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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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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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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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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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1-10

DUMMY

팽팽한 긴장이 전신을 휘감았다.

신속히 밖이 보이지 않는 내측 벽에 이동, 밀착해 이동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날아든 위치 파악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꿈틀!

5장 앞, 감옥 처마 밑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옳지! 저거다!'


일부러 상체를 드러낸 뒤 즉시 손에 쥔 비도를 처마를 향해 던졌다.


은신했던 상대방 역시 그의 출현에 순간 흠칫했다가 이내 품에서 대여섯 개의 비도를 꺼내 재차 뿌렸다.


'흥!'


이미 반대편으로 신형을 뒹군 팽욱.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놈이 뿌린 비도가 그가 머물렀던 자리에 연달아 꽂혔다.


‘아~ 씨! 저놈 맞았을까?’


비도의 성공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바닥에 엎드려 조용히 동정을 살폈다.

그런데 아무 움직임이 없다.


'전력을 다해 던졌는데 그걸 피했나? 귀신 같은 놈! 도대체 어떤 자가 감히 내 목숨을 노리고.'


누구 소행인지 짐작 가지 않는 상태에서 그는 암살자가 남기고 간 비도를 주워, 살폈다.


아무런 표식 없는 평범한 반 척 길이의 단도.

역시 예상대로 시커먼 것이 독이 묻어 있음이 분명했다.

바닥의 개미 길목에 놓아 보니 개미들이 닿기 무섭게 모두 죽었다.


"으~, 이런 지독한 독을 누가 왜?"


섬뜩한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목에 손이 갔다.

다음날, 날이 밝아오자 자객이 숨어 있던 처마 밑을 뚫어지게 살폈다.


방울방울 떨어져 굳은 피가 점점이 띠를 이으며 묻어 있었다.

설마 자신을 향해 되 던질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듯하다.

며칠이 지나도록 같은 생활의 반복이었지만 며칠 전 사건에 바싹 긴장하며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그 날도 유모가 음식을 가지고 왔다 갔는데 아가씨가 이곳을 다녀간 뒤, 식음을 전폐하고 몸져누웠단다.


평소와 다른 행동에 수상해 꼬치꼬치 캐물었으나 자물쇠로 채운 듯 입을 다문 그녀는 그가 먹기 무섭게 그릇을 챙겨 감옥을 벗어났다.


그리곤 말없이 입에 손을 대고 쉿! 하곤 갔다.

더 묻지 말라는 뜻 또는 조심하라는 경고의 의미가 아닐까?


답답해 미칠 노릇.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문득 호승관에 갇혔을 때 생각이 났다.

남자들 사이 다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여자, 그에 얽힌 질투의 원인이 가장 크다.


연인 사이에도 있지만, 가족 간에도 있다.

그걸 미루어 짐작해 보니 누굴지 짐작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자객을 시켜 자신을 죽여야 할 만큼 원한을 지닌 것일까 생각하면 그럴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범인이 누굴까?

고민만도 머리가 아픈데 그녀 걱정까지 가미되었으니.

지금은 범인보다 그녀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섰다.

짜증에 욕지거리를 터트리려는 순간,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파공성에 움칫 동작을 멈췄다.


피잉!


눈앞을 스치며 날아든 화살이 굉음을 내며 꽂혔다.

이번엔 예측조차 못 하고 임박해서 가까스로 피한 상태, 소름이 돋았다.


다행히 이번 화살은 지난번 비도와는 다르게 거리가 먼 천정과 가까운 벽. 이는 목숨을 노리고 날아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화살이 또 날아올 수 있으니 경계를 강화하며 숨을 죽였다.

2각의 시간이 흘렀지만, 화살은 더 날아들지 않았다.

문득 올려다본 화살, 촉 위에 하얀 종이가 열십자로 매듭지어 묶여 있었다.


'응? 저건 서신인데 누가 보냈지?'


조심스럽게 풀어봤다.


‘내일 인시(오전 3시~5시) 초, 이곳 관아와 감옥에 큰불이 날것이다. 그때 혼란을 틈타 탈출하라. 탈출 후에는 아래 지정된 장소로 찾아와라. 그러면 네게 살길을 열어 줄 것이다.’


“뭐? 불을 낸다고?”


아무 서명도 없는 기름 먹인 종이에 달랑 위에 적힌 글귀와 어지럽게 그려진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


'누구지? 혹, 소운 아우가? 아니면, 황보 소저가?'


그를 구하러 올 사람이라면 아우와 그녀 외엔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런 계책을 꾸릴 정도로 담대하거나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말을 따라야 할까, 말아야 할까···’


섣불리 따랐다가 이용만 당하고 어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했지만 한편으론 언제까지 여기에 갇혀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좋아, 상황을 지켜보고 그 뒤 판단해도 늦지 않아.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아무튼 기다려 보자.'


이 한 몸 지킬 능력은 충분하단 생각에 일단 따르기로 마음먹고 각종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밤새 고민하며 정리했다.


다음 날.

인시 초가 되자 약속대로 관아와 감옥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길이 치솟았다.


동시에 사람들의 비명과 고함이 터져 나오고 여기저기 허둥대며 아우성치는 대혼란이 벌어졌다.


하늘에는 10장 높이의 불길이 시뻘건 불꽃을 날름대며 보이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충천했다.


건물이 타며 내뿜는 지독한 연기와 불을 끄기 위해 물을 퍼 나르는 사람들, 불길에 경황없이 속옷 차림으로 뛰쳐나온 여인네 등 모두 불길에 정신이 팔려 죄수들에게 신경 쓸 여력은 전혀 없어 보였다.


죄수들은 타죽지 않으려 창살을 붙들고 아우성쳤지만 단단한 창살은 요지부동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부 죄수만 겨우 부수고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허~ 정말, 편지의 내용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쪽지에 반신반의하던 그는 일단 기회가 왔으니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별 어려움 없이 창살을 부수고 파옥을 감행한 그는 지켜보는 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관가 담을 훌쩍 넘어 약도에서 지정한 장소를 향해 달려갔다.


300장 정도의 거리를 내달은 뒤 돌아보니 관아의 불길은 거의 보이지 않고 하늘 높이 치솟은 까만 연기만 시야에 들었다.


‘휴~!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구나!’


입귀를 타고 안도의 한숨이 흘렀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나타난 흑의의 복면인이 불쑥 그의 앞을 막아섰다.


"누, 누구냐!"


그의 물음에 복면인은 다짜고짜 현란한 검기를 뿌리며 짓쳐 들었다.

은빛으로 물든 하얀 검망, 그의 신형은 검망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헉! 어디서 이런 놈이!”


오랜 시간 익힌 검술로 어지간한 검로는 한눈에 파악할 자신이 있었으나 절묘한 이 자의 검은 변화무쌍 신기막측해 알아챌 수가 없었다.


누군지 모르고 함부로 무공을 드러낼 순 없었기에 천기신행 2식 몽(夢)으로 신형을 교묘히 감추며 붕 떠올랐다.


순간 사라진 목표물에 당황했는지 헛바람을 들이킨 복면인.


“헉!”


허공을 가른 검을 회수한 그는 즉시 담벼락에 몸을 붙여 후면을 보호하며 기습에 대비했다.


담장 위에 올라섰던 팽욱은 당황해 허점을 노출한 복면인의 백회혈을 노려 기습적으로 우각(右脚)을 날렸다.


그 또한 호락호락 당할 상대는 아니었는지 파공성을 듣는 순간 상체를 젖혀 피하더니 역으로 대추혈을 노려 찔렀다.


"흥!"


예상했던 한 수, 팽욱은 몸을 비틀어 피해 냄과 동시에 회삼귀일장(會三歸一掌)의 파(破)장을 상대의 허벅지를 향해 펼쳤다.


빠직, 묵직하게 전달되는 육신의 물컹한 느낌을 손끝으로 느끼며 이겼다는 기쁨에 잠시 주춤한 순간. 피했던 그의 검이 회전하며 방향을 틀더니 이내 오른쪽 옆구리를 할퀴듯 지나갔다. 화끈 다가온 통증에 인상이 확 구겨진 두 사람.


양패구상!


바닥에 착지함과 동시에 다리를 절뚝이며 골목길을 돌아 사라지는 흑의인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제야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긴장을 푸는 팽욱.


"대단한 자! 절대 쉬운 상대는 아니다···."


기연 이후 처음 겪어본 강자이기에 궁금했지만, 검상을 입은 상태였기에 한시라도 머물 여유가 없었다.


서둘러 약속된 장소로 가야 안전(?)을 도모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자상(刺傷) 입은 상처를 지혈한 뒤 혹, 독이 묻지는 않았는지 내력을 운기 해 확인했다.


다행히 중독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옷을 찢어 묶은 그는 약도의 장소를 향해 즉시 신형을 날렸다.


궁금했다.


'아까 복면인과 지금 이 장소를 알려 준 자는 동일인일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신형을 날렸다.

가는 도중 그의 뇌리를 스치는 수많은 의심과 의혹.

주도면밀하게 탈옥시키고 도피할 장소까지 알려 주고 죽이려 했다?


‘아니? 그건 앞뒤가 맞지 않아. 그럼 암습한 자와 도피를 도와준 자, 이들 각각의 정체는 뭐지? 한패일까? 아님, 전혀 다른 3자?’


생각할수록 의문투성이다.


‘며칠 전부터 아우가 보이지 않았어··· 혹, 이놈들이 아우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럴 소지가 다분했다.

일단은 정체 모를 자들이 알려 준 장소지만 정면돌파하기로 작정한 그는 상처 부위가 덧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약도의 장소로 부리나케 신형을 날렸다.




한편, 형님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저댁과 그를 잡아 왔던 군관을 만나, 갖고 있던 돈으로 회유하느라 며칠 감옥에 오지 못했던 가소운은 갑자기 관아에서 화기가 충천, 난리가 나자 형님 걱정에 즉시 담을 넘어 잠입했다.


"형님, 조금만 참으세요. 제가 갑니다."


관병들은 정신이 없는지 우왕좌왕, 위계질서가 무너진 채 서로 먼저 살겠다며 도망치는 데 급급했다.


“현감이 계신 감영까지 불이 옮겨붙었다! 모든 관병은 지금 즉시 감영으로 집결해 불을 꺼라!"


군관이 호통치며 관병들을 몰고 가자 감방을 감시하는 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모퉁이만 돌면 형님이 계신 감옥, 뜨거운 열기에 그의 마음은 더욱 초조했다.


쾅!


지나는 순간 바로 옆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터졌다.

이와 함께 충천한 화기는 무서운 기세로 번지기 시작했다.

감옥의 지붕과 기둥은 초가지붕에 목재로 되어있었으므로 눈 깜빡할 사이 모든 것이 활활 탔다.


살려달라며 아우성치는 죄수들의 비명이 온천지를 뒤덮었지만, 그들을 지켜야 할 간수는 살겠다며 모조리 도망을 쳐 죄수들은 속수무책, 갇힌 채 불길에 휩싸였다.


무인지경이 된 감옥에 가소운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후우~ 제발 아무 일 없어야 하는데 서두르자!’


빈 가옥에서 이불을 발견한 그는 물을 적셔 뒤집어쓰고는 불길에 휩싸인 감옥 내부로 진입했다.


쭉 이어진 감옥, 형님 먼저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감방을 수색하며 갔지만, 안에 갇혀 생사가 경각에 처한 이들의 애타는 구원의 손길을 못 본 척 지나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한숨과 함께 걸음을 멈추고 굳게 채워진 감옥 자물쇠를 돌로 후려쳤다.


단단한 쇠로 주조된 자물쇠는 십여 번을 내리치고 나서야 겨우 부술 수 있었다.


이구동성, 고맙다는 소리를 연신 터트리며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그들의 감사에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다 깜빡 잊었던 형님 생각에 서둘러 독방을 향해 달려갔지만, 그곳 역시 다른 곳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형님, 어디 있소!"


목청껏 불렀으나 무너져 내리는 건물의 굉음과 목재가 타며 내는 요란한 소리에 그의 목소리는 묻혀 잠겼다.


초조함에 심장박동은 거칠게 요동쳤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은 없고 뜨거운 불길은 혀를 날름대며 펑펑, 도저히 들어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크, 큰일이네! 이··· 이일을 어, 어떻게···.”


발을 동동 구르는 순간 문득 바닥의 흙이 시야에 들었다.


“그래! 흙!”


어떻게든 꺼야겠다는 생각에 손으로 뿌리기도, 막대기로 후려치기도 했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 소용이 없었다.


결국, 제풀에 지쳐 쓰러졌다.


"···형, 형님···. 흐흐흑! 못난 동생이 형님을···."


무기력한 자신을 원망하는 가소운,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불길에 타 오그라드는 것도 모른 채 눈물만 주르륵 흘리며 넋을 놓아 통곡했다.


불은 두 식경도 지나지 않아 타지 않는 쇠창살만을 남겨 놓은 채 모든 것을 태워 없앴다.


투두둑!


무너져 내리는 타버린 목조기둥. 가소운은 그의 검과 물건이 든 봇짐을 꽉 움켜쥐고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내부로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발에 밟혀 으스러지는 타버린 재와 흙덩이들. 가까이 다가갈수록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 내딛는 발의 무게는 천근만근 무거웠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무서운 상상.


콜록! 콜록!


메케한 검은 연기가 눈과 코를 괴롭히며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속이 뒤집힐 듯 터져 나오는 기침, 가래, 눈물, 콧물. 몇 걸음을 내디뎠을까.


시커먼 연기 사이로 시커먼 덩어리가 보였다.


‘저, 정말 죽었단 말인가···.’


부들부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가갔다.


몸을 새우처럼 오그린 채 뼈만 앙상하게 남은 고깃덩이 같은 시신에선 노린내가 짙게 풍기며 타닥타닥 타고 있었다.


“혀 형님!”


눈물이 핑 돌았다.

정신없이 달려간 그는 뜨거운 줄도 모르고 시체에 아직도 붙어있는 불을 손으로 털어 끈 뒤 떨리는 손으로 시체를 뒤집었다.


순간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는 살점. 놀라 간담이 서늘했다.

자신도 모르게 기겁하며 손에 붙은 살점을 털어냈다.


그러나 바로 찾아온 후회, 사람이 이렇게 의리가 없어서야.

얼마 전까지 형님이라 부르며 따랐으면서 죽었다고 징그럽다고 뿌리치다니.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지만 창피했다.


입술을 질끈 깨문 그는 돌려세운 시체의 얼굴을 두 눈 부릅뜨며 보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맺혔는지 망막 가득 모인 흐려진 눈물로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엄지손 두덩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친 가소운, 떨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킨 뒤 그제야 시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에 타 참혹한 몰골의 시체는 누구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연기의 메케한 냄새와 형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범벅되어 눈물이 시커먼 재에 섞여 볼을 타고 흘렀다.


뿌연 시야를 억지로 훔치며 시체의 얼굴과 몸을 자세히 살피는 순간 노린내가 코를 자극, 속이 메슥메슥 울렁댔다.


"으웩!"


아니나 다를까. 먹은 것이 즉시 쏟아져 나왔다.

뒤집힌 속을 간신히 부여잡은 그는 악착같이 일어나 다시 살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에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형님의 키는 6척이 넘는 장신인데 이 시신은 아무리 봐도 5척 반에 불과한 작은 키인데··· 그렇다면···.’


희망의 불씨가 활활 되살아났다. 황급히 시체의 목 부위를 살폈다.


없다, 그의 상징처럼 차고 다니던 깨진 옥패가 보이지 않았다.


옥패는 아무리 뜨거운 불길이라 할지라도 녹지 않는 물건, 그렇다면.


'이 사람은 형님이 아니야, 그럼 형님은 어디에···’


덜컥 소름이 돋은 그는 황급히 주변 전체를 다시 훑었다.

없다.

분명히 없다.

이곳에 시신은 이 한 구밖에 없다.

그렇다면 형님은 이미 탈옥을 하셨던지, 아니면 누군가 구출해 준 것이 분명하다.


형님이 아님을 확인한 순간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려 했다.

그런데 소리는 나오지 않고 뱃속의 내용물이 먼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다.


황급히 입을 틀어막고 감옥을 벗어나 막 나오는 순간 그제야 횃불을 지펴 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감옥을 향해 달려왔다.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라!”

“거기, 총각! 괜찮은가?”


그를 발견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가소운은 얼굴을 가리고 연신 마른기침을 하며 허리를 굽히고 자리를 벗어났다.


일단 형님이 죽지 않은 건 확실한 사실. 괜히 얼쩡거리다 붙들려 범인으로 몰리는 불상사는 면해야겠기에 담장을 돌아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곤 서둘러 담을 넘었다.


담장을 따라 달리며 혹여 있을지 모를 형님 팽욱의 흔적을 쫓아 어두운 밤길을 그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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