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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전가야
그림/삽화
전가야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13 12:11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77,848
추천수 :
937
글자수 :
573,503

작성
24.05.16 12:10
조회
1,073
추천
21
글자
11쪽

13화. 낚시는 즐거워 1

DUMMY

“안녕, 바트”


“안녕, 존”


“안녕, 바트”


“그만 인사는 됐고, 요즘 너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들리던데 어찌 된 거야. 용왕님이라도 만난 거야, 어신의 은총을 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해”


“용왕님!? 어신의 은총? 아!~ 하하하”


바트의 몇 마디에 무엇 때문인지 내용을 파악한 존은 기분 좋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보였다. 존의 손에는 무언가를 담은 묵직한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여기 볼일 보러 온 거야?”


존은 방금 전 바트의 물음에 그가 원하는 대답보단 오히려 질문을 했다.


“잠시 볼일이 있어서”


“그래, 오래 걸려?”


“음 길어야 한 시간 정도 짧으면 삼십 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해”


“그럼 잘 댔다. 볼일 다 보면 나 사는 대로 올래?”


“알았어, 이따 보자”


“수고해”


“너도”


두 사람은 좀 이따 만나기로 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존과 헤어지고 방앗간에 들어온 바트는 기름 짜는 기계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한 번씩 들려서 보는 거지만 볼 때마다 참 신기했다. 가운데 거대한 물레방아가 돌아가면서 서로 맞물린 태엽 바퀴를 따라 주위에 기름 짜는 기계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순서에 맞춰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군데군데 사람이 관리를 하면 기름이 잘 나오는지 재료가 잘 익고 있는지는 손수 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멍청한 놈아, 몇 번을 말해야 알겠어. 최고에 기름을 빼내려면 시간과 온도를 잘 맞혀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잖아”


톰스씨는 한결같이 날카로운 역정을 내며 직원들을 닦달이 하면서 짜증을 내고 있었다.


소년은 마치 자신이 혼나는 거처럼 느껴지며 인상을 찡그렸다.


- 으.... 저 성질머리만 고치면 참 좋은 분인데


바트는 처음에 톰스 사장님이 그냥 기름만 잘 짜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한 달 동안 가끔 들려 그가 기름을 짜는 것도 보고, 우연히 물건을 구매하러 온 상인들과 거래하는 것을 보니, 그가 기름만 잘 짜는 기름장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기름을 짤 때도 좀 더 많이, 좀 더 좋은 기름을 얻기 위해 수백 번의 실험과 방법을 실험해 보고 결과물은 반드시 자신이 확인을 했다. 또한 거래를 할 때도 상대방이 고개를 흔들 정도로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귀신같은 수완이 있었다.


'하긴 뭐 저렇게까지 하니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에 기름 장인이라고 부르겠지.'


눈앞에 직원들을 달달 볶는 까칠 대마왕을 보며 이제 그러려니 하고 기름 기계를 훑어보다 짐수레에 가지런히 널려 있는 물고기를 보았다. 갓 잡았는지 물고기는 모두 싱싱해 보였다. 어떤 것은 미약한 숨을 쉬며 이 갑갑한 곳을 벗어나고 싶은지 힘없이 지느러미를 퍼덕이며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크기도 모두 자신의 팔뚝 크기 그 이상의 물고기들로 통통하게 살이 올라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왔냐”


“안녕하세요. 사장님”


인사를 하고 바트가 물고기에 눈을 떼지 않자 톰스씨는 물고기를 보며 소년에게 들어 보라는 듯 말을 하였다.


“모든 동물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에 최대한 많은 살을 찌우지. 이때가 지방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시기이고 물고기도 예외는 아니다. 가을 물고기야말로 기름을 짜는데 양도 많고 최고로 질 좋은 생선 기름이 나온다.”


“이게 다 존이 잡아 온 건가요?”


바트의 입에서 존의 이름이 나오자 톰스 사장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꼬마를 바라보았다.


“존을 아냐?”


“네, 가장 친한 친구예요.”


“그렇군, 꽤 괜찮은 친구를 두었구나”


“그렇죠. 헤헤”


톰스 사장이 친구인 존을 칭찬하자 기분이 좋아진 소년은 웃으며 동의했다.


다른 사람이 이 장면을 봤다면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톰스씨 입에서 사람 칭찬이 나오기는 1년에 한 번 들을까 말가 한 얘기였다. 욕이라도 안 먹으면 그나마 잘했다고 인정해주는 그의 독설 때문에 만약 다른 사람이 방금 한 얘기를 들었다면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오늘은 무슨 기름 짜는 거예요?”


화제를 돌리려는 듯 바트가 묻자


“옥수수기름”


“그래요....”


‘돼지기름이 아니네,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오늘이 일정상 돼지기름 짜는 날이라 생각하고 서둘러 온 바트는 짧은 그의 대답에 다른 기름을 짜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기름 짜는 거 보고 갈래?”


톰스 사장이 선심 쓰듯 자신의 기름 짜는 비법을 보여주겠다는 듯 얘기하자, 바트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표정을 감추고 톰스씨의 뒤를 따라갔다.


- 그래 옥수수 찌꺼기라도 어디야


바트는 꿩 대신 닭이란 생각을 했다. 지나가다 파닥거리는 물고기를 힐끗 보며


“바네샤 아줌마 갖다주면 좋아하겠네요”


“바네샤가 생선 좋아하니?”


“네, 바네샤 아줌마뿐만 아니라 그린 누나도 생선을 좋아해요. 저도 한번 같이 먹어봤는데 바네샤 아줌마 생선요리 솜씨는 세상에서 제일 끝내주는 요리에요.”


바트는 그때 먹던 음식이 생각났는지 침을 꼴깍 삼키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바네샤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를 자랑하며 진심을 담아 엄지척을 했다.


두 사람은 바네샤 아줌마의 얘기를 하면서 압착기 쪽에 도달했을 땐 직원들이 솥에서 살짝 볶은 옥수수에서 빼내 옥수수 눈을 압착 통에 부어 넣고 있었다.


톰스씨는 압착기에 들어가는 옥수수 눈들을 바라보며 맘에 안 들거나 생각을 깊어지면 나오는 눈과 이마가 같이 찡그려지는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그런 옥수수들을 보며 말했다.


“옥수수가 포함하고 있는 유분 중 거의 대부분의 유분은 아니 팔 할 이상은 배아에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옥수수유를 생산할 때 먼저 옥수수에서 배아를 분리하고 그 배아에서 기름을 추출해 옥수수유를 만들지”


“그렇군요”


바트는 톰스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맞장구를 쳐주며 대답을 해주었다. 곡물이 들어가자 압착기가 닫치는 것을 바라보았다.


“옥수수 1톤이면 기름이 몇 킬로나 나오는지 아니?”


“음 글쎄요 1톤이면 적어도 300kg는 나오지 않을까요. 양도 많은데”


바트의 말에 톰스씨는 특유의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옥수수 1톤에서 배아가 약 70kg정도 나오는데 이를 가공하면 대략 25kg의 옥수수기름이 나온다.”


“헐~ 그렇게 밖에 안 나와요.”


바트는 진심 놀랐다는 듯 톰스 사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압착기를 바라보며


“다른 기름보다 상온에서 변질이 되지 않아 보존성이 높고 이걸 이용해 요리를 하면 맛의 풍미가 있어 좋긴 한데. 수율이 2.5%밖에 되지 않아 생산성이 없어 보통 취급을 안 하지만 그래도 가격이 비교적 비싼 편이라 오늘처럼 특별한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을 하지”


톰스 사장님 입에서 어려운 말이 나오자, 이해할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옥수수가 들어가 있는 압착기를 바라보았다.


기기기기


쇠끼리 맞물리며 압착기 태엽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옥수수가 들어가 있는 부분을 누르며 조여들어 가기 시작했다.


기기기긱긱킥


조금 더 강하게 조여드는 소리가 들리며 한쪽 배수구에서 맑고 노란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밥들 안 먹었어 좀 더 힘을 써봐, 이게 얼마짜리인데 고작 이정도 밖에 안 나오는 거야”


기름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자, 톰스 사장이 짜증을 내며 직원들을 재촉했다. 직원들도 그의 그런 잔소리가 싫은 듯 한 것 인상을 쓰며, 압착기를 톰스 사장의 얼굴이라 생각하고 이를 꽉 물고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압착기 봉을 밀었다.


보다 못한 톰스 사장은 그들 틈에 껴 압착기 봉을 잡고 밀었다. 바트도 한몫 거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무리에 끼여 압착기 봉의 끝자락을 잡고 같이 있는 힘껏 밀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던가, 두 사람이 가세해서인지 맞물려 있던 태엽이 몇 번 더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압착기는 자신에 몸 안에 있는 기름을 한 방울이라도 더 짜내려는 듯 몸부림을 치며 부르르 떨었다.


“이만하면 됐다. 그만”


더 이상 나올 게 없다고 판단이 선 톰스 사장이 그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서두르지 말고 다같이 뒤로 천천히 한걸음"


"하나"


"하나"


그의 말에 인부들은 봉을 놓지 않고 박자 소리에 맞춰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뒷걸음쳤다. 만약 생각 없이 봉을 놓아버리면 조여져 있는 탄력에 봉은 강하게 밀리게 되어 사람들이 크게 다치기 때문에 인부들은 봉은 탄성이 사라질 때가지 천천히 뒷걸음치며 원위치로 되돌아갔다.


인부들은 압착기 고정 밸브를 빼내고 뚜껑을 제거한 후, 옥수수를 담았던 광목을 조심스럽게 흔들어 빼내었다.


- 정말 정성에 비해 수율이 좋지 않아 쯧쯧


맑고 노란 옥수수유가 채워진 통을 바라보던 톰스는 낮게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이윽고 옥수수 찌꺼기가 모두 꺼내져 바닥에 내려놓아졌다. 한 방울이라도 더 짜내기 위해 톰스씨가 직접 발명한 압착기 덕분에 가운데 부분이 좀 더 나온 철판으로 압착을 더 해 원판 가운데가 조금 더 납작하게 눌러앉은 모양이 되어 단단해 보였다.


그는 옥수수 찌꺼기를 담으며 가장 가득 담긴 포대를 집어 들고 바트에게 다가가 포대를 들이밀며


“존 사는데 알지?”


“네 잘 알죠”


바트의 말이 떨어지자, 그는 옥수수 찌꺼기 포대를 바트에게 건네주었다. 어린아이 몸집만 한 통통한 포대는 크기에 비해 의외로 무거웠는지 소년의 팔이 무게를 잠시 감당 못해 팔이 잠시 내려갔지만 힘을 주어 지탱했다.


“보수는 나중에 돼지 껍데기를 좀 줄 테니 존에게 전해주면 된다. 할 수 있지?”


“당연하죠.”


원하던 듣고 싶은 말이 나오자 기쁨을 감출 수가 없는지 속으로 소리 없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이만하고 마감해야겠다. 그만 가보거라”


“네 감사합니다.”


바트가 인사를 하고 가려 하자


“바트”


톰스 사장은 가고 있는 바트를 불러 세웠다.


“네, 사장님”


“다음주 월요일에 돼지비계가 오니 시간 맞춰 오거라.”


톰스 사장은 소년이 처음부터 오늘 온 목적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듯 스케줄을 알려주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바트는 횡재했다는 표정이 숨겨지지 않는지 싱글벙글 감사 인사를 하며


“다음주 월요일 이맘때쯤 오겠습니다.”


“그래라”


그는 피곤한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짧게 끄덕이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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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이런 날도, 저런 날도 2 +8 24.05.20 1,075 17 9쪽
15 15화. 이런 날도, 저런 날도 1 +10 24.05.18 1,061 16 11쪽
14 14화. 낚시는 즐거워 2 +6 24.05.17 1,060 19 10쪽
» 13화. 낚시는 즐거워 1 +3 24.05.16 1,074 21 11쪽
12 12화. 바트는 두근 두근 2 +5 24.05.15 1,090 22 10쪽
11 11화. 바트는 두근 두근 1 +4 24.05.14 1,147 20 9쪽
10 10화. 동상일몽 +5 24.05.13 1,190 20 10쪽
9 9화. 내 친구 바보 존 3 +4 24.05.12 1,227 23 14쪽
8 8화. 내 친구 바보 존 2 +5 24.05.11 1,268 25 10쪽
7 7화. 내 친구 바보 존 1 +3 24.05.10 1,362 25 9쪽
6 6화. 타이거 상단 2 +6 24.05.09 1,411 30 11쪽
5 5화. 타이거 상단 1 +3 24.05.08 1,484 30 9쪽
4 4화. 내 이름은 바트 3 +3 24.05.08 1,562 31 8쪽
3 3화. 내 이름은 바트 2 +6 24.05.08 1,825 30 9쪽
2 2화. 내 이름은 바트 1 +9 24.05.08 3,139 33 10쪽
1 1화. 이글에 관하여 +4 24.05.08 3,205 4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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