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별곡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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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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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4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작성
24.05.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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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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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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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0화.

DUMMY

우리는 어느새 두 손을 서로 마주 잡고 있었다.


“현태야, 너는 잘 모르겠지만, 너희 엄마, 아빠와 나는 절친이란다.”


“잘 알고 있어요.”


‘꿈을 이룬 네 모습을 보니 무척 기쁘구나. 친구야.’


“할아버지한테 들었니?”


“아, 네, 뭐.”


‘너는 꿈에도 모를 거야. 어쩌면 퍼스트레이디가 되어 너와 행복하게 살고 있을 선영이를 빼앗아간 너의 절친이란 사실을.’


“그래, 넌 모르겠지만 우린 정말 친했단다. 우리 선영이 이름도 너희 엄마 이름하고 똑같단다.”


‘너무 친한 나머지 네 첫사랑까지 나에게 양보한 어리석은 녀석이지.’


“널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난 좀 놀랬단다.”


“왜요?”


“왜긴. 네 아버지를 너무 쏙 빼다 닮아서.”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래, 넌 너무 어려서 아빠 얼굴도 기억나지 않겠지. 가여운 거.”


“아저씨, 참 아저씨라 불러도 되죠?”


“물론이지. 아저씨던, 삼촌이던, 아버지던 너 편할 대로 부르렴.”


아버지란 말에 난 또 한 번 피식했다.


‘선영이가 너를 선택했으면 우리 현태가 오현태가 아닌 최현태 될 수도 있었단 것이냐.’


“오히려 그렇게 됐으면 더 좋았을 수도.”


“너 지금 뭐라 그랬니?”


“아.. 아니에요. 선영이는 이 사실 모르고 있죠?”


“일부로 이야기하진 않았는데 왜 그러냐?”


“끝까지 모른 척 해 주세요. 제가 나중에 천천히 설명해 줄 테니까. 부탁드립니다.”


반가움과 고마운 마음에 다시 한번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빠, 제 친구한테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바로 그때 선영이가 다과를 들고 들어왔다.


“아이, 참 이러지 말라는 데도..”


VIP는 눈짓으로 알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내가 자네에게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VIP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아빤 또 무슨 소리를 하시려고요.”


“네,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들어 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선영의 만류에도 두 남자의 대화는 계속됐다.


“자네에 대해서 좀 알아보니 싸움을 곧 잘하더군. 내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긴 한데, 나도 자네 나이대에 한주먹 했어.”


그 소리를 듣고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


그의 과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나였기에.


학창시절 석훈이는 소위 말하는 찐따 그 자체였다. 지금으로 말하면 셔틀이라고 할까.


왜소한 체격에 당시 일진들에게 얻어터지기 일쑤였고, 난 친구라는 이유로 그들과 매일 맞서 싸워야만 했다.


근데, 한 주먹 했다니,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도 뻥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입술을 깨물어 가며 억지로 참았다.


“왜? 어디 불편하나?”


“아닙니다. 갑자기 웃긴 일이 생각나서..”


“자네도 참 싱겁기는..”


나를 한 번 흘깃하더니 그가 말을 계속 이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자네가 내 딸 선영이를 좀 지켜줬으면 하는데.”


그가 이번에는 나와 선영이의 눈치를 살폈다.


“경호원들을 붙여줬더니 며칠 잘 다니는가 싶더니 불편하다고 안 한다는 거야.”


“괜찮다니까 진짜 왜 그러세요.”


“얘는 괜찮다고 이렇게 떼를 쓰는데, 부모 된 마음이라 어찌 그러하겠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선영이 잘 지키겠습니다.”


“그래, 보상은 어떻게 해 주면 좋겠나?”


“친구로서 당연히 해 주는 것이라 보상 따윈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쓰시면 안 됩니다.”


“선영이가 좋은 친구를 둬서 참 다행이구나.”


나의 일침에 VIP는 꽤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너 정말 그냥 갈 거니?”


인사를 하고 블루하우스를 나오려는데, 선영이에게 참 많이 질척거리신다.


“진짜 왜 이러세요? 애도 아니고.”


“애가 아니니까 그러지. 하나밖에 없는 딸과 하룻밤 같이 보내겠다는데.”


그 소리에 선영이 칠색 팔색하며 그곳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아빤 늘 저런 식이라니까 좀 자유롭게 풀어주면 좋을 텐데, 항상 곁에만 두려고 하셔.”


“너처럼 예쁜 딸이라면 나라도 그러겠다.”


순간 둘 사이에 짧은 정적이 흐르고, 내 얼굴은 부끄러움에 붉게 달아올랐다.


“엄마는 안 보이더라. 어디 가셨니?”


정적을 깬 건 나였다.


“이혼하셨대. 내가 아주 어릴 적에.”


“미안해. 그런 걸 물어보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야. 괜찮아. 엄마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뭐. 나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선영이는 애써 웃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선영이가 16살이니까 내가 죽고 난 이후라 석훈이가 누구와 결혼을 했는지. 어떠한 이유로 헤어졌는지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


만약 내가 살아있었다면 제일 먼저 나를 찾아왔을 텐데. 나는 괜히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서로를 의지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선영의 집에 도착했다.


“다 왔네. 들어가. 내일 보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쉬운 듯 서로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다.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이렇게 말하는 선영의 눈빛이 날 도발하는 거 같았다.


“오늘 일은 애들한테는 비밀로 할게.”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내가 상관있어서 그래.”


난 선영의 앞머리를 손으로 헝클었다.


“저기.. 현태야.. 라면 먹고 가지 않을래.”


오늘은 선영이의 저 소리가 다르게 다가왔다.


“지금 이 시간에 먹으면 얼굴 부어. 내일 보자.”


난 얼른 뛰어가며 선영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오늘만큼은 그 아이를 지켜주고 싶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 석환이 아저씨 만났어요.”


선영이와 헤어진 나는 나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갔다.


“그래, 부정은 하지 않으마.”


얼마 전부터 낯선 이들이 내 주위를 맴돌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걸 느꼈다.


“짐작은 하고 있다만, 뭘 알고 싶어서 이 늦은 시간에 나를 찾아온 거지?”


“석환이 아저씨 뭣 때문에 이혼했어요?”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바로 물어보는 건 오씨 가문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게 분명했다.


“글쎄다. 너는 아직 어려서 이해를 못 하겠지만, 남녀 사이야 서로 사랑하다가도 한순간에 싫어져 헤어지는 거 아니겠니.”


“근데, 왜 전 그 일에 할아버지가 연관이 있을 거라고 느끼는 걸까요?”


이 말을 들은 할아버지가 책상에 앉아 깍지 낀 손에 턱을 괸 채 나를 노려보았다.


“혹시 제 부모님 죽음과 연관이 있는 건가요?”


순간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물컵이 내 머리를 스쳐 벽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오냐 오냐 해 줬더니 네가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할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셨다.


할아버지가 이토록 화를 내는 건, 17년 전, 임신한 선영이를 데리고 아버지를 찾아뵙던 날 이후로 두 번째다.


“오늘은 더 이상 너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구나.”


할아버지는 금세 냉정을 되찾으셨다.


그날 나는 사람들에 의해 쫓겨나듯 밖으로 내팽개쳐졌다.


하늘에선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그리고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하루를 맞이했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짜증 나게.”


“요즘 학생회장 선거 기간이잖아. 저렇게 아침부터 떠들어 줘야 애들한테 눈도장이라도 찍히지.”


학교 정문에서부터 자기네가 지지하는 후보를 PR하기 위한 피켓을 든 학생들이 무더기로 서 있었다.


“그러지 말고 너도 한 번 나가 봐. 나라도 찍어 줄게.”


“오늘은 기분이 좀 그러니까 적당히 하자 진환아. 그리고 너 나 100% 안 찍을 거잖아.”


진환이가 날 또 약 올리려는데, 미진이가 불쑥 끼어들었다.


“진환아, 쟤 좀 있으면 학교 이사장 될 텐데, 생각해 봐. 최상위 포식자가 잔챙이들과 놀아서 뭘 하겠니.”


“그럼 내가 나가 볼까?”


“네가 나가면 내가 확실히 찍어 줄게.”


“정말이야?”


“그래. 믿는 도끼에 발등 확실하게 찍어 줄게.”


사이가 좋았다가도 금세 으르렁거리며 싸우는, 우리는 찐친이 확실하다.


언제나 그렇듯, 교실에 들어가니 선영이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현태야, 어제는 잘 들어갔어?”


“야! 최선영. 네가 어제 어떻게 퇴짜를 놨길래. 애가 아침부터 온갖 짜증을 부리냐?”


진환이가 따지듯 선영이에게 물었지만, 얼굴은 신이 난 듯 웃고 있었다.


아마 사탄도 진환이에겐 두 손 두 발 다 들 것이다.


“어제 우리 아무 일도 없었는데.”


진환이의 말을 들은 선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쟤 말 들을 필요 없어. 쟤 저러는 거 어디 하루 이틀이냐.”


그런 선영이를 안심시키려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내뱉었다.


무료하게 반나절을 보내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점심을 먹고 바람도 쐴 겸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한 무리의 애들이 뭔가가 가득 든 상자를 들고 유도부실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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