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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전가야
그림/삽화
전가야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13 12:11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77,837
추천수 :
937
글자수 :
573,503

작성
24.05.18 12:08
조회
1,060
추천
16
글자
11쪽

15화. 이런 날도, 저런 날도 1

DUMMY


바트는 존의 그런 행동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몇 발 앞서서 생각하고 남들이 생각하지도 않은 걸 찾아내 실행으로 옮기는 존은 보며 눈앞에 이익만 생각하던 자신의 존재가 초라해지는지 오늘따라 친구인 존의 존재가 커 보였다.


존이 중간 크기와 작은 물고기를 모두 골라내 풀어줬음에도 큰 물고기가 무려 20마리가 넘게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내가 준 포대 주머니 있지, 그거 이리 줘봐”


“이거 말하는 거지”


존의 집에서 준 포대 주머니를 꺼내주자.


존은 포대를 받아 큼지막한 물고기들을 나누며 하나씩 하나씩 담아갔다. 존이 무엇을 하는지 눈치챈 바트는 물고기를 넣고 있는 존에게 다급하게 말을 하며 말렸다.


“그만 넣어 무거워서 다 못 들고 가, 우리 집 어딘지 알지”


“어! 그런가 하하”


그러면서도 손에 쥐고 있던 물고기를 바트에게 줄 포대 주머니에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물고기가 다 분배되자 존은 바트에게 한마디 더 해주었다.


“이런 낚시는 보름에 한 번인데 오늘은 바트 네가 와서 어쩔 수 없이 규칙을 어겼어.”


“어? 왜??”


“생각해 봐, 매번 이렇게 물고기를 잡는다고 해봐 릴리강에 물고기가 남아나겠니”


“아! 그렇구나”


- 그리고 사람들이...


존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끊었다. 존의 눈빛은 방앗간에서 마주쳤을 때의 착잡하면서도 슬픈 눈빛을 하고 있었다. 바트는 무언가 짐작이 같지만 더는 묻지 않고 마음속에 묻어두었다.


“오늘, 네 덕분에 가족들 당분간 몸보신하겠다. 고마워 존”


“아니야, 네가 동기가 되어줘서 이런 결과를 얻게 되었어.”


“엥? 내가 동기?”‘


“하하 그런게 있어, 어두워지면 집에 가기 힘들 거야. 짐도 무거운데 그만 헤어지자”


“응 그래, 오늘 즐거웠어.”


“응, 나도 즐거웠어! 잘 가 친구”


“잘 있어, 친구야”


두 사람은 서로 손을 흔들며 작별했다.


- 아차! 바네샤 아줌마 생선...


바트는 아줌마가 생선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하는 걸 깜빡하고 존에게 말하지 못한 게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다시 가서 말해주고 올까 하다. 포대 자루도 무겁고 어차피 잡은게 많으니, 오늘은 자기가 잡은 물고기 한 마리를 바네샤 아줌마에게 선심 쓰듯 나눠주기로 마음먹고 조금 돌아가야 하지만 가는 길에 아주머니의 방앗간 가게에 잠시 들렀다.


“바네샤 아줌마 계세요~”


방앗간은 바트의 대답을 답해주는 사람 없이 조용했다.


‘흠, 누나랑 같이 어디 가셨나?’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고 대신 손질된 큼지막한 생선 한 마리가 마당에 걸려 있었다.


- 어라!! 생선이 있네!


매달려 있는 큼지막한 생선을 보며 잘 댔다고 생각하고 다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포대에 담긴 물고기는 무거웠지만 집으로 가는 길의 소년의 발걸음만은 가벼웠다.



*****


집에 가는 길은 멀었지만, 포대에 담긴 물고기를 가족들과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무거운 포대자루가 가볍게 느껴지며 너무너무 행복했다.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고기는 고사하고 물고기조차 먹기 힘들어 매일매일 풀만 먹는 동생들과 마르신 어머니에게 포대에 가득 찬 물고기를 보여줄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 이게 다 물고기지 흐흐 당분간 고기 걱정은 없겠다. 끼야호~~~


손질만 하면 몇 주간 몸보신을 해줄 수 있는 귀한 식량을 가져가게 되니 바트는 정말 행복했다.


“여~ 머가 그리 좋아서 싱글벙글 거리며 걸어가는가? 소년”


뒤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부르는거 같은 소리가 나자 즐거웠던 생각이 싹 사라지며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려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지는 태양을 가리며 거대한 몸집의 사내가 서 있었다.


“아스틴 아저씨~”


소년은 사내가 누군지 아는지 한달음에 기쁘게 달려갔다.


“하하 그래 잘 지냈냐?”


“넵, 아저씨 덕분에 좋은 일자리도 얻게 되고 요즘 좋은 일만 생겨서 너무 좋아요.”


“오~ 그래, 그렇다니 아저씨도 기분이 좋구나. 하하하”


바트의 주변에서 코끝을 찡그리게 하는 생선 비린내가 나자, 그는 아이가 들쳐메고 매고 있는 포대 자루를 바라보았다.


“아! 이거요. 헤헤”


바트는 포대자루를 내려놓고 안을 열어 큼지막하게 생긴 물고기 두 마리를 각각 한 손에 집어 보란 듯이 자랑스럽게 힘껏 들어 올렸다.


“읏차, 짜잔~”


“이야~ 월척인데”


아스틴이 감탄하며 물고기를 바라보자, 바트는 뿌듯한 듯 물고기를 자랑하며 어떻게 잡았는지 알려주었다. 소년의 얘기를 듣던 아스틴은 바트가 말한 친구에 조금은 호기심이 생겼다.


“아저씨 이거요”


소년은 들고 있던 물고기를 흔들며 남자에게 들이댔다.


“응? 이거 나 주는 거야?”


“네 오늘은 운이 좋네요. 아저씨도 만나고 그동안 뭐라도 감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아주 나이스 타이밍이네요. 헤헤”


“나이스 타이밍이라 하하 그렇구나. 아저씨가 오늘 기가 막히게 찾아왔구나. 바트가 주는 선물도 받고”


아스틴은 잘 모르겠지만 아니 별거 아니라 생각하겠지만, 소년에게 있어서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먹을 것을 그것도 귀한 고기를 아낌없이 준다는 건 그만큼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좋은 선물을 받았으니”


말과 함께 주머니에서 편지 한 통과 구리동전 2개를 꺼내어 바트에게 건넸다.


“어라!! 동전이 2개네요”


바트는 구리동전 한 개를 심부름으로 선불로 받고 나중에 나머지 한 개 더 주기로 한걸 아스틴이 착각했나 싶어 받은 동전 중 한 개를 그에게 다시 건넸다.


그런 소년의 행동에 아스틴은 기특한지 미소를 지으며


“아니다. 오늘은 2개 맞다. 전에 심부름을 잘해줘서 보너스란다 받거라. 그리고 편지는 저번처럼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네 감사합니다. 히히 오늘 완전 대박 치는 날이네요. 헤헤”


소년은 그에게 받은 편지를 가죽 가방에 동전과 함께 집어넣었다.


“오랜만에 봤는데 더 얘기하고 싶지만, 생선이 상할까 봐....”


“그래, 상하기 전에 손질해야지 어서 가보거라.”


아스틴은 이해한다는 듯 바닥에 놓인 큼지막한 생선 한 마리를 집어 들어 흔들며


“저녁 잘 먹으마”


“네 다음에 또 봐요. 그럼 가볼게요.”


꾸벅 인사를 하곤 바트는 생선 포대를 들고 집으로 걸어갔다. 사내는 멀어져 가는 소년에게


“바트야 날 찾고 싶다면 써니썬 술집으로 찾아오거라.”


“네~ 아저씨~”


바트는 웃으며 대답하곤 서둘러 집으로 달려갔다.


소년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자 갈대 풀숲에서 인기척 소리가 나며 한 명의 사내가 기어 나왔다. 소년 덕분에 급하게 몸을 숨겼던 금빛 머릿결의 장발의 잘생긴 사내는 무릎에 묻은 흙을 탈탈 털어내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저 소년입니까?”


“글쎄다. 크크크”


아스틴은 그런 수하가 재밌는 듯 키득거렸다.


수하의 질문에 그의 그런 행동은 부정도 긍정도 아닌 그런 모습이었다. 모시는 자의 그런 모습에 맘이 상했는지 핀잔을 주려는 듯


“아이들 전쟁놀이도 아니고.... 취향이라도 바뀌신 겁니까?”


“난 다리 셋 달린 짐승들은 관심 없다네”


아스틴은 바트에게 받은 생선을 사내에게 디밀었다.


사내는 마지못해 생선을 꼬리지느러미를 손가락으로 집으며 받아 들곤 생선 비린내에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혀 비린 냄새를 피했다.


“오늘 저녁이다.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되지 타지 않게 잘 구워, 알렉스”


“끙....”


이걸 꼭? 내가? 라는 듯 진짜 하기 싫은 표정을 대놓고 드러내자,


그 또한 보란 듯이 매우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본좌는 오늘 저녁 식사가 매우 기대가 크네”


“............”



*****


동이 떠오르며 새벽 햇살이 창문 사이로 들어와 집에 있는 이들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밤새 달콤한 잠을 들게 한 어둠을 몰아내고 집안을 밝게 비춰 주며 누군가를 깨우고 있었다.


하아~~~


바트는 아침 햇살의 방문에 잠이 깨어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입이 찢어지도록 하품을 하곤 찌뿌둥한지 몸을 이리저리 흔들다 부르르 떨며 잠들어 있던 몸을 깨웠다.


일어나 목이 마른지 갈증 난 목을 만지며 물을 찾아 터벅터벅 걸음을 부엌 쪽으로 옮겼다. 벽난로 아궁이 옆에는 몇 주 전 손질한 생선들이 훈제가 잘되어 갈색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훈제 냄새 때문인지 부엌이 생선 냄새로 가득 채워져 있자 냄새를 환기 시키기 위해 문과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곤 불쏘시개로 다 탄 나무 장작을 들쑤셔 애기 불씨가 살아 있는지 확인을 하였다.


밤새 타고 남은 잿빛 숯 사이 가장자리에 가녀린 숨을 쉬듯 희미하게 붉은 애기 불이 숨을 쉬고 있는 걸 확인하곤 양동이에 담겨있는 마른 풀을 애기 불씨 위에 조심스럽게 덮어주며 생명의 숨결을 후~~ 하고 불어 넣어 애기 불을 깨워주자.


숨결에 흔들리던 애기 불은 소년에게 응답하듯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애기 불이 살아나자 건초와 잔가지를 더 집어넣어 주고 양동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소년이 밖에 나오자 가을 새벽의 시원한 바람이 밀려와 소년의 주변을 맴돌다 가을의 그 차가운 아침 기운이 아이의 숨결을 타고 몸속으로 들어와 아이의 남아있던 잠을 깨워주었다.


바트는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기분이 좋았지만, 곧 다가올 겨울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 겨울 준비를 슬슬 해야겠네....


소년은 양손에 양동이를 들고 멀리 있는 개울가로 걸어갔다. 개울가 빨래터에 다다른 그는 몇 명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이 미끄러지지 않게 합심해서 주변의 돌덩이들을 모아 대충 만들어놓은 돌계단 아래로 내려가 주변보다 비교적 깊게 파내어 만들어진 물웅덩이에 양동이를 푹 담가 물을 담았다.


- 우물을 하나 파든지 해야지....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겨울엔 추위를 견디며 꽁꽁 얼어붙은 웅덩이를 깨야 할 때는 정말 고역이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물 파는게 어디 그리 쉬운가, 장정 몇 명이 며칠을 달라붙어야 가능한 일을 어린 바트와 동생들이 어떻게 그 어려운 작업을 하겠는가 또 우물이라는게 한번 파서 나오면 참 좋으련만 10번에 한번 샘이 당첨될까 말까 하는 희박한 확률이었다.


소년은 그럴싸한 생각만 하면서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고 무거워진 양동이들의 묵직한 무게를 느끼며 현실에 대한 푸념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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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이런 날도, 저런 날도 4 +4 24.05.22 960 16 15쪽
17 17화. 이런 날도, 저런 날도 3 +10 24.05.21 1,013 16 14쪽
16 16화. 이런 날도, 저런 날도 2 +8 24.05.20 1,075 17 9쪽
» 15화. 이런 날도, 저런 날도 1 +10 24.05.18 1,061 16 11쪽
14 14화. 낚시는 즐거워 2 +6 24.05.17 1,060 19 10쪽
13 13화. 낚시는 즐거워 1 +3 24.05.16 1,073 21 11쪽
12 12화. 바트는 두근 두근 2 +5 24.05.15 1,090 22 10쪽
11 11화. 바트는 두근 두근 1 +4 24.05.14 1,147 20 9쪽
10 10화. 동상일몽 +5 24.05.13 1,190 20 10쪽
9 9화. 내 친구 바보 존 3 +4 24.05.12 1,227 23 14쪽
8 8화. 내 친구 바보 존 2 +5 24.05.11 1,268 25 10쪽
7 7화. 내 친구 바보 존 1 +3 24.05.10 1,362 25 9쪽
6 6화. 타이거 상단 2 +6 24.05.09 1,410 30 11쪽
5 5화. 타이거 상단 1 +3 24.05.08 1,484 30 9쪽
4 4화. 내 이름은 바트 3 +3 24.05.08 1,562 31 8쪽
3 3화. 내 이름은 바트 2 +6 24.05.08 1,825 30 9쪽
2 2화. 내 이름은 바트 1 +9 24.05.08 3,139 33 10쪽
1 1화. 이글에 관하여 +4 24.05.08 3,204 4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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