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보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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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나리
작품등록일 :
2024.04.29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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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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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돈 주고 산 이름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고 생각만 하다가 소재만 모아두고 잊혀 간 게 너무 많네요. 이번에 글을 끝까지 남겨놔서 이야기 풀이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자 합니다.




DUMMY

내 이름은 김도진 [金 김 道 길 도 津 진할 진]


평범하고 흔한 이름이지만 생전 할아버지께서 용하다는 분께 찾아가 평생 먹고 살 이름이다고 하여 큰돈을 주고서 사 왔다고 했다. 금액을 가끔 물어봤지만 할어버지께서는 그저 웃기만 했다. 말할 수 없는 큰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했었다.


“도진아. 너에게 큰일이 생기더라도 너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기라. 그리고 이름만큼은 바꾸거나 하지 말라. 그게 너의 운명이자 살길이다.”


“할아버지.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말이야. 쉽게 말해줄래?”


누누이 할아버지가 말하는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로지 ‘도진’ 이름이 촌스럽지 않아서 좋을 뿐이었다. 내 주변 친구들 이름만 봐도 철수, 영희. 국어책에 나올만할 친구 이름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막 중학생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이름이 참 좋다면서 웃으며 눈을 감으셨다. 그때부터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묘한 이질적인 느낌이 느껴졌다. 하지만 질풍노도의 시기! 어떤 돌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몸은 거칠지만 어느 누구보다 순종적인 노예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은 나의 왼손! ‘흑염룡’ 봉인을 풀어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히어로 상상나래를 펼치며 얼렁뚱땅 보냈었다. 중학교 흑역사를 되돌아보니 철없는 나의 행태에 한없어 이불을 찰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보니 군대 빨리 가서 세계 통일해야지 외치던 철수는 잘 있으려나 모르겠다.


“나보다 더 미친 철수야 보고 싶다”


중학교 때 느껴졌던 이질적인 느낌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보다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흑염룡’과 놀던 머리로는 고등학교 수업 따라가기 힘들었다. 성적표 발송되는 날에는 부모님께 안 들키려고 학교 째고 우편함 앞에서 전전긍긍하던 나였다. 부모님은 나를 가문의 수치로 여겨졌고 같이 밥을 먹는 날이면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아니 집에서 쫓겨나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했다.


“아버지. 어머니. 제발 집에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공부 못하는 건 그거 다 유전(DNA) 탓이랍니다!”


“이놈아. 자식이 입은 뚫려있어서 니 입으로 부모님 욕을 하는 거냐? 집에서 쫓겨날 겨? 아니다. 무식한 게 잘못이 아니지. 정신봉을 오랜만에 들어봐야겠구나!”


난 이날만큼은 낮에도 별을 볼 수 있구나 몸으로 겪을 수 있었다. 연세도 많으신 아버지는 몽둥이 휘두르는 만큼 현역이었다. 그렇게 찰지게 때리는 건 샌드백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증거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버지의 따뜻한 훈육을 통해 정신머리를 올바르게 고쳐 잡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난 무사히 집 가까운 대학교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남들 다가는 대학교 아들이 가방끈이 짧다는 험담이 부끄러웠나 보다.


무조건 김씨 가문의 대학교 보내겠다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정신봉) 있었기에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살기 위해 머리 회전도 높아졌고 은근 맞으면서 맷집과 정신력이 길러진 건 긍정인 부분이라 생각한다. 아니었으면 생사 불문하거나 머리 밀고 군대로 갈 뻔했지 말이다.


“만약 군대 갔으면 같은 기수로 철수가 있었을라나...”


대학생 때는 청소년기에 느껴졌던 이질감이 생생하게 눈으로 보였다. 애써 외면하고 안 보려고 했던 것이 이제는 확실히 보였다. 글자가 보이는 것이다. 그전까지 이상한데도 무신경했던 것은 아버지의 육체적 관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하 내가 미쳤구나... 미쳤어! 이게 뭐야! 으아아아”


고함을 지르며 뛰어가는 나의 모습에 드디어 동네 주민은 지금까지 잘 참아왔다며 제대로 미친 것에 측은하게 보았다. 옆에 계시던 할머니는 내 머리에 꽃도 꽂아주니 엄지를 올리면서 완벽하다고 하셨다.


난 주변에 글자가 보인다고 주변에 이야기를 꺼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기가 약해서 잘 먹고 다녀라부터 용하다는 정신과 병원 연락처를 소개받는 게 일상이었고 누군가는 신내림을 받았다며 설레발을 치는 이들도 있었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다 나를 걱정해서 나온 이야기였지만 마음은 언제나 답답하면서 섭섭했다.


“아버지 제가 요즘 헛것이 보이는데요. 요기 앞 밥상에 글자가 보입니다. 그리고 밥상 위에 밥맛없음이라고 글이 쓰여 있어요.”


“아들아. 내가 너를 잘못 키웠나 보다. 어디서 밥상에 할 이야기가 있지!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을 보고 뭐? 밥! 맛! 없! 음! 그건 네가 말 안 해도 나도 알아! 평생 내가 먹어왔는데! 입에서 꺼내서는 절대 안 될 말이지!”


“아버지... 어머니가 옆에 듣고 있어...요”


아버지와 나는 어머니의 고함소리에 집 밖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들아 근데 진심으로 이야기 한 게 맞나? 정말 헛것이 보이느냐?”


“네. 아버지 요즘은 더 많이 보여요.”


“하... 그래 아들아 힘내라. 혹 아버지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꼭 말하거라. 엄마한테는 내가 잘 이야기해 줄게”


주변에는 이 글이 보이지 않는 걸까? 아버지랑 대화를 나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이 보였다. 아니지 보이는 게 더 이상한 게 맞는 거다. 단지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글자는 내 시야에서 전부 글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드문드문 글이 보일 때도 있고 어떤 글은 단순히 이모티콘처럼 보이는 글자처럼 그림도 있었다. [>_<] 어떤 글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글로 글이 쓰여 있지만 결국 끝에는 낚시 글이었다.


“어쩐지. 영국으로 시작해서 글귀 시작부터 눈치 챘어야 하는데 낚이다니 휴...”


의미 없는 글도 많았고 평범한 인사 글도 있지만 그중 중요한 글이 있다.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예지 글이 보인다.


[길을 조심하라]


이런 글을 보고 무시하고 지나가면 미끄러지거나 신발에는 똥이 묻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사소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섬뜩한 경험이다. 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는 글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가벼이 무시하지 못할 글도 있다는 것이다.


“글도 다양해서 방심할 수가 없단 말이다... 휴”


글 중 가장 좋아하는 글은 당연지사 행운을 표현하는 글이다.


[복권을 사세요]


긴가민가하면서 샀던 5천 원 복권이 5만 원 당첨이 되었다. 물론 확률적인 부분도 있지만 복권 외에 [땅을 보면 아싸!] 유사한 글을 보면 돈을 줍는 일도 있었다. 우연 치부하기에 당첨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대학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 많았는데 이러한 금전적 보상이 있는 날은 ‘치킨데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혼자 먹는 치킨! 맛있는 치킨! 나만 먹을 거야!”


처음에는 무섭고 정신병이 오는 슬픔이 있었지만 어느덧 적응되어 진심으로 즐거움이 함께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건 나에게 주어진 기회의 능력인 것인지 아니면 저주일지는 모르겠지만 입속에 고소한 치킨이 머물고 있는 이 현재가 너무 행복하다.


“매일매일 이랬으면 참 좋겠다. 매일 치킨을 뜯고 싶다.”




완결이 날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1화 개시를 했습니다. 읽어주는 이들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야기가 끝까지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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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어서 오시게(1) 24.08.09 14 1 8쪽
57 자동차가 필요해(2) 24.08.07 17 1 8쪽
56 자동차가 필요해(1) 24.08.05 1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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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은둔형 대학생활(1) 24.07.31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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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3) 24.07.26 13 0 7쪽
51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2) 24.07.24 1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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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저녁파티 준비(2) 24.07.15 1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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