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보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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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나리
작품등록일 :
2024.04.29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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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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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존재 잊는 자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고 생각만 하다가 소재만 모아두고 잊혀 간 게 너무 많네요. 이번에 글을 끝까지 남겨놔서 이야기 풀이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자 합니다.




DUMMY

하루 지나지 않았는데 동생이 보고 싶다고 연락하니 하승철은 그 말 자체가 무척 기뻤다. 도진이 만난 건 오랜 시간도 아니었지만 그 어떤 시간보다 길고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평범한 대화, 감정, 모든 것이 새로웠다. 아마 진짜 친동생, 가족이라면 이런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가수 생활을 하면서 평범한 생활은 포기했어야만 했다. 평범한 삶보단 스포트라이트를 쫓아다녔었다. 무언가 홀린 듯... 작사, 작곡, 노래를 한없이 불렀었다. 우연치 않게 능력을 얻게 되었고 어떤 결과가 따를지 생각도 하지 않고 사용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제는 정상에서 다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올라간 만큼 내려가는 건 쉽지 않았다. 반짝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내려놓는 게 결국 미련이라는 마음의 문제인 것을 한참 후에서야 알았다. 이제는 일반인으로 새로운 인생을 나아가야 할 변환점인 것이다.


“형! 제 이야기 듣고 있는 거죠? 오늘 볼 수 있어요?”


“그래 도진아. 지난번 만났던 식당 있지? 거기서 봐”


“형 네 알겠어요.”


약속시간이 다가왔고 식당에서 승철형을 만날 수 있었다. 형, 얼굴은 항상 웃고 있었지만 그늘진 마음도 함께 비쳤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실례를 구하고 매니저를 물리게 했다.


“어떤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까지 하니? 남자 고백은 사절이다!”


“에잉, 그런 농담은... 그리고 우리 사이에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요? 크크”


“아직. 어리다. 어려! 네가 어떤 말로 놀리든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어!”


“그럼. 형. 혹시 판타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엘프 봤어요? 그리고 고블린은요?”


엘프 의사와 고블린 만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줬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승철형은 놀라면서 감탄했다.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형의 표정이 재밌었다. 마지막 붉는 눈의 고블린 이야기를 꺼내니 허풍이 너무 심하다며 이야기 그만해라고 고개를 저었다. 진짜, 사실, 레알이라고 이야기해도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만화 좀 그만 보라고 타이르기까지 했다.


“후후후... 형이 못 믿을 줄 알고 붉은 눈의 고블린을 만나면서 지린 바지를 입고 왔죠. 여기 노란 것이 보이죠? 이게 나의 빼 박 증거”

은근히 노란색으로 물든 바지를 보며 한숨을 쉬는 승철형이었다. 우리 동생 이 정도 바보는 아닌데... 하면서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동생. 믿고 못 믿고 벗어나서 머리가 제대로 달렸으면 그러는 거 아니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장난삼아 놀리려 이야기한 건데 정색하니 진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장난하는 것도 서로 맞장구쳐줘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물약을 꺼내 승철형에 쥐어주었다.


“형. 진짜 나 목숨 걸고 가져온 거예요. 받으세요.”


“이번에 이건 뭔데? 병이라도 낫는 약이야?”


“맞아요. 형”


순간 형의 눈빛에는 생기 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형은 포기한 듯 운명을 순응하고자 했지만 어찌 보면 희망이라는 끈을 끝까지 놓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정말? 그럼 지금까지 이야기한 게 사실이야?”


난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진짜라니... 지금 나 꿈꾸는 것 같아. 네가 한 이야기도 다 꿈이고 말이지. 어떻게 믿겠어?”


“믿고, 안 믿고는 형 자유예요. 형을 위해 정말 열심히 구해온 거랍니다.”


기쁜 나머지 승철형은 내 손을 꼭 잡으면서 연신 고맙다고 말을 꺼냈다.


“형, 근데... 말이죠. 약을 마시면 조금 아플 거래요. 그래서 약을 마실 때는 꼭 매니저님께 옆에 있어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그리고? 또 중요한 게 있어?”


“음. 마시면 형이 마법처럼 낫는다고 해요. 그리고 원리는 모르겠지만 저와 기억은 사라질 거라 이야기했어요. 또한 형이 가지고 있었던 능력 또한 쓸 수 없고 기억도 나지 않을 거고요. 그냥 없었던 일처럼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아니 그게 뭐야?”


갑자기 형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런 게 약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 내가 목소리만 잃는 게 뭐 대수냐고. 천인공노할 그런 사람이 되는 건 내 양심상 그럴 수 없어. 동생을 잃는 거잖아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포기하자고 그럴 수 있어. 난 지금까지 노래 한없이 불렀어. 이제 놓아줄 때가 온 거야. 그런데 그딴 약 때문에 너를 잃는다는 건 안 돼. 도저히 못해!”


“형. 전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체가 행복해요. 고민도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게 친함의 깊이인 거잖아요. 친하기 때문에 더욱더 형이 이 물약을 마시길 바라요. 저도 형에게 잊히는 건 슬퍼요. 근데 더 슬픈 건 뭔지 알아요? 형은 웃고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슬퍼하고 있었어요. 그게 가장 마음이 아팠고요. 형, 그거 알아요? 제가 힘들 때마다 형의 노래 엄청 들었었어. 고마웠어요! 그렇기에 팬으로서 부탁하는 거예요. 그게 저의 바람이자 희망인 거예요. 형은 노래 부를 때가 가장 빛나고 멋있단 말이에요. 그러니 새로운 삶을 다시 살아가주세요. 잠깐이었지만 진짜 형이 생긴 것 같아 기뻤었고요. 형과 추억은 제가 고이 간직하고 있을 테니 말이죠.”


형의 눈이 붉었다. 미안하다고 매번 말했다.


형 여기에서는 드시지 말고 집에 들어가서 꼭 드세요. 그리고 매니저님께 꼭 간호 부탁드리고요.


계속 잡으려고 하는 승철형과 매니저께 인사 깊게 하고 나왔다. 마음 약해지고 눈물 훌쩍이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녁시간 승철형에게 전화 왔다.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그리고 다음 앨범 노래가 나온다면 꼭 들어달라고 하였다. 다음날 아무런 일도 없었다.


평범한 하루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비눗방울이 톡 하고 터지면서 아무것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런 하루를 시작하였다.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래도 승철형 노래는 기막히게 잘하니 다 잘 된 거라 생각한다. 저 멀리 떠나간 추억이 아쉬움처럼 느껴지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처럼 능력 가진 자가 또 있을 수 있고 또한 판타지처럼 이세계와 현실 섞여있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볼 수 없이 평범히 살아가지만 경계선에 있는 사람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게 좋은 건지 아닌지는 확신이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사람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언령의 힘이 저주가 아닌 새로운 희망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고맙기도 했다.


“도대체 할아버지 누구랑 거래한 거예요?”


이제 없는 할아버지에 물어봐도 답도 없고... 그저 공허의 한숨 섞인 외침일 뿐이었다. 만약 이 능력을 가진 존재가 더 확인되거나 혹은 내 생명의 위협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발견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이 들었다. 분명히 장밋빛 인생으로 펼쳐질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완결이 날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글자수 수정, 오타, 문맥 조금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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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 잊는 자 24.05.10 51 0 7쪽
10 도깨비 방망이 24.05.09 51 0 9쪽
9 제3의 인물 24.05.08 58 0 8쪽
8 병원으로 가자 24.05.07 73 0 9쪽
7 식사 초대장 24.05.06 93 0 10쪽
6 동물농장(2) 24.05.04 83 0 9쪽
5 동물농장(1) 24.05.03 90 0 8쪽
4 구름이와 산책 24.05.02 102 1 8쪽
3 난 아무 생각이 없다 24.05.01 135 2 8쪽
2 이세계 병원에 가자 +2 24.04.30 169 2 8쪽
1 돈 주고 산 이름 +1 24.04.29 262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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