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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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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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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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8)

DUMMY

대룡상단의 멸문은 사천 일대를 발칵 뒤집었다.


사천에 본거지를 둔 만큼, 시장경제에 가장 먼저 직격타를 맞은 사천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건 사천을 지배하는 세 세력이었다.


오대세가의 당문.

그리고 구파일방의 아미파와 청성파.


그들은 오래전부터 대룡상단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만큼,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가장 심각한 건 중원의 경제 상황이었다.


천하제일의 상단으로서 중원에 막대한 금력을 손에 쥔 대룡상단의 몰락 이후, 사천을 시작으로 혼란은 일파만파 계속해서 퍼져나갈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혈교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대룡상단의 멸문과 함께 중원은 두 번에 걸친 직격타를 맞았다.


그리고 지금.


무림맹 회의에선 당문을 소환하여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었다.


대룡상단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당문의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


물론, 그 주체가 가주가 아닌 원로원이었지만, 회의에선 당문을 싹 다 모조리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틀린 것은 아니다.


당문의 가주 역시 원로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도 있었기에,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만큼 무림의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혈교였다.


200년 전, 혈천마제가 일으킨 대학살 이후 무림은 혈교에 대한 존재를 계속해서 경계했다.


마교 다음으로 가장 문제가 많았던 세력이니만큼, 그들의 경계심은 당연했는데, 이 와중에 같은 오대세가의 당문이 그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면 누가 환영하겠는가.


한편.


콰아아아앙-!!!


당문의 가주 천독일수(千毒一手) 당현룡의 얼굴은 터져 나갈 듯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의 손에는 온갖 집기와 기물들을 부수고 던지느라 생긴 상흔으로 가득했으며, 이미 그의 집무실 안은 폭풍이라도 몰아친 듯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허나, 그런 당현룡의 분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허, 허허···허허허허!”


당현룡은 마치 실성하기라도 한 것처럼 혼자서 울고 웃었다.


그 모습은 실로 기괴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가 어마어마하게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같잖은 늙은이 새끼들이! 감히 당문을 몰락시키려고 한 것도 모자라, 버러지 같은 혈교와 손을 잡아?! 내 직접 그 새끼들의 모가지를 전부 따서 한 줌의 독물로 만들겠다아아아!!!”


그렇게 수십 차례나 이어진 분노를 토한 당현룡의 포효와도 같은 외침.


그의 분노는 한 시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진정될 수 있었다.


“···가주님.”


이때, 문밖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당현룡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당혜? 네가 여길 어떻게···?”


당혜이 쓴웃음을 지으며 방에 들어왔다.


“분명 휘룡이와 같이 있었던 게 아니었나?”

“지금 그 문제 때문에 온 겁니다.”


눈을 가늘게 뜬 당현룡이 말했다.


“···말해보거라.”

“예, 사건의 시작은 한 객잔에서 시작해···.”


이후 당혜는 무림맹 특별조사관의 신분으로 온 무현과 남궁무애를 만났던 이야기를 빠르게 설명했다.


“···해서 소검성과 소검후 덕분에, 당혜는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 모든 사태가 전부?”

“예. 탕마신검도 혈교와 결탁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탕마신검이?”


당현룡 역시 탕마신검을 알고 있었다.


과거 그가 정사전쟁에서 활약한 것을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룡상단과의 공식적인 만남에서 서로 일면식이 있었지 않았던가?


그런 자가 혈교와 결탁했다?


“···휘룡이는 어디에 있나?”

“현재 원로들을 추포하기 위해 소검후와 원로원에 쳐들어갔습니다.”

“소검후라면···?”

“탕마신검을 쓰러뜨린 남궁세가의 여식입니다.”

“허···.”


아무리 그 재능이 뛰어나다고는 들었지만, 고작 약관도 채 되지 않는 나이에 탕마신검이라는 무림 초고수를 쓰러뜨리다니.


“현재 무림맹에서 당문을 소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나도 들었다. 어찌 되었든 나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겠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원로원이 대룡상단과 가담한 마당에 당문의 가주라고 무림맹이 자비를 베풀까?


당현룡은 그런 낙관적인 생각이 먹히지 않을 거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가주님, 만약에 그 책임을 피할 방도가 있다면 하시겠습니까?”

“···방도가 있다고?”

“무림맹에선 대룡상단과 당문과의 관계를 묻을 겁니다. 저희가 할 일은···.”


당혜가 손으로 당현룡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주님이, 그리고 당문이 자존심을 내려놓는 방도밖에 없습니다.”

“···자세히 말해보거라”


그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진중한 눈빛으로 설명을 요구했다.


“이 기회에 무림맹을 이용해서 당문 내부를 청소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계속해보거라.”

“가주님도 알다시피 현재 당문 내부엔 직계와 방계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현재 형님께선 직계와 방계 간의 격차를 좁혀 당문을 키우고 싶으실 테고.”

“···그렇지.”

“이번 기회에 원로원의 권한 일부를 방계에 넘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원로원의 권한이라···.”


당현룡은 그 말에, 고심 가득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느냐?”

“현재로서는 무공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후로는 방계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방향이 좋겠죠.”

“흐음···.”


마침 당현룡도 방계와 직계 간의 갈등에 대한 중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현재 당문은 전보다 방계의 형편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대로 방계와 직계 간의 차별은 여전했다.

오죽하면 과거엔 방계의 결혼조차 막아버리기도 했었으니까.


“···일단 원로원들을 없애는 게 먼저겠지.”


그보다 원로원이라는 적폐 집단을 없애는 게 먼저였다.


원로원이라는 집단만 놓고 보면, 온갖 선민의식부터 시작해 혈족 중심의 사회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당현룡은 원로원이라는 집단이 얼마나 썩어빠졌는지 몸소 실감했다.


그때였다.


“가주님, 무림맹의 특별조사관들께서 오셨습니다.”


문밖으로 수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셔 오거라.”


잠시 후, 수하가 남녀 한 쌍을 데리고 집무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렇게 당현룡은 무현과 남궁무애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무림맹의 특별조사관 무현이라고 합니다.”

“···특별조사관 남궁무애입니다.”


두 남녀가 포권을 펼치며 당가주에게 인사를 건넸다.


“허허, 미래의 검성과 검후를 보게 되어 영광이네.”


서로를 향한 칭찬을 시작으로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을 무렵.


당현룡은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당문은 무림맹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네.”

“알겠습니다.”

도리어 이 상황을 예견했다는 듯 무현은 짐작이 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협정을 체결하기 전에···대룡상단의 자금은 어떻게 해결할 텐가?”


요점이 이것이었다.


대룡상단이라는 거대 상단이 무너진 지금, 가장 먼저 직격타를 맞은 사천의 금맥은 현재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일단 대룡상단의 사업체부터 분리할 생각입니다.”

“분리?”

“대룡상단이 흡수한 사업 가운데, 강탈한 사업체도 있을 테고. 무엇보다 사천엔 대룡상단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대룡상단의 자금을 나눈다고 해서 사천의 경제가 금방 회복될 수는 없네.”

“물론, 그 점도 알고 있습니다.”


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 해결책으로 준비한 게 있습니다.”


무현이 손가락을 튕기자, 집무실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섰다.


40대 후반의 사내이자, 마치 산군의 기세와도 같은 존재감을 드러낸 중년인이었다.


“청룡상단의 청풍이라고 합니다.”


청풍이 고개를 숙이며 당가주에게 포권을 취했다.


당현룡은 눈앞의 청풍을 처음 봤지만, 그가 이끄는 청룡상단은 몇 번이고 들어봤었다.


최근 사천성(四川省) 수녕(遂寧)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엄청난 수완으로 돈을 쓸어 담고 있는 상단이었다.


“저희 청룡상단이 내놓은 대응책입니다.”


청풍은 서류 하나를 당현룡의 앞으로 내밀었다.


“···정말 이거면 되겠소?”


당현룡은 잔뜩 놀란 표정을 지으며 청풍을 바라보았다.


“혹, 마음에 드시지 않은 부분이···.”

“아, 아니오. 너무 적게 가져간 게 아닌가 싶어서.”


그만큼 청룡상단이 내민 조건은 파격적이고, 좋은 대책안이었다.


당현룡으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는 최고의 중재안이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당현룡은 청풍이 내민 중재안을 선택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귀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알겠습니다.”


청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본론에 들어가도록 하죠.”


무현은 손바닥을 치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가주께선 이번 사건과 관계가 없는 게 확실한 거 같은데,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핵심만 말하게.”

“깔끔하게. 원로원만 없앱시다.”

“···남만 때문인가?”

“기왕이면 사천의 전력을 온전히 보존하는 선에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그 말도 일리가 있다만···.”


그때.


“놔, 놔라. 이놈들!”

“감히 우릴 건드리고도 무사할 거 같으냐!”


문밖으로 꼬장꼬장하고 융통성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앙-!


“가, 가주! 우리에게 어찌 이럴 수···!”


딱 봐도 한 고집하게 생긴 노인들이 당휘룡에게 구속된 채로 안으로 들어섰다.


“네, 네놈은···?!”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너 같은 천한 놈이······!”


그들의 분노는 가주가 아닌, 당혜에게 집중했다.


“당혜! 저 천한 년이 감히···!”

“감히 은혜도 모르고, 저들과 손을 잡아 당문을 망치려고 들어?!”


그들은 눈앞에 당가주 당현룡이 있든 없든, 모든 분노와 억울함을 머금은 목소리를 마구 지껄이기 바빴다.


“가문을 내치고 혈교와 손을 잡은 것에 대해 할 말은 없는 겁니까?”


당혜는 갈라진 목소리로 참고 있던 물음을 던졌다.


“하!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네년이 지금까지 살아있게 만들어 준 것도, 전부 그들 덕분이다! 네년의 직계 신분이 그냥 만들어진 줄 아느냐?!”


이들은 전부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지도, 왜 그랬는지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욕심만 많은 퇴물들이···!”


당혜는 당장이라도 눈앞의 원로들에게 달려들 것처럼 소매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아직도 제 주제를 모르고 욕심을 부리는군.”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무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남길 말은 있나?”


그는 화를 참고 있는지 목소리가 뚝뚝 끊겼다.


하지만.


“···감히 당가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도 네놈이 무사할 거 같으냐!”

“당현룡! 당문의 가주라는 놈이 고작 왈패 놈의 말을 믿어?!”

“그러려고 우리가 널 가주 자리에 앉힌 줄 알아!”


원로들은 당문을 이끄는 가주 앞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뻔뻔스럽게 지껄이고 있었다.


“역시 끝끝내 인정하지도 않는군.”


무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오른손에는 검이 들려있었고, 대머리 원로의 목에는 붉은 실선이 그어졌다.


“어? 어어···?”


대머리 원로는 본인의 목을 부여잡았다.

선이 굵어지며 핏물이 치솟았다.


“끄르륵-!”


그는 마지막 비명조차 제대로 내지르지 못한 채 목이 갈라져 쓰러졌다.


무현은 서슬 퍼런 눈동자를 빛내며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더 지껄일 놈은 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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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동맹?(1) +1 24.06.20 862 20 12쪽
107 심문(1) +1 24.06.19 904 21 14쪽
106 집으로(2) +1 24.06.18 919 21 12쪽
105 집으로(1) +2 24.06.17 933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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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9) +1 24.06.13 913 22 12쪽
»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8) +1 24.06.12 927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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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5) +1 24.06.07 1,047 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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