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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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최근연재일 :
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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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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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새천년(1)

DUMMY

“······”


“······”


다들 앉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는 모르는 상태로 침묵이 흘렀다.

길어진 침묵이 공기를 내려 눌러 갑갑해질 때쯤. 김어수가 입을 열었다.


“다들 알다시피 나는 마탑에 있다네. 마탑은 게이트국의 눈치를 보지 않지. 그런데 왜 이 화랑탐험대에 있는 줄 아는가?”


“협력 관계 아니신가요?”


“아니네. 탑주가 나를 싫어해서야. 게이트국과 마탑의 정치적 협상의 결과로 마법사 일부가 게이트국 산하의 탐험대로 팔려가게 됐지.”


“으음···”


구찬혁도 할 말을 골랐다. 쉽게 나눌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들 사연이 있을 걸세. 게이트국 산하의 탐험대엔 불문율이 있지 않은가. 서로에 대해 너무 깊이 알려고 하지 말라는. 우린 같은 팀원이지만 사실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다네. 그게 게이트국이 바라는 걸 거야. 우리 모두가 합심해서 한마음으로 뭉치면 다루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네.”


“······”


“우린 모두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 자리에 모였다네.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할 탐험가란 직업을 가졌지만 실상은 게이트국의 꼭두각시나 다름없지. 하지만 그래도 말일세. 나는 자네들을 믿는다네. 자네들이 어떤 연유로 이렇게 이곳에 모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들을 완벽히 신뢰하기에 그동안 수없는 위기를 헤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네.”


“···저도 그래요.”


“영감탱이. 갑자기 왜 분위기를 잡고 지랄이야?”


“허허허. 저번 일을 통해 느낀 게 있다네. 앞으로 더 힘든 일들이 있을 거야. 세상은 빠르게 급변하겠지. 안 그런가?”


“···아. 그럴까요?”


갑자기 내게 묻는 김어수의 질문에 당황했다.

뭘 알고 저러는 건 아니겠지?


“각자에게 모두 어떤 사정들이 있겠지만. 이 화랑 탐험대로 있는 동안은 서로가 등을 맞댈 수 있는 전우였으면 한다네. 일단 나부터 그리하겠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다 일세.”


등을 맞대고, 서로에게 서로의 목숨을 맡기는 것. 그건 탐험대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였다.


“내가 팀장인 동안은.”


김어수의 말을 이어 이독 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은 이유라를 향하고 있었다.


“팀원의 등을 노리는 행위는 용납지 않겠다. 하지만··· 언제든 체육관 문은 열어두마.”


“하하. 좀 어색하지만 저도 앞으로 계속 잘 부탁해요.”


팀원들 모두가 어색하게 한 마디씩 뱉었다. 이유라는 어색한 표정으로 팀원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도. 잘 부탁해.”


저번 탐험엔 참여하지 못했던 이윤이 이유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좋아요. 다들 잘 부탁해요. 어차피 게이트국에서 알려준 건 다 사실이 아니겠죠? 앞으로 조금씩 알아가요.”


이유라는 나를 흘깃하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제일 충격적이려나. 자이언트 앤트를 혼자 잡아낸 건 보통일이 아니긴 하니까.


“아, 그나저나 이제 랭킹 시스템 도입한다던데.”


“그게 뭐예요?”


구찬혁의 말에 이주원이 물었다.


“전 세계의 각성자들을 강한 순서대로 순위를 매긴다더군. 기준이 애매해서 분쟁이 좀 생길 거 같기는 하지만. 재밌을 것 같아.”


“오오. 랭킹이라. 몇 위까지 뽑는 걸까요? 나도 들어갈 수 있으려나?”


이럴 때는 어린아이 같아지는 이주원이 기대감 어린 어조로 말했다.

세계 상위 기업들의 연합체인 ‘말콤의 푸른 잔’에서 만드는 랭킹 시스템은 꽤 매력적인 시스템이다.


일단 랭커로 인정받으면 많은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강한 각성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은 기업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만들어 랭커들을 후원했기에 상상 이상으로 큰 금액이 걸린 일이었다.


“태오가 당분간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 이곳에서 식사나 하지.”


“오? 팀장님이 먼저 식사를 하자고 하다니. 처음 봤어요!”


“그러게. 그럼 맛있는 거 먹어 볼까?”


신난 이주원과 구찬혁이 음식을 배달시키고, 차태백과 김어수는 술을 산다고 나갔다 왔다.

한순간에 술판이 벌어진 병실.


“진짜 미성년자 환자 앞에서 잘들하는 짓이다.”


차태백이 웬일로 정상적인 말을 내뱉었지만.


“헛소리 말고 와서 한잔 받게나.”


“아오, 이 주정뱅이 영감탱이가.”


언제나처럼 한순간에 무시당했다.

시끌벅적하다. 다시 평소처럼 떠들고 노는 팀원들.

모두 각자의 속내를 털어낼 생각이 없기에, 사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 같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게 화랑 탐험대일지도 모르겠다.

비밀이 가득하지만. 그런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아줄 수 있는.

나는 이독 팀장처럼 이 팀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


다시 시작된 일상. 한동안 내 옆에서 떠나질 못한 어머니와 함께 안전하고 평온한 며칠을 보냈다.


‘일산고 참사’로 명명된 그 사건 이후로 학교도 게이트국의 탐험도 모두 멈췄다.

모두가 참사에 대한 이야기뿐이었고, 나는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이어갔다. 나를 찾는 기자들은 모두 정보부에 의해 제지당했다.


“아들. 또 먹고 싶은 거 있어?”


“배 터지겠어요. 나 살쪘어요 엄마.”


“넌 좀 쪄도 돼. 너무 근육만 많아도 건강에 안 좋다더라.”


“누가 그래요. 또 이상한 거 봤죠?”


“이상하다니~ 대학병원 교수님들 나오는 프로그램인걸. 엄마 장 봐올 테니까 쉬고 있어.”


“에휴···”


엄마는 날 사육하기 위한 사료를 사기 위해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나섰다.

집 주변에 대기 중인 정보부 요원들이 데려다주고 장 보는 것도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던데.

엄마가 집에만 있는 걸 불편해하지 않아 다행이다.


“으으~”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을 했다. 몸을 풀고 새로운 소식은 없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해외에서도 침식이 일어나는 중이고··· 난리도 아니네.”


팀원들은 모두 외부인을 의심했고, 나 또한 동의했다.

머릿속 공략집에 게이트 침식과 외부인에 관련한 의심스러운 사건들이 여럿 있었으니.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모든 사건은 외부인으로 통하나. 이 새끼들 대체 뭐 하는 새끼들이지?”


띠리링.


이독 팀장의 전화였다.


“네. 팀장님.”


“임무다. 곧 이기후가 갈 거다.”


“아, 알겠습니다.”


뚝.


드디어 이 답답한 집을 벗어나는 건가.

나는 엄마에게 전화해 임무에 나가게 됐다고 이야기하고는 옷을 챙겨 입었다.


띵동.


“빨리도 왔네.”


이기후를 따라 도착한 곳은 산이 시작되는 초입에 자리한 조그만 공터였다.

인적이 드문 이곳엔 화랑 탐험대의 팀원들과 처음 보는 얼굴의 다른 탐험대로 보이는 이들이 어색하게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태오 왔구나! 이제 다 모였네.”


“허허허. 훌륭한 젊은이. 잘 지내고 있었나 보구나. 살이 올랐어.”


역시 살이 좀 찐 모양이다. 오늘 쌓인 지방들을 다 털어내야겠다.


“다들 모이셨으니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이기후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북한산 안쪽에서 인신공양이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정보부 요원들이 입구를 막고 있습니다. 입구는 총 두 곳으로 화랑 탐험대와 호국 탐험대가 한 곳 씩 맡아 내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왜 군대가 아니라 우리가 오게 된 거지?”


호국 탐험대에서 전신에 기다란 흉터가 가득한 커다란 남성이 이기후에게 물었다.


“입구가 비좁고, 놀랍게도 게이트 내부와 같이 현대무기가 통하지 않는 결계가 작동 중입니다.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 가장 빨리 모일 수 있는 두 탐험대를 부른 것이고, 현재 군의 정예병들과 길드에서 정예병들을 추리는 중입니다.”


“···알겠다.”


우린 산길을 조금 오르다 호국 탐험대와 갈라졌다.

이독 팀장과 흉터가 가득한 남성이 서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 멀어졌다.

도착한 입구는 말 그대로 산 내부로 들어가는 긴 동굴로 연결되어 있었다.


“차태백이 전위를 김태오가 후위를 맡는다.”


1열로 늘어선 우리는 천천히 어둠 속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


“적이 오고 있습니다.”


“모두 죽이세요.”


“그··· 자이언트 앤트를 죽인 탐험가도 있는 모양입니다.”


“죽일 수 없나요?”


“네. 이길 수 없습니다.”


“방법이 없나요?”


“다행히 저희 사람이 한 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시간을 끌 테니 도망가셔야 합니다.”


초로의 남성은 인자한 표정으로 아무 감정 없이 말했다.

이곳이 발각당한 것도 이제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도 이 남성의 평정심을 깨트리진 못했다.

남성 앞에 앉아있던 핏기 없는 얼굴의 젊은 여성이 답했다.


“알겠어요. 모두 북한산지부를 버립니다. 본부로 돌아갈 때네요.”


“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여성은 화면으로 이곳에 접근 중인 무리의 면면을 보았다.

남녀노소가 전부 섞인 독특한 무리가 조심스럽게 길을 뚫고 있었다.

다른 방향에서도 흉터 가득한 남성이 거칠게 길을 만들며 다가오는 중이었다.


“결국은 세상에 드러나게 됐네.”


여성은 한숨을 푹 쉬었다. 언젠가는 알려질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일렀다. 아직은 준비가 더 필요했다.


“오는데 한참 걸릴 테니··· 선물을 준비해야겠네.”


기괴하게 틀어진 미소와 함께 화면 속 사람들을 위한 끔찍한 선물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


“함정이 너무 보잘것없는데.”


차태백은 생각보다 허접한 함정에 긴장이 다 풀릴 지경이었다.

비각성자도 피해 갈만한 허접한 수준의 함정들을 보니 정보부의 판단이 의심스러워졌다.


“다행이네요. 생각보다 별 일 아닌 게 아닐까요? 그냥 정신 나간 사람들 몇 명 모여서 이상한 짓을 하다 걸린 게 아닐까요?”


“아닐세. 그것치고는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길이야. 생각보다 공을 많이 들였다네.”


“길이요? 그냥 대충 굴을 뚫어둔 게 아닌가요?


이주원은 커다란 두더지가 대충 헤집고 지나간듯한 거친 통로를 보며 물었다. 어느 곳을 보아도 정교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우린 지금 산속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네. 직선으로 들어갔다면 한참 전에 목적지에 도착했을 거라네.”


김어수의 말대로 길은 이리저리 꺾이고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길게 이어져있었다. 이미 이동한 거리만 20킬로가 넘었는데, 여전히 좁은 통로는 끝이 보이질 않았다.


“그냥 가운데로 뚫고 들어가면 안 될까요?”


구찬혁이 물었다.


“그랬다가 무너질 수 있다네. 북한산에 깔리게 되겠지. 우리가 손오공도 아니고, 산에 깔려서 살아나갈 방도가 있겠는가?”


“어휴 노땅 늙은이. 방법을 생각해봐바. 이대로면 밤새 걷기만 하겠네!”


차태백이 또 성질을 부리자 이번엔 이유라가 나섰다.


“거의 다 도착했어요. 공기가 달라졌네요.”


“아, 그···그래? 좋아. 가보자고!”


어색하게 힘을 낸 차태백이 속도를 올려 통로를 빠져나가자 탁 트인 내부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눈앞엔 산 내부라고는 믿기 힘든 거대한 공동(空洞)이 있었다.


***


“B팀. 응답하라.”


“······”


“B팀. 응답해!”


“······”


마물 특전대에 소속된 권순욱대위는 대답 없는 무전기를 거칠게 뜯어냈다.

망했다. 이번 작전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중대장님. 아무래도 다 당한 것 같습니다.”


문혜진 상병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알고 있다. 이 빌어먹을 곳은 애초에 들어오면 안 됐다.


강연학. 일산고 참사의 원흉으로 지목된 19살의 남성.

외부인으로 의심되는 그를 추적한 정보부는 파주시 외곽에 위치한 이 폐공장에 강연학이 거주 중인걸 파악해 냈다.

군에선 바로 대테러부대이자 마물을 상대하기 위해 각성자들로만 이루어진 마물 특전대를 파견했다.


“빌어먹을··· 이 정도 함정이 준비돼 있을 줄은···”


함정은 처음부터 예상했다.

그렇기에 첨단 장비와 마법 장비를 모두 동원하여 외곽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살피며 진입했다.

하지만.


“결계는 여전한가?”


“네. 이거 마탑 90층 이상에 있는 괴물들이 와야 해결 가능합니다.”


A팀의 유일한 마법사인 배현호 병장이 말했다.

특정 지점에 진입하자 발동한 결계는 외부의 이 폐공장을 완전히 단절시켰다.


“후··· 플랜 C로 간다. 핵을 찾아 모든 화력을 집중시킨다. 핵이 있을 위치를···”


“재밌는 놈들이야.”


“······!”


권순욱 대위가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돌린 곳에 강연학이 태연하게 서있었다.


“마물 특전대라니. 이름도 촌스럽네. 그리고··· 음. 그래. 저놈이 권순욱이구나.”


강연학의 손에는 전술 헬멧이 씌워진 머리통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는 그 헬멧을 쓰다듬으며 대화하듯 중얼거렸다.


“그래. 그랬구나. 이찬수 그놈이 나를 알아봤단 말이지? 어쩐지 이렇게 빨리 알아차릴 줄은 몰랐는데. 이유가 있었어.”


“모두 마력 집중!”


권순욱 대위는 그 기괴한 장면을 계속 보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적이라 판명되었다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말살하는 것. 그것이 마물 특전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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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마물 헌터(2) 24.04.08 32 1 13쪽
54 마물 헌터(1) 24.04.05 28 1 13쪽
53 세상을 가르는 힘 24.04.04 32 0 12쪽
52 강릉(5) 24.04.03 31 0 13쪽
51 강릉(4) 24.04.02 37 0 12쪽
50 강릉(3) 24.04.01 38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48 강릉(1) 24.03.28 48 0 12쪽
47 유월(逾越)(7) 24.03.27 52 0 13쪽
46 유월(逾越)(6) 24.03.26 47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6 0 13쪽
44 유월(逾越)(4) 24.03.21 56 0 12쪽
43 유월(逾越)(3) 24.03.20 62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1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1 0 15쪽
39 음모(2) 24.03.14 75 0 15쪽
38 음모(1) 24.03.13 72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4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6 0 13쪽
35 랭커가 되다(1) 24.03.08 78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8 0 14쪽
» 새천년(1) 24.03.06 83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7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90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29 두 번째 게이트 탐험(5) 24.02.29 98 1 14쪽
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4 1 14쪽
27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3 0 13쪽
26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24.02.26 1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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