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씹어먹는 괴물 육상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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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정하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3
최근연재일 :
2024.06.15 08:3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2,025
추천수 :
522
글자수 :
281,222

작성
24.05.21 08:30
조회
462
추천
10
글자
15쪽

EP2. 떡잎부터 다르다.

DUMMY

이윤경은 제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흠.’


여전히 당황스럽긴 했지만, 언젠간 한 번쯤은 있을 일이라 여겼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그렇게 껄끄러운 만남도 아닐 것이다.


아들의 같은 반 친구 학부모를 만나는 게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고, 심지어 자기처럼 뛰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 있다고 한길에게 두어 번 들은 적도 있었기에.


다만, 아들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이 딱히 좋은 얘기는 아니었단 게 지금 이곳에 당도하기까지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였다.


-응? 그 전학생 친구가 같이 육상부도 한다고? 좋겠네?

-안 친해, 사실 걔 이상하거든.

-용제나 딴 친구들도 같이 운동하면 좋겠다 할 땐 언제고? 전학생, 오승탁인가? 걔는 어떤데?


일순 튀어나온 아들의 비틀어진 미소와 짙은 한숨이 아직도 선명했다.


-계륵이야, 계륵.

-아들, 너 그런 단어도 아니?


간간이 책을 잡고 있던 한길의 모습이 떠올라 내심 흐뭇한 이윤경이었다.


-버리기엔 아깝고, 취하기엔 나랑 안 맞아.

-뭐 구체적으로 어떻길래?

-구체적으로? 싸가지 없는 원숭이 닮았어.


이윤경은 곧장 날랜 손으로 무례한 한길의 등을 후렸다.

한길이 끄악! 비명을 내지른 게 1시간쯤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딸랑딸랑-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한 여자가 여유롭게 손을 흔든다.


순간 이윤경의 뇌리엔 한길이 내뱉은 파격적인 단어가 스쳤다.


‘······원숭이?’


“오호호홍 오셨어요? 오승탁 엄마예요~”



* * *



보통 사람을 파악할 때는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기 마련이다.


부단한 고뇌 끝에 이윤경도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 승탁이가 정말 애는 착한데 친구 사귀는 게 좀 서툴러서 고민이에요~ 그래도 길이란 친구가 있다지 뭐예요?!”


학창 시절의 절반을 넘어 대부분을 트랙에서 보내 온 그녀로선, 만날 사람은 늘 정해져 있었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코치와 감독, 그리고 여느 날과 똑같이 땀을 흘릴 선수단 동료들이 전부였다.


“근데, 길이란 친구도 원래부터 육상부를 했다더라고요~? 매일 훈련할 친구가 같은 반인 것도 너무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호호홍~”


하여, 이윤경 인생에선 새로운 인물이란 건 없었다.

이미 아는 이들과 연을 이어 나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새로이 만난 사람들이 풍기는 기류는 이윤경에게 더욱 ‘날 것’으로 느껴졌고, 상대방이 자신에게 베푸는 대우의 진의를 알기 전까지는 말수를 줄이는 걸 택하게 되었다.


그게 지난날들이 빚어낸 이윤경의 본질이었고, 나름의 진중한 의사소통 방식이었다.


“아니, 제가~ 그날 운동회 보러 학교도 갔었거든요? 길이가 어찌나 날래고 빠르던지!! 인사는 또 얼마나 잘하게요? 어떻게 아이를 그렇게 완벽하게 키우셨어요? 너무 부러워요!”


20분째.

오승탁 엄마 홀로 이야기를 이어 간다.


이윤경은 이쯤에서 결론에 도달했다.


‘당신이 날 부른 진짜 이유’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입꼬리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저 미소가 가식이란 점은 덤이었다.


이윤경이 홍차를 천천히 들이켰다. 내내 얘기하던 오승탁 엄마도 기회다 싶어 커피를 홀짝였다.


“네, 말씀처럼 길이와 함께 뛸 친구가 있으니 참 다행이네요. 이번 운동회 때 둘이 팀워크가 괜찮았다고 하시니 저도 마음이 놓이고요.”


“아니 근데~ 그래서 궁금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제게요? 아니면, 길이한테?”


“어쩌면~ 둘 모두?”


이윤경이 흠칫했다.


적당한 때다 싶어 오승탁 엄마의 말이 길어졌다. 그리고 일순 안광이 확연히 달라진 걸 알아차린 이윤경 또한 이것이 핵심임을 조용히 인지했다.


“대체 달리기는 어떻게 가르치신 거예요? 제가 뭐 체육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보는 눈은 있거든요~ 호호홍. 한길이는 달리는 것만 봐도 폼이 아예 다르잖아요. 분명 어머님께서 뭔가 더 지원해 주는 게 있으실 것 같아서요~ 솔직히 욕심도 좀 나고, 같이 육상부에서 으쌰으쌰하면 보기도 좋을 것 같구 그래서~”


“딱히 없죠, 전 길이 달리는 걸 쳐다도 보지 않아서요.”


오승탁 엄마도 역시 ‘딱히 없다’란 정도는 겸양의 자세로 봐줄 수 있었지만 ‘쳐다도 보지 않는다’는 강렬한 워딩에는 잠깐 주춤했다.


“예?! 아니~ 굳이 숨길 필요까진 없으셔요, 부모가 자식 달리는 걸 안 볼 리가 없잖아요~ 홍홍.”


이젠 슬슬 귀를 간질이다 못해, 거슬리게 되는 오승탁 엄마의 웃음소리였다.


“전 정말 길이한테 딱히 해 준 게 없어요. 아, 하나 있긴 하네요. 생각해 보니?”


“오, 뭔데요?! 어떤 학원 다녀요? 아닌가, 혹시 무슨 클래스라도 끊어 놓으셨어요? 식단이나 자기 전 스트레칭은? 잠은 얼마나 자요? 아니다, 설마 길이 요가도 해요?! 다리 뻗는 게 엄청 유연하던데!”


딱히 이윤경이 막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승탁 엄마 혼자 제풀에 막혔던 질문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그 기색에 질려, 이윤경은 또 한숨을 삼켰다.


“아뇨.”


“자, 잠깐만요~!”


이미 오승탁 엄마는 메모장마저 켜서 받아 적을 기세다.


이윤경은 헛기침 한번과 함께 싱긋 웃어 보였다.


“허락했어요.”


“······네?”


“전 그냥 달리기를 허락했어요. 그뿐이에요.”


“예?!!”





EP2. 떡잎부터 다르다.





이순신 장군님.

당신이 옳았습니다.


저 또한 배가 네 척밖에 없었지만, 적을 쳐부수기엔 모자람 없었습니다.


힘만 센 유민준, 까불까불 김용제, 운동장에 얼굴을 처박은 부랄탁을 데리고도 전 이겼습니다.


“후훗.”


교실이 시장통을 방불케 할 만큼 소란스럽다.

하나, 요즘은 그 기류의 양상이 다르긴 했다.


교실 문을 천천히 열었다.


드르륵-


“이야, 위대하신 한길님 오셨네!”


반 아이 중 누군가 날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존칭은 기분 좋았다.

왜냐면, 내 머릿속만큼은 어른이니까.


그래, 존대해라. 이왕 할 거면 쭉 해라.

원래 이게 맞다.


“어, 형이야.”


“우오오오옷!!”

“인사 박겠습니다, 행님!!”


이깟 초등학교에서 ‘권세’라는 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 권세가 시작된 건 내 두 다리.

내 위명은 옆 반을 넘어 학년을 오갈 정도로 자자해졌고, 날 따르는 불편한 추종자들은 덤이었다.


“우어어어, 한길님! 왜 걸으십니까!! 뛰십쇼!”


“복도에서 뛰면 안 돼, 이것들아.”


“아앗- 기, 기적을 한 번 더 보여 주십쇼!”


가히 기적이었다.

목 놓아 응원을 외쳐 댔던 아이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음에도 믿지 못할 만큼의 기적.


몇몇 추종자의 모친들이 찍은 캠코더와 핸드폰엔 나의 역전승이 고스란히 담겼고, 아이들은 그걸 교실에서 반복해 틀며 이미 증명을 마친 메시아에게 또 다른 기적을 요구했다.


“이 정도면 4학년이 6학년 먹었다는 게 증명됐다!!”


“저 거리를 어떻게 역전하지?!”


“한길님! 3초 안에 운동장을 돌아 주십쇼!”


“어, 나중에 보여 줄게.”


화장실, 복도와 급식실은 물론.

5, 6학년 교실까지 소문이 퍼졌다.

마치 방에 스며드는 아침햇살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그래서 간혹 당혹스러운 일들도 감내해야 했다.


“여기가 2반이야?”

“맞네, 여기 한길이 누구야?”


도전자들이 생겼다.

나름 달린다고 자신하는 남정네들이 종종 내 앞에 섰다.


“야, 네가 그렇게 빠르다며?! 함 붙자.”


“움?”


내가 뛰었을까? 아니.


남자들 사이엔 무언의 질서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선이 있고 계급이 있다.


우릴 아우르는 타이틀은 ‘달리기’. 그 안에 카스트제도처럼 촘촘하게 급이 나누어졌다.


윗대가리를 칠 거면, 순서란 게 있다.


밑에서부터 검증을 받고 올라서야 한다.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

애초에 승부의 세계에선 ‘실력’이 나이고, 평가의 지표다.


난 브라만이다.

마땅히 브라만에게 당도하려면, 그 밑의 크샤트리아라도 밟고 와야지.


“어허! 한길 이전에 날 밟고 가야 합니다!”


“진짜로 밟아 줘?!”


“말이 그렇다는 거고! 날 이겨야 합니다!”


“아, 뭔 개소리야 비켜!”


“기어이 피를 보겠단 말이군?!”


그리고 용제 선에서 정리된 녀석이 지금껏 둘이었다. 용제를 밟고 올라선 놈들은 진짜 광기 오승탁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고, 거기서 정리된 녀석이 또 둘이었다.


오승탁을 이긴 녀석은 5학년 중 한 놈이 있긴 했었는데, 당연히.


“졌다······.”


압도적인 실력 차 앞에서 또 한 명의 새파란 도전자가 돌아선다.


잡초처럼 일어서는 도전자의 향연이 계속될 줄만 알았지만, 더는 그러지 못했다.


그런 꿈나무들의 도전 속에서.


펄럭-

‘이홍섭 호’가 본격적인 항해를 선언했다.


선장, 이홍섭.

선원은 고작 둘인 허접한 조각배가 운동장에 닻을 내렸다.



* * *



더럽게 화창하다.

태양은 이제 그만 꺼져 줬으면 좋겠다.


“씨바아아알!!”


“야, 야! 오승탁! 누가 욕하래!”


“하, 하······.”


오승탁은 오늘도 제 기분을 여과 없이 세상에 쏟아 냈다.


예정된 경기를 향해 우린 몇 날 며칠을 또 훈련했다.


해가 떴으면 날이 좋다고 운동장에서, 비가 오면 체육관을 빌려 썼다. 다만, 체육관은 운동장보다 그 너비나 길이가 원체 짧았다.

같은 거리를 뛰어도 두 배는 더 뛴 것 같단 피해의식이 우릴 지배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실제 경기가 있을 오전엔 스트레칭에만 잠깐 할애할 뿐, 처음 자세부터 마지막 자세 하나하나까지 파고들었다. 이땐 트로트나 부르고 앉았던 이홍섭이 아니었다.


“자세! 호흡! 하나라도 엉키면 그게 1초 2초 차이야!”


오후엔 그저 맨땅에 저항성 운동이었다.


난 전생부터 지금까지 이게 가장 싫었다.


왜냐? 폼이 안 사니까.

그뿐이다.


제대로 된 바통도 없어서 매번 체육부 창고를 뒤적거렸던 이홍섭이다.

하지만 어디에서 구했는지 이런 가증스러운 저항 밴드를 들고 와 우리 몸통에 차례로 칭칭 감았다. 그리고 또 달렸다.


축구 골대에 감고 달리려니 그게 움직이겠는가.

그냥 악만 써지지.


움직이지 않는 골대는 우리 둘을 강하게 잡아 두었고, 오승탁과 나는 쌍두마차처럼 양 갈래로 달렸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홍섭 이 사람은 그걸 즐기는 것 같았다.


만 10세, 악에 받쳤지만 결코 나아갈 수는 없는 나와 오승탁을 매번 저렇게 흡족하게 쳐다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절하게 내지르는 비명에 흥분하는 변태란 생각마저 들게 하는 눈이었다.


“흐흐흐, 더! 더!”


‘좌승탁 우한길’


하교하는 와중에 우리 모습을 안쓰러이 지켜본 아이들이 하사한 별칭이다.


당연히 달리는 시늉만 계속될 뿐, 달릴 순 없었다.

달리려고 애쓴 만큼 무한한 저항이 우리 몸을 역방향으로 짓눌렀다.


“출발!!”


파바바박-!!


“우어어어!!”

“으아아악!!”


“더 가려고 해봐! 장난 말고!”


‘당신 이게 장난으로 보이오?’


그래서 오승탁은 자그마한 목소리로 또 욕했다.


“이 좆같은 세상!!”


“승탁! 팔치기 똑바로 해!”


“후, 후아악!!”


“무릎 더 높게 쳐들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빼 보라고!”


“이익!!”


타다닷-


“그렇지!!”


다시금 달렸을 땐, 이미 현저히 달라진 날 발견한 뒤였다. 아침마다 웃통을 벗고 거울 앞에 선 나는 더욱 조밀하게 자리 잡힌 상체근육과 굵직하게 걸린 종아리, 허벅지를 발견했다.

나머지는 시간에 날 맡기면 된다.


키는 예정대로 커질 거고, 꾸준한 웨이트와 함께라면 체격 또한 걱정할 건 없다.


몸은 가벼웠고, 출력되는 힘은 거셌다.


“나날이 좋아진다, 한길. 12초79.”


불과 두 달 사이에 0.2초 이상을 줄였다.


엔간히 달려본 이들은 안다. 0.1초도 아닌 0.01초의 기록도 줄이기 어려운 게 이 바닥이다. 괜히 부정 출발 기준을 스타팅 블록에서 발을 뗀 지 0.1초로 한 것이 아닐 터.


이 정도면 이 작은 체구에서 토해 낼 스퍼트는 모두 토해 낸 거다.


“오! 오승탁. 잘 뛰네, 역시. 13초04. 너 마지막에 다리 풀리는 거만 손보면 더 줄일 수 있겠다.”


“하.”


“둘 다 추진력이 첫 번째 앞발에 쏠리게끔. 그래야 쾅하고 가속이 붙어, 강하게 내리찍을 때 오히려 힘이 더 실려.”


“네.”


그렇게 그날이 그날 같고, 낮의 길이가 더욱이 길어질 때쯤.


대회 날이 되었다.



* * *



‘윽, 시발······.’


난 그닥 욕을 잘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입 밖으로는 더더욱 그랬고, 머릿속으로도 이런 상스러운 단어를 떠올릴 일은 좀처럼 없었다. 난 결코 오염되지 않은 사람이었단 걸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 살려 줘.’


그런 내가 경기장에 다다를 때까지 시발을 벌써 수십 번은 되뇌었다.


“자, 도착했다!”


이홍섭 차는 두 번 다시 타기 싫다.

얻어 타는 입장에서 할 소린 아니지만 정말로 다시 타긴 힘들 것 같다.


오래된 연식이라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덜덜거리거나, 코너를 꺾을 때 조수석 차문이 열릴 것만 같은 차 상태는 둘째 치고.


냄새.


차 안에서 줄담배를 얼마나 펴 댔으면, 온 시트와 천장이 누렇게 변색됐을까.

그 특유의 진한 비린내가 강렬하게 배여 있었다.


침이나 땀으로 보이는 타액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굳어 손톱으로도 긁어내기 힘들 정도가 된 자국들까지 더없이 완벽했다.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세상 향긋한 냄새만 마음껏 맡아도 모자랄 내 어린 후각은 그 저릿한 쩐내에 맥을 추리지 못했다.


“우어어······.”

“왜 그러냐, 길아. 너무 빨리 달렸나? 멀미했냐, 설마?”


빠르고 자시고 간에. 냄새요, 냄새.

이젠 인중마저 오염됐는지 들이쉬는 들숨마다 역하다.


“허, 헙.”


오승탁이 승자다.


엄마차 타고 나중에 출발하겠다던 그 녀석이 부러울 지경이다.


숨을 게워 내는 내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다 뒤늦게 증상을 파악한 이홍섭이었다.


이홍섭은 괜히 머쓱하고 미안했는지, 작은 이온 음료 한 통을 건네며 화제를 전환했다.


“허허······ 자, 늦진 않았으니까 화장실 먼저 다녀올래?”


그렇게 주차장을 벗어나 커다란 종합경기장 앞에 다다랐다.


수많은 인파가 모여든 곳 위엔 대문짝만하게 플래카드가 쭉 늘어져 있었고.


-제40회 교육감기 초‧중학교 학년별 육상경기 대회

-스포츠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늘어진 그 현수막 밑으로 선수들이 삼삼오오 들어섰다.


나는 말없이 현수막의 글귀만 바라봤다.

이홍섭이 고글을 이마까지 올리며 피식 웃었다.


“뭘 그리 멍하니 보냐.”


“그냥 뭐, 감회가 새롭네요.”


난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뭔가 두 번째 집을 방문한 것 같은 기시감마저 든다.


묘하게 설렌다.

절대 오만함과 우위에 뻗친 감정 따위가 아니었다.


그렇게, 그 네 글자를 곱씹었다.


‘꿈나무들.’


꿈나무라······.


꿈이 열리는 나무겠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며 무럭무럭 자라나길 소망하는 그런 예쁘고 아기자기한 단어.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흐릿해져만 가던 그 단어가 지금은 나마저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 웃기게도 나도 꿈나무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조리 겪은 꿈나무 말이다.


“길아, 경험 삼아 한 번 나간다 생각해. 부담은 갖지 말고. 알겠지?”


“네,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아요.”


앞으로 있을 내 대회는 안타깝지만, 더는 꿈나무들이 설 자리가 없을 거다.


이번 생엔 더는 양보하지 않고, 혼자 독식할 테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위에 위까지 올라갈 테다.


“그럼, 들어갈까?”


“네.”


꿈나무들아, 미안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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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5.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1 24.06.11 318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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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P5.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24.06.04 355 9 14쪽
30 EP4. 이홍섭호, 날개를 달다. 24.06.03 337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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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3. 꿈나무들아, 미안하다. 24.05.23 431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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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P2. 떡잎부터 다르다. 24.05.20 457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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