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별곡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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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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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1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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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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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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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9화.

DUMMY

“어디 안 다쳤냐고? 현태야.”


“어. 괜찮아. 근데 넌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그제야 난 온전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조금 전에 넘어진 충격으로 등이 조금 아팠지만, 그 애 앞에서는 아픈 티를 내지 않고 싶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자빠져 있던 의자를 세워놓고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는 선영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러는 사이 식사를 마친 애들이 교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야. 야 다시 나가자.”


“이건 자기가 먼저 교실에 가자 해 놓고 또 저런다.”


교실 안에 단둘이 있는 걸 본 진환이가 들어오다 말고 애들을 문밖으로 밀어내고 있었고, 그런 진환이가 못마땅한 듯 미진이가 힘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어. 미안해. 둘이 있는 줄 몰랐어.”


“괜찮아. 미진아. 그냥 들어 와.”


미진이가 다시 나가려다가 쭈뼛대며 우리 눈치를 본다.


“이 눈치도 없는 거. 내가 그렇게 눈치를 줬으면 알아차려야지.”


“내가 알고 그랬냐.”


또 자기네끼리 투닥거린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난 괜히 녀석들에게 짜증을 부렸다.


이런 우리의 모습이 신기한지 앞에 서 있던 선영이의 눈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러다 문득 자기를 보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민망한지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선영이에게 입을 맞출 뻔했다.


“무슨 일이냐고? 여기까지.”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나는 더 퉁명스럽게 물었다.


잠시 멍해 있던 선영이 그 이유가 생각난 듯 한 번 더 웃어 보였다.


‘제발 내 앞에서 그렇게 웃지 말라고.’


난 겨우 정신을 붙잡았다.


“너희들한테 미안해.”


“너희들이라면 우리 말하는 거니?”


“그래. 난 진짜 몰랐어. 나 때문에 너희가 이 반으로 옮겨 온 거.”


“여기 2반 아니고, 7반인데.”


내 조크에 여기저기에서 야유소리와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신발도 한 짝 내 뒤통수로 날아왔다.


신발은 분명히 진환이일 것이다.


선영을 보니 아까완 달리 정색하고 있었다.


아마 내 조크에 실망을 많이 한 모양이다. 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나도 그 사실을 오늘 알았어. 사과할게. 미안해.”


선영이는 나와 친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게 완전히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네.”


진환이가 갑자기 우리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게 우리 약 올리러 온 거지. 뭐냐고!”


진환이의 소리에 선영의 눈망울에는 금세 눈물이 맺혔다.


“아니야. 정말이야. 믿어줘.”


“믿어 주긴 뭘 믿어줘! 그래, 양아치 반에 있는 거 직접 보니 이제 속이 후련하냐.”


“이제, 그만해.”


내가 진환이를 가로막았다.


내 얼굴을 본 녀석이 분을 삭이지 못해 혼자 중얼거리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네 말 진짜 믿어도 되니?”


“현태야. 진짜야. 그들이 단지 날 보호할 목적으로 조치를 한 거야.”


“하기야, 솔직히 우리가 범생이 스타일은 아니잖아.”


뒤에서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동민이가 툭 하고 던진 말에 밖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또 진환이 녀석에게 당한 건가.’


“너 진짜 죽여 버리기 전에 얼른 들어와라!”


아까 화를 내며 나갔던 진환이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뒷문을 열고 들어왔다.


“내 연기 진짜 같지 않았냐?”


“으! 저 미친 싸이코 새끼.”


“우린 그렇게 생각 안 해. 우리가 옮겨 올만 하니까 옮겨 온 거겠지.”


그제야 안심한 듯 선영이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생각지 못한 선영의 눈물을 본 진환이가 안절부절못하였다.


“선영아, 내가 그러려고 한 건 아니고.”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그냥 들어가 새꺄. 어! 저기 덩치들 온다.”

내 말에 진환이가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오예, 복수 성공이다.’


진환의 모습에 울던 선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넌, 우는 거 보다 웃는 게 더 예뻐.”


“뭐? 나한테 지금 뭐라 그랬니?”


“아니야.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뭐 난다고.”


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린 내 속마음이 다행히 들키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내 한마디에 교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래서, 내가 다시 선생님한테 말씀드릴 테니까 다시 가자.”


“싫은데.”


“싫다고? 왜?”


“여기 이반이 썩 마음에 들어버렸거든.”


“야. 여기 2반 아니고 7반이다.”


‘하여튼 진환이 녀석. 분위기를 깨는데 도가 튼 녀석이라니까.’


오랜만에 멋있는 척을 하려는데 도와주질 않는다.


“그래, 알았어.”


“어?”


솔직히 난, 선영이가 내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제발 돌아오라고 늘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살짝 당황했다.


“알았다고, 네 마음이 그렇다면.”


그러곤 선영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 버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선영의 뒤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


그렇게 우울한 오후를 보내고 다음 날, 교실에 들어가 보니 선영이가 내 옆자리에 와 있었다.


“어쩐 일이야?”


냉큼 달려가 선영이를 꼬옥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눌렸다.


“네가 오기 싫다고 해서 내가 왔어.”


“말이 통하지 않는 누구와는 생각하는 거부터가 다르네.”


지나가던 미진이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한마디 툭 던져 놓고 갔다.


근데 아까부터 진환이가 불안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진환아, 걱정 안 해도 돼. 그 사람들 이제 안 와.”


선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진환이가 자기 세상을 만난 듯 교실을 활개 치고 다녔다.


“너 우리 집에 안 갈래?”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싸고 있는데, 선영이가 내게 물어왔다.


“내 라면 끓이는 솜씨가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네.”


“뭐, 그런 것도 있고..”


선영이가 말을 하려다 말고 말끝을 흐렸다.


“야, 이번에는 라면 먹다가 도망치지 말고.”


“좀 살살 다뤄. 넌 온몸이 흉기야.”


“평소에 내가 스킬을 좀 가르쳐 줘야 했는데, 이 형님이 지금이라도 속성으로 가르쳐 줘?”


하이에나 떼 같은 놈들이 이때다 싶어 마구 물어뜯는다.


그런 녀석들에게 메고 있던 가방을 투척하고는 선영이를 따라 내렸다.


“너 그새 이사했니? 전에 왔던 집이 아니네.”


선영이는 그냥 말없이 웃기만 했다.


한동안 걷기만 하던 선영이 멈췄고, 난 내 앞에 있는 건물을 보고는 심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 왔어. 들어가자.”


뉴스에서만 보던 그 블루하우스가 눈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고, 선영이는 아무 거리낌 없이 그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괜찮아요. 제 친구예요.”


입구에서 날 가로막은 건 학교에서 마주쳤던 그 덩치들이었다.


‘경호원이었나.’


그러고 보니 전에 병원에서도 마주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교복을 입고 있었던 탓에 내가 인지를 못 했었다.


그들은 선영의 말에 막고 있던 팔을 내렸다.


“너 혼자 산다고 하지 않았니?”


“혼자 산다고 했지 고아라고는 안 했어.”


‘근데, 난 자꾸 얘한테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선영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갈수록 경계는 더욱 심했지만, 나는 프리 패스였다.


“여기는 관저야.”


신기한 듯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조금만 기다리면 아빠가 오실 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낯선 곳에 나만을 남겨두고 먹을 걸 가져온다며 나가버렸다.


소파에 멀뚱히 앉아 있는데, TV에서 보던 이곳의 주인인 그분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그분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인사했다.


TV에서 자주 봐왔던 얼굴이라 그런지 많이 낯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현태 군. 우리 선영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곤경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도와줬다면서요. 정말 고마워요.”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거처럼 친근감까지 느껴졌다.


VIP가 내민 손을 두 손으로 덥석 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전 선영이 친구 오현태라고 합니다.”


“아주 패기 넘치고 좋군요. 근데 우리 처음 만나는 건 아닐 텐데.”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이셨다.


“그래, 이곳 구경은 좀 했어요?”


“실은 중학교 때 할아버지와 한번 왔었습니다.”


“내가 2년 전에 들어왔으니까 아마 그 이전이 되겠군요. 그나저나 할아버지는 잘 계시죠?”


“저희 할아버지를 아세요?”


“아마 간첩들도 오 회장님을 알고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친분도 좀 있고요.”


호탕하게 웃는 그분 뒤로 책상에 놓인 VIP의 명패가 보였다.


「VIP 최석훈」


이름을 확인한 순간 VIP의 얼굴과 명패를 번갈아 가며 봤다.


“이제 이 아저씨 얼굴 기억나니?”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성현이와 선영이 장례식 때 보고 15년 만이구나. 아주 멋있고 근사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구나. 그리고 자주 찾아가지 못해 미안하구나.”


어느새 VIP.. 아니 내 친구 석훈이의 얼굴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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