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의 투신 정룡, 마왕을 기필코 쓰러뜨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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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룡
작품등록일 :
2024.01.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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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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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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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룡은 산적떼 따위를 용서할 수 없다

DUMMY

“아아.. 스승님..”


천용 선생의 장례는 성대하게 치러졌다.

정룡은 기필코 스승을 죽인 악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용아!”

“이제부턴 어쩔 셈이야?”


정룡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가락 마디 사이로 피가 흘렀다.


“놈을 쓰러뜨려야지.”

“더욱 정진하여 무의 성취를 이룬 뒤, 내 앞에 무릎 꿇려야지.”


말을 잇는 정룡의 말 사이사이에는 광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정룡을 제외한 천용 선생의 제자 모두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혹시나 정룡이 감정에 치우쳐 엇나가게 되어 잘못된 선택을 할까 염려해서였다.


그러나 천용 선생의 수행은 엄격한 것이어서, 정룡은 필요 이상으로 분노하거나 동요하지 않을 수 있는 정신의 경지에 있었다. 정룡은 그저 현재 눈앞의 목표. 스승의 원수. 악마 아스타야 드 벨제부트를 쓰러트리기로 결정했을 뿐. 정룡은 장례식이 끝나는 대로 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사형들, 오랫동안 고마웠습니다. 건강하세요. 휼 사형, 스승님의 묘를 부탁할게.”


정룡은 사형 모두에게 포권하며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용아. 걱정하지 말아라. 여긴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테니까. 부디 몸조심하거라. 네게만 스승님의 복수를 맡긴 꼴이 되어 미안하구나. 우린 너만큼 강하지 못하니.”


비책 대사형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갑자기, 정룡이 그 옛날 장난을 칠 때마다 보여줬던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고는 약간 익살스레 웃으며 말했다.


“대사형! 또 뵙자구요.”


정룡의 단순한 너스레에 침울했던 분위기가 약간은 풀어졌다. 수련이 고될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웅작 사형이 정룡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정룡은 사형들의 배웅에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정룡은 조용히 분노를 삼킨 뒤, 다스리려고 노력하며 여정을 떠났다.

자신의 스승을 죽인 악마를 낳은 것은 마왕이기에, 언제든지 불러내 복수할 수 있는 악마는 둘째로 하고 정룡이 최우선으로 향할 곳은 마계였다.

정룡은 사형들이 준 대륙 지도를 꺼냈다.무향림에서 마계로 가는 길은 정말 멀었기에 짧으면 몇 년, 길게는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 긴 여정이 될 것이었다.


우선 무향림을 떠나 마을에서 출발하여, 황야 데브란트를 지나야 했다. 데브란트는 듣기로 엄청난 양의 괴수와 마물이 숨어있다고 한다. 때문에 남은 이가 몇 없는 황야의 주민들은 상당한 양의 보수를 약속한 뒤 타지의 실력자들에게 그 퇴치를 의뢰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아마 몇 년 전 쳐들어온 마의 군세가 남긴 잔여물이었을 것이다. 정룡은 사휼 사형이 준 술의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단번에 들이켰다.


“크으. 좋구만.”


정룡은 술을 홀짝대며 생각했다.


‘한동안은 황야에 체류하며 마물들을 처리하는 것으로 여비를 좀 벌도록 해야겠다. 가는 도중에 돈이 다 떨어지면 큰일이니까. 가는 길에 간단하게 쓸 장검도 하나 구해야겠는걸.’


무향림에서 한참을 내려와 정룡은 마을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무기상에 들렀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마을 무기상의 주인과는 정룡이 마을에 내려왔을 때 가끔 보았던 사이였다. 몰라보게 달라진 자신을 상인이 못 알아보는 것 같아 내심 섭섭했다.


정룡은 놓여져 있는 검들 중에서 고민했다.


하나는 너무 길었고,


하나는 너무 짧았고,


하나는 너무 화려하고,


하나는 너무 적당.. 이거다!


마침 딱 알맞은 검이 보였다.


정룡은 고른 검을 주인에게 보였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그걸 고르시다니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사실 간단하게 쓸 것이 필요했는데, 이게 딱이라서요. 제게 너무 화려한 건 필요 없습니다.”


“뭐, 그건 정말 좋은 검이니 써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긴 여정을 떠나시나 보군요.”


“그런 셈이죠.”


“건투를 빌겠습니다.”


무기상의 주인은 떠나가는 정룡을 보며 생각했다.


‘천용 선생님의 제자를 내가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지. 그 개구쟁이가 어느덧 저렇게 크다니, 세월이 흐르긴 흐르나 보군.’


정룡은 마을의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바로 다음날 아침 마차에 올랐다.


“황야 데브란트까지 부탁드립니다.”


정룡이 말을 꺼내자 마부가 깜짝 놀란 뒤 슬쩍 눈을 피했다.


“데브란트까지는 경비가 좀 비싼데, 괜찮습니까?”

“원래 비용의 세 배를 드리겠습니다.”


세 배! 원래 황야까지 가는 비용만 해도 다른 지역의 열 배나 되는데, 세 배를 더 준다니! 만약 큰일이 나더라도 남는 장사였다.마부는 한참을 고민하다 말했다.


“타십시오.”


정룡이 마부에게 물어보니 황야까지는 약 3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황야까지는 잘 태워주지 않는 마부들도 있다던데, 과연 괴수와 마물이 본격적으로 들끓기 시작하는 흉흉한 곳에 아무리 돈을 많이 주더라도 목숨까지 걸며 오가고 싶은 보통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정룡은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흠냐... 스승님... 앗 사형... 발가락 좀 치워...”


마을에서 출발한 지 1일차, 정룡은 마차 뒤 짐칸에서 실컷 잠꼬대를 하는 중이었다.


“손님, 손님?”

“손님?”


계속 불러도 정룡이 일어나지 않자 마부는 정룡의 귀에 손을 모으고 숨을 약간 모은 뒤 소리를 질렀다.


“손님! 일어나셔야 돼요! 우리 지금 산적떼한테 끝장나기 직전이라구요!”


산적떼의 부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이 마부의 멱살을 잡았다.


“이 건방진 새끼. 누구 앞인데 감히 주둥아릴 함부로 놀려?”


“히이익!”


한편 마부의 외침에 정룡은 급작스럽게 잠이 깼다.


“억!”


비몽사몽하여 약간 기분이 좋은 데다, 눈앞이 흐렸다. 아직도 졸렸다.


“흐아아암.”


정룡은 하품을 한 뒤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흐린 시야 속에 횃불, 호피 거죽, 곧 창과 칼을 든 웬 산적떼가 눈에 들어왔다.


“뭐야, 이 녀석들은?”


“저 녀석, 미친 거야? 감히 우리 호적단을 앞에 두고 잠을 자다니.”


“마차를 쓰러뜨리고 그 소란을 일으켰는데도 일어나지 않았어.”


“잠꼬대하면서 말하는 걸 들어보니까 어디 무향림 같은 집단 출신 아니냐?”


“에이~ 설마 이 거렁뱅이가 그런 쪽이랑 같은 급이겠어? 딱 봐도 정신이 홰까닥 돌아있는 놈이잖아.”

산적떼의 수군거림을 뒤로 하고 정룡은 계속 졸린 척을 했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끝낸 뒤였다. 정룡은 마부에게 투덜거렸다.


“이보시오. 귀청 떨어질 뻔 했잖소! 거 참..”


호적단 졸개들은 은근슬쩍 두목의 눈치를 보았다.


“뭐야, 우릴 보고도 별 동요가 없네? 진짜 미친놈인건가, 아니면 진짜 그 무향림 출신인건가?”

“쉿! 두목님 표정이나 봐봐.”


호적단 두목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두목은 자신에 대한 무시는 절대 참을 수 없었다.


정룡은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한번 더 하고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런 다음 두목을 보며 씨익 웃었다.


“내게 무슨 용건이지? 홍당무 양반.”


“놈, 죽여버리겠다!”


두목은 우렁찬 호통과 함께 거대한 덩치를 이끌며 바퀴가 쓰러진 마차에 아직 여유롭게 앉아있는 정룡에게 덤벼들어왔다.

두목이 오른쪽 주먹을 날린 순간, 갑자기 하늘과 땅이 뒤바뀐 느낌이 들었다. 이상했다. 자신이 날린 공격 그대로 되받아쳐져, 한 바퀴 공중을 돈 것이었다.


“어?”


어리둥절했던 두목은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믿고 싶지 않았다. 이상한 위화감을 억누르고 두목은 다시 억지로 분노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상한 잔꾀를 부리다니, 어디 이것도 받아내보거라!”


두목은 허리춤에 쑤셔넣어둔 금쇄봉을 꺼내들고 정룡의 뒤통수를 노렸다. 두목의 금쇄봉이 정룡에게 닿을 찰나, 아까와 같이 몸이 잠시 뜨는 느낌이 들더니 주변의 절벽에 큰 굉음을 내며 자신의 무기와 함께 처박혔다. 두목은 이내 몸 전체에서 피를 흘리며 기절했다.


정룡은 이 모든 과정에서 어떤 동요도 없이 아직 앉아있는 채였다.


“두목이 당했다!”

“말도 안 돼!”

“두목이 당했다! 빨리 도망쳐!”


부두목을 포함한 호적단 무리는 모두 산중으로 뿔뿔이 흩어지며 도망갔다.


“몇몇은 나중에 복수하러 돌아올텐데, 여기서 놈들을 처리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마부는 아직 공포가 가시지 않은 듯 덜덜 떨며 물었다.


“지금은 죽여야 할 놈이 따로 있어서 말이죠. 그리고 내 천성이 살생하는 걸 좀 싫어하는 편이라.”


정룡이 마차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일단 마차부터 고칩시다. 갈 길이 멀거든요.”


“손님이 그렇게 강하다면 미리 말해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가요? 처음부터 그랬다면 아마 믿지 않았을 것 같아서요.”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마차를 고치고 정룡과 마부는 길을 재촉했다. 2일이 지난 뒤 드디어 황야 데브란트에 도착한 정룡이었다.


데브란트는 과연 황야답게 불규칙하게 수놓인 모래와 자갈 속 금방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감, 어딘지 모를 허하고 스산한 느낌을 주었다.


마부는 황야 외곽에 있는 경계에서 말을 멈추었다.


“손님께는 목숨을 빚지기도 하였으니 원래 가격만 받겠습니다.”


정룡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마부에게 말했다.


“하하. 목숨을 빚지더라도 공짜는 아닌 걸보니 어디 가서 굶어죽으시진 않겠군요. 여기 경비입니다.”


마부에게 정룡이 건넨 자루 안에 든 돈은 원래 경비의 세 배 가격이었다. 몰래 이만한 돈을 주는 것은 자신이 퍼져 자는 동안 공포에 떨었을 마부를 생각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럼 손님, 평안한 여행 되시길. 이랴!”


“안녕히 가시오!”


‘그럼 이제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실까.’


황야에 도착했더라도 마을까지 가기 위해서는 꽤 걸어야 했다. 반나절을 걸어가며 잡다한 마물들과 괴수들의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정룡이 의식하지 않은 채 뿜어내는 기운에 압도되어, 그들이 정룡을 기습하거나 할 의도는 없었다.


황야 중간중간에는 이정표가 있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대륙 지도와 어느 정도 대조해 보면 그럭저럭 찾아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정표 중에서는 그 글씨가 흐리거나 이미 부러진 것도 많았지만 목적지를 어찌어찌 알아볼 수는 있어 다행이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전 마주친 청년에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에 관해 물었다.  

 

청년은 그동안 무슨 일이 많았는지 인상이 꽤 거칠어 보였다. 


“마을 중앙 해결사 조합에 가보세요.”


“고맙소.”


조합에 방문하여 할 만한 일을 찾아본 결과, 다양한 종류의 괴수가 있었다. 아까 대충 감지했던 기운과 생긴 것이 대조되는 녀석들도 있었다. 보통 덩치가 매우 큰 괴수들이었다.

그중에는 눈과 더듬이가 어림잡아 서른 개씩 달린 징그러운 놈들도 있었다. 정룡은 무슨 일이든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런 환경이 오히려 자신의 수련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보수도 나름 짭짤하고···. 이 녀석들 생김새부터 살벌하니. 안성맞춤이군.’


정룡은 여관에 짐을 푼 뒤 1층에서 접시를 닦고 있던 주인에게 식사를 주문했다.


“여기는 어째 꿈자리가 사나워 보이는데. 사건 사고가 좀 많은 동네요?”


“암요.”


편한 차림에 앞치마를 한 그는 안경을 슬쩍 추켜올렸다.


“그때 마계 놈들의 침략만 없었어도, 이곳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텐데.”


주인은 갑자기 한숨을 푹 쉬었다.


“무슨 말이오?”


“이 부근에서 위협을 가하는 존재는 딱 두 가지에요.


첫 번째가 지성이 없는 괴수.

두 번째가 지성이 있는 마물.

마왕 벨리알 드 벨제부트의 부산물.

마왕의 군세가 지나간 자리는 이곳을 황야로 만들었죠. 놈은 분명 괴수와 마물을 매개로 다시 인간계를 침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그 마왕이란 게 굉장히 강한가 본데.”


“이 이야기에 공포가 아닌 흥미를 느낀 분은 처음이네요.”


“흠. 정말 뜬금없는 질문 하나 하겠소.

마계에선 그 벨리알인지 뭔지란 놈이 제일 강하오?

나는 아직 내 스승님보다 강한 인물을 못 봤거든.”


“누구를 스승으로 두셨나요?”


“천용 선생이오.”


“아! 스승님이 천용 선생님이라면, 분명 무향림에서 무학을 닦으신 분이었겠군요. 그렇다면 오히려 그런 반응을 보이신 것이 정상일지 모르겠네요.”


“우리 스승님을 아시오?”


“직접 뵙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유명하신 분의 성함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죠. 예전에 데브란트에 침공한 마족들을 싹 정리해주셨으니까요.”


정룡은 앞으로 더 많은 소문과 정보에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나 확실한 걸 말해드리면, 마계의 것들은 확실한 힘의 차이로만 서열을 정합니다. 그 마계에서 무려 우두머리를 맡고 있다면, 말 다 한 거죠.”


주인과 말하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 정룡은 간단하게 목욕을 마치고 여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정룡은 의뢰를 떠올린 뒤 짐을 챙기고 봉을 잡아들었다. 


황야 외곽에 도착해 맞이하는 늦은 아침은 썩 달갑지 않았다.  


심한 폭풍으로 눈과 입에 들어간 모래는 거슬렸고 기본적으로 심한 무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다행인 점은 스승의 혹독했던 단련으로 그런 사소한 불편에 개의치 않을 수 있었다.  정룡은 속으로 천용 선생에게 나지막이 감사를 표했다. 


괴수를 찾으며 어느덧 정오에 달한 시각, 정룡은 순간 숨을 죽였다. 저 멀리 미세한 떨림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정룡은 조용히 눈을 감고 놈의 기운을 탐지했다. 그 기운의 흔들림을 보아하니, 분명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쿵!


굉음과 함께 오른편에서 놈이 솟아올랐다. 건물보다 거대한 체구는 태양을 가려 그림자를 드리웠다. 드디어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늘고 징그러운 다리, 끝을 모를 긴 몸통.녀석은 자신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존재를 감각을 통해 포착했는지 위협적인 괴성을 내질렀다. 


‘이놈. 단번에 끝내주마.’


정룡은 약한 부위를 눈대중으로 파악한 뒤 신속히 자세를 잡고 호흡을 들이마셨다. 


‘삼공자!’


괴수가 거칠게 쇄도한 순간, 정룡이 가한 세 방의 창격이 정확하게 갑피를 뚫고 경직시켰다.  


창격은 흐름을 타고 부드럽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괴수는 심한 격통에 몸을 비틀며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발악하며 사방으로 몸통을 부딪쳐봤으나, 곧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몸부림이었다. 창격의 여파가 살갗에서 잦아들었을 무렵 괴수는 보라색 체액을 사방에 흩뿌린 채로 죽어있었다. 


‘이걸로 황야에 온 뒤 첫 건은 해결. 아직 네 마리 남았군. 머리를 자른 뒤 마차에 싣자.’ 


정룡은 호신용으로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장검을 꺼내 머리를 쓱쓱 자른 뒤 시체에서 남은 체액을 제거했다. 그 후엔 멀리 떨어져 있는 마차를 불러 짐을 실었다. 


‘오늘은 다음 녀석까지 처리한 뒤 쉬어야겠다.’


꾸준히 의뢰를 해결하며 정룡은 황야에서 입지를 빠르게 다져나갔다.


잡은 괴수와 마물의 수는 어느덧 세 자리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돈도 쌓였다. 그에게 붙은 별명은 크게 두 가지였다.  

수많은 괴수를 무찌른 업적에 대한 찬사를 담은 ‘황야의 재난’. 경이로운 재능에 대한 찬사를 담은 ‘무향림의 보물’. 이와는 별개로 정룡을 ‘영웅’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정룡은 남들이 자신을 무어라 칭하던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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