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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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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8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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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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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4화.

DUMMY

억지로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선영이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음식 만드는 건 또 언제 배웠어?”


“이거 한번 맛봐봐 어떤지.”


선영이 자기가 만들던 음식을 집어 내 입에 넣어 주었다.


“맛있는데.”


“얜 아마 네가 똥을 줘도 맛있다 할 건데. 내가 먹어 봐야 알지.”


피곤하지도 않은지 어느새 씻고 온 미진가 내 옆에 앉아 먹이를 보채는 아기 새 마냥 선영을 향해 입을 벌렸다.


“먹을 만하네.”


“넌 무슨 맛 표현이 그러냐? 맛이 있다 없다를 확실하게 해 줘야지. 제수씨, 아.”


시끌벅적한 소리에 자다가 깬 진환이가 부스스한 얼굴로 다가왔다.


“맛있네. 맛있어. 제수씨.”


진환이가 쌍 따봉을 날렸다.


“근데, 저게 아까부터. 야! 형수님이라니까.”


힘없이 널브려져 있던 다른 애들도 음식 냄새를 맡고 좀비 떼처럼 모이기 시작했다.


아직 십 대인 아이들을 좀비에 비유하긴 좀 그렇지만, 초점이 없는 눈으로 팔과 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비틀대며 걸어오는 폼이 딱 좀비 그 자체다.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많이 먹어.”


먹는데 정신이 팔린 우리는 선영의 말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선영이 또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휴, 이제 좀 살겠네.”


밥을 먹고 좀 쉬고 있는데, 뒷문이 열리더니 종석이가 씩씩대며 들어 왔다.


“무슨 일이야?”


누군가에게 얻어터진 것인지 종석의 눈두덩이가 빨갛게 부어 있었다.


“현태야, 저놈들 약점 좀 알려 줘!”


“참아.”


누워 있던 진환이가 대신 대꾸했다.


“넌 뭔데 참견이야!”


“나? 네 귀때기 물어뜯은 놈.”


순간 종석이 움찔거린다.


“나한테도 지는 놈이 약점을 안다고 한들 뭐 어떻게 하겠어.”


진환이에게 두 번 연속 팩폭을 당한 종석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서 있기만 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내 질문에 머뭇거리던 종석이 입을 열었다.


“유도부실을 가보니 놈들이 아주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있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제 유도부실은 접근금지고 유도부를 해체 하겠다는 거야.”


“애들 삥이나 뜯고 못살게 굴고 그건 잘했네.”


진환의 도발에 어쩌지 못하고 애써 무시한다.


“근데 우리 유도부가 무참히 깨졌다. 그것도 한 놈한테. 나 정말 너무 분해서 못 살겠다.”


“그럼 못 살면 되겠네.”


말을 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진환이를 보고는 겁을 먹고 잔뜩 움츠렸다.


“에헤. 유도부 주장이란 놈이. 쫄지마. 안 물어. 나 그냥 화장실 가는 거야.”


진환이 그런 종석을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고 나가버렸다.


“내가 진짜 약점 알려줘?”


“그래. 현태야.”


“근데, 내가 약점 가르쳐 줘도 형 그 사람들 절대 못 이겨.”


“놈들을 이길 수만 있다면 어떠한 고난도 이겨 낼 자신 있어.”


“아냐. 형은 절대 못 이겨 내.”


“대체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그러다 밥 타겠다.”


“약점이 뭐냐면 말이지.”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난 그들의 약점을 말해주었다.


“바로 돈이야.”


숨죽여 지켜보던 애들이 내 한마디에 탄식하며 좌절했다.


“너희도 알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거금을 주고 그들을 고용했다는 거.”


“무술의 고수라면서 돈에 휘둘리고 해도 되는 거야? 뭐? 무도인의 제1 덕목 뭐 그런 거 없는 거?”


밖에 나갔다 들어온 진환이의 질문에 난 콧방귀를 뀌었다.


“그딴 게 어디 있냐? 그런 거 없어. 그냥 철저히 더 많은 돈을 주는 사람의 말을 듣는 거야. 날 어쩌지 못 하는 것도 내가 저들의 제자라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들에게 많은 돈을 준 고용주의 손자이기 때문이야.”


내 말을 들은 종석이 더더욱 절망하기 시작했다.


“형, 너무 절망하지 말고 조금만 참아. 내가 반드시 이자까지 쳐서 형 복수해줄게.”


내 말이 크게 위로가 된 거 같진 않지만, 들어올 때보다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로 돌아갔다.


“온종일 뺑뺑이 도느라 수고했고, 오늘 밤은 푹 자둬. 내일은 종일토록 산을 탈 수도 있으니까.”


다음 날, 나의 예상대로 우리는 산 입구에 모였다.


“아니길 바랬는데.”


우리 앞에는 한눈에 봐도 무거워 보이는 배낭이 놓여 있었다.


“오늘은 너희들의 정신 수양을 위해 여기에 있는 배낭을 메고 저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온다.”


“사부님, 다 좋은데 레퍼토리 좀 바꾸면 안 됩니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잖아요. 아마 10년 후에도 똑같을 거야.”


“30년 전과 지금이 똑같은 줄 네가 어떻게 알지?”


너무 열을 받은 나머지 착각을 해 버렸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누가 진짜 그렇대요. 아이. 뭣들 해? 얼른 안 오고.”


난 혹여라도 그들에게 내 진짜 정체를 들킬까 봐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잠깐!”


“네?”


그가 부르는 소리에 난 태연한 척했다.


“넌 이걸 더 달고 가야지.”


어제 하루 종일 팔과 다리에 차고 달렸던 다 합쳐 100kg의 모래주머니였다.


난 팔과 다리에 그것들을 차고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만 나오시죠. 다곤 사부님.”


“언제부터 알고 있었냐? 넌 여전하구나. 환술에 걸리지 않는 건, 혹시나 하고 걸었는데 안 걸리네.”


내가 매고 있던 가방에서 환술의 대가인 다곤 사부가 뻘쭘한 듯 나왔다.


“어릴 적에도 안 걸리던 게 지금이라고 걸리겠어요? 그리고 저 밑에 있을 때부터 알았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우리 부자는 다곤이라는 자가 거는 환술에 빠지지 않았다.


“야. 오현태. 이거 매고 가야지.”


그가 배낭에서 빠져나오는 틈을 타서 멀찍이 내달렸다.


“허. 녀석, 이제는 사부를 가지고 놀 줄도 알고 다 컸네. 다 컸어.”


난 선영이와 지은이의 배낭을 뺏어 어깨에 들춰 맸다.


“사람 차별해? 나도 여자야!”


두 사람의 배낭을 대신 들고 가는 모습을 본 미진이가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민돌아, 왜 그래. 너 남자잖아.”


진환이가 옆에서 괜히 깐족대다가 미진이에게 한 대 맞았다.


그날 우리는 왕복으로 세 번을 왔다 갔다 했다.


마지막으로 산을 내려오며, 어제부터 뭔가 찜찜한 부분이 있었다.


“오현태, 오랜만에 대련이나 한번 하자. 좀 쉬다가 체육관으로 내려와라.”


격투기 고수인 루카 사부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사부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나 늘었는지, 또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스승과 제자 두 남자의 팽팽한 기 싸움이 시작됐다.


우리는 서로 몇 수를 주고받은 뒤 본격적으로 대련에 들어갔다.


난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척하며, 접수했다.


보기에는 그냥 장난치듯 툭툭 건드리는 거 같았지만, 그 임팩트가 워낙 세다 보니 저절로 뒤로 밀려났다.


맞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으읔하고 신음이 새어 나왔다.


루카 사부가 내 관절을 꺾으려 할 때 재빨리 탭을 쳐서 기권했다.


잠깐 겨뤄본 결과 지금의 나로서는 이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저도 한번 겨뤄보고 싶습니다.”


인사를 하고 대련을 마무리하려는데, 뒤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덩치들 사이에서 손을 들고 있는 왜소한 체격의 여자애가 보였다.


그 여자애는 다름 아닌, 바로 선영이었다.


“야. 최선영. 너 미쳤어!”


“이 누님이 네 복수 해 줄게.”


앞으로 나온 선영이는 내 말은 들은 채도 안은 채 내 어깨를 두드리는 여유까지 부렸다.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너무나 당당한 선영이의 모습에 당황을 넘어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형님들, 우리가 애들을 너무 혹사시킨 거 같습니다. 이렇게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애까지 나온 걸 보니까요.”


“저기요. 아저씨. 길고 짧은 건 돼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혹시 저한테 질까 봐 두려우세요?”


“얘 봐라. 아주 못하는 소리가 없네. 난 여자라고 해서 안 봐준다.”


“네. 저도 아저씨라고 해서 봐주지 않을게요.”


잠시 후,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도 상대하기 벅찼던 루카 사부가 선영의 뒤돌려 차기 한방에 바닥에 처박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본 루카 사부의 동생인 전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등장한 발차기 고수 루한 사부가 선영을 공격했지만, 선영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다음으로 사자후를 내뱉던 막커스 사부가 나서려 하자 그들의 수장인 마르테오 사부가 급히 말렸다.


“오늘은 이쯤하고 그만 돌아가 쉬도록 하지.”


이 말을 끝으로 그들은 바닥에 뻗어 있던 두 사람을 데리고 체육관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고수들과의 대결에서 이겼다는 기쁨보다 고수도 단번에 때려눕힐 만큼 힘을 가진 최선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나는 선영의 손을 잡고 체육관을 벗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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