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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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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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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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14 장 흑천단과의 악연

DUMMY


"형님, 어두운데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내일부터 찾읍시다.”


"아우, 정신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우리에게 남은 시간 겨우 3개월이야 3개월, 그리고 이놈의 독이란 놈이 언제 발작을 일으킬지 모르잖는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찬 괴불이선 육대수는 관도 길을 성큼성큼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아파서 빌빌거릴 때는 언제고 이제 다 나았다고 흥!'


아우 육대화는 마땅치 않아 투덜대며 뒤를 따랐다.

보름 전 갑자기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형 육대수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어디서 어떻게 당한 것이냐 묻고 또 물었지만, 묵묵부답,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무슨 일인지 한숨만 푹푹 내쉬던 그였다.


이제 겨우 기동할 만 하자 소문주 그놈을 찾자며 어제부터 닦달이다.


몸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닌데도 말이다.

하지만 급한 그놈의 성질을 이길 수 없어 길을 나섰는데 사실 형 육대수 말마따나 이제 남은 시한은 3개월,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다.


행선지가 어디냐 물었지만, 대답 없이 내내 앞만 보며 걷는 형 육대수 때문에 육대화의 속은 부글부글 끓다 못해 바삭바삭 부서졌다.


인가가 끊긴 외곽지역에 다다랐을 즈음. 누군가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감지되었다.


그런데 호흡이 일정하고 몸놀림이 가볍다.

이런 시골구석 그것도 관도 상에서 상승무공을 드러내며 달리다니. 어딜 급히 가야 하던가 아니면 쫓기는 것이 분명했다.


호기심에 안력을 돋워 살폈다.

덩치가 큰 사내인데 매우 빠른 속도다.


"제법···"


무심결에 얼굴을 확인한 육대수는 깜짝 놀랐다.

자신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소문주, 아니 손권 그 녀석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누군가를 끼고 달리는데 오십 여장 거리 뒤에는 십여 명의 무사들이 이어진 끈처럼 추적하고 있었다.


‘흐흐, 호박이 넝쿨째 들어오다니···’


"아우, 뒤에 놈들을 끊어. 소문주는 내가 맡을 테니"


행운, 생각지도 못한 행운에 그의 목소리는 절로 달떴다.


"알겠소.”


육대화는 사라지는 그의 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신형을 돌려 관도의 중앙을 틀어막고 버티어 섰다.


“비켜라!”


무사들은 느닷없이 막아선 까까머리 땡추에 어이가 없었다.


"늙은 땡추! 빨리 꺼지지 못해!"


말과 동시에 눈 없는 검이 먼저 달려들었다.


"늙은 땡추?"


입에 늘 붙어 다니던 아미나불이 꿀꺽 목 울을 타고 넘어갔다.


이런 육시랄 놈들. 누구보다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해온 천하의 괴불이선 육대화를 네놈들이 감히. 전광석화. 그리고 처절한 비명. 고요. 겨우 반 각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다.




* * *




추적을 피해 죽어라 달리던 팽욱은 관도를 걷는 두 명의 땡추를 발견하고 가슴이 철렁했다.


복장이며 키, 아무리 밤이라지만 독특하다 못해 괴팍한 저들을 못 알아볼 그가 아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늙은 땡추가 못 알아보길 기원 또 기원하며 전력을 다해 달렸다.


어? 그런데 그들을 지나치고 한참을 더 갔지만, 쫓아오는 기색이 없다.


그렇다면 못 알아본 것일까?

멀리 산 초입, 눈에 익은 관제묘가 시야에 들어왔다.

걸음을 멈춘 뒤 재빨리 후미를 살폈다. 캄캄한 어둠만이 존재했다.


그제야 터져 나온 안도의 한숨, 이제 가소운이 있는 동굴로 가기만 하면 끝, 이때다.


“억! 노, 노인은?"

"끌끌! 그래 날 피해 도망갈 수 있을 줄, 알았더냐.”


누군가 숲에서 불쑥 나오며 비웃는데 육대수다.

앞뒤 생각할 여유 없이 전력 질주했다.

그러나 시위를 떠난 활처럼 어느새 앞에 멈춰선 땡추. 사사건건 앞길을 막는 육대수가 징그럽도록 미웠던 그는 그녀를 내려놓고 대뜸, 검을 뽑아 찔렀다.


“흥! 같잖은 놈!”


그에 기습에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뀐 육대수는 검이 지척에 이르도록 움직이지 않고 노려봤다.


“늙은 땡추! 받아라!”


심상검법 제1식 기마유연세가 강한 듯 솜털처럼 부드러운 기운을 동반하며 휘감듯 상대의 몸을 타며 뻗자 작은 신형이 자석처럼 빨아 당겨졌다.


순간 팽팽히 부풀어 오르는 회색 장포, 지켜보던 육대수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녀석!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구나!”


말투에 스민 따뜻한 어감, 그도 잊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과 달리 매섭게 날아간 그의 손속은 검과 마주치기 무섭게 풍차처럼 돌아 유(柔)한 기운에 더욱 넓은 유(柔)를 분출하며 마치 물먹은 한지처럼 흐물흐물 검의 기운을 가닥가닥 끊어 무위의 기운으로 흩트렸다.


‘헉! 어떻게 된 거지?’


허탈, 손이 허전했다.

그의 파검은 어느새 손을 떠나 땅바닥에 꽂혀 부르르 떨고 있었다.


"옆의 그 처자는 누구냐?"


일격이 수포로 돌아가자 힘이 빠진 팽욱은 호통치는 그의 목소리에 다급히 그녀를 감싸 보호했다.


“자, 잘 모르는 사람이오!”

"아미나불! 네놈 때문에 겪은 고초를 생각하면 당장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판국에 감히 묻는 말을 씹어?"


화가 치민 육대수는 즉시 투박한 손으로 둘을 잡아챘다.


“어머!”


마치 정지된 듯 움직임을 멈춘 두 사람, 상상을 초월한 빠름에 순간 정신을 잃었다.


날뛰는 소문주를 격장지계로 손쉽게 제압한 육대수는 비웃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리석은 놈! 이놈아! 또 도망칠 생각이냐! 우하하!"


겉과 달리 그의 심장은 놀라움에 요동치고 있었다.


‘방금 초식은 처음 보는 무공이다. 초식의 강맹함을 초기에 감지하고 천신진양류 포박술을 6성으로 긴급 대응하지 않았다면 당한 것은 외려 나였을지 모른다. 구사하는 위력으로 미루어 이 아이의 성취는 2성 수준. 이런 상승무공을 그 정도까지 깨닫다니. 게다가 상처까지 입은 것 같은데···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인가···.'


모골이 송연해졌다.

처음 대한 심상검법과 상처에도 불구 이를 무난히 펼친 녀석에 대한 경계심이 뇌리에서 쉬 지워지지 않았다.


부르르~


떨쳐나간 검이 아직도 흔들리며 웅 하는 검음을 토해냈다.


검식과 한 몸처럼 구사된 검, 전혀 본적 없는 예사롭지 않은 검이다.


훌쩍, 둘을 들쳐 맨 뒤 박힌 검을 뽑았는데 마치 살아 숨 쉬듯 신비한 기운을 품어내는 것이 아닌가.


신병이기다.

말로만 듣던 신병이기가 이것인가보다.

독특한 검의 모양 역시 중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려 본국검과 유사한 형태다.


무게 15근에 길이 5자, 한쪽 면에만 날이 서 있고 검과 도의 장점을 반반 섞어 만든 형상, 형태로 보아 오래된 고검임이 틀림없다.


신병이기에 정신이 팔려 기억에 열중하던 그는 몸을 뒤척이는 둘의 존재를 깨닫고 사람들의 이목도 피할 겸, 근처 관제묘로 이동했다.


덜렁덜렁.


관제묘는 보름 전 일로 문짝이 반쯤 부서져 덜렁댔고 관운 입상 또한 구멍이 숭숭 뚫린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보통 관제묘에는 거지들이 보금자리 삼아 살고 있었으나 관리되지 않은 흉한 모습에 개미 새끼 한 마리 머물지 않았다.


둘을 바닥에 누이던 육대수는 여아의 혈도를 풀어주다 깜짝 놀랐다.


‘응? 이, 이 아이도 무공을 익혔단 말인가, 가만, 이건 천무구음신공(天武九陰神功)!’


놀라움에 얼굴을 봤다.

어디서 본 듯 낯이 익다.

어디서 봤지?

차분히 기억을 되짚던 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오! 맞아!”


‘그래, 서문 늙은이. 닮았어! 서문 공유 그 늙은이에게 외동딸이 하나 있다 했는데 혹시 이 아이가 그 아이?’


천무구음신공은 대대로 천무문 수뇌부 여식에게만 전수되는 무공이므로 어렵지 않게 그와의 관계를 연상해 낼 수 있었다.


그녀를 뚫어지게 보던 육대수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사이 정신을 차린 팽욱은 시시각각 변화는 그의 표정 변화에 불안했다.


"노인장! 제발, 이 혈도 좀 풀어 주시오!”

"뭐? 풀어달라? 또 도망가려고? 속지 않는다 이놈!”


“절대 도망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이 소저, 저와는 아무 관계 없는 사이니 풀어주시고 저하고 이야기하시죠!"


”관계가 없다? 그 말이 더 수상하다 이놈아! 클클! 그런데 어쩌냐. 난 냄새나는 네놈보단 이 아이가 휠 예쁘고 좋으니 말이다!"


누런 이빨을 씩, 드러내며 헤벌쭉 웃는 육대수, 직감으로 이 두 연놈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임을 직감으로 눈치챘다.


어떻게 그 늙은이 딸과 녀석이 연관된 것인지 모르지만 생각대로 늙은이 딸이 맞는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여아의 혈도를 풀었다.

끄으응, 긴 잠에서 깬 듯 부스스 눈을 치켜뜬 소녀, 수정처럼 맑은 눈망울에 순간 마비된 듯 멍하니 바라보던 육대수는 기겁해 소리치는 아이의 비명에 퍼뜩 정신 차렸다.


"까악! 할,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나? 흠흠···”


겸연쩍어 헛기침을 내뱉은 육대수는 정색하며 물었다.


"내 이름은 알 것 없고! 아이야, 네 이름은 어떻게 되느냐?"


무섭게 노려보며 묻는 그의 물음에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빈 듯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은 그녀, 더듬더듬 묻는 말에 답했다.


"소, 소녀의 이름은 서문 영화라 하옵니다.”

"서문 영화? 분명 서문 영화라 했느냐?"

"예!"


가슴이 철렁했다.


"그럼, 네 아비 존함이 서문 공유, 맞느냐?"

"마, 맞긴 맞습니다만 그, 그것을 어떻게···.”


혹시나 했건만 역시나, 기가 막혔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너희들이 어찌 서로···.’


삐걱!


이때 누군가 부서진 문을 밀치고 들어서는데 아우 육대화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여아를 지목하며 소리쳤다.


"형님, 그 아이는 바로 천무문···.”

"아우! 글쎄, 이 연놈이 좋아하다 가출한 모양이야, 괘씸한 것들!”


천무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다급히 아우의 말을 끊는 육대수.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말하려는 순간 대뜸 끊는 형님을 보며 육대화는 이상한 낌새에 멈칫, 입을 닫았다.


"할아버지,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나요? 처음 보는 저희를 보고 왜 연놈이니 뭐니 화를 내시는 거죠?"


가까스로 정신 차린 서문 영화는 곁에 꼼짝 못 하고 누워 있는 장소광을 보고 추적해온 무사들에게 제압당해 끌려왔다는 생각에 임기응변으로 그의 상태도 확인할 겸 도망칠 시간과 방도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에 용기 내어 소리쳤다.


한편 다소곳해 보이던 여아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육대수는 어이가 없었다.


‘이 녀석들이 지금 서로 원수지간이라는 사실, 알기나 하고 이런 건가? 아무리 꼬인 운명이라 할지라도 사귀어도 될 사람이 있고 사귀면 안 될 사람이 있는 것인데 복수해야 할 대상이 서로 좋아한다니··· 허, 참!’


잠자코 있던 팽욱도 참지 못하고 빽 소리쳤다.


"소저, 이 할아버지들은 나를 납치해 고문하던 사람들이야. 결코,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고, 그리고 알지도 못하는 이상한 물건을 내놓으라 매번 윽박질렀어.”

“윽박질러? 누가? 내가?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 찢어진 입이라고 함부로 주둥이를 나불거리네!”


흥분한 육대화가 묵사발 낼 기세로 달려들었다.

육대수는 아우의 불같은 성정과 어이없는 상황에 두고 보려 했으나 잘못해 코 빠뜨리면 안 되겠다 싶어 즉시 말렸다.


"아우, 잠깐만! 잠깐만 참으시게"

"형님! 이놈 말하는 것 듣지 못했소? 말리지 마시오!"


육대화를 막아서던 육대수는 그의 소매와 옷 곳곳에 핏방울이 점점이 묻은 것을 발견하고 아우가 했던 아까의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곤, 뭔가 일이 잘못됐음을 직감하고 물었다.


"뒤따라오던 놈들, 어떻게 됐어?"

"모조리 저승으로 보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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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4 장 흑천단과의 악연 24.09.12 122 9 12쪽
105 13-6 24.09.11 127 8 13쪽
104 13-5 24.09.10 128 9 13쪽
103 13-4 24.09.09 130 8 13쪽
102 13-3 24.09.06 138 9 13쪽
101 13-2 24.09.05 142 10 12쪽
100 13-1 24.09.04 150 9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59 10 12쪽
98 12-6 24.09.02 166 9 17쪽
97 12-5 24.08.30 175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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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12-3 24.08.28 156 8 12쪽
94 12-2 24.08.27 16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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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8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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