자가 헌터라고? 전혀 강해 보이지 않는데···


“1년전 A조였던 가사한씨의 선임은 남극기지로 발령받았어요. 그 이후로 인력이 보충되지 않아, 가사한씨 혼자 일해왔고요. 이제부터는 신백야씨와 함께 움직이면 되겠네요.”

“왜 그래야 합니까?”


은발남자가 대뜸, 초은하씨의 말에 반격하고 나섰다.


“왜 그래야 하냐니, 무슨 뜻이죠?”

“1년동안 혼자 아무 문제없이 임무를 처리해왔습니다. 신입과 함께 움직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얼마나 강하길래, 이리 건방지냐?


“2인 1조로 활동하는 건 원래부터 컴퍼니의 규칙이었어요, 가사한씨. 지금까지는 특수한 경우였고요.”


쓰윽.

은발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나갈 준비를 했다.


“굳이 제가 아니어도, 인력이 필요한 다른 조가 있을 겁니다. 거부하겠습니다.”

“야, 가사한. 앉아. 어디서 싸가지없게 허락도 없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


무척 화나 보이는 마천태 팀장의 목소리.

가사한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너 요즘 성적 부진하잖아? 언제까지 네가 그 랭크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냐? 최근에 몇 번이고 죽을 뻔한데다, 비찬놈한테도 따라잡혀놓고.”

“···”

“거만 떨지 말고. 그 꼬맹이 네가 알아서 교육시키고 일 똑바로 할 수 있게 만들어. 알아들었냐?”

“그럼 한가지만 약속해주십쇼.”

“···새끼가. 반박 시 네 말 다 틀림, 어?”

“신입이 일주일 안에 저를 따라오지 못할 경우, 그땐 거부권을 행사하겠습니다.”

“뭐? 저 미친 새끼가!”


마천태 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 어이, 마천태 팀장. 어딜 대표님 앞에서 소속팀원들과 싸움을 하고 있습니까?

“아이고, 죄송합니다. 상무님.”


잠시 우왕좌왕했던 상황이, 임원의 한마디에 정리됐다.

그리고─이 장면을 그저 재밌게 보고 있던 대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가사한씨 말대로 합시다.”

“예? 대, 대표님 그···”

“신백야씨가 일주일동안 S랭크가 되지 못할 경우, 체태 컴퍼니에서 영구퇴출 하겠습니다.”


* * *


“아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예?”


임원들을 제외한 네 명이, 모두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나는 어이가 없어 따지듯 말했다.


“지금 영구퇴출이 무슨 의미인지 압니까? 이건 나를 죽이겠다는 거지!”


분명 초은하씨에게 들은 말은 이랬다.


『제어가 안될 시, 야생의 상태가 된다.』


고로, 나는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괴물이 될 거다.

그 이후엔 불 보듯 뻔하게, 헌터들의 타겟이 되겠지.


고작 일주일안에 S랭크라니.


“어이, 싸가지 가사한.”

“···?”


마천태 팀장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며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일주일 안에 신백야를 S랭크로 만들어 내지 못하면, 내가 직접 너에게 책임을 물을 거야.”

“제가 왜, 능력 없는 신입의 운명까지 책임져줘야 합니까?”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냐? 너도 혼자 성장한 게 아니란 걸 알아야지? 뱀 같은 놈이긴 했지만, 널 여기까지 끌어올려준 건 구각수였다.”

“···”


구각수? 그건 또 누구지?


“네놈은 S랭크까지 도달하는데 무려 6개월이나 걸려 놓고, 감히 이딴 미션을 임원들 앞에서 발표해? 아무리 같이 일하는 입장이지만 졸라 이기적이네. 무튼, 네 말엔 네가 책임져라?”


그렇게 말하더니, 담배연기를 풀풀 풍기며 복도를 뚜벅뚜벅 걸어 사라졌다.


“어휴, 담배연기로 영역표시 하시나··· 장소구분 없이 피시네.”


초은하씨가 포기했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앞으로는 가사한씨가 신백야씨의 선임이 됐으니 사부라 생각하고 도움을···”

“이야아──!”


그 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광대가 찢어질 듯 활짝 웃으며 말이다.


“이게 누구야? 오늘 입사했다는 그 유명한 신-입?”

“누구··· 시죠?”


그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마치 오래된 친구를 대하듯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 앞에 있는 이 남자─분명 밝은 투로 말하고 있는데, 눈에 광기가 서려있다.


“반가워, 신입! 내 이름은 비찬이다. 신입의 이름은?”

“···신백야입니다.”

“오, 백야라고? 밤에도 어두워지지 않은 현상을 말하는 건가?”


그 딴 건 아무 상관없습니다만.

그나저나 ‘비찬’이라는 이름을 방금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아, 기억났다.

가사한씨의 라이벌.


뚜벅뚜벅.

가사한이 언짢은 표정을 짓더니 비찬을 비켜 지나갔다.


“신입, 아쉽네? 나랑 같은 조였음 도움을 많이 줬을 텐데? 하지만 걱정 마!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차근히 벌레 맛을 알게 해줄 테니, 기대하라고!”


그가 붉은 눈이 반짝일 때마다, 어딘가 섬뜩했다.


.

.


겨우 광기남에게 벗어났다.

그리고 초은하씨를 따라, 가사한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회사 내부는 미로같이 복잡해서 쉽게 길을 잃을 수 있어요. 우선 이걸 받으세요. 통신장치입니다.”


초은아씨가 건넨 건, 일반 스마트폰과 다를 바 없는 디자인과 크기였다.


“회사 내부 구조와 필요한 정보, 내용을 공유하는 통신장치예요. 건물 안에선 일반 스마트폰은 사용할 수 없고, 대외비나 기밀 같은 걸 유출할 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세요.”

“제 동생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아, 신백설씨요? 조급해하지 마시고요. 회사절차에 따라 만나게 해드릴 거예요. 동생분에게는 신백야씨가 살아있다고 전달했고, 현재 컴퍼니 내부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예요.”


동생의 소식을 들으니, 잠깐동안 안심이 들었다.

얼굴을 직접 보기 전까진 걱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이쪽이 A조의 훈련실이고요. 안으로 들어가면 가사한씨가 있을 거예요. 모쪼록 건투를 빌게요.”


.

.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근력훈련을 위한 운동기구들이 눈에 띄었다.

딱히 특별한 건 없는 훈련실이었지만, 두 명이 쓰는 공간 치곤 무척 넓어 보였다.


곧, 팔굽혀펴기를 하는 가사한을 발견했다.


“가사한씨, 앞으로 뭘 하면 됩니까?”

“···”

“가사한씨?”


연신 말을 걸었지만, 자체 음소거 처리를 한 것처럼 가사한은 대꾸하지 않았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괴물이 되기 싫습니다. 그러니까 지옥 끝까지가서 당신 붙잡고, S랭크 찍든가 같이 죽든가 할 거라고.”


가사한이 내 마지막 말을 듣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달라붙은 티셔츠 안에서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그가 밑도 끝도 없이 나의 목 뒷덜미를 잡더니, 엄청난 괴력으로 번쩍 들어올렸다.

마른 체구에서 나올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씨발, 안 놔?”


아무리 버둥거려도 도저히 벗어날 수 없던 악력.

그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음습한 지하창고였다.


퍽!

가사한이 자비없이 나를 내던졌다.


그 순간,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빠졌다.


창고안은 복층 구조였다.

가사한은 태연한 얼굴로, 계단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친 새끼가! 그냥 말로 하라고!”

“첫 번째 훈련.”

“···뭐?”

“벌레를 무서워하면, 다음은 없어.”

“···”

“탈출을 하고 싶으면 해라. 하지만, 앞으로도 현장에 나갈 기회는 없을 거다.”


벌레에 적응하라고?

지금 이 캄캄한 창고 안에 벌레가 있다는 건가?


──기분이 아주 개 같았다.


서둘러 계단 위로 올라가려 했을 때였다. 가사한이 정체불명의 스위치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끼익!


“···?!”


콸콸콸.

종아리까지 오던 물의 깊이가, 순식간에 목 밑까지 차올랐다.

이어 가사한이 또다른 버튼을 누르자, 이번엔 계단이 분리되면서 물속으로 꺼지고 있었다.


탈출 경로까지 차단해버린 것이다.


“진짜 죽이려고 작정 한거지? 이 씨발 새끼야!”

“억울하면 살아남던가.”


저 놈에게 내 목숨은 구더기만도 못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너를··· 꼬르륵.”


점점 수면이 높아지자, 발이 더 이상 땅에 닿지 않았다.


끼익, 쾅!


버둥거리는 나를 외면하고, 가사한이 창고문을 닫아버렸다.

미약하게 남아있던 빛이 사라지며, 완전한 어둠안에 갇혀 버린 것이다.


나 수영도 못하는데···


“꼬르륵···”


살기위해 발버둥을 칠때마다, 몸 근처로 무언가 달라붙는 것 같았다.


미끈한 촉감의 검은색 생명체···

확실하지 않았지만, 거머리로 추정했다.


물 속에서 겨우 눈을 떴을 때였다.

드디어 그 기분 나쁜 촉감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평범한 거머리라고 보기엔 다소 크기가 거대했다.

일반 성인남성의 팔뚝만 한 몸집이, 촉수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꼬르륵.”


거머리가 꿀렁거리며 몸 속에 있던 혈액을 빨았다.

정확히, 피가 아니라 독이겠지만.

그 뿐만 아니었다. 이상한 액체가 몸 속으로 들어오는 기분마저 느껴졌다.


이 괴물들은 단순히 내 피를 흡혈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독을 주입하고 있었다.


맛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염소화 탄환수소’


용제, 살충제, 냉매로 사용되는 화합물질로 노출되면 신경학적 손상, 발달 지연,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놈들은 독에 의해 개조된 독 거머리였다.

내가 들이마시고 있던 물도, 독이 함유되어 있던 것이다.


“꼬륵···”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는 건가?


서서히 시야가 흐려지더니, 의식이 멀어져 갔다.


사력을 다해 휘적거리던 팔 다리의 움직임도 둔해졌다.

천장까지 물이 차오르는 바람에, 공기를 마실 수 없어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 버렸다.


.

.


아주 잠깐이지만 기분 좋은 꿈을 꿨다.

멋지게 경찰공무원시험에 합격해, 모두에게 축하받고 있는 꿈이었다.


가장 기뻐하셨던 건, 군말 없이 나를 지지해 주었던 모친 홍화연 여사였다.


우리 홍화연 여사에게 말해야 하는데··· 앞으로 동생은 내가 잘 돌보겠다고.


“푸하!”


마침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숨을 쉬고 있었다.

웃기는 건 여전히 물속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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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스카라브 23.12.14 35 3 12쪽
28 독충 유포자 관련 정보 23.12.13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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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지하세계로 가는 길 23.12.10 51 3 12쪽
24 포상휴가 23.12.09 50 3 11쪽
23 최후 23.12.08 53 4 12쪽
22 동상이몽(同牀異夢) 23.12.07 55 4 11쪽
21 환영(幻影) 23.12.06 55 4 12쪽
20 독이 든 보석 23.12.05 61 5 11쪽
19 손바닥의 독니 23.12.04 71 4 11쪽
18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2) 23.12.02 74 4 12쪽
17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1) 23.12.01 82 6 12쪽
16 세상에 밝혀지면 안 되는 진실 23.11.30 90 6 11쪽
15 지하세계 23.11.29 94 6 12쪽
14 조건 23.11.28 115 5 12쪽
13 비공식 지원 23.11.27 138 6 12쪽
12 기생충 +2 23.11.25 161 7 11쪽
11 정체불명의 아주머니 23.11.24 149 6 11쪽
10 개미굴 23.11.23 173 7 11쪽
9 목적 23.11.22 201 7 12쪽
8 사연 23.11.21 249 9 12쪽
7 라이벌 +1 23.11.20 315 8 12쪽
6 괴물 23.11.17 449 10 12쪽
5 원한 +1 23.11.17 544 13 11쪽
4 독거미 +1 23.11.16 708 11 12쪽
» 훈련 +1 23.11.15 914 19 11쪽
2 독(毒)으로 각성하다 +1 23.11.14 1,135 20 12쪽
1 체태 컴퍼니(Chetae Company) +1 23.11.13 1,392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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