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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에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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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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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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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막(23)

DUMMY

창원으로 출장 가는 날 ‘브로’가 제일 신났다.

고층 건물에서 아예 뛰어내릴 폼 이다.

안 실장님께 우리 길드의 다목적 헌터 밴의 운전을 맡기고 ‘브로’와 난 낚시 여행의 스케줄을 짜기에 바빴다.


“브로, 새벽에 배를 타고 고기 잡고 오후에 육지에서 회와 술로 배를 채우고 일찍 자고 또 새벽에 나가서 고기를 잡는 건 낚시가 아냐. 어부지.”

“그럼 어떻게 하는 거야?”

“새벽에 배를 타고 나가서 선상낚시로 대 광어를 잡아 그걸로 회를 만들어 싱싱한 맛을 보고 육지에 돌아와서 매운탕도 해 먹고 술도 마시고 다음 날은 던질 대를 들고 방파제에서 비치 의자에 앉아 원투낚시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고 마지막 날은 손맛의 진수를 만끽하러 새벽에 갯바위 낚시를 가는 거지.”

“정말 많이 잡고 많이 먹고 마실 수 있는 거지?”

“당연히 내 계획은 낚고 즐기고 먹고 마시는 모든 걸 할 수 있는 거야.”

“좋아. 그런데 대 광어가 안 잡히면 어떻게 하지?”

“‘브로’, 걱정하지 마. 어시장에 가면 수천 마리가 우리를 반길 테니.”

“아하, 좋았어. 걱정 없이 즐겨 보자고,”


난 걱정이다. 네가 어떤 사고를 칠지 알 수가 없으니, 네가 재밌으면 그만이지.

파이팅! '브로'. 이때까지는 몰랐다.

내 정신이 붕괴되는 사고를 안 실장과 같이 터트려 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


창원에 있는 청룡 디펜스까지 다섯 시간이 걸린다.

아침 아홉 시에 출발한 우리는 점심을 휴게소에서 해결해야 했다.


“본부장님 어디에서 식사하시겠습니까?”

“‘브로’ 먹고 싶은 거 있어?”

“휴게실 음식이 다 그렇지 뭐, 아무거나 먹자.”

“그래 넌 떡라면이나 먹어라.”


난 폰으로 검색해서 몇 가지의 정보를 입수했다.


“여기는 금강 휴게소니까, 수제 등심 돈가스가 유명하네. 식당 건물 앞에 세워요, 찾아보게.”

“예, 본부장님.”

“나도 돈가스, 돈가스.”

“오늘 저녁에 맛있는 거 먹을 거야. 그러니 조금만 먹자 ‘브로’.”

“알았어. 돈가스.”


우리는 돈가스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음, 주문 디스플레이가 왜 이렇게 어렵지?”

“나와봐 이게 뭐가 어렵다고 돈가스 옆에 더하기 누르고...... 몇 인분?”

“삼 인분 내 거만.”

“나도 삼 인분.”


우리는 안 실장을 쳐다보니 곧바로 답을 했다.


“저는 일 인분이면 됩니다.”

“그럼, 더하기를 하나, 둘, 셋 ......”


우리는 번호표를 한번 보고 음식 배식 출구 위에 있는 디스플레이 한번 보고

다시 번호표를 보고 끊임없이 무한 리플레이 되는 우리를 신기한 듯 안 실장님은 눈을 못 떼고 쳐다보고 있다.“


“‘브로’ 몇 분이나 지났지.”

“응, 일 분 삼십칠 초 지났어.”

“대기 인원도 없는데 조금 늦네.”

“그러게, 우리가 너무 늦게 주문해서 그런가?”

“지금까지 잘 기다렸잖아. 일 분만 더 기다려 보자.”

“그래, 너무 빨리빨리 하는 것도 보기가 안 좋지.”

“나쁜 생활 습관을 우리라도 하지 말자. 얼마나 됐어?”

“지금 삼 분을 넘었어.”

“뭐! 주방에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냐? ‘브로’ 일일구부터 불러, 난 주방으로 가 볼게.”

“접수, 안 실장님 일일구 전화번호 뭐예요?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장난치지 말고, 일일이에 물어보면 되잖아.”


‘브로’와 내가 하는 양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안 실장님이 벌떡 일어나더니 ‘소화기부터 찾아보겠습니다’ 하며 움직이려는데 ‘브로’가 한마디 한다.


“‘안동’ 이건 무효야! 이렇게 쉽게 호응하는 게 어딨어. 분명 딜이 있었지?”

“나의 물오른 헌터 연기에 속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하하하.”

“무효야. 무효라고!”

“패배를 인정해라. ‘브로’ 돈가스 일 인분 합쳐 사 인분이 내 거다.”

“안 실장님 도대체 어떤 세상을 살아오신 겁니까?”


‘그건, 내가 할 말입니다’ 도대체 어떤 세상을 살았길래? 도무지 가늠이 안 되는 보스다.

엉뚱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돈키호테 업그레이드 최신 버전이랄까.

어디에다 장단을 맞추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말도 안 되는 대화를 하는데 보통 사람은 절대 알아들을 수가 없지만 두 사람은 태연히 서로의 말만 한다. 그런데 묘하게 마지막은 서로가 만족한다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는 보스를 만나게 되었지만 내 앞길은 장담을, 못 하겠다.


어차피 모셔야, 될 보스다. 최대한 분위기에 녹아들어 같은 느낌을, 가져보고 싶다.





결국 내게 돈가스 일 인분을 진상하게 된 ‘브로’의 입이 펠리컨의 주둥이를 능가하는 요술을 보여주며 내 돈가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겉바속촉’의 진수를 보여주는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잘 다져진 고기는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하며 바삭하는 소리로 맛을 더한다.


“‘브로’ 여기 돈가스보다 맛있는 게 있어, 진짜야! 그러니 그만 남의 음식을 눈으로 훔쳐 먹지 말고 네 거나 빨리 먹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진짜야? 뭔데 돈가스 보다, 맛있는 거 맞아?”

“늦으면 나만 먹을 거야.”

“알았어. 나 많이 먹을 거야.”

“많이 사 가자. 가는 길이 멀다.”

“콜.”


언제 튀어나왔냐는 듯 정상이 된 주둥이를 열심히 놀리며 돈가스를 접시에서 삭제시키고 있다.

여전히 안 실장님은, 눈은 우리에게, 손과 입은 돈가스를 나르고 씹고 있다.


돈가스가 양이 적어 살짝 아쉽긴 하지만 히든 아이템은 따로 있었다.

소떡소떡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브로’ 놀라지 마. 최고의 별미 소떡소떡이야.”

“이거 맛있어?”

“최고야 내가 보장할게. 소시지와 가래떡의 콜라보레이션이 예술이야.”

“알았어. 가는 길이 멀다, 그지?”

“당연하지. 사장님, 지금 있는 거, 다 포장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단체 여행 가시나 봐요?”

“네, 가는 길이 멀어서요.”

“조금 더 만들어 드릴까요?”

“아뇨 시간이 부족하네요.”

“아! 버스가 떠날 시간인가 보네.”

“네, 빨리 싸주세요.”


우리는 버스가 떠나기 전에 무사히 소떡소떡을 싹 쓸어, 가지고 밴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버스가 어디로 언제 가는지는 몰라도 우리가 먼저 휴게소를 출발했다.


‘브로’가 조용하다.

입은 쉬지 않고 오물거린다.

돈가스 먹은 지 몇 분이 지났다고 저렇게 먹어대는지?!

응! 내 양손에 언제 소떡 브라더스가 들려있는지 알 수가 없다.

벌써 반이나 사라졌다.

소세지의 꼭꼭 씹기는 식감과 떡의 찰진 식감이 합쳐져 떡갈비에 삼겹살을 얹어 먹는 느낌이다.

분명 이 밴, 안에 소떡을 잡아먹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게 분명했다.


소떡 패밀리의 희생으로 우리는 십 분 같은 세 시간을 보낸 뒤 창원 청룡 디펜스 귀빈 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정의 끝이 아니었다.

청룡 디펜스에 있는 귀빈 관에서 짐을 풀고 우린 곧바로 마산 오동동으로 이동했다.


“저녁은 오동동 원조 아구 할매 집에서 아구찜을 먹을 거야. 반대하는 사람은 여기서 물구나무서서 왼발로 코를 잡으면 미더덕찜으로 메뉴를 바꾸도록 하지.”

“난 찬성.”

“저도 동의 합니다.”

“그럼, 만장일치 기념으로 아구찜과 미더덕찜을 동시에 시켜서 먹도록 하자.”

“난 대 찬성.”

“네, 네.”


우린 수많은 가짜 원조 아구 할매들을 헤치고 나아가 진짜 원조 아구 할매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들어간 집이 원조 맞을 거다.

아무도 모른다.

누가 진짜 인지.


“사장님 아구찜 특대 세 개 미더덕찜 특대 두 개, 밥 일곱 공기하고 상추 많이 주세요.”


주문을 받던 종업원이 일행이 더 있냐고 묻길래 먹방 연습한다고 둘러대고 전투 준비에 돌입했다.

구수한 아구냄새와 콩나물의 시원한 냄새가 밥도둑 냄새를 풍기며 콩나물의 사각거리는 식감을 즐기면서 쫄깃거리는 아구도 입맛을 돋운다.


그렇게 창원에서의 첫날이 수월하게 넘어가고 있었다.


다음날 귀빈 관으로 청룡 디펜스의 사장으로 있는 황인규 사장님께서 찾아오셨다.


“환영합니다. 본부장님.”

“반갑습니다. 사장님.”

“본사에서 인사하고서 처음 보는군요. 잘 계셨습니까?”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제 차로 가시죠.”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청룡 디펜스 사무동에 도착하니 서른 명에 가까운 인원이 줄지어 서 있다.

오늘 민방 헌터 훈련하는 날인가? 줄지어 서 있는 것이 몬스터의 침공에 대비한 대피를 훈련 중인 것 같다.


“공장을, 먼저 둘러보시겠습니까?”

“아뇨, 브리핑을 먼저 보고 싶습니다.”

“예, 그럼, 회의실로 안내하겠습니다.”


황 사장님께서 앞장서 ‘팔로우 미’를 외치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뱀이 물 위를 가르는 것처럼 내 뒤로 꼬리를 물고 요동을 치자 살짝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사장님. 꼭 필요한 인원 외에는 업무에 복귀시키시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 뒤에서 따라오던 임원 한 명에게 지시를 내리고 다시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서 중요 임원과 인사를 나누고 실사를 빙자한 정보 수집에 나섰다.

내가 아니고 내 뒤에 서 있는 ‘브로’가 열 일하고 있다.


브리핑 도중 귀가 번쩍, 트이는 단어가 들어왔다.

보너스 득템 찬스가 실사 첫날에 터져 버렸다.

S 등급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A 등급의 아이템이 분명하다.


차세대 파워팩 공동 개발을 이곳 창원 국과연 지부와 추진하고 있다니, 뒤로 자빠져도 S 급 아이템이 생긴다더니. 이런 경우도 생기는구나.

역시 아저씨 말씀을 따르는 게 정답이었다.


‘감사합니다’ 서울에 있을 아저씨께 텔레파시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다음날 연구소에서 상세한 브리핑을 요구하며 지루한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었다.


사무동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투어 하며 임직원의 눈총을 몰아받으면서 기나긴 악수 로드를 걷게 되었다.

이것도 끝이 아니었다. 빨간 머리띠에 투쟁이라는 단어를 돋보이게 둘러맨 투쟁 용사의 위원장과 위원들을 만나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받으면서 차후 강성 귀족 노조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 확고히 다져지는 만남이었다.


청룡에는 ‘강성’ ‘귀족’ ‘투쟁’ 이런 단어를 가진 노조는 없다고 들었는데 감사실에서 나는 눈뜬 호구였던가?


“‘브로’ 청룡 각 계열사의 노조 현황을 알아봐, 특히 여기 디펜스 노조를 확실히 조사 해줘.”

“감사실에 자료 있을 텐데 그것도 요청할까.”

“아니, 비서실 통해서만”

“오케이, 알아들었어. 최대한 빠르게 맞지?”

“그래, 썩은 부위는 그냥 두는 게 아니거든.”

“전설 속 헌터의 망나니 춤사위가 부활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인가.”

“뭔 소리야?”

“네 흉내 한번 내 봤는데 어때?”

“구려, 아주구려.”

“아니거든, 꽤 괜찮았거든.”


이리저리 하다 보니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누누이 말하지만, 시간은 지켜야 한다.

특히, 사선을 넘나드는 요원들은 더더욱 시간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생존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자! 생존을 위해서 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자.


“안 실장님 마산 어시장 해안도로 쪽으로 가요.”

“예, 알겠습니다.”

“오늘 저녁은 회 먹는 거야?”

“‘브로’ 회와 그의 친구들을 먹는 거야.”


우리는 어시장 해안도로 중간지점에 있는 ‘헌터행성’ 횟집으로 들어갔다.

이름이 너무 멋지다.

이름만큼이나 내부 시설이 오성급 호텔 식당에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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