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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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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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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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7

DUMMY

그의 명에 수색하던 관병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꼼짝 못 하도록 붙들고는 봇짐을 뒤졌다.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반항할 상황이 아니기에 팽욱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쨍그랑!


“어? 저, 저게 뭐야? 저게 왜 저기에 있지?”


그의 계략대로 우르르 쏟아진 패물들. 패물에 모두의 시선이 모인 이때 놀라 소리친 사람은 봇짐의 주인인 팽욱이었다.


계속 뒤집어 흔드니 또 다른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머니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여비로 사용하라 주셨던 패물들이었다.


‘어머니 패물은 내 것이 맞지만 뜬금없이 나온 저 동경과 오색 패물, 저건 도대체 뭐지?’


영문을 몰라 멀뚱멀뚱 진땀을 빼고 있는 팽욱을 향해 청천벽력 같은 명령이 내려졌다.


"네 이놈! 이것 모두 여인의 것이다! 네놈이 갖고 있을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이실직고해라! 이것들 어디서 훔친 것이냐!"


"이, 이 물건은 정말 모르는 물건이오!"

"물증이 나왔는데도 잡아뗄 생각이냐!"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데 그럼 거짓말이라도 하라는 말이오?”


“이놈, 구제 불능이구나! 여봐라! 이 물건들 모두 압수하고 이놈을 당장 포박하도록 해라!”


우르르 달려든 관병은 군관의 명에 따라 봇짐은 물론 그를 포박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어느 놈의 간계인지 모르지만, 함정도 더러운 함정에 빠졌음을 직감한 그는 즉시 집일함삼장(執一含三掌) 일식 막(幕)을 펼쳐 포박을 위해 달려드는 관병을 일거에 쳐냈다.


퍼퍼퍽!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세 명의 관병이 벌러덩 나가떨어지며 애꿎은 탁자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키만 큰 허약해 보이던 자가 괴이한 무술로 관병 셋을 일거에 물리치자 모두 기겁하며 물러섰다.


"헉! 뭐야, 저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군관, 아까는 찜찜한 의혹이었다면 이젠 확신이다. 즉시 검을 뽑아 짓쳐 들었다.


"이 도둑놈! 어디서 행패를 부리냐! 꼼짝 마라!"

"흥!"


팽욱의 눈에 비친 군관의 검은 허점투성이의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검법.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가 비웃는 사이 어느새 가슴까지 찔러든 검. 가볍게 몸을 틀어 공세를 흘린 그는 검을 벼락같이 움켜쥐고는 말했다.


"보시오! 난, 죽으면 죽었지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그런 파렴치한 인간이 절대 아니외다."


일격은커녕, 검을 잡히자 당황한 군관은 빼내려 용을 썼다. 하지만 요지부동, 꼼짝도 하지 않자 핏발 선 눈을 부릅떴다.


"이놈! 잘못이 없다면서 왜 대들고 검을 막아서는 것이냐?"


어이가 없지만, 눌러 참았다.


"아무리 당신들이 높은 관아 사람들이라지만 앞뒤 정황도 살피지 않고 개인 물건을 압류하고 무조건 체포하려 달려들지 않았소! 게다가 대뜸 검까지 들이대며 위협하는 건 무례한 행동 아니오?"


군관에게 따지는 사이 관병 서넛이 살금살금 다가와 일제히 방망이를 휘두르며 고함쳤다.


“이 호랑 말코 같은 놈! 꼼짝 마라!”

“흥~!”

“그만! 그만, 멈추세요!”


초조한 눈빛으로 지켜보던 황보 유미는 뒤에서 급습하는 관병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정작 놀란 건 팽욱, 이미 대비하고 있었던 터에 생각지 않았던 그녀의 개입이었다.


'호오, 뭐야! 저 소저가 내게···'


철 심장이라고 깐 것일까.

그 와중에 엉뚱한 생각을 하다니.

그에게 있어 관병의 공세는 신경 밖의 일이다.

몽둥이가 몸에 닿기 직전, 검으로 툭 쳐내곤 일제히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자 우당탕! 쿵! 큰 소리와 함께 관병들이 일제히 나가떨어졌다.


‘아, 아니 저 저게 어떻게 된 거지? 저, 저 무지렁이 거지 놈이 무슨 상승무공을 쓴 거야··· 으드득!’


처음 보는 한 수, 예상과 달리 돌아가는 상황에 당황한 그는 즉시 품에서 반자크기의 묵 빛 단도를 꺼내 팽욱의 명치 급소를 노려 흩뿌렸다.


막 마지막 관병의 정강이를 후려치던 팽욱은 무서운 속도로 날아드는 예기를 감지하고 슬쩍 신형을 돌려 피했지만, 강한 내력이 담긴 검의 예봉을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팔뚝이 단도에 쓸리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불에 덴 듯 화끈한 통증. 절로 짧은 신음이 나왔다.


‘응? 저걸 피해!


내력이 담긴 비도가 거지발싸개 같은 놈의 가벼운 동작에 허위로 돌아가자 분기탱천, 크게 노한 당무정이 대뜸 나섰다.


"아녀자 물건이나 훔치는 도둑놈이 그것도 모자라 관병들까지 죽이려 들다니! 꼼짝 말 거라 이놈!"


말을 마침과 동시에 신형을 날려 짓치는 그, 그의 말이 신호가 된 듯 황보천군 또한 팽욱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예기치 못한 급습에 당해 괴로웠던 팽욱은 한꺼번에 달려드는 둘의 권과 장을 가까스로 비껴치며 주춤 물러섰다.


"이 무슨 경우요? 한 사람을 이렇게 많은 수로 핍박할 수 있는 겁니까?"


"흥, 도둑놈이 말도 많구나!"


2대 1, 관병과 군관과는 차원이 다른 고수 둘의 공세가 퍼부어지자 팽욱은 쩔쩔매며 피하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언제 이런 고수들과 겨뤄 본 적이 있었던가.

무시무시했던 위력의 검법은 위기의 상황이 아니면 쓰지 않기로 다짐했기에 보법에 의존한 방어만 할 수 있었다.


"받아라!"

"흥!"


수세에 몰리는 상황은 분명했지만,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다.

세 사람의 치열한 격돌에 객점의 탁자와 의자는 물론 객점 내 각종 기물이 박살 나며 사방에 흩뿌려졌다.


놀란 사람들은 구석으로 피해 탁자를 엄폐물로 삼아 몸을 감췄다.


“저, 저러다 사람 잡겠네···.”

“글쎄 말이야, 그깟 패물 몇 개 때문에 이 무슨 난리야!”


금방 제압될 거라, 생각했던 사내가 맨손으로 관군들을 물리친 것은 물론 무공실력이 꽤 됨직한 두 공자의 공세마저 위태하지만 어렵지 않게 막아내는 모습에 일부 흥미가 동한 사람들은 열세인 그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공세를 퍼붓는 둘이 느낀 놀라움은 경악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이 듣보잡 놈의 무공이 대체 뭐길래 이리 강하단 말인가?'

'대충, 대충 둘러막는 것 같은데··· 빈틈이 보이질 않아!’


사람들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선 당무정과 황보천군, 속에서 천불이 났다.


협소한 공간이고 어쩌다 둘이 협공하는 바람에 면도 안 서는 상황이라 빨리 끝내려고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슬아슬 요리조리 피하는 저자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화가 치미니 짜임새는 없고 소리만 요란할 뿐.

그건 막기에 급급한 팽욱 역시 마찬가지였다.


'행운유수의 묘수로 겨우 피해 내긴 한다만 이 자식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 그깟 패물 하나 갖고 왜 이렇게···'


언 듯 봐도 비슷한 또래, 성질 같아선 본 신 무공을 써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지금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한편 구석으로 피해 이들의 격돌을 바라보는 황보유미, 그녀의 심정은 몹시 착잡했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까 살 떨리는 심정.

누구도 다치지 말라 빌고 또 빌었다.

그 와중에 더욱 경악스러운 사실은 말라깽이 사내의 놀라운 무위, 무가에서 평생을 수련하며 단련한 오빠와 당무정의 막강한 공세를 변변한 무기도 없이 대부분 막아내며 평수를 유지하다니.


두 오빠가 검을 들었다면 결과는 쉽게 판가름 났겠지만, 아무튼 행색과는 180도 전혀 다른 저런 사람이 어디서 나타났을까.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사람 겉만 봐선 모른다더니···.'


한편 팽욱에게 창피를 당한 군관은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쪽도 팔려 틈틈이 만회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동정을 살피던 군관은 한쪽에서 어찌할 바 모르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소운을 발견하곤 반색하며 검을 목에 들이댔다.


“꼼짝 마라!”


주먹을 불끈 쥔 채 초조히 지켜보던 그는 갑자기 와 닿은 차가운 검의 촉감에 기겁하며 피하려 했지만, 파고든 통증에 꼼짝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쉽게 제압에 성공한 군관은 히죽 웃으며 맹렬히 싸우는 팽욱을 향해 소리쳤다.


"이놈!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이놈 목, 붙어있지 못할 것이다. 당장 그 멈추지 못할까!"


치열하게 싸우는 와중에도 아우의 안위가 걱정되어 힐끗힐끗 봤던 그다.


둘의 협공에 잠시 한 눈판 사이 군관 놈이 틈을 노려 협박할 줄이야.


아우의 위급함에 당황했는지 손발이 흐트러진 팽욱, 큰 허점이 노출되고 말았다.


“호(好)! 기회!”


빈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든 두 사람은 동시에 녀석의 풍부혈(風府穴)과 견정혈을 눌러 제압에 성공했다.


눈 깜빡할 사이 벌어진 허무한 패전.

날뛰던 그가 제압되어 꼼짝 못 하자 기세가 등등해진 군관은 즉시 둘을 포박하라 지시했다.


혈도가 제압되고 포박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팽욱을 발로 짓이기며 화풀이하던 군관은 당무정과 황보 천군에게 도움을 줘 고맙다며 포권을 취하더니 구석에 있는 황보 유미를 보며 히죽히죽 생색을 냈다.


"하하, 소저,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강도 놈을 잡았으니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저, 그게 가, 감사합니다만 아직 누가 강···”

“유미야! 놀랐지? 무사히 물건도 찾았으니 우린 그만 가자!”


어느새 다가온 당무정이 그녀의 말을 자르며 가자고 잡아끌었다.


뭐라 말하려다 말문이 막힌 그녀는 꼼짝 못 하고 잡힌 그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때였다.


“저는 죄가 없습니다!”


졸지에 포박되며 강도라는 죄를 뒤집어쓴 팽욱, 혼자라면 이까짓 밧줄, 충분히 끊고 달아날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겐 인질로 잡힌 아우가 있지 않은가.

억울하고 분한 마음 참을 길 없었던 그가 울분에 소리를 질렀다.


"다들 보셨지 않습니까? 내가 여기 들어와 한 짓이라곤 음식과 술 먹고 떨어진 물건을 주워 준 것밖에 없는데 언제 이런 물건들을 훔쳐 챙겼다는 말입니까? 모두 보셨으니 알 것 아닙니까?"


당무정이 나섰다.


"아까 당신이 객점에 들어서 점소이를 밖으로 내동댕이치며 사람들 주의를 산만하게 한 다음 안에 있던 사람들이 구경하기 위해 우르르 나오자 그 틈에 이런 짓을 벌인 것 아니오?"


"뭐? 뭐라고?"


팽욱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맞아! 아까 나도 긴가민가해 말할까 말까 했는데 저 말라깽이가 난동 부리며 사람들 시선을 끌 때 함께 있던 저 작은 자식이 소저 곁을 지나며 패물을 훔치는 거 내 두 눈으로 똑똑이 봤어!”


“그래? 와~ 저런 나쁜 놈들이 있나!”


눈알을 굴리며 묵묵히 한쪽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장한이 불쑥 나서며 팽욱 일행을 도둑으로 몰자 긴가민가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이구동성으로 가소운도 한패라며 성토했다.


‘흐흐, 숟가락만 얻으려 했는데 손 안 대고 코를 푼 이런 상황, 확실한 올가미에 족쇄까지 얻게 되었어. 흐흐···’


그는 이 순간 뛸 듯이 기뻤다.

묶어둘 방법을 고민했는데 해결책이 넝쿨 채 굴러왔으니 말이다.

그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사람들이 일제히 동조하며 범인으로 몬 것은 이 상황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고 싶다는 회피 욕구 때문. 상황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 아우마저 공범으로 몰릴 상황이 되자, 당황한 팽욱은 고민에 잠겼다.


'나야 잡혀들어간다 해도 어떻게든 빠져나올 수 있지만, 무공이 없는 아우가 잡혀간다면 이 물건들하고 뒷일은···.’


절레절레.


"이실직고하겠소! 이 모든 일 모두 나 혼자 한 일이오.”

“오호라, 이놈! 이제야 바른 말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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