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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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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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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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신입

DUMMY

“뭘 그렇게 굳어 있나.”


“...아닙니다.”


“자네에게는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네. 군사가 그렇게 의욕을 내는 것은 내 오랜만에 보거든.”


말을 마친 맹주가 손을 놓고는 다시 텃밭으로 향했다.


“쯧. 이것도 다 썩었구만.”


“,,,”


“자네. 혹시 맹주란 어떤 자리인지 알고 있나?”


“...모릅니다.”


“클. 사실 많은 이들이 이 자리에 올라서면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딱히 그렇게 대단한 것을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야. 결국 맹주의 일이란 이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과 별 반 다를 바 없지.


“...”


“작물이란 건 한순간의 실수로 못 쓰게 되기 때문에 언제나 주의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맹주일이나 텃밭의 농부 일이나 그게 그거 아니겠나?”


“...그렇습니까?”


“클. 이해가 안 되나?”


“...”


“읏차.”


맹주는 텃밭에서 작은 배추를 꺼냈다.


“후우...자 보세. 이게 썩은 배추인가? 아니면 멀쩡한 배추 같나?”


“...모르겠습니다.”


“쯧. 그런 모호한 대답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리 좋지 않다네. 가부(可否)가 확실해야 명확히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는 법이지. 자 보게.”


맹주가 오른손으로 손날로 배추를 한번 손짓하자 다른 손에 들려있던 배추가 그대로 갈라졌다.


갈라진 배추 안에선 벌레들이 배추를 좀먹고 있었다.


“쯧쯧. 벌레를 많이도 먹었군. 알겠는가? 맹주의 일, 아니 세상사는 다 이런 법이라네. 그 속을 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법이야. 겉으로는 이렇게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비었지 않은가.”


“...”


용운휘는 자신이 지금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분간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서있는 곳이 단단한 대지가 맞는 것인지, 혹 살얼음판에 서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였다.


맹주의 말 한마디가 흘러나올 때마다 등골이 서늘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 것 같군. 그래. 가 봐도 좋네.”


용운휘는 천천히 뒤를 돌아 장원을 빠져나왔다.


“클. 자 보자. 이놈은...-”


뒤에서 들려오는 맹주의 말에 구역질이 올라올 듯한 용운휘였지만 어떻게든 간신히 걸어나왔다.


“후우...”


현기증에 자신도 모르는 새 벽을 붙잡은 용운휘였다.


어째서일까? 자신도 이제 어엿한 고수라면 고수인데. 그저 상대의 이야기에...


‘아니. 잠깐. 그게 정말...이야기였나?’


용운휘는 이상함을 느꼈다.


[심령제압이다.]


‘너...’


용운휘는 계속 조용하던 적가린의 이야기에 놀랐다.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한 기분.


‘아니 그보다. 심령제압이라고?’


[...그 늙고 무서운 인간이 의도를 했던 하지 않았던. 그의 강렬한 기세와 위압감에 네 정신이 흔들리는 거다. 설마 인간이 그 정도의 힘을 보여줄 줄이야.]


‘...자고 있던 거 아니었나?’


[...그냥 조용히 있었을 뿐이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말을 걸었다면 그 늙은 인간은 알아차렸을걸?]


‘...심령이 연결된 대화도 듣는다고?’


[그 정도의 실력자면 인세에서 못할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나도 오랜 세월 저만한 이는 그렇게 많이 보지는 못했어. 물론 네 사조만큼 미쳤던 인간은 다신 나오지 않을 테지만.]


‘...’


용운휘는 적가린과의 이야기 끝에 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발길을 군사부로 옮겼다.


군사부의 시비는 용운휘가 올 것이라는 것을 언질이라도 받은 듯, 용운휘를 입구에서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아아.”


“군사 어른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부탁하지.”


시비를 뒤를 따라 집무실까지 온 용운휘는 시비의 손짓에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왔나?”


“...”


“앉게나.”


용운휘는 말없이 사광몽의 지시대로 의자를 빼고 앉았다.


“묻고 싶은 것이 많은 얼굴이군.”


그 말대로였다. 허나 용운휘가 그것을 전부 물을 수는 없었다. 왜 자신을 맹주와 만나게 했는지부터 말하고 싶은 것은 한 가득이었으나, 맹주와 군사가 어느 정도의 관계인지를 모르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은 것 같군. 내가 먼저 운을 떼지. 나로선 자네가 맹주를 한 번 쯤 만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네.”


“...어째서 말입니까.”


“...일종의 허락이라고 해야 하나, 눈도장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거라네.”


‘허락? 눈도장?’


용운휘의 표정을 살핀 사광몽이 말을 이었다.


“무림맹은 너무나 큰 조직이라네. 이 정도의 규모 정도가 되면 한 가지의 정보에도 각자의 위치에 따라 수많은 해석들이 존재한다네. 맹주의 업무란 그런 상반된 내용의 이야기라도 모두 듣고 시비를 가리는 자리라고 봐도 좋지.”


“청룡단주로서의 눈도장이라는 말입니까?”


“청룡단주로서 라고 봐도 좋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허락이라도 봐도 좋을 걸세. 일월신교 아니 사마교는 내가 봤을 때 독버섯일세. 그것도 아주 지독한 독버섯. 허나 지금의 맹은 위기감이 너무나 없지. 그들에게는 권력투쟁을 위한 장이라는 생각밖에 없어. 자칫하면 십 구년 전의 대란보다 심각해질지도 모르거늘.”


“...”


“해서 현재 맹의 인사에 비하면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자네를 청룡단주로서 밀어붙인 것이고, 맹주께서도 좋을 대로 하라는 뜻을 보이신 것이지.”


“...제가 무사히 돌아온 게 그 뜻이라는 겁니까?”


“맹주께서 설마 자네를 죽이기야 하겠나? 맹주 직속인 군사부의 추천으로 올라온 자네인데. 그분께서 반쯤 속세를 버리신 것처럼 보이긴 해도 정치적 감각은 있는 분이라네.”


“...”

‘그게 단순한 협박이라고?’


용운휘는 맹주의 언행과 표정을 다시금 떠올렸다. 그것은 분명 진심이었다. 자신에게 수상한 기색이 있었다면 한번이고 두 번이고 충분히 죽이고도 남았을 인사였다.


용운휘는 사광몽을 응시했다.


그의 인물됨을 대충이나마 이해한 용운휘였다.


‘맹주바라기나 다름없군.’


처음에는 그나마 제대로 된 인물로 보였지만, 그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후우...”


“충격이 컸나 보군. 이해한다네. 맹주같은 거인을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거인은 무슨...’


용운휘가 보는 맹주는 결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단순한 도살장의 백정. 그것이 용운휘가 보는 맹주였다.


그는 자신이 정한 것을 위해서라면 수많은 이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유린할 수 있는 이였다.


적어도 용운휘 그 스스로가 생각하기엔 아무리 맹주라고 한들 자신이 휘두른 칼의 무게를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맹주에겐 그런 의식이 조금도 느껴지질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해롭다 생각하면 그것을 제거하고, 나중에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이 밝혀진다고 한들 그것을 돌이키거나 반성 따위는 하지 않을 위인이었다.


그에게 있어 다른 사람이란 그저 잡초와도 같은 것.


그렇기에 텃밭의 배추처럼 자신을 베려 한 것이 아닌가. 그에게 있어선 사광몽이란 인물도 그저 텃밭의 바위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높은 자리에 서는 인간이란 그런 것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의와 협을 기치로 삼는 무림맹주로서 적합하냐 아니냐를 따지기 이전에 맹주는 같은 사람으로서 보이지가 않았기에.


“맹주의 재가도 떨어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청룡단을 잘 꾸리는 것만 남았네. 앞으로의 비무는 자네나 나에게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될 거라네.”


“...”


용운휘의 속내를 모르는 사광몽은 제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비무의 우승자에게 상이 한 가지 떨어진다는 것은 말했던가?”


“...예.”


“아마 자네와의 승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벽력일무문, 자네의 사문이나 빈객들도 참여한 것 같긴 한데...가능하면 그들이 올라오면 좋겠지만 아닐 경우도 생각해두게.”


타악.


사광몽이 말을 늘어놓는 도중, 누군가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급한 소식이...”


사광몽이 손짓하자 군사부 소속의 맹원은 기별을 가져와 사광몽에게 건넸다.


“허...”


기별을 읽던 사광몽이 탄식을 토했다.


“예상 밖의 일이군. 설마하니 이미 오십년은 족히 지났는데...그때의 단원이 돌아올 줄이야.”


“...?”

‘설마...그 늙은이가?’


“축하하네. 아무래도 첫 청룡단원은 정해진 것 같군. 그것도 비무가 아닌 개인신청으로 말이야.”


“...백량문...그 분입니까?”


“그렇네.”


사광몽이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에게 나쁜 일은 아니야. 장로급의 인물이 청룡단원으로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청룡단에 힘이 실린다는 이야기니까. 단지...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면...”


용운휘는 사광몽의 입을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 분의 행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라면 문제겠지. 설마하니 그분이 장로원주와의 오랜 교분까지 깰 줄은 나도 몰랐어. 아니, 그만큼 청룡단에 대한 그분의 마음이 무거웠던 거겠지. 자네.”


사광몽의 부름에 용운휘가 잠자코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분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잠시 생각하던 용운휘의 입이 열렸다.


“해야만 한다면.”



***



“네깟 놈이 단주는 무슨 단주냐? 청룡단주라는 명함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백량문의 트집에 용운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럼 노인장이 청룡단주라도 하겠다는 거요?”


“...허? 이놈 보게? 노인장?”


“장로도 그만두었으니 노인장이면 충분하지 않소?”


“허...”


태연하게 응대하는 용운휘의 태도에 백량문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어차피 좋건 싫건 기본적으로 입단의 가부는 단주인 내게 있는 걸로 아오. 그러니 노인장을 받아들이건 전적으로 내 뜻이란 소리요.”


“...그래서 나 같은 전력을 거부하겠다고? 네놈이 내가 없으면 이 복마전같은 무림맹에서 숨이나 쉴 수 있을 것 같으냐? 어디 책상물림 같은 군사 하나만 가지고...”


“그거야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 노인장이 신경 쓸 일이 아니오.”


“...”


예상과는 다르게 완강하게 나오는 용운휘의 태도에 백량문은 난감해졌다. 그는 혀로 입술을 한 번 적시고는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좋다. 네가 원하는 게 뭐냐.”


“노인장이 인정을 하던 하지 않던 지금 청룡단주로 임명된 것은 나요. 그렇다면 최소한의 위신(威信)이 있어야 하는 법이오. 헌데 노인장께서는 나를 단주로 인정치 않는데, 내가 노인장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소?”


“...청룡단주가 단원 중 최고수가 맡는 법인데. 설마 하니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정식으로 도전하기 전까진 내가 단주고 노인장은 단원이오. 선후 구분히 힘드신 노인장이군. 게다가...노인장이 청룡단주가 되기 위해 청룡단에 입단하겠다는 것도 아닐 테고.”


“끄응...”


정곡을 찌르는 소리에 백량문이 앓는 소리를 냈다.


“좋다. 서로 타협하자.”


“말.”


용운휘가 짤막하게 답하자 백량문이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오냐 그래. 신인 단원이 단주를 뵙겠소. 내 단원들이 있는 곳에선 절대로 위계를 어기지 않을 것이니 받아주시겠소?”


“허락하겠소.”


말 그대로 엎드려 절을 받은 백량문이 속으로 욕했다.


‘빌어먹을. 몸까지 베여가며 왔더니...이 빌어먹을 단주 놈이...’


허나 욕을 하는 그의 얼굴을 왠지 모르게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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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도전 +2 24.06.06 263 11 12쪽
63 63화 청룡단 +2 24.06.04 317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3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6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7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90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6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4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3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1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7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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