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별곡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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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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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0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작성
24.05.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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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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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9쪽

5화.

DUMMY

“저놈들은 뭐냐?”


“뻔하지. 내가 다시 나타났다는 얘길 듣고 날 족치려는 거지.”


수업 종이 울린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계단 위에 서서 그 무리가 학교로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종석을 눈으로 흘깃 쳐다봤다.


“그럼, 어떻게 맞다이 까?”


태환이 옆에서 입맛을 쓰윽 다셨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그렇게 되면 아무 상관없는 애들이 다치잖아.”


“새끼, 자기가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썼다고.”


동민이가 아쉬운 듯 주먹을 쥐어 자신의 반대 손바닥을 팡하고 때렸다.


“그게 파워 오브 러브. 사랑의 힘 아니겠냐. ㅈ도 없을 땐 자기 몸도 아끼지 않던 놈이 애인 생겼다고 몸 사리잖아.”


“미진이 넌, 말 좀 가려서 하라니까. 애가 면상은 좋은데, 입이 거칠어.”


“미진이 저거 배 아파서 그래. 자기가 어떻게 해보겠다고 그동안 공 ㅈㄴ게 들여놨더니 다른 애한테 뺏기고.”


우식의 도발에 미진이 으르렁거렸다.


선영이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지만, 딱히 부정은 하지 않았다.


“저기, 선생님 애들 그만 교실로 들어가라고 하시죠.”


내 제안에 담당 체육 선생은 애들을 교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너희도 들어가지.”


“제길. 의리가 있지. 어떻게 너만 두고 들어가냐? 새끼야, 넌 우리를 의리도 없는 애들로 만들지 마.”


태환이와 티격태격하고 있을 사이 그들은 어느새 우리 앞까지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은 현태, 네 얼굴 보러 왔지.”


“내가 좀 잘나긴 했지. 근데 남의 옆구리 사시미로 쑤셔놓고 괜찮냐, 미안하냐, 말 한마디 없냐? 하다못해 박카스 병 사 들고 병문안도 안 와요.”


“.....”


겁을 상실한 나의 모습에 잠깐의 정적이 흘렸다.


“태석이 형, 잘난 내 얼굴 봤으니까 이제, 그만 꺼져.”


“형님들, 그냥 가시면 안 됩니다.”


놈들과 한참 날을 세우고 있는데, 안창식이 선영이를 끌고 나타났다.


“저놈을 그때 산에 묻어 버렸어야 했는데.”


“네가 날 건들어 놓고 무사할 줄 알았냐! 이 새끼야.”


희번덕거리는 녀석의 낯짝이 너무 꼴 보기 싫어 한 대 치고 싶었다.


“걘 뭐냐?”


“저 녀석 애인입니다. 형님.”


“근데, 인질은 좀 심하지 않냐? 우리가 동네 양아치도 아니고.”


“이 애를 인질로 잡고 있지 않으면 형님들이 저놈을 이기실 수 있으십니까.”


녀석의 도발에 놈들이 움찔댔다.


“재밌네. 재밌어.”


“뭐? 이 새끼야!”


“아니, 그렇잖아. 우리 조폭 형님들이 한순간에 동네 양아치가 됐는데, 재밌지.”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나 쟤랑 아무 사이 아니야. 그냥 불쌍하고 심심해서 몇 번 얘기 한 거뿐이야.”


너무 미안해 선영이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 애 놔 줘!”


“네? 형님. 그치만..”


“놔 주라면 놔 줄 것이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녀석들도 양아치는 되기 싫었던 모양이었다.


풀려난 선영이 교실로 들어간 걸 확인한 나는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그들도 내 친구들도 당황하는 듯 보였다.


“형님들, 전에는 나도 어쩔 수 없었단 걸 형님들도 잘 알잖아요. 이제는 형님들 재끼는 일 절대 없을 거니까 그만 용서하시고 돌아들 가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난 그들 앞에 납작 엎드렸다.


이런 나의 행동을 본 친구들도 무릎을 꿇고 같이 엎드렸다.


“네가 나를 정말 쪽팔리게 하는구나.”


“태석이 자네가 확실히 졌어.”


웃음소리에 고개를 드니 황태석이 손을 내밀고 있었고, 난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럼, 나 봐주는 거요?”


“네가 이러면 내가 뭐가 되냐? 그냥 한 대 쳐라.”


내 앞에 선 그가 주먹으로 내 몸을 누르듯 살짝 밀었다.


“형님들, 오늘 기분도 ㅈ같은데, 가서 밥이나 먹읍시다. 내가 쏠게.”


그들은 쓸쓸한 듯 뒤돌아 학교 정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난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참 의외다. 놈들 다 때려눕혔을 수도 있었잖아.”


“노땅들 패봤자 내 손만 아프지. 이제 주먹 쓰고 그러는 거 싫다.”


“너 이러는 거 적응 안 돼. 꼭 꼰대 같아.”


처음 보는 내 이런 행동에 애들이 칠색 팔색하며 정색을 한다.


“근데, 이번 딱 한 번 만 쓰고, 저 새끼 잡아!”


옷에 묻은 흙을 털고 있는데, 저 멀리 산으로 달아나고 있는 안창식의 모습이 보였다.


그놈을 잡으려 쫓아가려는데, 종석이 애써 내 눈을 외면하는 게 보였다.


“너 이 새끼. 네가 죽고 싶어서 아주 환장을 했구나.”


“제발 살려줘. 현태야. 내가 잠시 미쳤었나 봐.”


우리에게 잡힌 녀석이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손이 발이 되게 빌고 있었다.


“얘들아. 이놈을 어떻게 할까?”


“그냥 껍질을 확 벗겨서 나무에 매달아 버리자.”


미진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으로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냥 죽여서 묻어버리자. 현태 너희 할아버지 이런 거 커버해줄 정도는 되잖아.”


앞에 있는 녀석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에 대해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러던 중, 어제까지 사고를 치고 근신하다가 오늘 풀려난 진환이가 바닥에 주저앉은 놈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왜들 그래. 애한테. 얘 겁먹었잖아. 1학년 때, 우리 같은 반이었잖아. 그치. 창식아.”


“난 진환이 저 녀석 웃을 때마다 소름이 끼치더라. 너희는 안 그러냐?”


“말도 마라. 저번에 밤에 자다가 쟤 얼굴 보고 진짜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진환이에 대해 약간 설명을 하자면, 체격은 그다지 크지가 않은데, 깡다구가 보통이 아니다.


또 거기다가 눈은 옆으로 찢어진 게 매섭게 생겨 얼굴에서 반은 먹어주고 들어간다.


진환이와는 아주 예전에 보호관찰소에서 만났다.


드라큘라도 아니고 주폭을 일삼던 자기 아버지의 목을 물어뜯었다나 어쨌다나.


한집에서 같이 사는 우리는 저마다의 상처를 하나씩 가슴에 묻어 두고 있다.


“네 동생 저번에 우연히 봤는데 참 예쁘더라.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 걔랑 한 번만 사귀면 안 될까.”


“저 새끼 또 지랄이다. 넌 또 그러고 싶냐. 저 변태 녀석.”


진환이 녀석이 근신을 당한 이유가 1학년 때 영어를 담당하던 선생을 어떻게 해보려고 집까지 찾아갔기 때문이다.


만약 그 여선생을 진환이가 건드렸다면 녀석은 지금 학교가 아닌 구치소에 가 있을 것이다.


진환이를 딱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미친 싸이코다.


다행히 미진이가 녀석을 쫓아가 최악의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지만, 진환이에게 놀란 그 선생은 외국으로 이민을 갔고, 그 덕에 녀석은 1년 동안 근신 처분을 받았다.


퇴학을 당할 수도 있었지만, 친구들이 나서서 학교를 설득해 그건 막을 수 있었다.


녀석들은 설득했다고 하는데, 아마 100% 협박했을 것이다.


“야. 창식아. 뭐 해? 빨리 대답해야지.”


“누가 쟤 좀 어디에다가 치워라. 저러다 또 목 물어뜯는다.”


서늘한 진환이의 모습에 창식이 녀석이 자기도 모르게 오줌을 지렸다.


“어. 이 새끼 오줌 싼다.”


그 말을 하고 옆에 있던 돌을 들어 녀석의 머리를 내려찍으려 할 때 동민이가 진환이를 번쩍 들어, 내 옆에 내려놓았다.


“아. 자식들. 치우라니까 내 앞에 치우네. 돌은 에바다 진환아.”


내 한마디에 진환이가 손에 들고 있던 돌을 던져 버렸다.


“야. 너 키가 어떻게 되냐?”


“??”


“아이 씨. 키가 어떻게 되냐고!”


“175..”


“뭐해. 안 파고.”


난 미리 챙겨 온 삽 한 자루를 녀석의 발 앞에 던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녀석이 삽을 들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너 그거 길이 잘 맞춰서 파라. 너무 깊게 파면 너 그대로 매장당하고 너무 얕게 파면 그땐 우리한테 죽는다.”


녀석이 땅을 파는 모습을 지켜보던 태환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리듯 말했다.


“야. 넌 새끼야. 해선 될 게 있고, 안될 게 있는데, 넌 그 선을 오늘 좀 세게 넘었다. 너도 그건 알고 있지.”


어느 정도 땅을 팠을 때, 녀석을 거기에 세운 뒤, 얼굴만 밖으로 나오게끔 해 놓고 묻었다.


“이것도 노동이라고 힘들다. 그만 가자.”


우리는 녀석만 그곳에 남겨둔 채 아래로 내려왔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다.


학교를 짓기 전까진 산이었다는데, 뒤쪽으로는 산이 있고 앞에는 허허벌판이라 도시이지만, 도시 같지가 않았다.


교실로 돌아오니 수업은 끝났고, 먼저 갔는지 선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 정말 괜찮아.”


“안 괜찮을 건 또 뭐가 있어. 아까 말한 게 사실인데.”


“그래도 그렇지.”


혹여 선영이가 상처를 받았을까 내심 신경도 쓰였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창식이 녀석은 하는 짓이 너무 얄미워 조금 더 묻어 놓고 싶었지만, 종석이한테 얘기해 그날 저녁 바로 산에서 내려왔다.


우리가 악당이긴 하여도 악마는 아니기에.


그나저나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선영이가 학교에 며칠 동안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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