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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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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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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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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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7)

DUMMY

남궁위무와의 만남이 있은 뒤로 다시 보름이 더 흘렀다.


자신들을 감시하는 방해꾼들이 사라지자 한결 편해졌다.


무현이 암천검대를 거두라 말하자, 남궁위무는 알겠다며 거둔 것이다.


“···으음.”


무현은 홀로 낚시터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낚싯대를 붙잡긴 했으나 물고기를 낚진 않았다.


낚시를 뒷전으로 무현은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다.


‘슬슬 나도 내 무공을 정립해야 하는데.’


무현은 자신의 두 인격이 가진 기운을 섞어보려 여러 차례 시도한 적이 있었다.


태극처럼 두 기운을 내포해 보려고 했고, 혼원(混元)처럼 둘 모두를 섞어보려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가진 기운은 상극이라, 조금만 조절을 잘못하면 폭발하거나 아예 사라지곤 했다.


‘이 둘은 모두 사용할 순 있는데.’


무현은 낚싯대를 내려놓고 양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했다.

그러자, 손바닥 위로 두 개의 상반된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검마의 마기와 소검성의 무형기.


문득 무현은 과거 소림사를 침공했을 당시 보았던 불상들의 자세를 떠올리며 따라 해봤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 뒤로 불상들의 선정인(禪定印)을 따라 부처와 한 몸이 되는 마음으로 다가 두 기운을 섞는 데 집중했다.


만약.


마기와 무형기를 조화롭게 사용하게 되어서.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무공이었던 것처럼 펼치게 되면.


이것은 대체 어떤 무공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애초에 한 몸에 두 개의 인격이 생기는 일은 고금의 역사를 통틀어 없었기 때문이다.


마기를 음으로 규정하고.

무형기를 양으로 규정하면?


두 가지를 양손에 각기 펼치는 것은 음양의 조화, 태극신공과 또 다른 태극(太極)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힘을 각각 사용하지 않고.


본래 하나였던 것처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음과 양이 본래 하나였던 것처럼 만들어 낸 혼탁한 회색빛이 천하에 나타났을 때.


태극과 또 다른 이론에 다다른 무공.


혼원(混元) 혹은 혼천(混天)이 될 것이니.


“아수라발발타.”


마지막 중얼거림을 끝으로, 무현은 손바닥에서 마기와 무형기를 섞어보았다.


우우우우웅-!


음과 양이 뒤섞이면서, 손바닥 사이로 회색빛의 세계가 명멸했다.


천지와의 공존도, 만물의 이지도 없는 혼돈(混沌) 그 자체.


무현은 자신의 심상을 혼돈에 녹여보았다.


군림(君臨)을 혼돈(混沌)에 녹여보자.


드드드드-!


엄청난 진동과 함께 손바닥 사이로 맺은 혼돈이 잔뜩 들썩이며 흔들린다.


“···이런.”


무현은 불안한 눈빛으로 불안정한 혼돈을 거두려 했다.

하지만 진정되기는커녕, 점점 불안정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무현은 혼돈을 호수에 던져 버렀다.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는 혼돈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면서 하강했다.


혼돈이 호수의 표면에 닿은 순간.


“염병······.”


무현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전방으로 쌍장을 교차하여 만든 무형기로 혼돈의 여파를 막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으읏!”


충격을 튕겨내자마자, 호수의 중심부가 잔뜩 출렁이더니 이내 거대한 물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그 여파로 호수 주변에 널린 나무와 수풀들을 쓸어내리며 일대 주변이 초토화됐다.


“···이건 당분간 쓰지 말아야지.”


무현은 한숨을 내쉬며 초토화된 주변을 살펴보았다.


호수 표면엔 충격으로 죽은 물고기들이 잔뜩 떠올랐고, 주변의 나무와 수풀들은 그 여파에 쓸려 뿌리가 잔뜩 뽑힌 지 오래다.


“···무현?”


이때, 소란을 듣고 찾아온 남궁무애가 달려오고 있었다.


“아, 이건 그러니까······.”

“일단 자리부터 피해요. 소란을 듣고 지금 관군하고 무림인들이 오고 있어요.”


그 말대로 소란을 듣고 달려오는 관군과 무림인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무현과 남궁무애는 즉시 암영보를 펼쳐 어둠 속에 녹아 사라졌다.


***


“낚시하러 간다고 하더니, 거기서 사고 치고 있었어요?”


객잔에 돌아오자마자, 남궁무애는 무현은 타박하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그만···.”

“하아. 대체 뭘 했길래 그 난리를 피웠던 거예요?”

“그게······.”


무현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을 그대로 설명했다.


“···두 개의 기운을 섞어보려고 했다고요?”

“거기서 갑자기 불안정해 줄은 대충 예상은 했지만···.”


무현은 충격의 여파가 그리도 클 줄은 몰랐다며 항변했다.


그 모습은 거짓말을 들킨 어린아이와도 같아 보여, 그녀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럼, 실패한 거네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실마리를 잡았어.”

“두 번 하다간 일대 전체가 초토화되겠네요.”

“되도록 전장에서 사용해야지. 물론 아군이 없는 곳으로.”


혼돈은 통제할 수 없는 힘이다.


혼돈을 어떻게 제어해 보려 군림의 심상을 담아보았으나, 유예만 되었을 뿐 혼돈의 힘을 통제하기엔 부족해 보였다.


‘간만에 검마를 만나봐야 하나.’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이자, 심상의 세계를 양분하는 과거의 자신.


‘한 번 물어봐야겠군.’


“무현.”


이때, 남궁무애의 목소리에 무현은 상념에서 벗어났다.


“왜?”

“슬슬 세가에 가보려고요.”

“···정말?”

“예. 이젠 괜찮아졌어요.”

“신중하게 고민해 봤어?”


재차 물었음에도, 그녀의 대답은 조금 전과 같았다.


“예. 이제 이 악연을 끝맺으러 가보죠.”


남궁무애의 그 말에, 무현은 씩 웃었다.


“···그래. 가자.”


***


두 사람은 남궁세가로 향했다.


당연히 남궁 내부에선 여러 의견이 들끓었다.


대부분 적의였다.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 도리어 자신들을 무시한 소검성과 소검후를 향한 적의를 드러내며 감추지 않았다.


물론 그와 별개로 그들을 얕잡아 보거나 비아냥대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에 필적하는 존재로 여긴 이들이 더 많았다.


“어서 오십시오! 그리고···.”


두 남녀를 반갑게 맞이하는 미청년, 남궁위무의 시선엔 자신의 누이 남궁무애게로 향해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누님.”

“······.”


오랜만에 만난 혈육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누님이 이곳에 오셨다는 건, 세가와의 악연을 끝맺기 위해서죠?”

“······.”

“물론 저 역시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누님을 위해서···.”

“그럴 필요는 없어.”

“···예?”


영문도 모르는 소리에, 잠시 당황하는 사이.


“그 늙은이들은 안에 있지?”

“예. 그렇습니다.”


남궁위무는 달라진 자신의 누나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누님께서 달라지셨다.’


충격이 크다.


자신도 제법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스물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초절정 수준에 다다른 자신의 재능은, 중원에서도 흔치 않은 수준이었다.


세가 내에서도 남궁위무가 10년 내로 화경에 이를 것이라는 평이 자자했다.


그리고 그는 오늘 남궁무애를 바라보며 무언가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림대전 이후로 그녀를 오랜만에 보았을 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설마, 누님이······?’


상대의 기세를 확인하는 것.


강자는 서로 눈빛만 마주해도 상대의 강함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 상대의 전부를 파악할 수 없지만···지금 이 순간 남궁위무는 남궁무애가 과거보다 성장했다는 걸 깨달았다.


“···가자.”

“예, 알겠습니다.”


남궁위무는 걱정 가득한 눈빛을 지었다.


“···누님.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세가의 늙은이들이 작정하고 누님과 소검성을 물어뜯으려 잔뜩 벼리고 있습니다.”

“그놈들은 어떻게 나왔지?”

“몇몇은 중립적인 태도를 고수했지만, 그들도 썩 반기는 눈치는 아닙니다.”

“내게 이렇게 말한 이유가 무엇이냐?”


남궁위무의 머릿속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속죄입니다. 제 어머니가, 세가의 소가주로서 해야 할···.”


남궁위무가 쓴웃음을 지었다.


“위무야.”

“···예, 누님.”

“난 처음부터 널 원망한 적이 없었어.”

“······예?”


그 말에 걸음을 멈춘 남궁위무.


“그리고 내가 세가에 굳이 온 건, 과거의 악연을 청산하기 위함도 있지만···개인적인 감정을 위해 온 건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


끼이이익-.


호위가 거대한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기다란 직사각형 탁상 위로 13명의 남궁세가의 장로가 앉아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지만, 무현과 남궁무애는 그런 분위기를 무시하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 모습이 불편했는지, 장로들이 하나둘 중얼거렸다.


“···건방진.”

“무림의 선배에게 인사하지 않고, 무시하다니.”

“쯧쯧, 저런 녀석들이 무림의 미래를 책임지는 후기지수라니.”


시위하듯 몇몇 이들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무현은 눈동자를 굴려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


당연히 전생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들이었다.


“자, 그럼 회의를 시작해 보도록 하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남궁위무가 자리에 앉자, 회의는 시작되었다.


회주가 입을 열려고 할 때, 무현이 나섰다.


“긴말하지 않겠소. 그동안 해먹은 돈. 전부 뱉으시오.”

“······!”


대뜸 무현의 입에서 비리 이야기가 나오자, 장로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건방진 녀석!”

“지금 대남궁세가의 앞에서 그런 망발을 내뱉어!?”


대뜸 반말을 내뱉었다.


뭐, 배분이라는 게 존재하는 정파 무림이지만, 무현에겐 오히려 이것마저도 계산에 넣은 행동이었다.


“내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당신들 뒷구멍을 쑤신 거 같소?”

“증거? 그래, 어디 한번 증거를 보여봐라.”


말투가 조금 거슬렸지만, 장로들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비리가 들킬만한 정황과 증거들은 이미 예전에 모두 폐기해 둔 상황.


무현은 천천히 소가주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창천검대의 대원들이 그를 막아섰다.


“그만! 더 이상 다가오지 마시오!”


무현은 걸음을 멈추고, 품에서 낡은 서책 하나를 남궁위무에게 건넸다.


“이건 무엇입니까?”

“한 번 읽어보시오.”


남궁위무는 책자를 펼쳐, 안에 든 내용들을 빠르게 훑었다.


“···남궁산 장로. 과거 아들의 죄를 감추기 위해 죄 없는 일반인에게 덮어씌우고, 관군에게 뇌물을 줬군요.”

“······!”

“남궁서 장로. 딸아이의 생일을 위해서 상단에 가야 할 영약을 몰래 착복하고, 돈을 주지 않았더군요.”

“······!”


남궁위무의 입에서 죄목들이 하나둘씩 쏟아져나오자, 장로들은 다급히 소리쳤다.


“···소가주! 지금 우리를 의심하는 것이오!?”

“저자가 장부에 수작을 부렸을지 모르는데······!”

“그건 조사해 보면 되는 일이지.”


남궁위무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장로들은 입을 쏙 다물었다.


“미안하지만, 죄를 묻는 건 잠시 뒤로 미뤄줄 수 있나?”


무현이 손을 들어 남궁위무를 제지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시기가 좋지 않아. 무림맹의 전력이 대폭 깎인 마당에, 혈교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거든.”

“하나, 저들은···.”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이때, 계속해서 침묵을 고수하던 남궁무애가 입을 열었다.


좌중을 한번 훑은 그녀는 허리춤의 검을 풀어 내밀었다.


“나 소검후. 이 시간 이후로···.”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서, 남궁세가는 큰 충격에 빠졌다.


“남궁세가에게 명예 결투 선언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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