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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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최근연재일 :
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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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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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 헌터(1)

DUMMY

“······”


“좀 먹지 그래?”


“······”


“물은 좀 마시지 그래?”


대답도 없고, 반응도 없다.

9호는 오드가 떠나고부터 세상에 어떤 관심도 없었다.

처음엔 슬픈 눈망울로 떠나간 자리를 살피더니 이젠 아무런 표정 없이 인형처럼 앉아있다.

밥도 물도 먹지 않는다.


‘오려면 시간 좀 걸릴 텐데.’


혹한 2등급 게이트는 아직 공략이 안된 게이트다.

오드가 아무리 대단해도 혼자서 해결하진 못할 테니 게이트가 닫히기 전까지 대충 일주일정도는 둘러보고 오지 않을까?

그동안 굶는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나와. 명령이다.”


그래도 명령이란 말에는 반응한다.

아마 명령을 따르라던 오드의 말 때문이겠지.


‘그냥 밥 먹는 것도 명령해?’


한 번만 더 인간적인 권유를 해볼 참으로 사무실을 나와 식당을 향했다.

유월 본부가 자랑하는 최고의 전망을 가진 레스토랑을 향했다.


높고 푸른 산이 내려다 보이며, 그 끝에 푸른 바다가 자리한 탁 트인 전망을 가진 레스토랑.

그곳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은 철진은 간단한 요리를 시켰다.

9호도 관심이 동했는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경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먹고 싶은 거 있어?”


“······”


“대답.”


“없어요.”


“···알았다.”


강아지처럼 따르던 오드와 다르게 차갑기 그지없는 모습.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바닷가를 바라보는 9호의 얼굴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영화배우 같네.’


아름답다. 차갑고 도도한 표정이 오히려 매력을 높이고 있었다.

일하는 직원들도, 가까운 테이블의 사람들도. 모두가 9호를 흘깃거렸다.


“오빠!”


“어. 왔어?”


어려울 땐 역시 가족뿐이랄까.

이철진은 동생 찬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누구와도 쉽게 가까워지는 동생이라면 9호와도 가까워지지 않을까?


이수연은 생긋 웃으며 9호의 옆에 앉았다.


“와~ 언니 너무 예뻐요. 영화배우 같아요.”


“······”


“저는 이수연이라고 해요!”


뻗어진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이수연과 눈을 마주친 9호.

그녀는 힘겹게 대답했다.


“···9호.”


“9호 언니구나. 반가워요. 근데 여기 전망 정말 좋지 않아요? 저는 이 기지에서 여기가 제일 좋더라고요.”


“···그래.”


대답을 했다.

확실히 수연은 달랐다. 무언가 마법처럼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알아봤는데, 만나는 분은 따로 없더라고요.”


“그래?”


“네. 그리고 동물들을 좋아해요. 저번에도 혼자 고양이를 쓰다듬는 걸 봤어요.”


“오오···”


“식탐은 없는 것 같긴 한데. 찌개류를 좋아해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은 거요.”


“그렇군··· 난 요리를 해본 적이 없어.”


“어머, 정말요? 언제 제 방에서 요리해보실래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좋아.”


뭐지. 잠깐 딴생각을 하다 왔는데.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가 없다.

하지만 이야기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끼어들진 않았다.

이야기에 흥미가 붙었는지 9호는 생각보다 말이 많았고, 식사도 곧잘 했다.


‘용돈이나 줘야겠군.’


박봉이긴 하다만. 레스토랑 음식값으로 이미 지출이 크지만 줄 건 줘야겠지.


***


-가까운 마물 헌터들에게 고지합니다. 삼척시 인근에서 게이트 침식이 일어났습니다. 6등급 이상의 마물 헌터분들은 현장에서 마물 퇴치를 부탁드립니다.


혹한 2등급 게이트를 아예 반으로 쪼개버리고 돌아오는 길.

긴급 알람이 울려왔다.


‘마물 헌터로 등록했다고 했었지.’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 공식적인 마물 헌터였다.

등급은 4등급. 적당한 수준으로 해뒀다고 한다.


‘가도 되려나.’


독특해진 외모로 알아보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못 건드린다고 하던데···’


국제 연맹의 재판이 시작되고 유월의 인물들은 일시적으로 수배에서 해제됐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국제 연맹의 법규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 맘대로 하고 다닐 수는 없지만.


-마물 경보 등급 매우 위험 단계로 상향합니다. 가까운 방공호와 마물 대응 센터로 대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아무래도 가만히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았다.


2029. 11. 18 10:12


삼척 지역에 매우 위험 단계의 경보가 발령되었다.

사람들은 가까운 방공호를 향해 급히 대피했다.

이미 여러 차례 훈련받아온 사람들은 빠르게 대피를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침식이 일어난 게이트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쾅! 쾅! 콰광!


문이 격렬하게 흔들거린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입구를 틀어막고 버티고 있었다.


“신부님. 문이 부서질 것 같습니다.”


“···신께서 함께하시기를.”


삼척시 고천리.

게이트 인근에 자리한 이곳은 이미 쏟아져 나온 마물들로 가득했다.

3미터가 넘는 길쭉한 팔을 가진 고릴라를 닮은 마물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찾아 헤메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마물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는 교회로 모여들었다.

국가에서 마물 대피 방공호로 지정하여 개보수를 진행했기에 마을 전체의 모든 인원을 수용할 정도로 커다랬다.


하지만 이곳도 그리 안전하진 못했다.

쏟아져 나온 마물들이 5등급의 상위 마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또 침식이야! 빌어먹을 게이트국 놈들···”


“강릉도 날려버리더니. 이젠 삼척도 날릴 생각인가? 개새끼들.”


“그만. 싸우지들 마세요. 이곳은 신성한 신의 전당입니다.”


분노한 사람들과 독실한 신자들이 뒤엉켜 감정이 격앙되고 있었다.

불안감, 초조함, 두려움이 교회를 가득 채웠다.


쾅! 쾅!


“마물 대응 센터는 뭐 하는데!”


“진작에 다 죽었어. 오는 길에 봤어··· 시발. 우린 다 죽을 거야.”


“불길한 소리 하지 마세요! 애들 울잖아요!”


“아니··· 어휴. 미안합니다.”


문과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커져갈수록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이곳을 이끄는 책임자인 신부는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 생각했다.


“제가 남겠습니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지하통로가 있습니다. 50미터 떨어진 배수로로 연결되어 있지요. 제가 여기서 시선을 끌 테니 최대한 멀리 도망치세요.”


위험한 생각이었다.

고작 50미터 떨어진 곳이라면 금세 마물들에게 발각될 거였다.

하지만 최대한 시간을 끈다면 또 몰랐다.

신부의 몸에서 은은한 광채가 흘러나왔다.


“이 교회와 함께 묻히겠습니다. 그러니 도망치세요.”


“신부님······”


각성자인 신부는 마력으로 교회를 무너뜨려 마물들과 함께 묻힐 생각이었다. 물론 큰 타격은 없겠지만 시간은 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서! 모두 이곳으로!”


신부는 비밀통로를 열고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때였다.


콰과광!!


지금까지와는 다른 굉음이 교회 주변에서 울려왔다.

동시에 문과 벽을 두드리는 마물들의 소리가 잦아들었다.


“뭐야? 무슨 소리야?”


“지원군이야. 지원군이 온 게 틀림없어!”


“아니, 다들 침착해라. 적일지도 몰라. 더 거대한 놈이 나온 건지도 모른다고!”


두려움 속에서 아주 작은 희망이 싹터 불안하게 흔들거렸다.

그 자그마한 열망 속에서 신부는 문에 난 조그만 구멍을 통해 밖을 살펴보았다.


“······!”


흩날리는 흙먼지 사이로 누군가 서있었다.

마물이 아닐까 싶은 외형의 거대한 누군가의 등이었다.

하지만 신부는 그가 누군지 알았다.

국제연맹의 재판을 관심 있게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얼마전까지 현상금 1위였던 사람을 못알아보기도 힘들었다.


“···유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그가 몸을 돌려 마주 봤다.


“4등급 마물 헌터 오드다. 생존자는 모두 이곳에 있나?”


“네. 저는 이곳을 책임지는 김해찬입니다.”


“반갑군. 마물은 모두 치웠지만 혹시 모르니 안에서 대기해라. 곧 지원군이 올 거야. 나는 게이트를 닫으러 가겠다.”


“네. 감사합니다. 승리를 기도하겠습니다.”


“고맙군.”


다시 신부가 들어와 문을 닫을 때까지 교회 안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촬영했다.


“와··· 개 멋있어. 혼자 다 쓸어버린 거야?”


“미친. 5등급 마물이 수백 마리였는데. 말도 안 돼···”


“게이트국에서 진저리 치는 이유가 있었네. 엄청나네.”


“다 촬영했어. 아이튜브에 올려야지.”


시끌벅적해진 교회를 두고 게이트 침식이 일어난 근원지를 찾았다.

불길하고 음습한 질척거리는 느낌의 마력을 따라 숲이 우거진 산을 올랐다.

그리고.


“여기군.”


주변과 동화되어 가는 게이트.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게이트를 나는 피해폭발의 힘을 일부 끌어내어 그대로 갈라버렸다.


지지지직!


거친 소리를 내며 게이트가 소멸해 버렸다.

이게 실제로 될 줄이야.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는데.

놀라웠다.


“일반 게이트에도 통할까. 아니면 침식 중인 게이트만 되는 걸까.”


일반 게이트를 이런 식으로 닫을 수 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게이트 탐험 중인 탐험대를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물의 마력반응을 찾아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딱히 반응이 없었다.

모두 사라진 모양이다.

나는 그대로 고천리를 떠나 마탑을 향했다.


***


2029. 11. 18 15:27


“어, 어···”


마탑의 총괄을 맡고 있는 김민정 본부장은 눈앞의 사내가 무척 곤혹스러웠다.

국제 연맹의 질서에 따라 분명 범죄자가 아니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역사상 최고의 현상금이 붙었던 수배범이었기 때문이다.


“코드가 맞지 않나?”


“아닙니다. 분명히 맞습니다.”


마탑의 금고. 그중에서도 상위 층에서만 이용 가능한 금고는 오직 두 가지만 있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었다.

바로 금고 번호와 비밀번호였다.

금고 번호를 알아야 금고를 열람할 수 있었고, 비밀번호로 금고의 문을 열어야 내부의 물건을 취득할 수 있었다.


‘김어수 마법사의 유지인가···’


수배범이 되었던 김어수 마법사의 금고.

게이트국의 임한수 국장은 모든 힘을 동원하여 그걸 뺏으려 하였다.

결국 마탑주가 나서서 금고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를 밝히고 나서야 진정되었다.

찾던 것이 없던 모양인지 임한수는 그제야 포기하고 물러났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나 지금.

그 금고를 가지러 온 것이다.


“절차대로 금고를 꺼내 드리겠습니다.”


김민정은 결국 절차를 앞세웠다.

마탑주가 임한수 국장의 위협 속에서도 지켰던 게 바로 규칙과 절차였다.

그걸 깰 순 없었다.


김민정 본부장이 가져온 검은색 커다란 상자형태의 금고.

오드는 너무나 손쉽게 금고의 문을 열었고, 절차대로 그 안의 물건을 모두 차지했다.


***


2029. 11. 18 19:02


“또 한 건 해주셨군.”


“혼자 두면 안돼. 뭘 자꾸 해. 아주 바쁜 사람이야. 대단하네.”


비아냥거리는 조세은과 이철진은 무시했다.

그보다 빨리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본부의 실험실을 찾아갔다.

이번 혹한 2등급 탐험을 찾아간 건 필요한 게 있어서다.

지독히도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혀왔던 저주

[저주 : 거북이걸음]을 해제하기 위한 마지막 재료를 찾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이번에 얻은 아름다운 얼음 결정을 꺼냈다.

붉은빛의 보석과 검게 굳은 마물의 심장도 꺼냈다.

총 7개의 재료들. 이것들을 모으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던가.


사형판결을 받은 날. 목숨을 걸고 나를 탈출시켰던 이독 팀장과 김어수 마법사.

그들과 함께 1년을 도망 다녔다. 단순히 숨어 있던 게 아니다.

복수를 위해 칼을 가는 시간이었다.


이독 팀장과 김어수 마법사는 내게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전투에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수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그리고 함께 싸웠다. 내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목숨을 수차례 걸었고, 결국 6개의 재료를 모았었다.


“이제 시작입니다.”


이미 세상을 반으로 쪼갤 힘을 얻었다.

저주로 인해 정체된 레벨 20. 딱 그걸로 이뤄낸 일이었다.

저주를 깨뜨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더 많은 정수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떤 미래가 찾아올까.


재료를 순서에 맞춰 조합하자 푸른 연기가 만들어졌다.

무거운 기체였다. 플라스크 안에 가라앉은 연기를 단숨에 들이키자


[저주 : 거북이걸음]이 해제됩니다.


내 마지막 족쇄가 끊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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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공략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5 마물 헌터(2) 24.04.08 32 1 13쪽
» 마물 헌터(1) 24.04.05 29 1 13쪽
53 세상을 가르는 힘 24.04.04 32 0 12쪽
52 강릉(5) 24.04.03 31 0 13쪽
51 강릉(4) 24.04.02 37 0 12쪽
50 강릉(3) 24.04.01 38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48 강릉(1) 24.03.28 49 0 12쪽
47 유월(逾越)(7) 24.03.27 52 0 13쪽
46 유월(逾越)(6) 24.03.26 47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7 0 13쪽
44 유월(逾越)(4) 24.03.21 56 0 12쪽
43 유월(逾越)(3) 24.03.20 62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1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1 0 15쪽
39 음모(2) 24.03.14 75 0 15쪽
38 음모(1) 24.03.13 72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5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6 0 13쪽
35 랭커가 되다(1) 24.03.08 78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8 0 14쪽
33 새천년(1) 24.03.06 83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8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90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29 두 번째 게이트 탐험(5) 24.02.29 98 1 14쪽
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4 1 14쪽
27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4 0 13쪽
26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24.02.26 1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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