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44,561
추천수 :
1,046
글자수 :
629,500

작성
24.08.10 06:30
조회
205
추천
11
글자
11쪽

11-2

DUMMY

답을 못하며 얼버무리는 사내, 이 순간 사내는 곤혹스러웠다.


갇혀있는 동안 그는 산적들의 모진 고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적과 내통해 산채 문을 열어주고 밖에 있는 놈의 끄나풀과 연결, 괴불이선이란 천하의 악적을 이곳에 들였다는 죄목이었다.


절대 그런 일 없다고 한사코 부인했지만, 화풀이대상이 필요했던 놈들은 그를 희생양 삼아 두 사람의 소재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다.


지난 2년 이어진 모진 고문을 견디며 입을 열지 않은 것은 은인에 대한 예의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쑥 나타난 정체 모를 괴인이 느닷없이 따져 물으니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이들이 사내를 죽이지 않고 놔뒀던 건 혹여 진짜 괴불이선의 끄나풀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부 산적이 그는 절대 배신을 저지를 그런 위인이 아니라며 대변해 주었기에 지금껏 살 수 있었던 것. 이런 저간의 여러 상황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내막을 모르는 팽욱으로써는 분통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방금 자기 입으로 말해놓고 꿀 먹은 벙어리 마냥, 모르쇠로 일관하는 저 뻔뻔한 태도에 참을 수 없었던 그는 멱살을 움켜잡고 번쩍 들어, 창살에 밀어붙이고는 매섭게 쏘아봤다.


“아까 네 놈이 한 말, 다 들었다. 그런데 모른다고 잡아떼!”

“절대 말할 수 없소! 죽일 테면 죽이시오!”


힘이 장사인 괴인, 자신은 도저히 그의 상대가 되지 않음을 깨닫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란 생각에 악을 쓰던 그는 횃불에 문득 드러난 팽욱의 얼굴을 보고 움찔했다.


“헉! 다, 당신은···.”

“알아! 몰라! 이 자식아!”


놀라는 녀석의 표정에 도둑 제 발 저려 저런다고 생각한 팽욱은 손아귀에 더욱 큰 힘을 가했고 목이 졸려 숨을 쉬지 못하던 사내는 버둥대다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그르륵···”

“하~ 이, 이런 허약해 빠진 놈···.”


축 늘어지는 사내에 혀를 끌끌 찬 팽욱은 바닥에 즉시 뉘어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몇 번의 박동 뒤 깨어난 사내는 영문을 모르겠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두리번거리다 마주 보고 있는 팽욱을 발견하고 벌떡 몸을 일으킨 뒤 대뜸 머리를 조아리며 싹싹 빌었다.


“귀, 귀신 아, 아니 염라대왕님! 미천한 이놈이 대왕님을 몰라뵙고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용서해 주십시오!”


‘아니, 이놈이 미쳤나? 이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야!’


버럭 소리치려던 그는 문득 무슨 생각인지 입을 닫았다.


조금 기다리면 녀석이 스스로 고백하려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 나원평 아니 염라대왕님 친구분이 2년 전···”

“2년 전 뭐!”

“아! 잠깐만요!”


부들부들 용서를 빌던 사내는 갑자기 무릎걸음으로 다다닥 안쪽을 향해 기어갔다.


그의 의외의 행동에 의아했지만 일단 지켜보기 한 팽욱. 구석에 간 그는 얼기설기 놓인 나무를 들어내더니 드러난 구멍 안쪽에 얼굴을 들이밀고는 낑낑댔다.


“저놈! 혹 무기를 찾는 것 아냐?”


수상한 예감에 즉시 쫓아가 사내의 어깨를 확 잡아당겼다.


사람 하나 빠질 정도 구멍이 그의 어깨너머로 보였다.


사내의 손에는 가는 줄이 매달려 있었다.

어깨를 잡혀 멈칫했던 그는 다시 팔을 뻗어 무언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시커먼 물체는 점점 크기를 키우며 올라왔다.

가까이 다가온 것을 보니 저것은?

하얀 보자기와 조그만 검은 주머니, 하얀 보자기는 눈에 많이 익은 물건이었다.


“어? 저, 저건 바로···.”


고향을 떠나올 때 싸 가지고 왔던 보자기가 틀림없었다.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저걸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물건이 올라오기도 전에 빼앗아 잡아챈 뒤 눈을 부라리고 호통쳤다.


“이, 이 쳐 죽일 놈! 이건 내 친구 원평에게 내가 맡겼던 물건이다. 그런 걸 대체 왜 네놈이 갖고 있어!”


“여, 염라대왕님 그, 그것은···”


울분에 부들부들 떠는 팽욱에 순간 죽음의 공포를 느낀 사내는 땅바닥에 이마를 붙인 채 올려다볼 엄두도 못 내고 벌벌 떨며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이, 이건 대왕님의 친구 어른이 대왕님 가족에게 전해달라며 주고 가신 물건입니다.”


“말끝마다 염라대왕, 또 그 말 하면 입을 찢어버리겠다.”

“하~ 읍~읍···.”


“그런데! 너, 방금 뭐라 했느냐? 누구에게 전해주라 했다고?”


팽욱이 분노했던 건 친구를 죽이고 빼앗은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분히 되새겨보니 내 가족에게 전해주라 했다는 말 아닌가.


그는 뛸 듯이 기뻤다.

그 말은 친구 원평이 죽지 않았고 소중한 자신의 물건 역시 무사히 있다는 말 아닌가.


“그, 그럼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느냐?”

“예? 예!! 그분은 괴, 괴불이선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잡혀 어디론가···. 아, 아닙니다. 그분은 자신이 천무문이란 곳에 간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같이 있던 내 친구, 혁린천은 어떻게 되었느냐?”


“혁린천이요? 그분이 누군지···.”

“키가 구척장신에 기골이 장대한 사람 말이다. 모르느냐?”

“구, 구척이면··· 아! 생각났습니다. 그분은···.”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내는 그의 말에 갑자기 저승사자라도 생각났다는 듯 얼굴빛이 샛노랗게 변했다.


‘이놈! 아직도 뭔가 속이는 게 있구나!’


“당장 이실직고하지 못해!”

“예! 예! 그 무시무시한 분도 함께 붙들려갔습니다.”

“그럼 솔직하게 말할 것이지 왜 뜸을 들여!”


아까 함께 달려 올라온 작은 주머니, 하얀 주머니를 낚아챌 때 함께 들어보니 묵직했다.


이것도 함께 깊숙이 감춰 놓은 것을 보니 고향 떠나올 때 원평이 갖고 온 돈을 이놈이 슬쩍 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팽욱은 검은 주머니를 들며 도끼눈으로 윽박질렀다.


“이건 또 뭐냐?”

“사, 사실 그건···”


자초지종을 들어본 결과 사내는 당시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자와 함께 있었던 바로 그자였고 사실을 안 혁린천이 사내를 구멍에 처박아 죽이려 했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2년 죽도록 고생하게 만든 원흉이 바로 이자란 사실에 냅다 멱살을 잡아 내동댕이쳤다.


내력이 실리지는 않았지만, 강골에 힘이 장사인 그의 악력에 사내는 맥없이 또 기절해 버렸다.


‘이, 이런! 내 힘이 세다는 걸 또··· 후~’


실수를 깨달은 팽욱은 즉시 응급조치해 깨웠다.


가까스로 깨어난 산적은 두 번이나 연속, 호되게 당하며 기절한 터라 두려워 벌벌 떨며 가까이 오지 않았다.


주머니의 정체에 대해 따져 물으려던 팽욱은 생각해보니 자신만큼이나 오랜 기간 고초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발설치 않고 의리를 지킨 고마운 사람이란 생각에 사과의 말부터 먼저 꺼냈다.


“흠흠, 생각해보니 내 잘못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구려. 2년간 내 소지품을 버리지 않고 잘 보관해 주었고 이 사실을 함구해 주어··· 감사하고 흠흠, 미안하외다.”


평소 그의 성품이라면 이리 막무가내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 놈들 안위와 엮이자 흥분해 날뛰었는데 괜스레 쑥스러웠던 그는 그의 소지품인 작은 주머니를 건넨 뒤 넙죽 큰절로 사과의 말을 건넸다.


깜짝 놀란 사내는 절뚝이며 만류했다.


“아, 아닙니다. 죽을죄는 제가 지었지요. 저희 때문에 2년간 죽을 고비를 넘기셨는데···. 그런데 어떻게 거기서 살아오셨는지···.”


“말하자면 깁니다. 한번 안아봐도 되겠습니까?”

“무, 물론이죠.”


서로를 부둥켜안은 두 사람, 어처구니없이 꼬인 운명의 장난에 서로 희생양이 되었음을 대화를 통해 깨닫고 동병상련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느꼈다.


“아! 아까 저에게 전해달라고 했던 물건, 봐도 되겠죠?”


“당연하죠. 습기에 썩지 않도록 수시로 닦고 눈치껏 잘 보관한다고 했는데 혹 모르니 조심해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마음 씀씀이가 정말··· 고맙습니다.’


속으로 감사하단 말을 뇌까리며 서둘러 끌러봤다. 물건들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동곳과 패물,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물건을 보니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렁그렁 눈물짓는 그를 묵묵히 지켜보는 사내, 그의 시선에 문득 창피함을 느낀 팽욱은 쑥스러움에 괜한 헛기침을 연발했다.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사내는 미안했던지 엉거주춤 일어서며 말했다.


“아··· 흠흠, 눈치 없게··· 저, 밖에 나가 있을까요?”

“아, 아닙니다. 이제 봤으니 됐습니다. 그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안 했군요. 내 이름은 팽욱이라 하고 나이는 20이요.”


“제 이름은 가소운(賈蘇雲), 깨어난 구름이란 뜻입니다. 나이는 제가 19살로 한 살 아래이니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형님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무슨~ 1살 차이 가지고 그냥, 형이라 부르면 되지.”


원평이 그를 믿고 자신의 분신 같은 귀한 물건을 맡긴 이유를 대화를 통해 깨달은 팽욱은 그와 호형호제하며 스스럼없는 대화를 이었다.


둥~!


시각을 알리는 타종 소리다.


‘어? 이 소린··· 벌써 반 시진이나 흐른 거야?’


한 시진 후면 보초병 교대시간이다.

지체했다가 발각되면 둘의 목숨은 담보할 수 없다.

일단 목적을 달성했으니 서둘러 들키지 않고 소굴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 그가 건넨 보자기에 물건들을 다시 챙겨 넣고 벌떡 일어서는데 문득 툭 떨어지는 양피지.


보는 순간 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짙게 남은 트라우마의 두려움 때문이다.


‘아~! 후~ 이, 이거 지금은 펼쳐 볼 용기가···.’


몇 번을 넣었다 뺐다 망설였던 물건. 일이 마무리된 후 읽기로 하고 보자기 속에 함께 넣고 허리춤에 단단히 묶었다.


검과 기타 허벅지 수호 단도 등 개인 장비와 비상시 사용할 철환탄과 비수가 감춰진 신발 등을 재차 확인한 뒤 몸이 불편한 그를 둘러업고 밖으로 나왔다.


빠져나가는 덴 충분한 시간.

문제는 혼자 몸이었을 땐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나갈 땐 등에 혹을 달고 나가야 하기에 동작이 둔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발각될 확률이 높았다. 철창을 통해 밖의 상황을 살폈다.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듯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이 친구와 함께 가려면 대비를 해야 한다. 뭘 준비할까?’

“저, 저는 여기 놓고 가셔도 됩니다. 전 이곳 사람들과 친···”

“쉿! 말하지 말게!”


잠시 멈춰 궁리하는 그를 보며 혹 짐이 된 자신이 걱정되어 그러는가 싶었던 가소운은 용기를 내 놔두라 말했던 것인데 그걸 그가 들어줄 리가 있겠는가.


말을 자르며 엉덩이를 토닥여 안심을 시킨 팽욱은 행동에 나서기 전 일단 그를 내려놓고 다시 감옥에 들어가 바위에 박힌 쇠창살을 뽑아내 길이를 5척 정도로 맞춰 2개를 끊어낸 뒤 출구로 나왔다.


무슨 꿍꿍이속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단천문(檀天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1-2 24.08.10 206 11 11쪽
81 11-1 24.08.09 212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36 10 15쪽
79 10-10 24.07.31 231 10 13쪽
78 10-9 24.07.30 207 9 12쪽
77 10-8 24.07.29 211 8 12쪽
76 10-7 24.07.27 220 9 11쪽
75 10-6 24.07.26 220 9 12쪽
74 10-5 24.07.25 226 9 12쪽
73 10-4 24.07.24 235 8 14쪽
72 10-3 24.07.23 232 8 12쪽
71 10-2 24.07.22 236 8 13쪽
70 10-1 24.07.20 246 8 11쪽
69 제 10 장 단천문 무공 24.07.19 257 8 13쪽
68 9-5 24.07.18 233 8 13쪽
67 9-4 24.07.17 228 8 16쪽
66 9-3 24.07.16 224 8 12쪽
65 9-2 24.07.15 236 6 17쪽
64 9-1 24.07.13 230 7 12쪽
63 제 9 장 친구야! 어떻게 해야 하냐! 24.07.12 241 8 11쪽
62 8-9 24.07.11 240 8 12쪽
61 8-8 24.07.10 242 7 12쪽
60 8-7 24.07.09 248 9 14쪽
59 8-6 24.07.08 262 8 15쪽
58 8-5 24.07.06 239 9 13쪽
57 8-4 24.07.05 252 8 12쪽
56 8-3 24.07.04 251 8 12쪽
55 8-2 24.07.03 263 8 13쪽
54 8-1 24.07.02 280 8 12쪽
53 제 8 장 엉뚱하게 휘말린 싸움과 헤어짐 24.07.01 290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