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보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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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나리
작품등록일 :
2024.04.29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3 08:00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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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
글자수 :
261,099

작성
24.05.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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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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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어르신의 회상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고 생각만 하다가 소재만 모아두고 잊혀 간 게 너무 많네요. 이번에 글을 끝까지 남겨놔서 이야기 풀이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자 합니다.




DUMMY

수많은 관중 속에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우연히? 지나가던 매미공원에서 어르신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119 신고를 했고, 어르신께서 숨쉬기가 힘들어하셔서 간단한 응급 처치했습니다. 구조대가 왔으나 어르신께서 보호자가 없어서 함께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 상황의 경위를 빠짐없이 성실히 이야기했다. 괜히 거짓말을 했다가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같이 있던 의사들은 ‘오구오구‘ ’잘했어‘ 칭찬을 보냈다. 아부성 멘트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아 그런데, 어르신은 누구시고? 왜 거기 쓰러져있었던 것인가요?”


어르신의 성함을 묻자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질문을 했네요.”

“아닙니다. 진작 눈을 떴을 때 인사를 했어야 하는데 제가 더 실례했군요.”


어르신이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주변의 의사가 얼른 몸을 부축해 주었다.


“회장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절대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이 사람들아. 이제 그만하게”


“젊은이?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고 했지?”


“아... 네. 앞서도 이야기했는데 제 이름으로 보호자 이름으로 접수해놔서 어르신 이름을 확인해야 병원비를 내고 집에 갈 수 있거든요.”


“하하하! 거봐. 욕심 없는 순순한 인물 내가 찾던 사람이 맞아 맞는다고... 흑흑”


어르신은 감격에 눈물을 계속 흐르고 있었다. 주변같이 있었던 이들도 그 상황을 알고 있는지 감격하면서도 어르신을 보듬어 주고 있었다. 어르신은 한없이 울다가 이제야 진정됐는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 자네에게 미안하리. 우선 나는 삼정그룹 이건일 회장일세. 옛날이야기부터 시작할 건데 자네 괜찮은가?”


“시간도 많고 어르신 이야기는 하루 종일들을 수 있습니다.”


같이 있는 분들은 몇 번이고 들어서 그런지 표정이 여유로웠다. 뭔가 한이 있어 보이는 것 같아 끝가지 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어르신에게 글자와 시간이 나왔다는 중요한 변곡점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네쯤 나이이었을 거야. 지금이야 삼정이라는 회사는 말도 안 되게 큰 회사였지만 옛날에는 구멍가게 수준이었지. 어느 날 평소처럼 어음 환수 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별다른 일 없이 처리하고 끝났어야 하는 일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회사 보유금 마저 은행에 묶여 지불할 수 없게 된 거야. 급하게 전화를 돌리고 은행에 찾아가 풀어달라고 했지만 묵묵 답답이였어. 만약 이 어음을 해결할 수 없었다면 부도까지 가는 건 시간문제였고 회사가 종이처럼 찢길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거야.”


“헐! 그런 게 갑자기 되나요?”


할아버지 이야기는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올 만한 이야기라 정말 흥미진진했다. 팝콘이 있었으면 더 맛있게 들어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사회적 고립감이 느껴졌었지. 전화를 돌려도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없었다네. 막다른 상황 이제 내 스스로 책임지는 상황이 다다른 거야. 어쩌면 내 운명도 거기서 끝이 아니었을까 싶었어!”


“아니에요. 회장님은 이럴게 당당히 계시잖아요! 잠깐의 시련일 뿐이었을 거예요”


“그치. 그때 내 상황은 정말 절박했었단다. 난 약국에 들러 쥐약을 사서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았어. 사망보험금으로 회사가 회생할 수 있지 않을까에 마지막 희망이었지. 딱 너를 만났던 그 벤치였단다.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전화를 하고 입에 약을 털려는 순간 누군가가 내 손을 잡더구나. 다 알고 있는 듯 그런 표정을 보면서 말이야. 난 그분에게 내 상황을 이야기했고 말리지 말라고 하니 아직 때가 아니라며 전화를 돌리더구나요. 처음에는 어음 납부일도 뒤로 연장되었고 얼마 안 가 묶여있던 보유금 마저 풀렸다는 연락이 오는 게 아니겠어? 처음에 신을 만난 줄 알았어. 한없이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순간 풀리는 게 그저 꿈만 같았거든. 아직도 그날이 계속 떠올라. 나에게는 그 사람은 귀인이었고 성함을 물어봐도 본인 이름이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손자 이름으로 이거 딱하니 알려주고 가버렸단다. 손자 이름이 ‘김도진’ 그것이 네 이름과 같구나!”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우연이겠죠.”


우연치고는 너무 타이밍이 좋았다. 긴급한 글로 통해 이건일 회장을 구해라고 했었고 그리고 손자 이름으로 ‘김도진’이라고 한 게 분명 할아버지일게 뻔했다. 살짝 모르쇠 하며 이야기를 더 들어보았다.


“근데. 이제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야. 이제 나도 이 몸의 한계가 온 것을 알아. 그리고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그때 만났던 공원으로 갔는데 잠깐 나도 모르게 쓰러진 것 같구나. 그리고 그 이름과 같은 사람. 너를 이렇게 만날 수 있었지. 우연으로 치기에 인연이라고 생각해. 분명 그분이 도와줬던 손자가 너라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고 말이지”


애절하게 이야기하는 회장님 말에 가슴이 울컥했다. 말이라도 고마웠고 할아버지의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회장 손을 잡아주려다가 머리 위 글을 보게 되었는데 순간 가슴이 철렁거렸다.


[수명 ~ 23시 24분]


분명 이건 죽음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시간마저 내려가는 것이 이제 하루도 남지 않은 것이다. 할아버지와 독대를 요청했다. 손을 저으니 주변인들이 다 물러섰다.


“회장님...”


“...”


난 회장님을 부르고 더 이상 말을 이어가기 힘들었다. 어떻게 수명이 다 되었다고 직접 말할 수 있을까 싶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 나도 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 않았느냐? 혹시 내게 남은 시간을 알고 있니?”


“이제 길지 않아요. 하루도 안 남았네요.”


“역시나 네가 그 양반 손자가 맞느라. 평생을 찾아다녔어. 흑흑 이제야 보답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구나...”


이건일 회장은 연신 고맙다고 이야기했고 마지막 가늘 길까지 지켜봐달라고 부탁해왔다. 그리고 가족들을 다 불러 인사하게 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오순도순 가족들과 이야기는 평범했다. 가족들 이야기, 각자의 삶과 목표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가훈. 삶의 기로 있는 것은 슬프면서 공감하는 것이었다. 정말 가족을 사랑하는 회장이었다. 한참 이야기 끝나서야 나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꺼내셨다.


“얘들아”


“네. 아버지. 말씀하시죠.”


“저기 있는 청년은 오늘 내 목숨을 살린 김도진이네, 예전에 내가 누누이 했던 이야기 알제? 그 손자가 저분인 거라. 나의 기억과 회상은 끝나가고 잊혀가겠지만 너희들은 다르다. 저 귀인을 꼭 보살피고 도움이 있다면 무엇이든 성심껏 도와주거라. 그게 우리 가문이 지금까지 있을 수 있는 이유였고 앞으로 인연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꼭 책임지어라. 약속하제?”


“네. 아버지.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얼마 남았을까요?”


“네. 회장님. 반시진 조금 남았습니다.”


임종 시간을 정확하게 말하니 회장 식구들이 놀라움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니 더욱 슬픔이 바다처럼 밀려왔다.


“그래 고마웠어! 내 일생에 오늘처럼 큰 기쁨을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니라.”


난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왔다. 문밖에서 기다렸다. 회장의 가족들은 끝까지 같이 있어줬고 이별에 대해 공감했었다. 조금 뒤 큰 소리가 들려왔고 슬픔으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조용히 돌아섰다.


아마도 이번 일로 할아버지와의 인연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게 말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완결이 날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이제 본격적인 스토리 진행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여기 저기 떡밥은 몇 개 만들어 놨으니 말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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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동물농장(1) 24.05.03 90 0 8쪽
4 구름이와 산책 24.05.02 102 1 8쪽
3 난 아무 생각이 없다 24.05.01 135 2 8쪽
2 이세계 병원에 가자 +2 24.04.30 169 2 8쪽
1 돈 주고 산 이름 +1 24.04.29 262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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