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전생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7.16 20:10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278,699
추천수 :
4,101
글자수 :
733,560

작성
24.06.18 20:10
조회
918
추천
21
글자
12쪽

집으로(2)

DUMMY

한편.


두 남녀가 나란히 앉아 귀빈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이라트의 무녀.

그리고 에센이었다.


“무녀님, 차라리 제가 대신 그와 이야기하는 게···.”

“에센, 경거망동하지 마십시오. 예언을 넘어서, 한 세력의 수장 앞에 대리자를 보내는 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무녀가 굳건한 자세를 고수하자, 에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호혈(虎穴)에 두 번이나 찾아올 줄은···.’


과거 그를 마주 본 적이 있었던 에센은, 등골을 치미고 들어오는 오싹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사신(死神)을 또 봐야 한다는 건가.’


에센은 저도 모르게 허리춤에 내걸린 검을 만지작거렸다.

여차하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무녀에게 도망칠 시간을 벌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때였다.


“오랜만이군.”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두 명의 남녀가 들어왔다.


‘더 강해졌다.’


그 모습을 본 에센은 놀라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전엔 멀긴 하나,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는 고지에 가까웠다면···지금은 아득히 먼 망망대해를 보는 듯했다.


‘거기다···.’


에센의 시선은 면사를 두른 여인, 남궁무에게로 향했다.


‘저 여자 역시 만만치 않아.’


자신의 기감에서 완벽히 벗어나, 스스로의 기운을 통제할 수 있는 자는 부족 내에서도 얼마 되지 않았다.


‘호혈(虎穴)이 아니라 용혈(龍穴)이었던 건가.’


긴장감이 에센의 이성을 마구 흔들려던 그때.


“오랜만입니다, 무현.”


그러거나 말거나, 무녀는 미소를 지으며 두 남녀를 환대했다.


“내가 올 줄 알고 미리 온 건가?”

“이 또한 예언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상처가 또 도졌군.”

그 말대로 무녀의 왼팔은 멀쩡한 피부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쪼그라들고 말라 있었다.


마치 폐병 환자의 몰골을 보는 듯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게 저놈을 위해선가?”


무현의 시선은 잔뜩 경계 중이던 에센에게 향했다.


“에센은 그저 예언의 일부에 불과한 자. 예언과 관련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혼돈의 중심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차기 타이시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군.”

“······!”


에센은 그 말에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저자가 어떻게···?’


실제로 에센은 과거 전 왕조의 후손들인 황금씨족과 접촉하고 있었다.


그에겐 야망이 있었다.


언젠가 자신이 황금씨족과 같은 혈족이 되어, 중원의 황제를 끌어내리려는 야망.


하나, 눈앞의 청년에 의해 모든 것이 들통났다.


“에센, 경거망동하지 마십시오.”


무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그에게 경고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에센은 무녀 앞으로 복부하며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됐습니다, 에센.”


무녀의 서릿발과도 같은 목소리가 에센의 심장을 옥죄었다.


거동도 할 수 없는 반신불수에 불과한 무녀지만, 그녀가 가진 힘과 권력은 부족 내의 그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철옹성과도 같았으니.


“···실례를 저질렀네요.”


무녀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됐다. 어차피 몇 번 만나지도 못할 사이인데.”


무현은 손을 내저으며 무녀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럼, 이제 본론부터 들어가자고.”


그 순간.


귀빈실을 둘러싼 공기가 순식간에 가라앉고, 엄청난 압박감이 무녀와 에센에게 동시에 전해졌다.


“크으으윽!”


에센은 폐가 쪼그라들 것 같은 압박감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신음을 잔뜩 흘렸다.


정작 무녀는 이미 이 사태를 예견한 듯, 멀쩡한 모습이었지만.


그녀 역시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전보다 더 강해지셨군요.’


과거 마도제일검이자, 천하제일검을 베고 마교의 정점에 도달한 사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빨라.’


무현의 성장 속도는 무녀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까지 도달했다.


“···예언이 바뀌었습니다.”


후우우우.


순식간에 무거워진 공기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말해봐.”


무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용이 되기 위해 용의 눈을 가린 뱀. 그 뱀을 죽일 수 있는 존재는 가장 미천한 자들이 머무는 땅에서 태어날 것이다.”


무녀의 예언이 끝나자, 무현이 물었다.


“그게 전부인가?”

“예, 그렇습니다.”

“뱀을 죽일 수 있는 자가 가장 미천한 자들의 땅에서 태어난다고?”


애초에 예언의 존재가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마당에, 가장 미천한 자들이 머무는 땅은 당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일단 나는 아니다.’


과거 무녀와 만난을 당시, 그녀는 무현이 예언의 존재가 아니라고 아예 못을 박았다.


‘그럼 대체 누구지?’


예언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던 찰나에.


“무현. 그 뱀이 누군지 알 거 같습니다.”


남궁무애가 입을 열었다.


“···누군지 안다고?”

“예, 그렇습니다.”


남궁무애는 자신의 추측을 그대로 나열했다.


“이번 사건의 배후엔 혈교가 있었고, 그 배후엔 동창이 있었습니다.”

“그렇지.”

“제아무리 동창이라고 해도, 태극신공과 같은 신공절학을 반출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자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범위는 확실히 좁혀지죠.”

“···맞지.”

“동창에 대한 통솔권을 지녔으며, 신공절학을 반출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자.”


남궁무애의 입에서 뱀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사례감(司禮監)의 태감(太監) 왕진(王振)입니다.”

***


“···실패했다고.”


사례감 내부엔 싸늘한 공기가 가라앉고 있었다.


사례감태감(司禮監太監) 왕진이 자신의 앞에 복부하는 환관들을 쳐다보았다.


환관들의 몸에서 땀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사천에 투입됐던 이들은 어떻게 됐느냐?”

“···소검성과 소검후에 의해 전부 사망했습니다.”

“그 후 어떻게 대처를 했는가.”

“···모두 개인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정리했습니다.”

“그렇군.”


왕진이 뒤를 돌아 환관들의 정수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태극신공도 신원 불명의 고수에게 탈취당한 것도 모자라, 사천에 심어놓은 간자들도 전부 무용지물이 되었군.”

“죽여주십시오!”

“소인들이 전부···!”


왕진은 그런 이들의 외침을 들은 체 마는 체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하하. 내 어찌 너희들을 죽이겠는가. 대업을 위해서 힘을 써야 할 몸이 아닌가. 인재를 잃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으마.”

“아닙니다. 부디 저희를···.”

“입 닥치게.”

“······!”


바닥을 내려다보는 환관들의 동공이 잔뜩 떨렸다.


“불만 있나?”

“···아닙니다!”

“어르신의 넓은 아량에 깊이 감복했습니다!”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이들은 진심으로 왕진의 아량에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환관들은 전부 고아 출신이다.


과거 영락제(永樂帝)의 치세 말년에 벌어진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다.


당새아(唐賽兒)의 난.


당새아라는 여인이 이끈 반란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부모를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것이다.


해서, 먹고살기 위해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환관이 되는 길밖에 없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스스로 거세를 했다.


하지만 환관이 된 이들을 보살펴 줄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고아 출신이라며 그들을 내치려고 하는 자들만 가득했다.


거기다 말이 환관이지, 노예나 다름없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고, 신분 자체가 미천하여 고위급 환관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로 전락한 줄 알았다.


그런 그들을 구원해 준 것이 바로 눈앞의 왕진이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자신의 수족이 되어 줄 환관을 포섭했고, 눈앞의 환관들은 살기 위해 왕진에게 빌붙었다.


왕진은 자신이 가진 무기를 이용해 환관들을 포섭했다.


환관 중에 유일하게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자가 왕진밖에 없었기에, 그는 환관들에게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환관들은 그를 왕 선생이라고 부르며 그를 따랐다.


그렇기에 환관들에게 있어서 왕진은 구원자이자, 자신들의 스승이었다.


“그렇군.”


왕진이 어둠 속에서 웃었다.


사람이 아닌, 마치 뱀에 가까운 음험하고 음습한 미소였다.


“광목.”

“예, 어르신.”


어둠 속에서 은밀히 모습을 드러낸 광목.


“투입했던 인원들을 전부 불러들여라. 계획을 전면 수정하겠다.”

“···알겠습니다.”


광목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들어간 비용과 시간이 아깝지만, 왕진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소검성과 소검후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는지 의견을 말해 보거라.”

“소문이 과장됐다고 한들, 무시 못 할 수준이라고 사려합니다.”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이립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화경의 고수 두 명을 배출한 것만으로도 무림사에선 보기 드문 수준입니다. 결코 예사로운 놈들이 아니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사려합니다.”

“무림이 난세라는 걸 느끼기 시작한 건지, 곳곳에서 인재들이 튀어나오는구나.”


왕진은 뱀처럼 사악한 미소를 흘렸다.


그 모습을 본 환관들은 두려움에 감히 고개를 함부로 들지 않았다.


“척살 순위를 일급(一級)으로 올려라.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죽이도록.”

“존명.”

“그리고 금의위는 어떻게 되었느냐?”


광목이 답했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쯧, 그 괴물은 죽을 때가 되어서도 죽지도 않는구나.”


왕진은 혀를 잔뜩 찼다.


그의 머릿속엔 한 명의 장수가 아른거렸다.


대영반(大領班) 이궐.


금의위의 수장이자, 백만 금군을 양성한 대종사.


존재만으로 만인의 존경을 한 몸으로 받는 인물이자, 왕진에게 있어서 가장 큰 변수였다.


그가 움직인다면, 그동안의 계획을 송두리째 물거품이 될 정도였다.


오죽하면 동창의 인력 대부분 이궐의 감시를 위해 일할 정도였다.


“계속해서 감시하라.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무슨 일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보고하도록.”

“명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남만 놈들은 어찌 되었느냐?”


광목이 답했다.


“현재 오독문과 동맹에 성공했다고 전달받았습니다. 조만간 사천 침공을 감행할 것이라 합니다.”


그러자 왕진이 씩 웃었다.


“수고 많았다.”

“아닙니다. 어르신의 명령이라면 이 한 몸을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명을 따르겠습니다.”


광목은 허리를 숙인 채로 공손하게 답했다.


‘순조롭군.’


왕진은 광목이라는 사내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말단부터 시작해서,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광목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래 걸렸을 것이다.


‘반면에 저놈들은 영 그렇군.’


왕진의 시선엔 이마를 바닥에 댄 채로 고개를 숙이기 바쁜 환관들이 있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대업엔 필요한 이들이니 내칠 순 없지.’


왕진은 아쉬운 마음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자네들은 이만 돌아가게.”

“···알겠습니다!”


환관들이 고개를 숙이며 급히 빠져나갔다.


사례감엔 오직 광목과 왕진 단 두 사람만이 남았다.


“광목.”

“하문하십시오.”

“남만으로 가라.”


그리고 품에서 작은 옥병 하나를 꺼내 광목에게 건넸다.


“이걸 가지고 오독문과 접촉을 시도하라.”

“명 받들겠습니다.”

“명심하라. 사천을 무너뜨려야지만, 대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왕진의 서늘한 목소리가 광목의 머리를 차갑게 했다.


“이 한 몸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어르신의 명령을 이행하겠습니다.”


광목은 왕진의 앞에 복부하며 고개를 연신 숙였다.


그를 바라보는 왕진의 눈빛은 실로 음험하기 그지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마전생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안내(07.08) 24.07.08 287 0 -
공지 연재는 오후 8시 10분 고정입니다. 24.01.23 4,393 0 -
125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11) +1 24.07.16 589 13 15쪽
124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10) +1 24.07.15 537 11 13쪽
123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9) +1 24.07.12 574 15 12쪽
122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8) 24.07.11 603 15 12쪽
121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7) 24.07.10 588 16 12쪽
120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6) 24.07.09 608 17 12쪽
119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5) 24.07.05 726 16 12쪽
118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4) +2 24.07.04 716 19 13쪽
117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3) +1 24.07.03 695 17 12쪽
116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2) +3 24.07.02 743 20 12쪽
115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1) +2 24.07.01 786 16 12쪽
114 대숙청(4) +1 24.06.28 849 18 13쪽
113 대숙청(3) +1 24.06.27 776 15 12쪽
112 대숙청(2) +1 24.06.26 784 18 14쪽
111 대숙청(1) +1 24.06.25 835 20 12쪽
110 동맹?(3) +1 24.06.24 840 14 12쪽
109 동맹?(2) +1 24.06.21 898 21 12쪽
108 동맹?(1) +1 24.06.20 861 20 12쪽
107 심문(1) +1 24.06.19 903 21 14쪽
» 집으로(2) +1 24.06.18 919 21 12쪽
105 집으로(1) +2 24.06.17 933 22 12쪽
104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0) +1 24.06.14 996 24 12쪽
103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9) +1 24.06.13 912 22 12쪽
102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8) +1 24.06.12 926 23 12쪽
101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7) +2 24.06.11 971 19 12쪽
100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6) +2 24.06.10 960 23 12쪽
99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5) +1 24.06.07 1,047 22 14쪽
98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4) +2 24.06.06 994 2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