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의 투신 정룡, 마왕을 기필코 쓰러뜨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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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룡
작품등록일 :
2024.01.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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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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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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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룡은 마의 권속을 용서할 수 없다

DUMMY

정룡은 인간계 대륙 중심 산맥에 위치한 수련 집단, 무향림에서 자랐다.

무향림은 선선한 바람이 일 년 넘게 불며 주변엔 잎이 무성한 푸른 대나무가 있는 맑은 자연이었다.

이곳 주변에 버려져 있던 갓난아이를 무향림으로 데리고 온 것은 백발의 노사, 천용 선생이었다.

천용 선생은 일찍이 큰 선함과 강함을 지녀 세상에 이름을 떨쳤다.

선생은 결혼하지 않아 자식이 없었기에, 아이에게 남다른 애정을 품고 본인이 키우기로 하였다.

주워 온 아이에게 ‘바르게 살아 승천하는 용’이 되라는 의미에서 ‘정룡’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정룡은 선생이 지어준 이름이 무색하게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다니는 엄청난 개구쟁이였다.

그 대단함을 나열해 보면 천용 선생이 아끼는 도자기를 깨질 않나,

창고 뒤 축제에 쓸 폭죽을 전부 꺼내놓고 불을 붙여 마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사형들에게 쓴소리를 듣질 않나.

마을에 나가 여자들과 어울리며 술을 진탕 마시고 들어온 뒤 선생의 비급서를 전부 찢어 딱지를 만들었을 땐 그 자비심 강한 천용 선생을 폭발하게 만든 적이 있을 정도였다.

이 일이 있던 당시 정룡의 나이는 고작 열다섯이었다.


“이놈!!! 내 참다 참다. 너 이리 안 와!!”


“사형들~ 스승님 좀 말려! 제발요!!”


관원들 모두는 일제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고놈 참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룡은 타고나기를 특히 발이 날쌘 편이었기에, 천용 선생은 정룡을 쫓다가 척추를 삐끗하여 꼬박 두 주 동안 앓아누워야 했다. 나이를 속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선생이 제대로 화가 났을 땐 그 분노를 아무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정룡은 사흘 내리 밥을 굶어야 했다.

하지만 선생은 정말 머리끝까지 화가 났을 때를 제외하곤 항상 정룡의 말썽을 감싸주었다.


“스승님! 애 버릇 나빠집니다.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럽니까?”


관원들이 머리를 쥐어뜯고 울며불며 정룡의 잘잘못을 호소할 때마다 허허, 웃으며 대답하는 선생이었다.


“젊은 날의 혈기를 억누른다고 해서 눌러지더냐? 하물며 너희는 어떻더냐? 이곳의 누구도 살아오면서 용이만큼 사고를 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느냐?”


순간 관원들은 크흠, 헛기침하고 아무도 스승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천용 선생도 다시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음! 크흠!”


선생은 약간의 헛기침을 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용이는 그 정도가 남들보다 심할 뿐이다. 언젠가 자신의 길을 찾으면 자연스레 고칠 수 있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스승님, 말은 쉽죠···.’당시 무향림의 관원은 전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정룡의 나쁜 버릇은 하나의 계기를 통해 고쳐질 수 있었다.

천이 열일곱이 되는 해, 달빛이 무향림의 마당을 은은하게 비추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천은 곤히 자는 대사형 비책을 골리기 위해 창고를 뒤지며 새로운 장난을 구상하던 중이었다.


“킥킥. 이 일반 수면약과 나만 아는 비법으로 만든 특제 단약을 섞은 뒤~ 콧잔등 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슬쩍 뿌리면! 불쌍한 대사형은 분명 보름 동안 일어날 수 없겠지? 그럼, 스승님께 무지막지하게 혼나겠지? 아우~ 생각만 해도 꼬시다, 꼬셔! 대사형, 저번에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하디귀한 백세주로 입막음을 해드렸는데 잘도 스승님께 내 잘잘못을 다 털어놨죠? 그때는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번엔 귀여운 사제가 권하는 특효약 맛 좀 보시고 좋은 꿈 꾸십쇼~”


홀로 짓궂은 작당 모의를 하고 있던 정룡은, 달빛이 순간 쨍하고 비친 쇠봉에 눈이 갔다.


“어?”

“방금 뭐지?”


정룡은 자신이 잘못 본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봉의 자태를 다시 한번 자세히 보았다.

봉에게서는 안개 같기도 하고, 연기 같기도 한 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장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잠시 뒤로 하고, 정룡은 자신도 모르게 막대기를 먼지를 털어낸 뒤 쥐었다. 어쩌면 그 봉에 홀린 걸지도 몰랐다.


‘평소 사형들이 대련할 때 쓰는, 그냥 봉이랑은 확실히 다른걸. 사형들은 직접 무기에 기운을 담았지만, 이 봉에서는 직접 그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어.’


순간, 천천히 봉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안개와 같은 기운은 ‘확’ 하고 정룡의 주변을 감쌌다.


“와앗!”


기운은 잠시 푸른 청룡의 형태를 띠더니, 천천히 정룡의 신체 안으로 흡수되었다. 정룡의 신체는 기운을 받아들이는 데 아무런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룡은 난생처음 접하는 기운에 갑자기 몸서리가 쳐졌다.

차갑다면 차갑고, 시원하다면 시원한 그런 상쾌한 느낌이었다.


‘봉이···. 한 건가? 그리고, 뭔가 익숙하고 그리운 느낌이야. 마치 오랫동안 이것과 함께해온 것 같은···.’ 정룡이 잠시 혼란과 의문을 느끼던 중, 뒤에서 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녀석아!”


스승의 외침에 깜짝 놀란 정룡은 그만 앉은 그대로 앞으로 튀어 나가 나동그라진 뒤, 대련용 철제 방패 모서리에 정수리를 찍고 말았다.


“으악! 젠장, 아파! 아효효효효효효효!”


한참이 지났을까,

겨우 쨍한 고통이 가시자, 정령은 이제야 스승이 부른 쪽을 돌아봤다.


“스, 스승님! 아직도 안 주무시고 뭐 하십니까요?”


“너야말로 오밤중에 여기서 뭘 하는 게냐?”


“그게요, 그러니까요···. 뭘 하던 중이었더라···. 아하하···. 아! 대사형께 드릴 단약을 만드는 중이었지요. 한 달 뒤에 생일이니까 생일 선물 겸···. 하···.”천용 선생은 잠시 눈을 감은 뒤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정룡아.”


“예, 예?”


평소답지 않게 너무나 차분한 스승의 모습에 정룡은 어색함을 느꼈다.


“갑자기 왜 그러시는지요? 제가 뭐···. 또 잘못했습니까? 어···. 솔직하게 최근에 부린 말썽을 말씀드리자면요···. 홍래관에서 비싸 보여 몰래 가져온 수묵화 정도랑 그리고···. 읍내 주막에서 몇 번 외상으로 술 좀 얻어먹은 거랑 또···. ”


“아니.”


스승의 단호한 말씨에 정룡의 변명이 뚝 끊겼다.


“아까 푸른 용의 기운이 너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정룡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창고에 퍼졌다.


“아. 그게요. 제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라요. 요놈의 봉이 제멋대로-”


“말 그대로 무기가 너를 선택한 게지.”


“예?”

“예에에에~?”


정룡은 벙찐 표정을 지은 채로 천용 선생을 바라봤다. 선생은 어느새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천용 선생이 잘 때 입는 편한 하얀색 의복 끝자락이 약하게 부는 밤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정룡아, 나는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무기가 자신의 의지로 주인으로 선택한 사람을 많이 본 기억은 없다. 몇십 년을 바쳐 수련한 사람이더라도 자질이 없다면 무기에 선택받기는 어려운 일이다. 타고난 영역이라고 봐야지···. 내가 기억하는 것도 고작 서너 명 남짓이다. 하나 묻겠는데, 그놈을 쥐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냐?”


스승은 눈짓으로 정룡이 쥐고 있는 쇠봉을

가리켰다.

과연 스승의 말대로 심신이 굉장히 편안했다.

자신에게 흘러들어온 기운과 봉의 기운이 공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까 대사형을 골리고 싶은 마음이나, 스승에게 되도 않는 변명을 할 때와 같은 평소의 들뜨고 악한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 것 같았다.


“예, 쥐고 있으니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낍니다. 동시에.. 익숙하고 그리운 느낌도요.”


천용 선생도 일찍이 청룡의 기운을 다루고 있었기에, 정룡이 묘사하는 느낌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제자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천용 선생은 본래 봉이나 창이 아닌 검의 대가라는 사실이다.


“용아. 내일부터 네가 스물 다섯이 되는 해까지, 기운을 네가 스스로 다스릴 수 있도록 스승의 모든 것을 전수하도록 하겠다.”


천용 선생은 잠시 정룡에게서 쇠봉을 건네받았다.


“봉이란 평범해 보이지만 좋은 무기지. 공방 일체의 장점, 심신의 균형을 맞추고 끝없는 변화무쌍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말을 마친 천용 선생의 몸은 천천히, 우아한 몸짓으로 봉을 휘둘러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휘두르는 순간부터 주변에 약간의 바람이 이는 듯 하더니, 푸른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 선생의 몸을 감쌌다.

그 기세는 점점 강해지더니 마치 바람으로 빚어진 청룡의 모습을 취했다.

선생은 청룡과 온전하게 교감하고 있었다. 확실히 봉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휘두르는 것 같지 않았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저 흐를 뿐인, 실로 완벽하게 푸른 기운을 다뤄내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어느덧 흐름의 마지막, 선생은 청룡을 달이 비치는 하늘을 향해 조심스럽게 올려보낸 뒤 풍경과 하나가 되게 하였다.

이 과하거나 부족함이 없는 모든 과정은 그야말로 조화라는 개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이 광경을 보던 정룡은 넋을 놓은 채 입이 떡 벌어져 있었다. 정룡은 감동하여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태도로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제자, 감히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정룡은 당당하게 외친 뒤 호기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속으로는 기나긴 수행에서 찾아올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옳지, 내일부터는 그 봉을 만 번씩 휘두르는 것으로 시작하자. 봉을 제대로 잡는 건 처음일테지? 기본적인 자세는 내가 알려줄테니.”


“예에에에에???”


스승의 터무니없는 수련 방식에, 정룡이 지었던 호기로운 표정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벌써부터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갑작스러운 계기로 청룡의 기운을 지녔다곤 해도, 그걸 제대로 다뤄내기엔 아직 갈 길이 먼 정룡이었다.


“아, 그리고 이 녀석아! 내일 저녁까지 홍래관 주인분께 수묵화는 도로 돌려드려라. 주막집 외상도 네 돈으로 전부 갚고! 무에서는 육체뿐만 아니라 정직한 마음도 중요한 법. 모름지기 무인이라면 두 가지 모두 단련해야지 않겠느냐? 껄껄껄!”


정룡은 폭풍같이 들이치는 스승의 일갈이 어지러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정룡은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의문을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술은···. 아예 금지입니까?”


“술은···. 한 달에 딱 한 번! 두 번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돼!”


“에엑···.”“술은 기운을 어지럽히니 강해지고 싶으면 참아야지. 그리고 오늘은 들어가서 이만 자거라. 내일부터 제대로 수련하려면 푹 자두어야겠지?”


천용 선생은 뒷짐을 진 채 잠을 청하러 발걸음을 돌렸다. 정룡은 예전에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러도 상냥했던 스승님이 도로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인이라는 말에 약간 가슴이 뛰기 시작한 정룡이였다. 내일부턴 자신도 무인으로써 한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었기에, 항상 자신을 믿어주는 스승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나름대로 있는 힘껏 노력해 보자고 생각했다.


수련은 세월이 지나 계속되었다. 정룡은 더 못된 말썽을 피우지 않게 되었다. 스승의 고된 단련으로 인해 말썽을 피울 틈과 체력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스물한 살이 된 정룡은 실력이 꽤 쌓이게 되어 자신의 스승을 제외하고 무향림 안에서 당해낼 인물이 없었다.


정룡은 이맘때쯤 자신의 오만함이 굉장히 강해진 걸 자각했다.

그럼에도 예전의 천덕꾸러기 시절만큼 감정과 기운의 기복이 극단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 자신을 제어할 수 있었던 데다 이끌어 줄 수 있는 최고의 스승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천용 선생은 정룡의 강함이 어느 정도에 오른다면 이런 과도기를 겪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지난날 자신도 오만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선생은 마당에서 봉술을 연마하고 있던 정룡을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을만한 조용한 방으로 불러냈다.


“용아, 오늘부터 명상할 것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호흡의 흐름에 집중한다면, 네 안에서 흐르고 있는 기운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해보아라.”

정룡은 스승이 알려준 대로 명상을 시작했다.

정룡의 습득력은 굉장한 수준이라, 명상을 시작한 첫날에는 한 시간 정도 집중할 수 있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점점 집중할 수 있게 된 시간이 늘어나 어떨 땐 해와 달의 위치가 바뀌도록 명상에 집중한 날도 있었다. 이렇게 열중하고 있는 정룡을 무향림의 관원들은 자발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 정룡은 누구도 그의 예전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없을 정도의 육체적,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아무리 많은 장난을 치더라도 마음 깊이 미워할 수 없는 천진난만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워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주변에서 내심 정룡의 성취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룡이 스물세 살이 된 해 여름날 밤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명상하던 정룡은 갑자기 이상한 기운이 자기 몸을 감싸고 도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수련 중에는 볼 수 없었던 검고 붉은 기운? 이건 대체···.’순간, 정룡이 감지한 이상한 기운이 정룡의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처음에 안개의 형태를 하고 있던 검붉은 기운은 스멀스멀 그 모양새를 갖추더니, 완전하지 않아 보이는 ‘마’의 형태가 정룡 앞에 그 자태를 드러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악마였다.

“흐음~ 살아온 세월에 비해 순수하게 에너지를 이 정도 수준으로 다룰 수 있는 녀석이라니 굉장한데.”


정룡은 자신의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를 경계하며, 쇠봉을 잡고 재빠르게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웬 놈이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마왕님의 최고 권속···. 아스타야 드 벨제부트···. 한낱 인간에게 귀한 이름을 알려주는 걸 영광으로 알거라···.”정룡은 여차하면 바로 악마에게 공격을 가할 기세였다.


“아아···. 너무 그렇게 경계하진 마.. 천용···. 녀석에겐 정말 많은 신세를 졌지.. 아무튼···. 그 순수한 에너지···. 정말 탐나는군그래. 하여.. 그래···. 더···. 더 키워서 가져오너라···. 하여..그럼···. 2년 뒤에 보도록 하지···.”악마는 환영이었는지, 다시 연기로 변하여 그 형태가 흩어졌다. 이내 그 흔적이 없어졌다.


갑자기 천용 선생이 정룡이 있던 방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용아! 괜찮냐? 용아!”

“스승님!”


정룡은 스승의 얼굴을 보자 자세를 풀었다.


“흉흉한 기운이 느껴져서 와 봤더니, 필시 악마의 짓이다.”

“악마라니요?”

“놈은 기운을 탐하는 악마다. 수련 중인 이에게 환영으로 나타나 기운을 앗아가겠다고 예고한 뒤, 그의 실력 높은 경지에 오를 시기를 기다리지. 너는 아직 그놈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기억하느냐, 네가 스물 다섯이 되는 해까지 나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겠다고 했던 것.”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나와의 수행이 모두 끝나면 그 후엔 주저 없이 무향림을 떠나거라. 놈은 분명 완성된 너를 노릴 것이다.”


갑자기 스승의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살이 보인 정룡. 노환이었다.


“스승님, 저도 무향림에 남겠습니다. 같이 놈을 쓰러뜨립시다!”


“닥쳐라! 너는 끝까지 이 스승을 욕보일 생각이냐?”


정룡은 거친 스승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놈은 네 생각보다도 감당하기 어려운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너를 언제까지고 여기 잡아둘 순 없는 노릇이다. 적절한 때가 올 것인즉, 그때는 네가 놈을 죽여다오.”


“슬슬 수련의 끝이 보이는구나. 내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대련하자. 이것이 내가 베푸는 마지막 가르침이 될 것이다.”


스승과 대련을 치르며 나머지 2년의 세월은 빠르게 흘렀다.

정룡은 드디어 스물다섯이 되었다. 화창하고 맑은 날씨, 정룡은 떠날 채비를 마치고 마을로 내려와 주점에서 사형들과 잠시 노닥거리고 있었다.


“용아, 이제 떠나는구나?”

남들보다 유독 큰 덩치를 지녔던 작웅이 큰 만두를 씹으며 말했다.

“응. 정이 들어서 사실 떠나기에 싫지만. 스승님이 떠나라고 하셨으니까, 어쩔 수 없이 떠나야지 뭐.”

어린 시절 정룡의 장난에 제일 호되게 당했던 사휼이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시네! 이제 네가 없으면 장난은 누가 치나 모르겠나.”

“휼 사형. 그렇게 말해도 사실은 날 제일 그리워하겠지?”

“됐다. 이놈아. 낯간지럽긴.”


갑자기 저 멀리 산골에서 갑자기 쿵, 쿵 하는 굉음이 연달아 들리기 시작했다.


천용 선생이 무향림에서 제자들을 모두 물린 뒤 혼자서 악마와 싸우고 있는 소리였다.


“헉···. 헉···.”천용의 검 솜씨는 젊을 적보다 더 예리하고 정교해졌지만, 나이를 속일 순 없었다. 팔팔한 악마의 체력과 경험은 제아무리 천용 선생이라도 버거웠다.


흡수의 악마, 아스타야 드 벨제부트는 천용 선생의 목을 크게 만든 손으로 꽉 조른 뒤 기운을 빼앗기 시작했다.


“천용, 이젠 너무 늙었군 그래. 너의 에너지는 옛날보다도 맛이 없어졌어. 그때 생각이 나는군. 살짝 맛보려고만 했더니 나도 모르게 팔다리가 잘려있었지. 그에 반해···. 너의 자랑스러운 1번 제자는 아주 잘 익었더군.”


천용 선생은 웃으며 대꾸했다.


“참으로 그렇더냐?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디 탐해봐라. 녀석은 다 먹지도 못할 만큼 남을 것이니. 하하하!”


“죽을 때가 되니 완전히 실성했군. 인제 그만 편히 쉬게 해주지. 잘 가라. 우리를 제일 성가시게 만들었던 용사여.”


삶의 끝에서 천용 선생은 제자들의 안위를 걱정했다.


‘정룡아... 복수를 마치면 바르고 자유롭게 살거라···. 그리고 미안하구나. 비책···. 백련.. 장웅. 사휼...내가 아끼는 제자 모두···.’


“스승님, 사형들! 설마! 안돼!”


스승의 신변에 뭔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챈 정룡이 재빠르게 무향림에 돌아왔지만, 가족이나 다름없었던 천용 선생의 시체는 철저히 악마에게 능멸당한 채였다.


정룡이 잠시 나간 동안, 남은 힘을 전부 짜내어 마지막 순간까지 악마와 항전하고 있었던 천용 선생이었다.


흑마법으로 인해 검게 타들어 간 내상, 주변에 타오르고 있는 보라색 불꽃.


“아아···. 잠시 혼자 있고 싶다고 하시고 모두를 잠시 내보내신 뒤 이렇게 될 줄은···.”잠시 관원들을 데리고 나가 약초를 채집하고 있던 백련 사형은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스승님!!! 으아아아!!!” 싸늘한 시신을 안은 정룡의 절규가 무향림 주변, 대나무 사이로 퍼져나갔다.

무향림의 관원 중 몇몇은 정룡과 함께 절규하거나, 특히 대사형이었던 비책은 반나절을 울다 실신했다. 몇몇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향림의 바람은 조용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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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룡은 새로운 적을 용서할 수 없다 24.01.30 6 0 11쪽
4 정룡은 스승의 원수를 용서할 수 없다 24.01.30 4 0 12쪽
3 정룡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용서할 수 없다 24.01.30 7 0 13쪽
2 정룡은 산적떼 따위를 용서할 수 없다 24.01.27 13 0 16쪽
» 정룡은 마의 권속을 용서할 수 없다 24.01.27 26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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