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의 투신 정룡, 마왕을 기필코 쓰러뜨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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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룡
작품등록일 :
2024.01.27 11:55
최근연재일 :
2024.01.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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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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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룡은 새로운 적을 용서할 수 없다

DUMMY

정룡은 온몸의 감각을 통해 익숙한 마의 기운을 느꼈다. 아이는 갑자기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띠더니, 전신에서 검은 기운을 확 하고 뿜어내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아이를 감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의 자태가 드러났다. 보랏빛 창백한 피부. 노란색의 눈동자. 염소의 것과 같은 날카로운 뿔. 개성적인 복장.


갑자기 주변 풍경이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악마는 정룡을 보며 정중한 말투로 인사했다.


“앞으로 자주 뵙게 될 테니, 절 소개하죠. 마왕님 직계 권속. 저는 에스티 드 벨제부트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갑판 위 다른 이들에게는 이 광경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정룡은 필시 악마가 펼친 결계일 것이리라 생각했다.


“경계를 푸시죠. 오늘은 당신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니까요. 당신이 우리 쪽 경비병들을 처리하며 인간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을 때. 기억하시나요?”


정룡은 황야에서 괴수를 처리하던 나날의 기억이 났다.


“아, 그때.”


“그리고, 저희 쪽의 전사인 아스타야 드 벨제부트가 사라졌습니다. 그를 처리했을 유력한 용의자인 당신에 대해 주시하라는 마왕님의 명령이 있었거든요.”


정룡은 능글맞게 전투 태세를 푼 뒤 손바닥을 펼쳐 보이고는,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용의자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놈은 내가 처리했다. 감히 우리 스승님을 죽게 했으니.”


“역시 그러셨군요. 오늘은 경고의 말씀을 전하러 왔어요. 뭐... 그는 마계에서도 골칫거리였으니까요. 어떤 면에선 개인적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저희에 대해 너무 깊게 파헤치지 않는 게 좋을 거에요. 그와는 별개로 아무쪼록,

무사히 도착하신 뒤 파티는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또 뵙죠.”


악마는 손끝에서 검은 기운을 발산하고 허공에 둥근 원을 그렸다.


“어딜.”


정룡은 주먹 끝에 푸른 기운을 담아 악마에게 묵직한 공격을 네 방 가했다.


‘사풍연타.’


그러나 눈 앞에 있는 악마의 형태는 정말 환상인 것인지, 악마 아스타야 때와는 달리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천이 가한 공격의 여파가 모조리 공중에서 흩어졌다.


이후, 악마는 암흑 에너지로 보이는 기운으로 차원의 틈새를 열었다. 틈새 저편에는 어둑한 마계의 풍경이 보였다. 정룡이 날린 공격이 단순히 자신의 몸에 닿지 않았음을 비웃는 것인지 마의 군세에 한낱 인간은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비웃는 것인지 악마는 틈새 너머로 사라져가며 기분 나쁜 광소를 터트렸다.


보라색으로 물들었던 주변의 풍경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갑판은 바닷물로 젖은 것이 파도가 덮친 듯했다.


“거기, 무슨 일인가요?”


“괜찮으세요?”


“뭐가 터지는 큰 소리가 들렸는데.”


주변 사람들이 정룡의 공격으로 생긴 여파를 느꼈기에 방금 전 소란으로 모인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 아무 일도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축제를 즐기러 오신 거잖아요? 분명 선장님이 준비한 작은 이벤트겠죠.”


“그 말이 맞네요.”


“유후! 축제다!”


정룡이 능청스럽게 대충 둘러댄 말에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해진 갑판을 벗어나 유람선 내부로 들어가며 정룡은 생각했다.


‘과연. 저게 암흑 에너지인가? 아스타야가 사용했던 것, 내 안에 있던 것과 상당히 유사하지만, 더 흉흉하군.’


정룡은 마계에 대해 탐구를 그만두라는 악마의 경고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오히려 현재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호승심을 느끼며, 직접 암흑 에너지를 연구할 수 있음에 기뻐하고 있었다.


‘장소를 이동하는 용도로만 사용했음에도, 저 정도의 기운이 느껴져. 그렇다면 마왕은 얼마나 강한 거지?’


순간, 하나의 생각이 정룡의 뇌리를 스쳤다.


‘나도 저걸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분명 공격이 닿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겠군.’



정룡은 2층 로비부터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로비에는 드링크 바가 있었다.


정룡은 워낙 마실 것을 좋아하기에 바로 콧노래를 부르며 드링크 바로 이동했다. 정룡은 잔에 메론 소다를 따른 뒤 여유롭게 로비를 둘러보았다. 과연 대도시의 부호들이 모이는 장소라 그런지 품격이 우러나오는 듯 보였다.정룡이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유독 한 곳이 시끄러웠다. 중년의 노신사 3명이 한 명의 취객 때문에 당황하고 있었다. 정룡은 그 광경을 보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룡은 취객에게 접근하자마자 팔을 잡고 등을 눌러 간단히 제압했다. 취객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정룡은 노신사 중 한명에게 물었다.


“도움이 필요한가요?”


진땀을 빼고 있던 노신사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낮에 이렇게 거나하게 취해서야 원.”


정룡은 취객을 그대로 갑판으로 끌고 나가 난간 쪽에 내동댕이쳤다.


“잠시 술 좀 깨고 들어오라고, 친구.”


정룡이 손을 털고 로비로 돌아오자 노신사 중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악수를 청했다.


“곤란한 와중에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제르니망에서 나노 입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나인 버틀램 박사라고 합니다.”


정룡은 묵직하지만 겸손하게 악수를 받았다.


“제르니망에 거주하는 정룡이라고 합니다. 카페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정룡은 나머지 두 노신사와도 통성명을 마쳤다.


‘정룡...’


노신사는 정룡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친구들, 즐기고 있게나. 나는 이 젊은 신사분과 좀 이야기를 하고 오겠네.”


노신사는 정룡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잠시 이리로..”


정룡은 기회다 싶어 노신사의 뒤를 따랐다.


둘은 로비 구석에 위치한 고급스럽고 폭신한 의자에 마주보고 앉았다.


“정룡 군, 그대가 누구신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저번에 뉴스로 뵈었을 때랑 인상이 달라지셨군요.”


‘당분간 도시에서 그 소란을 떨고 다녔으니, 역시 나에 대해 알고 있군.’


정룡은 약간 부끄러운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오랜만에 이발과 면도를 해서 그럴 겁니다. 하하.”


“허허허. 대도시의 주민들은 항상 그 노고에 감사드리고 있답니다.”


“뭘요. 제가 무슨 자경단도 아니고. 순전히 시간이 남아돌아서 하는 일인걸요.”


“에이힘이 속을 많이 썩이지요?”


약간 놀란 정룡은 소다를 약간 머금고 목으로 넘겼다. 그 단맛이 남기는 상쾌함과 여운을 즐기며 정룡은 말을 이었다.


“그 거렁뱅이와 아는 사입니까?”


“알고 말고요. 그 친구는 촉망받는 방위 산업의 대가였습니다. 실제로 과거에 그가 연구한 방위 시스템 대부분을 도시에서 사용할 정도였으니까요.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제르니망을 넘어 인간계 대륙 모든 곳에 자신의 방어 체제를 설치하겠다는 터무니없이 큰 포부를 지니고 있었죠. 하지만 그 계획에는 보안상의 문제와 큰 위험성이 따랐습니다.

번번이 그 시도는 사람들의 반대 속에 좌절되어왔고 결국 지금 같은 악당으로 변해버렸죠.”


“그런 안타까운 일이.”


천은 무심한 표정으로 남은 소다를 들이켰다.


“촉망받던 젊은이가 그런 망나니로 변해버렸으니. 주변에선 상심이 컸겠군요.”


박사는 어딘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에이힘은 예나 지금이나 괴짜입니다. 세월이 흘러 하나가 변했다고 하면 특유의 뒤틀린 방식으로 이 도시에 복수하려 드는 거겠죠.

자신을 알아주지 못함에 대한 분노. 녀석은 아마도 단순히 그걸 원했던 거에요. 사람들의 인정.”

박사는 한숨을 쉬었다.


“녀석을 막을 시도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자고로 긍지 높은 도시의 과학자라면, 동등한 입장에서 그를 막을 마땅한 책임이 있으니까요. 지금 와서 제일 후회되는 사실은

전 자신만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동료의 만행을 보고도 눈을 돌린-이기적인 비겁자라는 것입니다. 아직도 저는 핑계를 대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제 와 녀석을 위로하거나 단죄하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녀석을 막기에 저는 너무 늙었습니다.”


정룡은 박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정룡 군. 다음에 그를 또 마주치게 된다면.

에이힘을 전력으로 위로해주세요.”


“뭐,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아, 박사님. 긴 이야기도 들어드린 겸 해서,

하나 부탁이 있는데요.”


“부탁이요? 물론 들어드리겠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계 축제에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축제는 섬에서 이루어지기에 배로 대륙에서 섬까지 이동해야 하고 섬에 가까워질수록 거칠어지는 날씨에 따라 도착이 원래 시간보다 하루 정도 늦어질 수 있었다.


정룡은 배정받은 숙소에서 정장을 벗은 뒤 빠르게 평소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또 수행이었다.

정룡은 최근의 명상에서 자신 안에 두 형태의 기운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스타야를 물리친 뒤 그 붉은 기운은 자신 안에서 점점 청룡의 기운과 공명하여, 신체 내부에서 딱 절반씩 그 용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원래는 천용 선생이 전수한 푸른 기운만이 정룡의 신체를 감싸고 있었으나 본래의 기운 안에서 다른 이질적인 기운이 갈라져 나온 뒤 생긴 기묘한 일이었다.


정룡은 명상을 거듭하며 그 기운을 처음에는 가만히 관찰했다. 그 순수한 형태가 어떤 방식으로 순환하는지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정룡은 현재까지 이 기운에 대해 정확한 특징 몇 가지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1. 붉은색이다.

2. 몸 안에서 운행하는 본래의 기운과 섞이지 않는다.

3. 악마 아스타야를 물리친 뒤 갑자기 증폭했다.

4. 이 붉은 기운은 청룡의 기운과는 다르게 외부로 발산하거나 무기에 두를 순 없으나 몸 내부에서 순환시키는 건 가능하다.


정룡은 위와 같은 특징을 고려하여 하나의 가설을 떠올렸다.


‘도시에서 찾아봤던 개념인 암흑 에너지인가? 하지만, 악마가 –사용한- 에너지는 분명 색깔이 붉은빛이 아닌 칠흑빛이었지. 본래 기운의 발산을 사용이라고 하면, 나는 이 암흑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그리고 황야에서 괴수나 마물을 접했을 땐 이런 감각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왜 나에게서? 어쩌면 나의 근원과도 관련이 있는 것일까.’


여러 궁금증이 생겼지만 정룡은 다음 날 어떻게든 될 거란 마음으로 이내 잠을 청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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