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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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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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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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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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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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상단전

DUMMY

“군사, 데려온 아이와 말을 할 것이니 물러가도 되네.”


능천비의 말에 사광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


“흠...”


능천비는 용운휘를 한 번 보고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뭐...뭘 보는 거지?’


기묘한 느낌이었다. 그저 보고 있는 것이 아닌 마치 자신의 의식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본다는 느낌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기묘하군.”


“...”


용운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눈앞의 맹주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일월신교의 교주도...’


“...계속 보고 있자니 기분이 더러워지는군.”


“예?”


오싹!


뜬금없이 들려온 상대의 말에 의문을 품기도 전에 온 몸에 공포가 내달렸다.


‘주...죽는다.’


용운휘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반사적으로 몸과 고개를 숙였다.


스으윽!


파공음과 동시에 자신의 위로 무언가가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용운휘가 뒤로 곁눈질을 해보니 건물 한 채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끼이이이익.


마찰음도 잠시, 건물은 큰 소리와 함께 절반 정도가 무너졌다.


“...호? 피해?”


“빌어먹을.”


용운휘가 허리의 검을 꺼내들었다. 그가 검을 빼들자 날카로운 기세가 솟구쳤다.


“그 나이치곤 제법이군. 아니 실제로 보이는 연령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무슨 헛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순순히 죽어줄 마음 따윈 없소.”


“그거야 당연한 소리지. 자 어울려 볼까?”


용운휘에게 있어 맹주는 커다란 천신처럼 느껴졌다. 넘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따윈 추호도 들지 않았다. 그저, 죽기 싫다는 본능에 의해 반사적으로 움직일 뿐.


검광이 하나 일어나기 시작하고 계속해서 늘어난 검광이 능천비의 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절정의 고수라면 능히 그 검광 한 번에 목숨을 잃을만한 위력이었지만 능청비의 몸 근처에 닿자마자 검광은 사그라지고 있었다.


‘젠장.’


“...착각이었나? 핫!!”


맹주과 기합을 지르자마자 용운휘는 자신의 끌어 올린 검기와 기세가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을 느꼈다.


‘이건 도대체가...’


자신의 상식을 넘어선 상대의 무위에 용운휘는 말을 잊었다.


“쯧. 여기까지만 하지.”


능천비는 흥이 깨졌다는 듯이 내뱉었다.


“...멋대로 사람을 죽이려들더니 이제 와서 그만이라고 말했습니까??”


쿠웅!


용운휘는 자신이 살기를 내뿜자마자 자신이 짓누르는 듯한 터무니없는 기세에 말과 행동을 잇지 못했다.


“크....윽...”


‘도대체가...’


“그만두자고. 내가 뭘 좀 착각한 모양이야.”


“크으윽.”


용운휘가 대답을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자 용운휘를 짓누르는 기세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착각이라니까. 거참 흥분은.”


능천비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피식 웃었다.


“...”


용운휘는 자신이 지금 화를 내면 좀 전의 그 기세가 다시 덮쳐올 것이라는 것을 느꼈기에 아무 말 없이 능천비를 바라보았다.


“자네 얼굴이 예전에 누군가를 좀 닮아서 말이야. 그리고 느껴지는 기질도 좀 비슷해서 좀 시험 해봤을 뿐이네.”


“시험이라고 말했습니까?”


용운휘는 자신이 고개를 조금만 늦게 숙였어도 목이 달아났을 거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기에 능천비의 태연자약한 모습에 화가 끓어올랐다.


“성질 좀 죽이게. 하늘같은 맹주가 말을 하고 있질 않나.”


“큭...”


용운휘는 다시 자신을 짓누르는 기세에 어쩔수 없이 입을 닫았다.


“자네, 자네 몸이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나?”


“...무엇이 말입니까?”


“내 자네를 살펴보니 자네의 상단전은 뚫려있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 번 뚫렸다 다시 닫힌 형국에 가깝군.”


“...수련을 하다 작은 사고가 있긴 했습니다.”


용운휘는 자신이 다른 사람 몸에 빙의했다는 것을 숨긴 채 지난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용운휘의 설명을 들은 능천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삼혼이 상했다. 삼혼이라...그건 의학에서 보는 견지지. 무학 쪽에서 보는 견지라면 좀 다르다네.”


“...”


“자네 무인에게 상단전이 뭔지는 정확히 알고 있나?”


“무림인에게 있어 마지막 관문이 아닙니까? 우화등선을 하기 직전에.”


“푸웁.”


능천비는 침을 뿜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 정도로 무공을 닦았으면서 아는 게 없군. 아니 어떻게 보면 꿈으로 가득 찬 소리기는 하군. 크...”


“...”


용운휘는 잠자코 맹주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어찌되었든 자신으로서는 측량조차 할 수 없는 무인이 하는 말이 아닌가.


“혹자는 상단전이 열리면 육신통을 얻어 신통력을 부릴 수 있고 하고, 또 다른 혹자는 지선의 자격을 얻어 육체를 벗고 저 신선들이 사는 세계로 날아간다고도 하지. 여기서 두 이야기의 공통점이 무엇일 것 같나?”


“...모르겠습니다만.”


용운휘는 한참을 고민하다 답했다.


“정답은 죽는다는 이야기일세.”


“...?”


“이해를 못하겠나? 육신통 중에는 누진통(漏盡通)이 있지. 우리 같은 중생들에게 신통력 중 가장 쓸모없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불교의 높으신 분께는 불법에 이르는 숭고한 깨달음으로 보이지. 이른바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고 생사의 윤회마저 끊는 고매한 경지지. 불교에서 말하는 육신통이나, 도교에서 말하는 연신환허(煉神還虛)의 경지나 결국 이 인계에서 떠나가는 것을 말함일세. 이든 저든 다 뒈진다는 소리지.”


“그런...”


“아아. 자네가 뭘 말할지는 알아. 원영을 이룬다는 이야기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냐. 내가 말하고 싶은 말은 실제로 피안의 세계로 있다고 한들, 결국 달리 말하면 죽는다는 것과 진배없다는 것이지. 물론 내 생각은 결국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얘기한들 증명할 수 없다는 공염불에 가깝다는 것이지만.”


능천비의 이야기에 용운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능천비의 이야기는 실제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다기 보다는 그 자신이 등선 자체를 싫어한다는 것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음 이야기가 곁다리로 빠졌구만. 그래서 내가 왜 이야기를 했냐 하면 자네는 죽은 존재라는 말일세.”


“...무슨 소리입니까.”


용운휘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덜컥했다. 죽은 존재라니. 설마 맹주가 자신의 과거라도 읽는다는 말인가?


“척하면 척하고 알아들어야지. 상단전이 열린 자네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거지.”


“...”

‘휴우.’


용운휘는 자신의 생각이 너무 나갔다는 것을 깨닫고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네처럼 상리(常理)를 벗어난 존재를 바로 앞에서 목격했으니, 내 맹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게지. 험. 내가 설마 처음만난 자네에게 억한 심정이라도 있었겠는가?”


“...”


용운휘는 맹주의 말에서 무언가를 깨달았다.


“저 말고도...상단전이 열린 존재가 있었습니까?”


“흠...열렸다고 말하기엔 애매하군. 무인으로서는 상단전을 열지 못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열리기 직전, 혹은 반쯤 열렸다고 봐야겠지. 하단 중단 상단을 합일하면 백이면 백 뒈지는 것이 무인이니까. 하지만 무인이 아닌 다른 방향이라면 이야기 다르지. 바로 주술 말일세.”


“주...술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겁니까?”


“하하하. 당연히 있지. 선천적으로 상단전이 열린 이들이 이루는 공부가 존재한다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자넨 길을 잘못 들었어. 생긴 것도 그렇고 자네는 딱...아니 이 이야기는 그만하지. 십년 전 쯤의 이야기가 떠오르니까. 어쨌든 상단전이 이룬 이들이 주술에 매진하면 그 진경이 보통이 아니지.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야. 헌데...”


능천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용운휘를 응시했다.


“왜 그러십니까?”


“기이해서. 보통 뒈졌어야 하는데...살아 숨 쉬는 것은 물론이고, 무공으로 두각까지 보이다니. 이것 참...”


듣고 있는 용운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결국 하는 소리는 자신이 죽었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능천비는 팔짱을 끼더니 손가락으로 팔뚝을 두드렸다. 생각이 깊어질 때 나오는 그의 버릇이었다.


“...나는 자네의 상단전의 기운을 보고 처음에는 기이한 존재라고 생각했다네. 배교의 이혼대법이라도 사용해서 목숨을 연명하는 괴물인줄 알았지. 헌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아니더군. 참 신기한 일이야. 허 참.”


‘이혼대법?’


용운휘는 계속해서 자신이 용운휘의 몸으로 갈아탄 것을 찌르는 듯한 능천비의 이야기에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자네, 기억을 잃고 실력이 급증했다고 했지?”


“예.”


“뭐든 좋으니 자네가 깨어났을 당시의 감각을 말해보겠나? 검을 잡았을 때라 던지 내공이 폭증 했다 던지. 그런 적이 있었나?”


용운휘는 잠시 기억을 떠올리다가 최대한 자신에게 위험이 되지 않을 것들만 골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검을 잡았을 때 기억을 잃기 전의 기억이 떠오르며 몸이 저절로 움직였던 적이 있습니다.”


“흠...그래? 또. 뭐 없나?”


“...”


용운휘는 말하기 전 잠시 고민했다. 말해야 하는가? 말하지 말아야 하는가?


잠시 고민하던 그는 무아시경에 관한 이야기를 대충 얼버무렸다.


“뭐랄까. 가끔씩 집중하면 시야가 느려진다고 해야 하나...그런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관(觀)이군.”


“관...이라 함은 무엇을...?”


“인당혈(印堂穴)의 인(印)은 사물의 본질을 본다는 것이지. 보통 무인이 상단전이 반쯤 열렸을 때 육감 혹은 범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될 때가 있어. 즉 그것을 달리 말하면 관(觀)이라고 하지.”


“...”


용운휘는 그제야 자신의 무아시경을 얻은 것이 이해가 갔다.


“검을 잡았을 때의 일은...굳이 설명하자면...타심통(他心通)과 숙명통(宿命通)이라고 할 수 있겠군. 과거의 자신이 무공을 펼치던 것을 제 삼자의 입장에서 보았으니 상단전이 열린 상태에서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체화시킬 수 있었던 거라고 봐야지. 상단전이란 참 신비해. 신(神)이 머무는 집이라 그런 건지...자네가 특이한 건지는 몰라도 말이야. 내 보건데 자네에겐 인세에 다시없을 기연이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하네.”


‘...기연이긴 하지. 되살아났으니.’


용운휘에게 있어 가장 큰 기연은 두 번째의 생이 허락받았다는 것이었다. 살지 못했다면 무공의 증진도 뭣도 없었을 테니까.


“상단전은 참으로 오묘하면서도 기괴한 곳이야.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문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으니 말 다했지. 혹자는 상단전이 반쯤 열리면 적멸(寂滅)의 상태에 이른다고도 하고. 바로 모든 번뇌가 사라진 상태 말이야. 그런 경지에 이르러 수행을 하면 시간은 물론 생사까지 초월한 불생불멸한 법신에 이를 수 있다고 했던가? 뭐...나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믿지도 않으시면서 그런 말을 다 기억하고 계신 겁니까?”


“믿던 믿지 않던. 내 나이쯤 되면 보고 들은 게 많아서 말이야. 나는 체험주의자야. 내가 체험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남의 말만 듣고 믿을 수 있겠나.”


“..."


“게다가 천인합일(天人合一),인세의 지선, 원영신(元嬰神)이라는 말들 자체가 너무 젠체해서 꼴사납거든. 어차피 지선이 되어 선계로 간다고 한들 결국 먼저 간 선인들의 꼬붕이거늘. 쯧”


“하...하하하.”


용운휘는 능천비의 기묘한 생각에 웃었다.


“재미있었나 보군. 나로서도 즐거운 만남이었네. 하하하. 역시 오랜만에 젊은이들을 만나는건 즐거운 일이야.”


능천비는 미소를 지으며 용운휘에게 손을 내밀었다.


“...?”


“뭔가. 설마하니 악수를 모르는 겐가? 무림맹주의 손을 부끄럽게 만들 셈인가?”


능천비는 웃으며 용운휘를 재촉했다.


용운휘는 그제야 능천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의 몸을 짓누르던 기세는 어느 틈엔가 사라져 있었다.


터억!


‘크윽...’


용운휘는 자신의 손을 짓누를 듯 누르는 맹주의 손아귀 힘에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단 한 곳. 웃지 않는 곳이 있었다. 바로 그의 눈이었다.


용운휘는 그 냉정한 눈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이자는 내 말을 전혀 믿고 있지 않아.’


용운휘는 좀전에 들었던 맹주의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내가 체험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남의 말만 듣고 믿을 수 있겠나.-

-배교의 이혼대법이라도 사용해서 목숨을 연명하는 괴물인줄 알았지.-


그 순간, 용운휘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온 몸이 오싹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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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화 청룡단원 일호 +2 24.06.09 23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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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도전 +2 24.06.06 263 11 12쪽
63 63화 청룡단 +2 24.06.04 317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3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6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7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90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6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4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3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1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7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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