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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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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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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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2

DUMMY

엄청난 고통을 예상하고 눈을 질끈 감았는데 응?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통은커녕, 날아가는 상황이 오히려 몽롱하고 나른하다. 방금 맞은 한 방에 아마 오른쪽 다리는 뭉개져 너덜거릴 것이다.


구구궁! 쿵! 쾅!


이때 갑자기 들려온 엄청난 굉음. 측면 벽에서 느닷없이 철문이 튀어나오더니 그를 멈춰 세웠다. 순간 와 닿는 차가운 금속질감, 찬물을 끼얹은 듯 번쩍 정신이 들었지만 이내 찾아온 뼈를 가르는 극심한 통증에 그는 다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얼마를 있었던 걸까.

두리번거리는 순간 문득 느껴진 차가운 촉감. 만져보니 단단하고 두꺼운 철로 된 벽이었다.


‘이, 이게 뭐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아까는 보지 못했던 벽이다. 맞고 뒹굴 때 튀어나와 막았다. 철벽이 막아섰다는 건 단순히 피해 지나갈 순 없다는 뜻이 분명하다.


석주와 철 톱은 그새 사라지고 목각인형만 회전을 멈춘 채 우뚝 서 있었다.


‘접근을 감지하고 벽이 막았다는 건 앞의 장애물을 없애거나 굴복시키기 전엔 절대 통과할 수 없다는 무언의 압박···, 후~!’


넘 사 벽. 처음 맞닥뜨렸을 땐 요령껏 피해 가면 되지 않을까. 가볍게 생각했었다.


착각이었다. 문득 엄습하는 갈증. 그리고 보니 목구멍에 뭘 보충한 기억이 오래다. 즉시 허리춤의 물병을 찾았지만 아뿔싸 철퇴가 스쳐 갈 때 물병을 치며 깨뜨렸는지 없고 벽곡단을 담았던 주머니 역시 아무것도 없는 빈 주머니였다.


입에서 단내가 났다. 얻어맞은 우측 어깨까지 덩달아 욱신욱신 아파 왔다. 하지만 의아한 점이 있어 고개를 갸웃하는 팽욱. 아까 다리를 정통으로 맞고 이젠 죽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멀쩡하다. 혹시 하는 마음에 맞았던 부위를 확인하던 팽욱은 쩌릿하게 전달되는 통증에 움찔했다.


‘쳇!! 그럼 그렇지! 아무튼, 붙어있으니 다행 아니야···’


잡생각을 지우고 곰곰이 생각했다.


‘일단 기운부터 차리고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가자.’


운기조식으로 기혈을 순환시켜 죽은 피를 빼내니 몸이 한결 가뿐해졌다.


한 식경 뒤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지나왔던 곳을 보니 석주와 철 톱은 그새 사라지고 목각인형만 회전을 멈춘 채 서 있었다. 이놈들을 물리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천도의 행운유수라는 보법은 시간이 갈수록 목각인형의 공세에 적절히 운용되며 유용한데 천무장법은 거의 무용지물···'


무공초짜인 그가 아는 건 단천도의 보법과 신법, 그리고 천무문 장법이 유일하다. 그런데 천무장법은 씨도 안 먹힌다. 할 수 있는 건 방어인 보법. 공격이 최선의 수비인데 정반대의 상황. 한숨을 쉬며 고민하는 순간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났다.


‘하~ 어쩌지··· 벽곡단은 한 알도 없고 허기를 채우려면 원형 톱과 석주를 역으로 통과해야 하는데.’


미치겠다. 몸 상태가 멀쩡해도 이길까 말까 할 텐데 하지만 뭐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가자!’


조심조심 피하며 걸었다. 목각인형을 지나 톱이 나왔던 자리와 석주를 지날 동안 아무 반응도 없는 기관장치.


‘포기하면 살려주겠다는 뜻인가? 그럼 항복하면 살려주나?’


순간 화가 치민 그는 시험 삼아 다시 발을 내디디며 약 올리듯 빽 소리치곤 앞을 살폈다.


우르릉!

발만 살짝 디뎠을 뿐인데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관, 또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허튼짓을 그만둔 그는 용천수와 벽곡단으로 허기를 채우며 고민했다.


'원형 톱과 석주는 그나마 단순 동작의 기관이라 해 볼만 한데 문제는 목각인형. 몇 합을 겨뤄보니 변칙적인 움직임에 예측이 어려웠어. 하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장치인 기관, 무한정 변칙 움직임을 보이진 않을 거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나 순서 전체를 파악할 때까진 최대한 조심하며 대결하다 어느 순간 콱···.'


하지만 전체를 파악할 때까지 얼마나 더 두들겨 맞아야 할까.


"후~! 그래, 어차피 이것도 사람이 만든 것,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겠지. 해보자!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상처가 아문 즉시 재도전에 나섰다. 앞의 석주는 신법의 힘을 빌려 가볍게 제치고 강적인 목각인형으로 갔다. 다가서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즉각 굉음을 내며 회전하는 목각인형. 앞서 경험했기에 수를 기억하며 공세를 피했지만, 이놈은 더 영악스러운 놈, 변칙기동에 잠시 놀라 방심한 순간 일시적으로 노출된 허벅지가 전광석화처럼 쇄도하는 청동 검에 무방비 상태 그대로 맞고 말았다. 순간 속으로 멍청한 놈, 멍청한 놈 그렇게 당하고도 또. 눈을 질끈 감았다.


깡!


어렵소? 뼈가 부러지고 살이 터지는 소리를 예상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금속성 타격음. 고통 또한 없었다. 나가떨어진 뒤 놀라 허벅지를 만지니 잡히는 익숙한 물건, 우리 집 수호 신물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놈이 위기에서 날 구해줬다. 옷을 걷어 살펴보니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한 단도.


‘네가 있었구나! 깜빡했다! 후~우!’


나무처럼 가벼운 녀석이라 박살 난 줄 알고 순간 식겁했었다.


처음엔 무기로 사용할까 생각했지만, 끝도 뭉툭하고 날도 없어 무엇을 찌르거나 벨 수 없는 어찌 보면 검은색 막대기에 불과한 물건, 하지만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수호 신물이기에 위기의 순간 구해주길 기원하며 갖고 왔는데 그 역할 제대로 한 셈이다.


‘고맙다! 이놈아! 앞으로도 도와다오!!’


앞서 맞았지만 멀쩡해 의아했던 이유가 이 녀석 덕이었음을 맞고 난 뒤 깨달았다. 연속 두 번이나 구해준 셈. 툭툭, 단단히 묶인 걸 확인한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재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그가 못 본 오묘한 변화, 걷었던 바지를 내리는 순간 검었던 단도의 색이 문득 반투명한 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원래의 색으로 바뀌었다.


이 검 정체가 뭘까?


팽욱은 아까와 같은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녀석의 변칙적인 움직임에 선 대응하는 탈출과 회피 동작을 반복해 습득했다. 그사이 허기가 지면 톱날과 석조인형과 씨름 한판 하며 뚫고 들어가 벽곡단과 물로 해소하며 상처를 치유하곤 했다.


이때 유용했던 건 천기신행. 출이 탈출에 유용한 수단이었다면 쾌는 속도, 영은 몸을 감추는 은신에 환은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선사하며 수많은 위기에서 스스로 헤쳐나올 수 있도록 했다.


벽에서 흘러나온 물 역시 예상했던 이상의 훌륭한 치료물질이었다. 신법과 보법 덕에 중상의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타격에 상처를 입었을 때 벽곡단과 물을 먹고 며칠을 요양하면 대부분 회복되었다.


이름을 몰라서 그렇지 이건 분명 영약 중의 영약. 그 덕인지 몰라도 내력은 처음보다 몇 배는 높아진 듯한데. 하지만 물리적으로 흐른 시간만큼 물리적인 문제가 생겼다.

벽곡단, 아끼고 아껴 먹었지만 이젠 거의 다 떨어져 며칠 있으면 굶어야 할 판이다.


심각한 문제다.

사실, 통과를 가로막는 철문 때문에 필사적으로 인형을 파괴하려 전력을 다했다.


그러다 신법과 보법이 회를 거듭할수록 불완전했던 구결이 자연스럽게 채워짐은 물론 구결에 나오지 않은 그 이상의 단계까지 익히게 되는 기연을 깨닫고 목표를 파괴보다 수련으로 바꿨다.


이젠 대등한 대결에 즐기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결함투성이 비급을 줘 고생하게 만든 뒤 이곳에 들어와 익히도록 안배한 것처럼 말이다.


벌써 격돌을 벌인지 한 시진이 지났다.

막아낸 공세의 숫자를 세어보니 499번째. 그가 기억하는 한 변화무쌍한 인형의 동작은 단 한 번도 반복되지 않았다.


경외로운 장치, 누가 만들었는지 무엇 때문에 아니, 누굴 위해 이런 관문을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역시나 빠르고 변화무쌍한 움직임. 봉과 철퇴, 도검의 흐름을 읽으며 그에 발맞춰 보법 역시 빠르게 전개했다.


물샐틈없는 방어에 번번이 막히자 전혀 다른 새로운 공세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고정형태였던 목봉과 각종 병장기 등이 일제히 튀어나왔다가 들어갔다, 공세 범위를 2배 이상 확대해 치고빠지는 것.


"호(好)~!"


위협적인 공세에 의외로 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흐흐, 길이가 길어지면 범위는 넓어지지만, 위력은 반감한다.’


할만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일까?

급변한 장치의 변화보다 그가 펼쳐낸 손속의 위력은 종전보다 배는 더 강해졌다.


마치 아이 상대에서 어른 상대로 바꾼 것처럼 똑같이 폭증하는 위력. 무서운 속도로 쇄도하던 청동 검이 결국 그의 연이은 손짓에 쩔그렁! 두 동강이 나며 바닥에 떨어졌다.


힘을 역이용한 결과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그.


'됐어!'


그리고 이어진 500번째 공세, 드디어 변화의 끝에 왔는지 처음 그의 넋을 빼앗고 상처까지 안겼던 첫 번째 움직임이 500번째 공격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이었다.


막 상대하려던 그, 이내 손속을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뭐야··· 끝난 거야? 처음 그땐 그렇게 무섭고 엄청났는데 왜 이렇게 싱겁지···’


드디어 끝에 왔고 끝 이후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모양이다.

갑자기 급저하 되는 의욕. 다음 공세는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있다. 파훼 방법 역시 이미 알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즉시 파괴가 가능하다.


그동안은 낮과 밤의 구분이 없는 시간의 연속이어서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텁수룩한 구레나룻과 덕지덕지 낀 때로 미루어 수개월은 지났을 시간. 더 배울 것도 익힐 것도 없다.


이젠 9할 9푼, 아니 그 이상 수준에 도달했고 식량도 다 떨어졌다. 결심을 굳혔다.


"그래, 이젠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더 이상의 대결은 무의미한 것 이번을 마지막으로 모든 걸 파괴하고 돌파하자!”


보법은 이제 그와 일심동체, 생각과 함께 자연스레 몸을 따라 움직이며 공세를 피해내는 단계. 그동안 최대한 피하고 때론 맞으며 방어 및 공격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 가능한 새로운 장법을 창안해 내는 데까지 성공했다.


엄청난 기풍(氣風)을 동반한 그의 장(掌)이 청동 검의 파괴를 시작으로 무섭게 휘몰아쳤다.


"파(破)!"


이미 제일 중요한 병기인 청동검이 깨진 목각인형. 균형이 무너지고 채 일각도 흐르지 않은 시간, 십여 개의 병장기 모두 꺾어지고 부러져 바닥에 뒹굴었다. 그의 눈에서 눈부신 기광이 번뜩였다.


“이제 배울 건 다 배웠다. 고맙다. 그런데 하~”


병장기를 모두 부쉈지만, 철문은 여전히 요지부동. 가로막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 몸통···. 그것까지 제거해야 문이 열릴까?”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긴 시간 이놈들에게 배우며 (스스로 깨우쳤지만) 고마워했던 적도 있지만 두들겨 맞고 드러누워 고통 속에 보낸 시간은 훨씬 길다.


애증이 쌓인 관계였다고 할까. 배워 실력이 쌓인 만큼 두렵다. 철문을 열고 나가려면 몸통까지 파괴해야 한다. 거기에 누군가 또 여기에 들어오는 기연을 얻는다면 그 또한 이놈들과 겨루며 무서운 능력을 얻게 될 것이란 두려움 역시 함께 떠올랐다.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이 순간 노도사가 남긴 보자기 비급의 마지막 글이 떠올랐다.



"여기 수록된 심법과 각종 무술은 백두산 정기를 받은 단천군(亶天君)이라는 고구려계 대 성인이 세운 도(道)를 추구하는 문파로 문파의 이름은 단천문(亶天門),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든 무공은 반드시 고구려인의 피를 이은 자만이 익혀야 하며 전인은 타인이 볼 수 없도록 철저히 보관하고 인연이 있다면 본 문파의 천년 비밀이 보관된 장소···. 문파의 영광을 빛내 주길 바란···.”


확실히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찰떡궁합처럼 들어맞는 단천문 신법과 보법으로 미루어 지워져 알아볼 수 없었던 천년의 비밀 보관장소가 바로 여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고구려인의 피를 이은 자만 익혀야 하고 천기를 누설하면 안 된다고 했다. 노도인께서 점지한 적통이 맞다고 하면 이 모든 걸 물려받았으니 후일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없애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내린 결론에 즉시 행동으로 나선 그, 바닥에는 부서진 청동 병기와 목봉이 흉물스럽게 뒹굴고 있고 모두 부서져 떨어진 목각인형은 빈 몸통만 남아 굉음을 내며 돌고 있었다.


꽈르르르!


“이젠 너 하나 남았다! 이젠 끝이다! 입을 열어 날 보내줄 것이냐 아님 파괴되고 끝날 것이냐! 제발 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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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8-1 24.07.02 28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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