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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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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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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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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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DUMMY





‘‘그래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사이 불화 소문에 대한 너의 생각은 결론적으로 뭔데, 인마?’’


최웅이 내게 물었다.


‘‘그러니까 저의 생각은, 현 총리님과 대통령 비서실장님이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건 권력의 속성이자 숙명이라는 정원택 선생님이나 김여중 선생님 생각과는 달리,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는 거죠.’‘’

‘‘그 다른 이유가 뭔데?’’

‘‘그 다른 이유란 다름 아닌 ... 정책 차이죠.’’

‘‘정책 차이?’’


나의 말에 좌중은 일순 김빠진 기색이었다.

최웅이 계속 질문을 던져댔다.


‘‘구체적으로 무슨 정책 차이?’’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당면과제가 뭐죠? 저출산 문제죠? 대통령님도 그에 대한 해법을 강구하라고 계속 다그치고 계시고요. 비서실장 총리 두 분 역시 그 점에 있어서 꽤나 고민을 하고 계시죠. 그런데 한 분은 예산을 최대한 끌어서 해결해야 한다는 쪽이고 다른 한 분은 그런 식의 해법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며 교육과 부동산 문제 등 애를 낳아 기를 수 있게 기본 환경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바로 그 의견 차이가 지금 두 분의 갈등의 근본요인인 셈이죠’’


나의 주장에 최웅과 한소라가 차례차례 한 마디씩 내뱉었다.


‘‘정말이야, 강소장? 그러니까 두 양반은 권력욕 때문에 사이가 안 좋은 게 전혀 아니고?’’

‘‘어머! 그럼, 장성동이나 안청래 의원 경우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네요.’’


내가 고개를 멋들어지게 두어 번 끄덕인 후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두 분은 진심으로 국가 미래를 걱정하며 지금 대립하고 계신 겁니다. 아니, 대립이라는 표현은 이 경우 사실 좀 과도한 측면이 있죠. 생산적 논쟁이라고 하는 게 보다 적확한 표현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이런 갈등 관계는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권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푸하하하하.


갑자기 한 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돌아보니,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이현호였다.


역시나 사람 안 변한다.

방금 전까지 애써 내게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이더만,

그냥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서 잠시 코스프레했던 것뿐이었다.


‘‘이보세요, 강소장님.’’


이현호가 입가에 상대방을 잔뜩 깔보는 듯한 미소를 띠우며 입을 열었다.

정녕 이전 모습으로 그가 돌아왔다.


‘‘뭐, 뭐요?’’

‘‘요즘 좀 맞추시기에 나름 공부 좀 열심히 하신 줄 알았는데 역시나 시네요, 푸훗.’’

‘‘그건 또 뭔 소리?’’

‘‘지금 총리실과 비서실장실 권력 다툼은 정원택 선생님, 김여중 선생님 말씀이 백 프로 맞아요. 빼박 헤게모니 다툼이라고요.’’

‘‘무슨 근거로 ......’’

‘‘근거요? 푸훗!’’


이현호가 다시 또 나를 향해 웃어댔다.

최웅이나 한소라를 향해 웃을 때와 표정이나 소리가 확연하게 차이 나는 웃음이었다.


‘‘근거는, 입장 변경이죠.’’

‘‘입장 변경이요?’’

‘‘예, 현 비서실장님이 교수 시절에 이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한 말은 지금 총리님의 해법과 똑같아요. 지원금으로 해결하는 건 재정만 낭비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회 구조와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사교육에 이렇게 미친 듯이 돈을 쏟아 붓는 나라가 정상이냐, 이러면서요. 그 인터뷰가 불과 2,3년 전 인터뷰인데 불과 그 사이에 이렇게 백팔십도 반대로 정책 선회를 한다? 그게 무슨 의미겠어요, 하하하.’’


이번에는 이현호가 나 대신 엠씨인 최웅과 한소라를 향해 웃었다.

다시 한 번 확인하건대, 나를 향할 때의 그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과 현격한 차이가 있어 보이는 호쾌한 웃음이다.


‘‘음, 대구야! 이건 내가 객관적으로 봐도 너의 완벽한 패배다. 이현호 기자, 괜히 이기자가 아니네. 이기자가 이겼어!’’

‘‘저도 이기자님 말씀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데요. 그러니까 라이벌 관계인 총리가 이쪽 길을 택하니까 비서실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위해 저쪽 길을 택한 거다, 그 말씀인 거죠, 이기자님?’’


최웅과 한소라가 번갈아 가며 이현호 편을 들어주었다.

최웅이야 뭐 그러려니 하지만, 한소라의 등 돌림은 뼈아팠다.

실지 그녀는 등을 조금 돌려 앉으면서 방금 전까지 내게 보여줬던 자기 가슴골마저 감춰버렸다.


‘‘더 결정적인 증거가 하나 더 있죠.’’

‘‘그게 뭔데?’’


마치 승기를 굳히겠다는 표정으로 이현호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대통령실 내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이 서로 아귀가 잘 맞았잖아요.’’

‘‘비서실장과 총리, 말고 정책실장?’’

‘‘예, 정책실장이요. 애초 비서실장 정책실장, 두 분이 절친한 선후배 관계로 심지어 비서실장이 정책실장 처음 천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서로 의견을 달리해요. 정책실장 의견이 총리실 쪽 의견과 더 가까워요. 그게 뭔 의미겠어요?’’

‘‘그러니까 비서실장이 평소에는 절친한 후배인 정책실장과 서로 의견 조율 잘 하고 그래왔는데, 이 문제 가지고는 총리와 미래 권력 다툼을 해야 하니 그와도 다른 소리를 내고 있는 거다 뭐 이런 말인 거네?’’

‘‘빙고! 역시나 우리 최엠씨님 요약정리 능력이란 타의 추종을 불허하네요, 하하하하.’’

‘‘과찬의 말씀까지는 아닙니다, 하하하하.’’


이현호와 최웅이 서로 하트 시그널을 보내는 등 지랄하고 자빠졌다.

중간에서 한소라는 브로맨스 드라마를 보고 있는 시청자 표정을 짓고 있고.

나만 또 왕따 분위기다.


‘‘어이, 강소장! 뭐 카운터펀치 날릴 거 없어? 그냥 이대로 수건 던지고 말 거야?’’


그나마 최웅이 나에게 심폐소생술을 해주기 위해 또 말을 걸어왔다.


‘‘이기자님 말씀이 아주 일리가 없는 건 아니기는 하지만 ......’’

‘‘응, 그렇기는 하지만?’’

‘‘저는 비서실장님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아울러 총리님도 마찬가지고요. 두 분 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마음에 진심으로 정책 대결을 하는 거라고 저는 여전히 믿고 싶습니다. 두 분이 개인 권력욕 때문에 부딪히는 거라는 세간의 평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표정을 물끄러미 잠시 바라보던 최웅이 최후의 멘트를 남겼다.


‘‘너, 지금 무슨 1960년대 반공영화 찍고 있냐?’’



+++



- 어째, 강대구 요즘 좀 치는가 싶더만 오늘 이현호한테 제대로 능욕당하네 ㅉㅉ

- 원래 걔 포지션이 그거인데 뭐. 원래 자리로 돌아온 거지

- 그러게. 지잡 출신이 어디 감히 서울대한테 ㅋㅋ

- 갓현호가 그동안 좀 봐준 거지. 애초 스펙에서부터 겜이 되냐.

- 사실 요즘 맞추는 것도 대부분 논리는 빈약했음. 마치 무당이 점보는 식으로 우연처럼 맞아 들어가고 있었던 것뿐이지.

- 중구난방도 오래 못 갈 거 같은데. 첫 회에서 요행으로 하나 터졌다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존재감 제로였잖아

- 오늘처럼 방송하면 중구난방 뿐 아니라 시사팩폭쇼에서도 퇴출 시켜야지. 뭐야 이게. 논리도 없고 재미도 없고 진짜 막판에 최웅 말대로 반공영화 대사인줄 ㅉㅉ

- 그러게. 그나마 그 새끼 유일 장점이 드립력인데 괜히 공중파 입성하더니 재미진 캐릭터까지 상실된 것 같던데.



그날 시사팩폭쇼 방송에 대한 네티즌들 반응은 대충 이러했다.

하지만 이튿날, 나는 모처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누구신지 ......’’

‘‘아! 예. 저는 총리실 공보실 유영식 사무관이라고 합니다.’’

‘‘예에? 그런데 어쩐 일로 ......’’

‘‘아! 다름이 아니라요. 강소장님께서 어제 인터넷 방송에서 저희 총리님에 대해서 아주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요.’’

‘‘아! 예. 그, 그랬었죠. 그. 그런데 ......’’

‘‘총리님한테 결재 받을 게 있어서 올라갔다가 지나가는 말처럼 말씀드렸더니 그런 분한테는 감사 인사 꼭 전하라고 해서요. 그래서 전화 드렸습니다.’’

‘‘아이고야!’’

‘‘사실 요즘 대통령실 비서실 쪽과 불화설이 너무 뻥튀기해서 저희도 되게 힘들거든요. 그런데 이런 영향력 있는 시사평론가 분이 저희에 대해서 이렇게 좋게 이야기해주시니 당연히 감사 인사 드려야죠.’’

‘‘아이고. 제가 무슨 영향력 있는 시사평론가라고 ......’’

‘‘강소장님, 중구난방에도 이번 주부터 나오시지 않으신가요? 최고 인기 시사프로인데.’’

‘‘그건 어떻게 운 좋게 ......’’

‘‘총리님을 비롯해서 저희 총리실 사람들 전부 중구난방 애청자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총리님에 대해서 좋은 말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요. 바쁘실 텐데, 그럼 이만 ......’’


총리실 인사와 얼떨떨한 전화통화를 마친 지 불과 한 시간 후.

다른 곳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강소장님, 저 기억하시죠?’’

‘‘아! 예. 어쩐 일이세요, 교수님? 제게 전화를 다 주시고.’’


이번 통화 상대는 모 대학 교수이자 시사평론도 하고 있는 윤교수이다.

인터넷 방송 중에 가끔 스쳐가듯 지나가며 인사를 나누었고, 평론가 모임에서도 서너 번 함께 한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근데 딱히 따로 길게 사담을 나눈 적은 없는 사이였다.

전화통화도 이번이 처음이다.


‘‘강소장님 전화번호 알아내는 데 엄청 고생했네요, 하하하.’’

‘‘예, 그런데 어쩐 일로?’’

‘‘아! 다름이 아니라 누가 뭘 좀 부탁을 해서.’’

‘‘누가요?’’

‘‘내 선배 한 분이 대통령실 비서실에 있거든.’’

‘‘예에?’’

‘‘근데 어제 인터넷 방송에서 강소장이 한 말씀 전해 듣고 실장님이 너무 감동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어어!’’

‘‘근데 뭐 딱히 비서실 쪽에 강소장님이랑 인맥이 다들 없다고 해서. 그래서 나보고 연 닿으면 대신 말 좀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나도 강소장님이랑 지나가며 인사만 하는 처지라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서도, 하하하.’’

‘‘오 마이 갓!’’

‘‘아무튼 비서실장님이 해 주신 말씀 너무 감사하다고. 앞으로도 좋은 말씀 많이 기대하겠다고 하시네요. 참! 그리고 우리도 친하게 지내요. 조만간에 모임에서 뵈요. 하하하.’’


이제 와 솔직하게 밝히지만,

중구난방 녹화 중 마지막 메인 이슈 총리와 비서실장 간의 알력 다툼 주제가 거론되었을 때 내 눈앞에 나타났던 프롬프터 속 내용은,

정원택과 김어중, 그리고 이현호 시각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러니까 총리와 비서실장, 두 사람이 내심 차기 대권을 노리고 서로 경쟁하느라 현재 갈등과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는 프롬프터 내용을 고스란히 읽어나가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거짓말했다.


왜냐고?

왜기는.

상대가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이잖아.

힘이 엄청 센 사람들이잖아.


또한 정원택과 김어중이랑 의견이 같으니 겹치는 이야기 하면 재미가 없잖아.

스토리 진전도 더 이상 안 되고.

그래서 중구난방 녹화 때 입을 다물었던 거고, 시사팩폭쇼에서는 구라를 친 거지.


그리고 그 결과는?

비록 이현호한테는 망신 같지 않은 망신은 좀 당했지만

이렇게 힘 있는 총리실과 비서실로부터 친히 감사 전화를 받게 된 거지.


현호야!

진짜 정치란 이런 거야, 새꺄.

푸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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