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씹어먹는 괴물 육상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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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정하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3
최근연재일 :
2024.06.15 08:3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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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7
추천수 :
522
글자수 :
2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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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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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EP6. 전국에서 가장 빠른 초딩.

DUMMY

당연히 사전에 약속된 방송 촬영이었겠지만, 구체적인 사정을 모르는 뭇 아이들 눈엔 이건 ‘급습’ 그 자체였다.


이 평화로운 초등학교를 급습한 무리의 수장은 PD, 백영호.


백영호와의 지난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만난 지 고작 하루 만에 고기와 회를 곁들이며, 소주잔을 가운데에 두고 화기애애한 저녁을 보냈다는 정도?


그 시간만큼의 백영호의 첫인상을 말하라면,

그저 ‘말실수가 간혹 있지만, 심성은 착한’ 어른이라 말하리라.


근데.

사람은 역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좀 더 만나봐야 안다고.


인제 보니, 나는 예천에서의 인간, 백영호를 잘못 파악한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엄마와 함께 백영호를 만난 그 카페에서 적어도 ‘어떠한 그림으로 날 그리려고 하는 거냐’라고 거듭 물어봤어야 했다.


그날 제대로 캐묻지 않은 죄를 오늘 달게 받는 걸까?


백영호는 ‘또라이’였다.


시청률에 단단히 미친 그런.



“전국에서 가장 빠른 초등학생, 한길 군일까요??”


“한국에 우사인 볼트가 태어났다는 게 사실인가요?!?!”


“본인이 보기에도 우사인 볼트처럼 세계 1등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나요?!”


“다음 상대로 지목하라면, 누가 한길 군의 적수가 될까요?!”



아무래도 오늘을 잘 보내야.

남은 내 초등학교 생활이 평온하리라······.





EP6. 전국에서 가장 빠른 초딩.





우선 담임, 김서현이 정상 작동을 멈췄다.


교실에 보란 듯 총 세 대의 카메라가 설치되니 더더욱 그녀의 행동반경은 좁아졌으며, 이따금 내뱉는 말도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 사랑과 배려가 가득한- 우리 6학년 1반 친구들-?”


오우야.

우리 엄마 다음으로 무서운 저 여자의 입에서 ‘러블리’한 단어가 나오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어수선한 교실 분위기를 쭉 둘러봤다.


최대한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 내 자리를 제외하고서 교실 구석마다 스태프들이 한 명씩 위치해 있다고는 하지만, 존재만으로 이미 방해가 되긴 마찬가지.


스태프 몇 명과 홍유빈 눈나 그리고 백영호가 여기 있는 이유는 단 하나.


트랙이 아닌, ‘초등학교 교실에서의 한길’은 어떨까?

고작 이거 하나 따려고 여기까지 들어온 것일 터.


이미 다른 개그맨 아저씨들은 교감과 이홍섭 인터뷰를 따러 가겠다며 뿔뿔이 흩어진 뒤였다.


“자- 늘 우리가- 하던 대로 교과서를 펴볼까요? 으음~ 오늘은 무엇을 배워볼까-?”


오늘 1교시는 당연지사 어제 청소를 째고서 축구하러 나간 아이들을 향한 처단식이 이뤄져야 했었지만, 김서현은 잠정적으로 뛰어넘은 모습이다.


떨리는 눈썹을 주체하며 웃음을 유지하려는 담임이었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땅히 수업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차마 교실 면학 분위기가 김서현의 의도대로 흘러주질 않았다.


“꺄아아아악!”

“우오오오옥-!”


실로 아이들 입에선 익룡의 울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그야, 우리의 홍유빈 눈나가 교실 뒤쪽에 서 있으니까.

그것도 내 옆자리에.


홍유빈은 심지어 내 자리 옆에 쭈그려 앉아, 내가 펼친 교과서, 내가 필기하는 노트, 수업에 임하는 내 표정, 내 사물함, 주변 내 친구들까지의 분위기까지 모조리 담으려는 듯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은 듯한 눈빛이었다.


잠깐씩 움직일 때마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그녀의 산뜻한 향수향이 내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심술이 제대로 나버린 용제가 도화선에 다시 불을 지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수업 시간이다.


“유빈 누나!! 저 싸인해 주세요!! 에? 아뇨- 지금, 지금 해주세요! 나중에 해준다면서 금방 가버릴 수도 있잖아요!! 어른들 거짓말 엄청 하잖아요!”


용제가 쏘아 올린 ‘지금 당장 싸인해줘’ 공은 커다란 파도가 되어-


“저도요, 저도요!! 길이한테만 있지 말고 저한테도 와주세요!!”

“프리티원 다음 앨범은 언제 나와요?!”


“진짜 진짜 당근 마켓에 안 팔게요! 그니까 저도 싸인 한 번만!”

“이거. 맛있는데. 드실. 래요? 누운나?”


교실은 아수라장의 연속이었다.


“자- 여어러분?”


몇 번이고 인내의 칼을 갈았던 김서현이었지만, 역시 평소대로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글거리는 그녀의 눈빛에서 무언의 살기가 느껴진 건 그때부터였다.

그 시선은 줄곧 용제를 향해 있었다.


“오늘 교실에- 처음 보는 어른들이 많은데요- 그만큼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죠- 우리 용제 제대로 앉아주겠니? 호호. 용제야 들려? 싸인이 네 사인(死因)이 되기 전에 그만하자, 우리? 아무튼 미술 시간에만 잠깐 들어오시는 거니깐- 평소대로 수업하면 될 듯해요?”


감각적으로 서늘함을 느낀 아이들은 그제야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하지만, 정작 용제는 좀처럼 알아듣질 못했다.


“평소대로요?! 근데 선생님은 평소처럼 말씀을 안 하시는데요?”


그야말로 참혹한 현장.


겁을 상실한 나머지, 다가올 미래는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용제의 언사는 실시간으로 유언이 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서현은 애써 신음을 삼키고 수업을 속행했다.


-10년 뒤, 자기 모습을 상상하여 그리기.


“지금은 13살인 여러분이- 앞으로 10년 후! 어떤 멋진 어른으로 자라날지 상상하여- 그려봅시다-”


그나마 아이들이 작품에 집중하며 말수가 줄어들 수 있는 미술 수업을 택한 김서현이었다.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계획대로 흐르지만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쉬는 시간에 터졌다.



* * *



미술 시간이 끝난 직후,

쉬는 시간.


담임, 김서현은 자리를 잠깐 비웠으니 교실의 진짜 민낯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다.


“자기 작품 하나씩 들어볼까요?”


홍유빈이 담임 선생님이라도 된 듯 우리에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또 카메라 앞에 섰다.


아이들이 각자 자기 작품을 하나씩 들고 서 있다.


뭐 나도 부족한 실력이지만, 열심히 그린 작품 하나를 집어 들었다.


누가 봐도 못 그린 내 그림을, 홍유빈은 마치 어린 천재 화가라도 만난 듯이 칭찬으로 포장했다.


“우와아~ 한길 군! 진짜 너무 잘 그렸네요~ 이건 무슨 그림일까요?”


“예? 이게 잘 그렸다고요?!”


“호호······ 네, 네. 그림 설명해줄 수 있어요?”


비록 졸라맨에 불과하긴 하지만, 나름 태극 마크도 그려져 있고, 옆 레인엔 흑인, 백인 선수들이 죽 늘어져 있지 않은가.


딱 봐도, 육상 국가 대표 돼서 달리는 그림인데.

굳이 그걸 묻네.


눈썹을 씰룩이며 뒤를 돌아보니, 백영호는 얼른 대답부터 해달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흐음, 그냥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런 단거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 정도면, 원하는 모범답안 아니겠나.

다시금 백영호를 향해 돌아보니, 뭐 나름 만족한 듯 미소 짓는다.


하나, 묘하게 뭔가 조금 자극적인 맛이 부족하다는 것처럼 아쉬움도 묻어나 있었다.


홍유빈은 그 옆의 친구들을 보며 다시 화사하게 웃음을 흘렸다.


“이야, 우리 친구들 각자 꿈이 참 다양하네요~ 한길 군 옆엔 이렇게 당차고 예쁜 친구들이 많아서 좋겠어요~”


“하하, 예, 뭐.”


내 시큰둥한 반응으론 부족했는지, 홍유빈이 아주 열성이다.


“학교생활은 좀 어때요? 너무 행복할 것 같은데?”


학교생활? 행복?

몰라서 하는 소리.


하나, 방송에 도움 되는 말만 해줘야지, 암.


“흐음······ 늘 똑같아요, 수업 듣고 훈련하고, 훈련하고 수업 듣고. 조금 쳇바퀴 같지만, 그래도 교실에서 있는 순간도 나쁘지만은 않아요.”


내가 지금 촬영에 협조하지 않는 건 아니다.


막상 이렇게 카메라 앞에 서니, 생각만큼 말이 조리 있게 나오지는 않았다.

단지 그뿐이었다.


최대한 방해가 될 만한 말들은 걸러내고, 침착하게 내 심중을 건넸다.


하지만, 그닥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을까.

굴하지 않은 홍유빈은 거듭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다-


“친구들~ 우리 한길 친구가 금메달 따오니 어때요? 여러분? 자랑스럽죠?”


그 말을 들은, 내 주변 친구들의 얼굴이 한차례 멈칫한다.


얘들아, 이거 방송이니까 제발 예쁘게만 말해.

-라고 나조차 눈으로 애타게 빌었다.


당연지사 ‘제 친구가 금메달리스트라니 놀라워요!’ ‘우리 반 친구가 신기록을 세운 게 자랑스러워요!’ ‘전 한길이 제 친구라고 말하고 다녀요!’ 식의 말을 기대했으리라.


“호, 호······ 여러분, 자랑스럽죠오오? 왜 아무도 말이 없지?”


미안해요, 유빈 눈나.

여기가 그렇게 동화처럼 예쁜 곳만은 아닌걸요.


그때.


“그건 당연한 거죠!”


이젠 더는 협객이 아닌, 난봉꾼 용제였다.


“으음, 당연하다뇨?”


“밥 먹었으면 양치하죠? 똥 싸고 휴지로 닦죠? 그런 거랑 똑같죠, 금메달은!!”


“네에? 그래도 한길 군이 엄청 노력한 건데······.”


“에이, 무슨 그런 소리십니까 누님! 우리 길이는 지금 은메달 아니면 여길 못 들어옵니다, 아예 기본 조건이에요! 금메달 아니면 메달이 아니란 말씀!”


그 말은,

나의 능력을 높게 산 것도 어쩌면 맞겠지만.


그 옆의 오승탁을 전혀 개의치 않은 무례한 언사기도 했다.


당연히 그 말은, 오승탁의 심기를 대차게 흔들었고.


오승탁은 일그러진 얼굴로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야, 이 씨발. 금메달 아니면 메달이 아냐?!”


“으억! 깜짝아! 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라!”


“김용제, 이 새끼야 넌 메달 근처라도 가봤냐? 뭣도 없는 새끼가 하여튼 혀는 길어 가지고.”


홍유빈은 경악했다.

실로 놀라 자빠졌다.


거품만 물지 않았지, 오가는 아이들의 폭언에 입술이 바짝 말랐다.


이 녀석들, 초등학교 6학년 아닌가.

왜 이렇게 말을-


“네 얘기가 아니잖아, 부랄탁! 너는 동메달도 잘한 거지만, 길이한테는 아니거든? 한길은 금메달만 따야 해! 무려 11초대니까!”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 너네 엄마는 너 낳고 목메달이다.”


“이 새끼가, 또 그 소리네!! 더 이상의 패드립은 못 봐준다!”


“뭐 한 대 치던가, 달리기도 느린 새끼가!”


“드루와, 드루와!!”


그렇게,

홍유빈과 나의 눈물 나는 중재에도 아이들은 순식간에 엉겨 붙었고.


용제와 오승탁은 서로 합을 주고받으며, 이미 옆구리와 가슴팍을 두어 대씩 가격한 뒤였다.


가엾은 내 미술작품이 땅에 떨어져 아이들의 발에 짓이기며 차였고, 허우적거리는 용제의 주먹이 내 안면을 실수로 강타할 때.


찰나였지만, 나는 봤다.

확실히 봤다!


검은 스태프 무리가 아이들 싸움을 그래도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며, 한둘씩 개입하려 했지만 그걸 막아서는 PD, 백영호를.


주체하지 못하는 웃음을 머금고 있는 백영호를!


“에이, 피디님 그래도 얘네 진짜 싸우는 거 같은데-”


“안 돼. 지금 딱 좋아.”


“예, 예?! 딱 좋다뇨, 지금 한길 친구 얻어맞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더 좋아, 이제 좀 원하는 그림 나오네.”


백영호가 시큰하게 웃으며 팔짱을 꼈다.


“한길이를 둘러싼 아이들의 시선도 재밌고, 동메달 친구의 폭주하는 경쟁심도 재밌네. 그걸 말리는 한길이 그림도 괜찮고.”


“예?! 아무리 그래도······.”


“그냥저냥 금메달리스트 우리 한길 우쭈쭈가 재밌겠냐, 네 눈엔?!”


급기야 홍유빈은 절규하듯 울부짖었다.

자신이 기대했던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오로지 정글의 법칙.

심기를 건드린 자에 대한 응당 무자비한 처벌만 난무했다.


“얘들아아!! 누나가 미안해 누나가!! 싸인해 줄게! 싸아인!!”


“아뇨오! 저 부랄탁은 예의범절부터가 글러 처먹었-!!”


“시발! 넌 오늘 뒈졌어, 나한테!!”


백영호는 그런 오승탁을 아주 감격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마치 이런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믿고 있었다는 것처럼.


그렇게 넷이서 엉겨 붙은 그림은 곧 여섯, 일곱이 되었고.


뒤늦게 화장실을 다녀온 담임, 김서현의 우악스러운 포효에도 아이들은 이성을 좀처럼 되찾지 못했으며.


오직 평온한 카메라와 스태프만이 그 순간을 묵묵히 담고 있었다.



* * *



10분 전.

교무실.


교감, 전인범의 생각과는 방송 촬영이란 게 많이도 달랐다.


촬영이란 것이, 좋은 장면이 나올 때까지 강태공의 마음으로 앉아 기다려줄 줄만 알았는데 인제 보니 전혀 아니었다.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그 그림을 따야만 하는데, 전인범은 지금 NG만 벌써 네 차례였다.


개그맨 남자 한 명이 인심 좋은 웃음을 겨우 유지했다.


“하하, 예예. 교감 선생님······. 솔직히 이건 부담가질 정도의 장면이 아니라서요. 어차피 저희는 한길 군의 학교 생활과 육상부 훈련이 더 중요해서, 말씀만 간략히- 네네.”


전인범은 오늘 교육청 출장인 교장만 내심 탓할 뿐이었다.


하나, 서너 명의 스태프가 하염없이 자신을 기다리니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다.


활짝 웃었다.


마음만 그랬다.

얼굴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수없이 교단에 서고, 제자들 앞에 숱하게 섰을 그였음에도 이렇듯 방송용 카메라가 일시에 불일 켜지니 마른침만 삼키긴 마찬가지.

하여, 목이 멘 채로 어젯밤까지 준비한 대사를 읊어댔다.


흡사 로봇처럼 말이다.


“예-, 예-. 배려와 소통으로 미래를 여는. 행복한 학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꿈나무들 친구들이. 우리 학교엔. 참 많답니다. 이런 학교에 있는 저로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따름입니다-, 저는 육상부를 참 사랑해서. 물심양면 지원하려고 참. 하하.”


“흐음······, 예 고생하셨네요, 교감 선생님.”


진행자가 나직이 이마를 짚었다.


두어 번 더 기회를 주어도, 이 이상으론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오질 않을 것 같아 진작에 기대를 접은 것도 맞았다.


전인범은 뒤늦게 눈치를 채고, 차라리 이 방송의 주인공에 대한 자신의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덮어야겠다고 판단했다.


하여, 호탕하게 웃으며 교무실 문을 열었다.


“하하하! 이것 참 저도 방송이 처음인지라! 차라리 같이 이제 6학년 교실로 올라가시죠! 지금쯤이면 한길 교실도 쉬는 시간일 겁니다! 제, 제가 길이랑 그래도 좀 친하거든요!”


“아, 그 그림도 나쁘진 않겠네요. 교감 선생님이 한길 군에게 이것저것 물어봐 주는 그림도요.”


“예예! 아무렴요, 제가 우리 길이 아침마다 뛰는 것도 매번 지켜본답니다, 고기도 가끔 사주고!”


“우선 말씀대로 올라가시죠.”


전인범은 한 층씩 계단을 올라설 때마다, 무슨 말을 건네야 할까 되짚었다.


우선 교실에 있는 한길을 묵묵히 바라봐주는 교감 선생님.

잘 지내는지 확인하며 흐뭇해하는 교감 선생님.


한길이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면, 반갑게 손인사를 건네는 교감 선생님.

길이 칭찬과 함께 반 친구들도 열렬한 응원을 한 차례 더 유도하는 교감 선생님.


대충 콘티를 짜듯, 머릿속을 정리한 전인범이었다.


‘딱 좋네, 가자.’


그렇게 다다른 교실 앞 복도엔 스태프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어이쿠, 여기가 우리 자랑스러운 한길 군이 수업을 듣는 교실이랍니다, 하하. 우리 한길 군이 달리기도 1등이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1등! 공부도 1등이란 점도 아셨나요?”


“······.”


옆의 진행자는 교감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이에, 전인범은 더욱 혀를 놀려댔다.


“아이고, 모르셨군요! 한길 군이 참 팔방미인입니다, 이런 인재가 우리 학교 학생이라니 교육자로서 이보다 더 뿌듯한 순간이 또 없지요오!”


“······아, 교감 선생님?”


“예예, 쉬는 시간이라 이제 들어가 보시면은-”


전인범은 너스레웃음을 터뜨리며 교실 앞문을 열었다.


그렇게.

평화롭기 그지없는 현장을 마주했다.



“저 새끼 팔 잡아! 내가 오늘은 안 봐준다, 부랄탁!!”


“까는 소리 하네, 씨이발!”


“말려, 절대 말려어어엇!!”


“얘들아아아! 제발 싸인해줄게에에!!”


“피디님!! 왜 웃고만 있어요오!”



교실 그 누구도 전인범이 여기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전인범은 눈웃음을 유지한 채 묵묵히 다시 교실 문을 닫았다.


“이게 다, 크는 과정 아니겠습니까. 하하.”


“······.”



* * *



적당히 교실 안에서 뽑을 그림을 다 뽑았는지 그다음 타겟은,


육상부였다.


근데.


역시, 백영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네?! 피디님, 제가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제대로 들었어, 길아, 하하.”



“코끼리 코 10바퀴 돌고, 뛰라고요??!”


“모래주머니 차고 중학생 형들이랑 뛰라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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