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의 투신 정룡, 마왕을 기필코 쓰러뜨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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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룡
작품등록일 :
2024.01.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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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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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룡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용서할 수 없다

DUMMY

어느덧 정룡이 황야에 온 지도 1년이 지났다.

반복되는 마물과 괴수의 싸움에 어느 정도 넌더리가 난 정룡은 최근 고민이 하나 있었다.

스승님의 복수는 둘째치고, 이곳 황야는 매번 자기 실력에 미치지 못하는 허약한 녀석들만 출몰하기 십상이니 수련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룡은 여전히 정신의 경지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명상을 계속하고 있었다. 정신의 맑음과 평온함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불시에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괴수를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 명상이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정룡은 슬슬 자신을 끌어올려줄 강자를 찾아 나서야 했다.

천용 스승은 늘 강조했다. 자신과 같거나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상대와 주기적으로 대련을 하는 것은 자신의 잠재력을 더욱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명상을 하고 있었던 정룡이었다. 어느 정도 기운을 안정시킨 뒤 정룡은 생각했다.


‘하아. 이곳에는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마물들과 괴수들, 몇 남지 않은 마을 사람들을 빼면. 적어도 괴수들은 돈을 많이 쳐 주니 이제 돈 걱정은 없지만.. 여기서 더 강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스승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슬슬 여기를 떠나야 한단 느낌이 드는구나.’


정룡은 황야에서 대도시로 떠나기 전 나머지 의뢰를 모두 완수하여, 총 34마리의 괴수와 마물을 정리했다.


정룡은 모든 채비를 마치고 3일 뒤 마차를 끌고 대도시로 향했다.

  

황야로부터 출발한 지 34일, 드디어 대도시 제르니망에 도착하였다. 


대도시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화려한 첨단 기술이 정룡의 시야를 채웠다.


높은 빌딩과 전광판 주변을 장식하는 번쩍한 네온사인.


로봇과 인간이 한데 어우러져 길거리 공연을 하거나, 춤을 추고 있었다.


골목길의 어떤 이들은 전날 밤 한창 즐기고 온 탓인지 속을 게워내고 있었다.


자신의 육체를 개조한 시민들.


폐쇄적인 산 중턱에서 삶의 대부분을 살아왔던 정룡에겐 모든 것이 신기했다.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낯선 자극이 감각을 어지럽혔다. 


정룡은 먼저 마계의 정보를 얻기 위해 대도시 골목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왔다. 뒷골목을 전전하는 이들에게 얻는 정보가 더 빠르고 정확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골목에 들어선 뒤 제일 먼저, 힘껏 거들먹거리며 지나가는 앳된 인상의 소년을 붙잡았다.  


소년은 초록색 형광이 비치는 모자가 달린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었다. 정룡은 소년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을 건넸다.


“실례. 여기 술집은 어디 있나?”


소년은 인상을 팍 구기고 천을 위아래로 훑었다. 


“뭐야?


낭비할 시간 따윈 없으니까 저리 꺼져.”


정룡은 순식간에 칼집에서 장검을 꺼내 소년의 목에 재빠르게 들이대었다.  


꿀꺽!


당황한 표정 옆 관자놀이로 식은땀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누덕한 망토에 가려졌던 정룡의 근육질 팔뚝이 드러났다. 


소년은 순간 아차 싶었다. 


“다시 한번 말해봐. 뭐라고?” 


“아니···.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정룡은 심드렁한 표정을 띤 채 장검을 거두지 않았다. 


“시비 걸었으니 마실 것은 니가 사라.”


소년은 정룡이 칼을 거두어주길 기대했다.


정룡은 씨익 웃으며 천천히 장검을 거두었다.


소년은 겁에 질려 서슬 퍼런 창백한 낯빛을 띠고 있었다. 


“친구, 내가 이런 곳은 처음이라 묻고 싶은 것이 아주 많거든? 시간은 충분하겠지?” 


“히익!”


'하. 이거 제대로 잘못 걸렸네!’ 


소년은 속으로 절규하며, 자신의 나쁜 운세에 절망했다.


정룡은 소년의 목에 두꺼운 팔뚝을 감은 채 근처의 술집으로 안내하게 했다.


골목 큰 술집에서 정룡은 얼굴이 제대로 달아올랐다.  


황야를 나서고 긴 거리를 떠나 처음으로 맛 보는 술이 아주 달큰했다.


“동생은 몇 살?” 


“아···. 16살이에요.” 


소년은 쭈뼛쭈뼛한 표정으로 답하였다. 


“새파랗게 젊구먼. 아까는 버르장머리가 그게 뭐냐? 이 몸이 마음이 넓으니 망정이지. 형이라고 하거라. 편하게.” 


“네.” 

 

“이름은?” 


천은 취기가 올라 푸하, 숨을 내뱉었다. 소년은 충격적이고 지독한 술 냄새에 속으로 그만 기겁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을 표정으로 내보이지는 않으려 노력했다. 


“칼른이에요.” 


“좋네. 좋은 이름이군. 나는 정룡. 바르게 살아 승천하란 뜻으로 스승님이 지어 주셨지.” 


“정룡? 형 이름은 마치 무향림에서 지은 이름 같아요. 


“난 그곳 출신이니까. 무향림을 알아?” 


“어렸을 적 삼촌한테 들어본 적이 있네요. 폐쇄적인 무도인 집단. 아! 폐쇄적이라고 해서 나쁜 뜻은 아니고···. 한 평생을 수련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정룡은 긍정했다.


“보통 그런 곳이지. 그런데 너는 새파랗게 어린놈이 왜 건들거리면서 눈 부릅뜨고 다녀? 학교는?”


“안 가요.” 


“애들이라도 팼어? 퇴학?”


“아뇨! 그냥 학교 근처에는 가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은 원래 안 계셔서 형편도 어렵고,유일한 가족은 삼촌뿐이라서요. 저는 가진 능력이 고작 소매치기와 해킹 뿐이라 근근이 그걸로만 먹고 살아요.”


“세상은 보통 힘으로 돌아가는 법이니까. 코 묻은 놈이 코 묻은 돈 뺏을 수도 있는 거지.”


“글쎄, 전 싸움 못 한다니까요!” 


‘눈에 독기가 서린 이유가 있었구먼.’ 


정룡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남은 맥주를 홀짝 들이켰다. 


“나도 부모님이 안 계셔.”


“형이요?”


“응. 길거리에 있던 날 스승님이 주워왔다나 봐. 누가 낳아줬는지는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내가 누군지 알고 싶은 기분이 들어.”


“그래서 무향림을 떠나신 거예요?”


“아니, 악마에게 스승님이 돌아가셨다. 일단 원수를 갚기 위해 지금 여행을 떠나고 있지.”


소년은 정룡의 의외의 말에 갑자기 호기심이 들었지만 억누르려 애썼다.


“유감이에요.”


정룡은 빈 맥주잔을 무의식적으로 이리저리 흔들었다.


“필연적이었다. 그 결말은 스승님이 원하신 것이기도 하였으니,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리고, 놈을 꼭 쓰러뜨린단 것도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담담하게 말하는 정룡을 보며 소년은 생각했다. 이 사람은 정말이지 만만치 않은 시간을 쌓아왔을 것이라고.


“악마를 쓰러뜨린 다음에는 어디로 갈 생각이에요?” 


“마왕을 쓰러뜨리러 마계로 갈 거야. 하지만, 마왕을 쓰러트리는 건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야. 지금 내 힘이 마계에 어느 정도로 통하는지 알고 싶어. 내 자신이 마계에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마왕을 쓰러뜨리면 왠지 나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 벨리알 드 벨제부트를요?”


“그래.”

마왕이 세상에 끼친 피해와 명성을 잘 알고 있던 소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되겠군요.”


정룡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아니! 나는 지금 이 여정을 나름대로 즐기는 중이다. 사실 무향림 안에서만 사는 건 좀 답답했어. 스승님과 사형들이 가끔씩은 그립긴 하지만.”


소년은 말을 마치자마자 남은 그린 버블 티를 전부 비웠다. 정룡은 소년이 제 몫을 다 마신 것을 보고 바텐더를 부른 뒤 오늘의 식사 메뉴, 아몬드 피자를 주문했다. 


“지금 뭐 하시는···?” 


“나랑 10살이나 차이 나는 핏덩이한테 얻어먹어서야 체면이 살겠냐?”


정룡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깐 칼 들이대서 미안했다.” 


칼른은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정룡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난 아몬드 피자 별론데···.’ 



대도시 제르니망에서 뛰어난 무기 개발 기술로 유명한 듀나스 엘 에이힘 박사. 


박사는 자신의 발명품을 가지고 거리 한복판에서 주기적으로 난동을 피워댔다.


제르니망의 자경단원들은 항상 그 덕분에 골치를 썩였다.


정룡이 제르니망에 온 지 2개월이 지났을 때의 일이다. 


맥주 몇 캔을 사 들고 집으로 향하려 했던 정룡은 갑자기 무의식적으로 위협을 느꼈다. 자신 주변으로 철근을 때려 박는 로봇 몇 기를 마주한 정룡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주변을 살폈다. 순간 노인의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와 둔탁한 굉음이 들려왔다. 주변에 도망가는 시민들의 비명이 거리를 메웠다.


“하하하! 이 몸의 이름은 듀나스 엘 에이힘이다···!!! 위대하고 지고한 존재인 이 몸에 대한 찬양을 시작해라, 이 벌레 같은 놈들아!!” 


정룡은 요즘 들어 부쩍 가깝게 지내는 소년, 칼른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회상했다. 


“그러니까, 미친놈이 있다는 거냐?” 


“길거리를 나설 때는 신중하셔야 할 거예요. 그 박사, 정말 시도 때도 없거든요. 의뢰 쪽에서는 잡범에 속하지만, 끼치는 민폐가 보통이 아니라 악명이 높죠.” 


“그런 놈이 나타난다면, 그냥 때려 부수면 될 일이지.”


“뭐, 그게 형다운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정룡이 대화를 떠올리며 쇠봉을 꺼낸 뒤 박사가 인식하지 못했을 찰나의 순간. 그저 몇 번의 휘두름만으로, 정룡은 박사의 역작을 순식간에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 이내 몇 초 뒤, 잡음이 잔뜩 껴 음침한 느낌을 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절규가 들려왔다. 박사는 모종의 장치를 통해 전파로 자신의 목소리를 멀리서 송신하고 있었다.


“네 이놈······. 네 이놈!!!” 


박살 난 로봇들의 잔해 사이로 공중에 스크린이 번쩍 나타났다. 스크린 대부분을 채운 박사의 검버섯과 주름이 진득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스크린 뒤의 배경은 박사의 연구실인 듯했다. 치우지 않아 어지럽혀진 방 속 먹다 남은 채 바닥을 굴러다니는 간편 음식이 눈에 띄었다. 


“할아범이요. 어찌 내 평화로운 산책을 방해하는가?” 


정룡은 얼굴에 웃음기를 띠며 박사를 능멸하기 시작했다. 정룡이 천덕꾸러기 시절부터 고칠 수 없었던 오래 묵은 짓궂은 버릇이지만 상대를 도발할 때는 참 효과적이었다.


“늙었으면 늙은 대로 골방에서 남은 삶을 연명할 것이지, 남들을 이리 괴롭혀서야 쓰나?” 


“자랑스러운 내 역작 KG-39, D-127, FD -15호기 전부를 박살 내놓고 뭐라고, 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아?” 


정룡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좀 미안한 것이, 머리에 피는 말랐거든. 그리고 귀여운 장난감 시연은 은밀하게 진행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박사는 머리끝까지 약이 올라 어쩔 줄 몰라했다. 멀리서 보면 벌건 것이 홍당무가 떠오르는 인상을 주었다. 


“이놈, 이놈!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다음에는 잘근잘근 씹어주마! 두고 보자!” 


듀나스 박사는 화가 났지만 더 어찌할 도리는 없었기에 그대로 스크린을 꺼 버렸다.

 

“소란스러운 양반일세.” 


정룡은 쇠봉에 묻은 기름을 정성스럽게 닦아내며 입가에 약간 미소를 지었다. 

 

‘두고 보자라···. 재밌네.’ 


‘아.’ 


갑자기 눈앞의 고철 더미를 보니 생각난 것이 있었다. 


‘이것들 발품으로 팔아버리면 또 돈! 참 운수 기가 막힌 날이군.’ 


정룡은 굉음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주변 시민들을 진정시키고 한 명 한 명 일으킨 뒤 집으로 보냈다. 이후에는 의뢰소에 연락하여 모든 고철을 처분했다. 이렇게 계획에 없던 한동안 쓸 돈이 생겼다.


정룡은 내심 박사를 다시 마주치더라도 뜻밖의 횡재를 할 확률이 높으니 나쁠 건 없겠다고 생각했다. 맥주와 말린 오징어 다리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다시 들쳐메고, 정룡은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정룡이 에이힘 박사와 볼일을 해결한 뒤의 일이다. 엘 에이힘 연구소의 조수 로봇이 데이터를 잘못 전송하여 대도시 전광판에 은밀한 박사의 일지가 공개되어 버린 사건. 실로 만천하에 큰 웃음바다를 일으켰다. 당시 전광판을 목격한 사람에 의하면, 박사의 일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한다. 


-그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을 조사했다. 이름은 ‘정룡’이라고 한다. 과연 무향림 출신의 촌스러운 이름이다. 최근 도시 분위기가 조용하니 깽판 치기 딱 좋았는데, 이 말뼈다귀 같은 놈이 굴러들어와서 내 여흥을 방해한다. 거기다 이놈은 쓸데없이 강해서 내 역작들 전부로도 상대가 안 된다! 그놈이 내 소중한 한 달 치 연구 성과를 전부 쇠몽둥이로 처참히 박살을 낸 뒤 팔아먹어 버렸다. 단지 쇠몽둥이로! 오, 내 사랑 최후의 죽음! 내 사랑 신살(다음 내용이 지워져 있어 알아보기 힘듦) 건방진 놈, 건방진 놈! 다음에 만났을 땐 기필코 그 혓바닥을 뽑아버릴 것이다! 흐흐흐. 그리고 기대해라 미개한 도시 놈들! 복수는 나의 것이다!-


덧붙여 이 모든 내용은 꾹꾹 눌러 쓴 듯한 글씨체로 적혀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대도시에서 정룡의 인지도는 꽤 올라갔다. 그러나 황야에 있던 때처럼 여전히 본인은 그런 평판에 딱히 상관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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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룡은 새로운 적을 용서할 수 없다 24.01.30 6 0 11쪽
4 정룡은 스승의 원수를 용서할 수 없다 24.01.30 4 0 12쪽
» 정룡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용서할 수 없다 24.01.30 7 0 13쪽
2 정룡은 산적떼 따위를 용서할 수 없다 24.01.27 13 0 16쪽
1 정룡은 마의 권속을 용서할 수 없다 24.01.27 25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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