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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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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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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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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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5)

DUMMY

그날은 참으로 끔찍했다.


일곱 살이라는 나이에 처음으로 살인을 저질렀던 그날, 무현은 도망치듯이 뛰쳐나왔다.


죽은 제 아비의 시체를 뒤로 놔두고.


그렇게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발바닥이 까지고, 베이고,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계속해서 일어섰다.


도망쳤지만, 그를 뒤따르는 그림자가 아직도 소년을 집어삼키려 달려들었다.


음식은 객잔이나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훔쳐서 끼니를 때웠고, 잠도 동굴에서 거의 보내다시피 했다.


아비의 죽음을 기반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소년에게 있어서 눈앞의 현실은 차갑고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일곱 살의 소년은 뒤늦게 깨달았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엔 낙원은 없다는 사실을.


***


“···이후로 전전긍긍하면서 살다가, 한 낭인의 눈에 띄게 되었고, 그 뒤로 낭인으로 살게 되었지.”


무현은 술을 한잔 쭉 들이키곤, 두부를 한 숟가락 퍼 입안에 집어넣었다.


“···이후론 조금 전에 말했던 것처럼, 마교에 납치되어 10년을 넘게 개처럼 굴려지다가 결국 놈들에게 토사구팽당했지.”

“그리고 회귀를 한 거고요?”

“어떤 원리로 작용한 건지는 몰라. 다만···.”


무현은 다시 한번 술을 들이키곤, 이내 입을 열었다.


“혼천옥. 마교의 신물이자, 천마의 유산이 뭔가 작용한 거 같아.”

“혼천옥이요?”

“혼천옥을 통해 회귀를 했고, 덕분에 이런 묘기도 가능해졌지.”


무현은 젓가락을 양손에 한 개씩 잡아 내기를 흘렸다.


“···언제부터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살왕을 죽이고, 의식에서 깬 뒤로.”

“그 뒤로 음과 양의 기운을 쓸 수 있게 된 거고요?”

“그렇지.”

“한 몸에 두 개의 의식이라니······.”


그녀의 목소리엔 짙은 흥미가 어려있었다.


“뭐, 아무튼 내 과거는 여기까지야. 이후론 네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들었으니 알 테고.”


이후로 이어진 무현의 행적과 행보는 현 중원 무림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삼류 낭인에 불과했던 자가 흑도와 사파 무리를 정리하고, 이후 감숙을 완전히 일통했다.


이후로 갈 곳 잃은 이들을 모아 성검련이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세력을 확장하여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필적하는 세력이 되었다.


이후의 행적 또한 충격의 연속이었다.


섬서에 숨어든 사도천의 광우대를 처리하고, 무림대전에서 준우승하여 소검성이라는 칭호를 획득.


형산의 백후, 혈귀비와 음양쌍마라는 무림공적을 처치, 살문의 멸문과 상천십삼좌 살왕을 쓰러뜨린 명실상부 무림에 커다란 파란을 일으킨 장본인.


‘소설도 이렇게 쓰면 욕 뒤지게 얻어먹겠네.’


생각해 봐도, 자신이 그동안 이룬 업적은 동창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고도 차고 넘쳤다.


‘어떻게 보면 나도 참 이상한 사람이야.’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굳이 도맡아 하려고 하고, 생사를 넘나들며 사파와 동창에 맞서 싸우고 있다.


누군가 무현을 이야기한다면, 왜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지,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왜 도맡으려 하는지 궁금해할 거다.


그럼에도 무현이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백 명의 목숨으로 한 명의 협객을 만들 수 있다면, 악인을 제물 삼아 한 명의 협객이라도 나오는 날이 될 때까지. 과거의 내가 저질러 온 삶을 벗어나고, 속죄할 수만 있다면···.”


무현은 술 한잔을 쭉 들이켰다.


“그래서 네게 나와 같은 행보를 걷지 말라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어. 내가 살아온 방식은 정도도, 사도도 아닌 마도의 길이니까.”


남은 돼지고기를 입 속으로 집어넣고, 마저 남은 술을 따르려 손을 갖다 대려던 그 순간.


“저도 마실래요.”


냉큼 술병을 덥석 집고는 그대로 자신의 잔에 따랐다.


“야! 너 그거···!”

“왜요, 저도 이젠 성년인데 이 정도는···.”


술잔에 입을 갖다 댄 순간, 그녀는 목구멍을 타고 위로 전해져 오는 화끈함에 어깨를 움찔거렸다.


“으엑-!”

“너 술 처음 마셔보지?”

“으으···엄청 독하네요.”

“이리 줘. 너한테는 아직 이르니까.”


무현은 그녀의 손에 들린 잔을 빼앗아 그대로 바닥에 흩뿌렸다.


“그 아까운 걸 왜 버려요?”

“그럼 내가 먹으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투덜대는 남궁무애는 두고, 무현은 마저 남은 술을 빠르게 삼켜 해치웠다.


“맛은 어떠냐?”

“화끈거리다가, 이내 깔끔하다고 해야 하나···처음으로 마시는 술 치곤 나쁘진 않네요.”

“술 처음 마셔봐?”

“처음이에요. 그리고 남녀 둘이 지금처럼 여유를 가지고 마시는 것 또한 처음이죠.”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무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취했냐?”

“아뇨? 제가 왜 취해요?”


그녀는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대꾸했다.


일정 경지에 다다른 고수라면 고작 독주 한 모금 마셨다고 취하거나 쓰러지진 않는다.


그건 무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그녀가 내뱉은 말이 신경 쓰였다.


‘이놈이 술 먹고 헤까닥 했나?’


“좋네요. 이런 여유를 가져본 것도.”


남궁무애는 안휘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흥미,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긍정 어린 감정이 그녀의 말투에 묻어있었다.


“과거의 상처에 쫓겨 도망치듯이 앞만 보고 가다가, 이런 멋진 풍경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사아아아-!


객잔 내로 따스하고 상냥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남궁무애의 어깨를 타고, 그녀의 면사를 벗겨냈다.


“아.”


바람에 의해 가려진 그녀의 표정은···.


살면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 무현도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을 끝마치고 나면, 이걸 벗어 버리려고요.”


남궁무애에게 있어서 면사는 단순히 얼굴을 숨기려는 물건이 아니었다.


타인에게 스스로를 감추고 싶고, 타인의 눈동자를 보지 않으려 애써 회피하고 싶은 그녀의 심리상태를 뜻했다.


그런 그녀가 면사를 스스로 거두겠다는 건.

스스로 가둔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소리였다.


“···그래.”


무현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안휘의 밤은 그렇게 점점 깊어져만 갔다.


***


“···분명 도착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소. 얼른 세가에 얼굴을 비치지 않고 뭘 하는 거지?”

“듣기로는 객잔에서 식사하는 중이라 하더군.”

“허, 제정신이 아니로군. 상황이 급한 와중에 한가롭게 식사 중이라니.”

“필시 무슨 목적이 있는 게 확실하오.”


장로들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논의했다.

장로들은 그 둘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알 뿐, 그 목적이 뭔지 알 수 없었다.


“설마 그놈들이 이걸 노리고?”

“너무 비약적이오. 한낱 후기지수들 따위가 우리를 상대로 시간 전을 벌인다고?”

“5장로의 말도 일리가 있소. 그들의 업적을 생각해 본다면 큰 무리는 아니오.”


4장로의 말에 3장로가 인정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도 그렇겠구려. 그래도 바로 회의를 소집하는 게 좋지 않겠소이까?”


본래 기득권층들은 기다리는 걸 싫어한다.


이는 수십 년간 정계에 몸을 담아오면서 몸에 밴 오만함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소집된 회의의 주체가 자신들을 상대로 기싸움을 벌인다?


“차라리 잘 됐소. 이참에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봅시다.”

“2장로의 말이 맞소. 한낱 후기지수들 주제에 우리를 상대로 기싸움을 벌이려 하다니.”

“무공에만 치중되어 정치 싸움은 할 줄 모르는 애송이들입니다. 모두 2장로의 말을 따릅시다.”


남궁의 장로들이 움직였다.


천하제일 검가의 장로를 상대로 밉보이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물론, 장로들은 남궁무애와 무현이 자신들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고작 해 봐야 화경 초입, 많이 양보하면 중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고이고 고인 기득권층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오판을 스스로 내린 걸 모른 채.


***


남궁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 듯 마는 듯, 식사한 후 느긋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무현과 남궁무애.


애초에 자신들 때문에 장로들이 소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딱히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여유가 넘쳤다.


바로 남궁세가로 가지 않은 것은 남궁무애를 최상의 상태로 만드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왔나.”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모습을 드러낸 자.


온몸에 흑의를 두르고 있어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흑의로도 감출 수 없는 고운 미모가 자리하고 있었다.


“련주님.”


무현이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하자, 흑의의 여인이 예를 갖추며 고개를 숙였다.


“말씀하신 남궁세가의 장로들의 특징과 각종 비리들입니다.”

“수고 많았다.”


무현은 수하가 가지고 온 자료들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각종 상납에, 횡령, 영약까지. 어지간히도 해 먹은 게 많군.”


대부분 자금과 영약이라는 물질적인 부분에 대한 죄를 저질렀을 뿐.


불행 중 다행이라면 장로들이 혈교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생에선 남궁혁과 함께 나와 싸웠으니까.’


그래도 무림맹이나, 당문처럼 악한 녀석들은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무현은 명예 결투라는 패를 꺼내 든 것이었다.


‘그들이 죄를 저지른 건 맞지만, 어느 정도는 정상참작은 되는 수준이니까.’


물론 형벌의 끝은 백의종군이기에, 그들은 가진 재산과 모든 권력을 건네주고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소가주의 상태는?”

“얼마 전 초절정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물도 채 되지 않아서 초절정이라···.”


확실히 남궁 쪽 사람들은 재능이 어마어마하긴 하나 보다.


‘그러니 천하제일 검가라는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거겠지.’


“수고 많았다.”

“예, 련주님. 그리고···.”


수하는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고는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근 남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움직였나?”

“오독문의 장로들이 직접 움직였습니다.”

“작정하고 덤벼들 기세군.”


장로마저 움직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부딪칠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그래도 경고는 해줘야겠지.’


“···당문에게 접근해 봐. 직접 움직이지는 말고, 청룡상단을 통해 사람을 보내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수하가 사라지고, 무현은 달빛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조만간 산적들도 한 번 솎아야겠군.”

“뭘 솎는다는 건가요?”


뒤에서 남궁무애의 목소리가 들리자, 무현은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막 목욕을 마치고 머리를 말리고 있다가 무현의 중얼거림을 듣고 온 것이었다.


“남만의 오독문이 움직였다.”

“오독문 전체가 움직인 건가요?”

“장로들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

“중원이 정말로 혼란스러운 시기네요.”

“그 고자 놈들만 아니면 좋겠지.”


하여튼 고자 아니랄까 하는 짓도 음흉하기 그지없다.


“뭐, 일단 우리는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자고. 당분간 독존이 버티고 있을 테니까.”

“괜찮을까요? 놈들이 짐독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렇기에 함부로 쓰려고 들지 않을 거다.”


본래 귀한 물건일수록, 더더욱 욕심을 보이는 건 모든 인간들이 다 그렇다.


그것도 짐독이라고도 불리는 최악의 마물을, 당문에 필적하는 독 다루는 실력으로 정평이 난 오독문이 과연 함부로 쓸까?


“···오히려 함부로 쓰지 않고, 연구하려고 하겠군요.”

“내 생각이 맞다면 그렇지.”


물론, 놈들이 작정하고 쓸 가능성에 대비하여, 수하들에게 미리 일러두었다.


“당문이 자체적으로 짐독의 해독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시간은 걸리겠지. 그래도 놈들도 비슷한 독이 있잖아?”

“···무형지독.”

“물론 짐독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라도, 효능 자체는 비슷하니까.”


과거 당문의 무형지독에 당한 경험이 있었던 무현은, 무형지독이 얼마나 지독하고 괴로운 독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우리는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자. 나머지는 당문이 해결하게 냅두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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