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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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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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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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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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월(逾越)(3)

DUMMY

“김태오, 이현태가 탈출했습니다.”


“······김태오가 나갔다고.”


“네. 유월에서 빼낸 모양입니다.”


탁. 탁. 임한수는 탁자를 두드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동안 숱한 자들을 음해하고 모략했다. 멀쩡한 인간을 범죄자로 만들었고, 영웅이었던 이를 사기꾼에 반란군으로 몰았다.


그 모든 일이 부끄럽지 않았다. 믿음을 실천해 가는 것에 한치의 부끄러움도 의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임한수에게 김태오는 인생 최고의 치부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황금 고블린은?”


“최근엔 나온 적이 없습니다. 고블린 숲 게이트는 전부 철저히 감시 중입니다.”


“김태오가 일어난다면 찾을 곳은 뻔하겠지. 잘 감시하도록 하고.”


“네. 이철진은 어떻게 할까요?”


“적과 결탁한 배신자가 되어야겠지. 유월의 스파이로 만들어.”


“알겠습니다.”


***


“철진이가 그럴 리 없지 않습니까. 소장님.”


“정보부의 판단이야.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아니, 이게 뭔 개똥 같은 소립니까. 그날도 저 아니었으면 거기 안 내려갔을 애예요. 아시잖아요.”


“구 과장. 나도 알아. 안다고. 위에서 그러는 걸 어떻게 해?”


“소장님이 아니라고 해주셔야죠. 저도 같이 총대 멜게요. 여기서 개고생만 했잖습니까. 그놈 아니면 레벨 D에서 죽었을 애들만 한 트럭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하아······ 구 과장. 일단 진정하고. 오늘 일찍 들어가서 좀 쉬어.


“그럼 수연이는 어쩝니까. 그놈 동생이 중앙 의료소에서 치료받고 있잖아요.”


“···나도 몰라. 나도 모르니까 묻지 마라. 나도 힘들다.”


“······알겠습니다.”


지난 5년. 공무원들의 무덤이나 기피지역 1순위. 아무도 오지 않으려 하는 이 교도소에서 가장 험하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게 이철진이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반역자란다. 모든 경비대원이 조용히 살길만 찾을 때 끝까지 유월에 맞서 싸우던 이철진이 스파이에 반역자라고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이건 잘못된 거다.


‘일단 수연이를 찾아 가자. 병원에서 쫓겨나면 답도 없어. 어떻게든 거기 붙여놔야 한다.’


구영수는 검은 두더지를 나와 곧장 국립 중앙 의료원을 향했다.


***


2029.10.15 18:27


“아니, 그러니까 담당자가 누군데요? 내가 이야기 좀 해본다니까!”


“여기서 말씀하셔도 소용없어요. 저희도 기밀사항이라 인적사항은 알려드릴 수 없고요.”


“아니···.하··· 저기요. 사람 하나 살린다고 생각하고 들어주세요. 저 어린 여자 아이가 죽는 거 보고 싶은 신 건 아니실 거잖아요. 부탁드립니다.”


“하··· 죄송합니다.”


국립 중앙 의료원은 예상치 못한 불청객으로 조용해야 할 홀이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바로 제지했겠지만 상급기관의 간부를 함부로 대할 수도 없어 곤욕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 의사 가운이 조금 어색해 보이는 건장한 남성이 반듯한 걸음걸이로 병실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난동을 부리는 사람 덕분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들어왔다. 남성은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도착한 병실 문 앞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


[이수연]. 남성은 집중치료실 문을 열었다.

목에 걸고 있던 키카드를 대니 문은 쉽게 열렸다.


“······”


3종류의 수액을 꽂고, 온갖 장비들을 몸에 연결한 작고 연약한 여성이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남성은 가까이 다가가 여성을 내려다보았다. 온갖 장비들로 간신히 삶을 유지하는 이런 여자를 대체 왜 죽이려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일은 일이다.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낸 남성은 천천히 수액이 연결된 관으로 손을 옮겼다.


꽈악. 툭.

그때 기척도 없이 다가온 누군가가 주사기를 빼앗아 남성의 목덜미에 꽂았다. 전광석화 같은 동작이었다.


“조용히. 움직이거나 쓸데없이 소리를 내면 이거 누를 거야. 알아들었어?”


이철진은 분노하고 있었지만 감정을 최대한 가라앉히며 남성에게 말했다.

주사기 끝에 손가락을 올린 손을 보며 남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에 송골송골 식은땀이 맺혔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죽음의 위기가 닥쳐왔지만 괜찮다. 침착하게 행동한다면 살길이 생길 것이다.


“누구야? 누가 죽이라고 시켰니.”


“······”


“나는 인내심이 많지 않아. 다섯을 셀게. 오, 사, 삼.”


“······”


“이···일!”


몸을 뒤튼 남성이 팔꿈치로 이철진을 노렸지만 가뿐하게 피해낸 이철진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남성의 목에 꽂힌 주사기의 피스톨은 이미 끝까지 눌려져 있었다.


“커억··· 컥···”


남성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상하다. 이성적이고 침착하게 움직였지만 적은 서있고, 여기 바닥에 누워있어야 하다니.

자신이 토한 핏물에 쓰러져 바닥을 기는 남성을 내려다보며 이철진이 말했다.


“그러니까 말하랬잖아. 왜 까부는 거야.”


자신의 핏물에 잠겨 죽어가는 남자를 내버려 두고. 이철진은 동생에게 다가갔다.

이 거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의미. 고통스러운 탐험가 생활과 개 같은 교도소 경비대원의 삶을 버텨왔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오랜만이야. 내가 많이 늦었지? 요즘 많이 바빴지 뭐야.”


이철진은 동생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이렇게 착하고 사랑스러운 동생이 왜 이런 끔찍한 고통을 당해야만 하는 걸까.


“철진아. 밖에 다 확인했다. 응? 뭐야. 그새 왔어?”


“어. 너희 말이 다 맞았네. 고맙다고 해야겠군.”


“아니야. 뭘 이런 걸로. 우린 이제 한 팀이잖아.”


“후우··· 그래. 한 팀이지.”


쓰러진 남성과 마찬가지로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낸 이철진이 수액을 다 뽑아내고, 직접 주사했다.


“되겠지?”


“괜찮아. 지켜봐라.”


이두한이 이철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세게 움켜쥐었다. 믿음을 전하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이수연의 얼굴이 붉어지고, 동시에 심박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130···140···150. 빠르게 치솟는 수치를 보며 이철진의 이를 악물었다. 보고 있기 괴로웠지만 유월에서 건네준 약을 믿고 기다렸다.


삐빅. 삐빅. 치솟은 심박으로 기계가 경보음을 내자 이두한이 다가가 기계를 내리쳐 부숴버렸다.


“뭐, 뭐야?”


“괜찮다. 여러 번 봤어. 걱정하지 마.”


이두한은 이수연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기계들을 제거했다. 거대한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섬세한 움직임이었다.


“하아···하아···”


붉게 달아올랐던 이수연의 얼굴이 점점 돌아오며 호흡이 차분해졌다.

창백했던 얼굴엔 작지만 혈색이 돌아와 있었다.


“수, 수연아···”


“좋아. 이제 데리고 나가기만 하면 돼. 준비해.”


“알았다.”


이수연을 조심스럽게 안은 이철진이 이두한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개시. 지금 빠져나간다.”


-좋아. 시작해.


조세은의 무전을 들려왔다. 이철진과 이두한이 병실을 나서자 복도의 불이 모두 꺼졌다. 오직 복도의 조명만 꺼진 상황이기에 빠르게 행동해야 했다.


삐잉. 삐잉.


병원 전체에 경보가 울렸다. 국가 중요 시설인 데다 중요 인사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었기에 반응은 신속하고 빨랐다.

정문을 통해 제복을 입은 경비대가 들이닥쳤고, 순식간에 모든 출입구가 통제됐다.

병원을 찾은 환자와 방문객들은 어두컴컴한 병원내부에서 숨죽인 채 경비대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405호. 405호 환자가 사라졌다. 사상자 발생!”


“모두 움직여! 출입구 확실히 통제해!”


퉁. 비상전력이 돌며 복도에 다시 불이 켜졌다.

405호실 앞은 수많은 경비대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남잔 누구야? 의사 맞아?”


“훈련된 몸인데. 이상하군. 신원 조회해 봐.”


“출입구는 다 통제 됐습니다. 병원 안에 있을 겁니다.”


상황은 빠르게 진정되어 갔다. 경비대의 반응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2029.10.15 18: 54

이두한과 이철진은 지하를 달리고 있었다.


“여기 맞아? 병원 밑에 왜 이런 길이 있는 거야?”


“외부에 공개되면 안 되는 고위직 놈들이 이용하는 통로야.”


“그런 게 있었어? 근데 그럼 경비가 더 빡세야 하는 거 아냐?”


“반대야. 보는 눈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구의 경비만 철저하게 하고 통로엔 경비를 두지 않아. 어차피 그런 인간들은 다 개인 경호원들 끌고 다니잖아.”


“그래? 이상한 일이군.”


“그렇지. 그리고 카메라는 다 먹통일 거야. 세은이가 일을 잘 처리했다면 말이지.”


-나는 당연히 일을 잘 처리했어. 이거 다 들리는 거 알지?


“아, 깜빡했네. 우리 곧 나간다.”


-오케이.


긴 통로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동생을 안고 있는 이철진을 뒤로 두고 이두한은 두 발에 힘을 주어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달리는 속도 그래도 출구를 들이받았다.


콰광!!


문이 달렸던 벽면 전체가 터져나갔다. 출구를 막고 서있던 경비원들은 잔해와 함께 수십 미터를 날아가 나뒹굴었다.


“시원시원하네.”


“크하하하. 좋아. 난 이런 게 좋다고!”


시원하게 웃어 젖힌 이두한이 꿈틀거리며 일어나려는 경비원들을 발로 차버렸다. 퍽 소리와 함께 날아간 경비대원들은 의식을 잃은 건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가자. 작전대로면 여기로 오는 경비원은 없을 테지.”


“그래.”


그 시각. 병원 내부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아니, 대체 왜 안되는 거야?”


“모르겠습니다. 해킹당한 것 같은데··· 이건 전문가가 와야 합니다.”


“해커 놈 어디 갔어? 왜 안 보이는 거야?”


“그게··· 오늘 연차라서···”


“뭐? 이 미친 새끼들이. 당장 불러와!”


“몸이 안 좋아 연차를 낸 거라··· 지금 병원에서 검사 중이랍니다.”


“병원? 여기가 병원이잖아. 어딜 간 건데?”


“그게···”


경비대원은 경비대장에게 할 말이 궁색했다.

경비대 내에 중앙 의료원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답답했다. 이 대장 놈은 중앙 의료원이 외부에서 어떤 이미지인지 진짜 알지 못하는 건가?


“시발. 그럼 다른 해커는?”


“30분 정도 걸린답니다. 헬기 허가가 안 나서 차로 오는 중이라···”


“이 개자식들이. 사람이 죽고 실종됐는데, 헬기를 못쓰게 해?”


경비대장은 머리에 김을 내뿜으며 길길이 날뛰었다. 경비대장이 고성을 지를 때마다 병원 내부의 분위기는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쾅! 경비대장은 전산오류로 열리지 않는 문을 괜히 두들겼다.

부숴버렸다간 보기보다 첨단장비인 출입문을 다 물어내야 할 수도 있어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 됐나.’


슬쩍 사무실을 빠져나온 조세은은 간호사복을 입고 수술실이 연결된 통로를 향했다.


“잠깐 대기하세요.”


“아, 중환자실에 주사 놓을 시간이라서요.”


“지금 전산오류로 문이 막혀서 이동 금지입니다.”


투둑. 갑자기 문을 봉인하고 있던 쇳덩이들이 올라가며 문이 열렸다.

조세은은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열렸네요? 이거 경찰청장님 아내분 드려야 하는 건데. 지나가도 될까요?”


“어, 그게 잠깐만요. 이게 왜 열렸지? 잠깐 확인을 좀 해야 하는데···”


“여기 이름 보이죠? 문제 되면 이따 찾아오세요. 주사 놓고 있을 테니까요.”


차트에 있는 환자의 이름과 병실 호수를 보여주며 유유히 지나쳐갔다.


“저, 저기···”


갑작스러운 변화에 정신을 못 차린 경비원은 조세은을 보내주고 나서야 경비대장에게 보고했다.


-대장님. 3 구역 통로 문이 열렸습니다.


-알고 있어. 지금 전 구역 문 열렸다. 일단 아무도 지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어.


-아, 근데 지금 중환자실에 가야 한다고 간호사 한 명이 지나갔습니다.


-뭐? 이 병신아! 그걸 왜 묻지도 않고 보내?


-아, 그게 병실이랑 환자 차트는 다 확인하고···


-당장 가서 확인해!


-넵!


호되게 혼난 경비원이 중환자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중환자실 문 앞에 붙은 메모지를 볼 수 있었다.


[감봉 축하해요. 다음부턴 일 똑바로 하세요~]


“이런 시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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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강릉(4) 24.04.02 37 0 12쪽
50 강릉(3) 24.04.01 38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48 강릉(1) 24.03.28 48 0 12쪽
47 유월(逾越)(7) 24.03.27 52 0 13쪽
46 유월(逾越)(6) 24.03.26 47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6 0 13쪽
44 유월(逾越)(4) 24.03.21 55 0 12쪽
» 유월(逾越)(3) 24.03.20 62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1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1 0 15쪽
39 음모(2) 24.03.14 74 0 15쪽
38 음모(1) 24.03.13 72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4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5 0 13쪽
35 랭커가 되다(1) 24.03.08 78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8 0 14쪽
33 새천년(1) 24.03.06 82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7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90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29 두 번째 게이트 탐험(5) 24.02.29 98 1 14쪽
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4 1 14쪽
27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3 0 13쪽
26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24.02.26 1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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