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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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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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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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DUMMY





이번에는 최웅의 반응과 채팅창 반응이 사뭇 달랐다.



- 저 새끼 웬일로 오늘 설득력이 있네

- 지 전문 분야 아니라서 그런 것 같은데 ㅋ

- 나도 항상 왕년의 선수들 과거 미화 의심스러웠어.

- 그러게. 전부 구단 반대 아니면 스카우터 경험 부족과 미숙한 일처리 등등.

- 이호수 스위스 리그에서 잘 하긴 했지만 무슨 분데리스가 최상위권 팀에서 오퍼가 와. 팀 내에서도 공격 포인트 잘 해야 서너 번째였는데.

- ㄴ 분데스리가. 분데리스가는 뭐 분데를 리스하는 거리인가요? ㅋ



배바지 아재도 채팅창을 슬쩍 훔쳐보고 난 모양이었다.

자신의 지인인 이호수 감독에게 폐를 끼치게 되니 본격적으로 쉴드에 나서기 시작한다.


‘‘강소장 원래도 많이 경솔한 사람인 거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단호하게 강렬하게 경솔하시네. 당시 이호수가 뛰던 스위스 구단이 어떤 구단인지 알아요? 문제의 그 독일 구단과 거의 위성구단 급으로 친밀한 관계였어요. 그래서 그 스위스 구단에서 좀만 포텐이 있다 싶은 선수들은 그 독일 구단이 막 데려갔다고.’’

‘‘아이고, 배바지 아재, 그러니 거꾸로 이런 식으로 구라 까기 쉬운 거죠.’’

‘‘뭐, 뭐라고?’’

‘‘제가 동요 하나 불러드릴까요? 왜 이렇게 아직도 동심의 세계에서 순진무구 천진난만한 나날들만 계속 보내고 계신 거요, 배바지 아재?’’


배바지 아재가 정말 화가 난 듯 얼굴이 상기되어 갔다.

평상시 항상 만면에 사람 좋은 미소를 띠우고 넉살과 능청 떨기 좋아하는 그의 성품 상 보기 드문 장면임에 틀림없었다.

나한테도 항상 친근감 넘치게 말을 건네 오던 그였건만,

그래서 속으로 많이 미안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눈앞에 프롬프터에서 그렇다는데.


‘‘좋아, 좋아, 정 그러면 내가 지금 바로 이감독한테 직접 전화 한 번 때려볼게. 강소장! 당신 자신 있어?’’


배바지 아재가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흔들어보였다.

중간에서 최웅과 한소라, 그리고 제작진은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이걸로 오늘 충분히 분량도 뽑고 썸네일도 땄다고 생각하고들 있었다.


‘‘야! 대구야. 그냥 수건 던지자. 너 싸움 졸라 못하잖아. 상대가 운동선수 출신이야. 아무리 투기 종목 아니더라도 국가대표까지 한 분이신데 너 길 가다 만나서 발차기 한 대면 완전 나가 떨어져.’’


예상대로 최웅이 살살 약을 올리기 시작한다.


‘‘예, 어디 한 번 붙어보죠. 저도 머리 한 번 터지고 나니까 인생무상 더 이상 잃을 게 없네요. ’’


내가 쇄도우 복싱 제스츄어까지 선보이며 대답했다.

예상대로 다들 박장대소를 했다.

심지어 방금 전 흥분한 척까지 했던 배바지 아재까지도.

방금 전 흥분한 듯한 그의 표정은 노련한 연기였다.


그런데 내가 이 상황에서 못 먹어도 고우!를 외친 이유는 단순히 방송의 흥미를 돋우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도 정말 궁금했다.

과연 이번에도 내 눈앞에 펼쳐졌던 프롬프터가 팩트를 이야기하고 있는 건지.


‘‘좋아요. 지금 내 바로 전화 건다. 아이 진짜 이호수 감독 평소에는 젠틀 그 자체인데 흥분하면 진짜 무서운 양반인데. 선수 시절에도 평소에는 매너 있는 플레이로 하다가 가끔 상대가 도발하면 바로 응징해서 레드카드도 꽤 많이 수집했던 양반인데, 어쩌나.’’


배바지 아재가 핸드폰을 몇 번 터치하더니 귀로 가져갔다.

모두들 귀를 쫑긋 세웠다.

나도 그러했다.


신호음이 한참 이어지다가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저 오빠, 또 인맥 뻥 친 거 아닐까요?’’

‘‘아마 이호수 감독이 아니라 호숫가에 있는 음식점 전화번호일 거야.’’


잠깐 사이, 최웅과 한소라가 또 시 덥지 않은 멘트를 나누며 낄낄댔다.


‘‘여보세요. 혹시 세종 FC 이호수 감독님 전화 아닌가요?’’

‘‘예, 맞는데요. 어디세요?’’

‘‘예. 감독님이랑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기자입니다. 배기자라고.’’

‘‘아! 예, 근데 감독님 주무시는데 어쩌죠?’’

‘‘아니, 대낮부터 주무세요? 시즌 중인데?’’

‘‘어제 경기 잘 해서 컵 대회 결승 올라갔잖아요. 어제 밤에 단체로 축하주 하고 오늘은 오전에 알아서 회복훈련만 하고 오셨어요. 감기 기운도 좀 있으셔서.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배바지 아재가 난감한 표정을 잠시 지어 보였다.


‘‘음, 그러면 할 수 없죠. 사실 저희 지금 인터넷 방송 중이거든요. 이감독님 이야기가 잠깐 나와서요. ’’

‘‘어머! 그러세요? 그럼, 깨울까요?’’

‘‘아니. 그러실 필요는 없고요. 그건 그렇고, 혹시 이런 질문 드려도 되면 결례가 될지 모르겠는 데요.’’

‘‘예. 뭔데요?’’

‘‘확실히 사모님 맞으시죠?’’

‘‘예? ...... 어머머! 맞아요, 저 집사람이고 여기 집이에요, 호호호.’’

‘‘그럼, 핸드폰뿐 아니라 혹시나 했던 제 노파심도 함께 내려놓겠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배바지 아저씨가 이호수 감독 부인과의 핸드폰 통화가 끝이 났다.

그러면서 나와 배바지 아재의 논쟁도 다소 싱겁게 끝이 나버렸다.


‘‘자, 방송 시간 많이 잡아먹었으니까 다음 소식 전해주시죠. 메이저리그 이야기 또 안 할 수 없겠죠?’’


배바지 아재가 잠시 다른 종목들을 훑었다.

그러면서 예정된 코너 시각이 약 2,3분 남은 시점.

갑자기 배바지 아재가 자기 핸드폰을 보면서 눈을 번뜩였다


‘‘왜요? 이호수 감독한테 전화 왔어요?’’


최웅이 배바지 아재 표정을 놓치지 않고 멘트를 했다.


‘‘아니, 이호수 감독은 아닌데 ......’’

‘‘그럼요?’’

‘‘장두영씨라고. 아는 분은 알 텐데. 현재 케이리그 2부 팀 부사장으로 계시는 분인데, 이 분이 갑자기 왜 전화하셨 ..... 아! 맞아! 잠깐만!’’


갑자기 어떤 생각이 미친 듯 배바지 아재가 눈을 번뜩이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이! 배기자님!’’

‘‘예. 장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나 지금 방송 타는 거 맞죠?’’

‘‘어어! 장사장님, 알면서 전화 주신 거였어요?’’

‘‘그럼, 방송 보고 전화 거는 거지. 나 이 시사폭행쇼 애청자에요.’’

‘‘장사장님! 시사팩폭쇼요. 시사폭행쇼가 아니라. 하하하.’’


스튜디오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 내가 폭행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말실수를 했네요.’’

‘‘예? 누구요?’’

‘‘누구긴. 이호수, 그 인간이지.’’

‘‘예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방금 배기자님이 그랬잖아요. 이호수가 독일에서도 오퍼 왔는데 거절한 게 엄청 후회된다고 그랬다며.’’

‘‘예, 근데요?’’

‘‘그거 완전 허위사실 유포거든.’’


스튜디오는 일순 웃음기를 멈추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장님?’’


장사장의 어조는 진지했다.

농담조가 아니었다.


‘‘배기자님도 아시다시피 내가 당시 에이전트였잖아요.’’

‘‘아! 맞아! 그랬었죠. 저기 잠시 만요, 사장님. 내가 이거 시청자 분들 위해서 잠시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참! 엠씨님들, 그래도 돼요?’’


최웅이 슬쩍 시간을 확인한 후 배바지 아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최웅은 역시나 베테랑 방송인답게 노련했다.

코너 할당 시간이 지났지만, 이 돌발 상황이 꽤나 장사가 될 것 같음을 직감한 듯 보였다.

배바지 아재가 다시 멘트를 이어나갔다.


‘‘예, 그럼 잠깐 시청자 분들을 위해서 지금 전화 통화하고 있는 장사장님에 대해 잠깐 소개해 드리자면요. 2000년대에 해외 진출한 울 나라 선수 중에 직간접적으로 장사장님 안 거친 선수가 없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당시 가장 잘 나가셨던 에이전트셨죠. 자! 그러면 장사장님 말씀 계속 들어볼게요. 방금 이호수 감독 말이 허위사실 유포라는 건 무슨 의미시죠?’’

‘‘말 그대에요. 당시에 이호수도 내가 관리하고 있었잖아요. 근데 당시에 나 몰래 다른 에이전트하고도 뒤에서 뭘 좀 했나 봐. 근데 그 독일 클럽 이야기는 사실이 이래요. 그 나 몰래 뒤통수치려 했던 그 에이전트가 먼저 그쪽에다가 물어본 거예요. 혹시 이 선수 어떠냐고. 그러면 거기서 뭐라뭐라 대답을 줬을 거잖아요. 그게 또 뭐 그렇게 나쁜 말이 아닐 거잖아요. 유럽 애들은 원래 워낙 립 서비스가 좋으니까. 그걸 뭐 또 이호수 자기한테 관심 있었다고 그렇게 떠벌리고 다니는 거라니까.’’

‘‘아니, 그러면 독일 구단이 자기한테 관심을 보여줬다는 게 결국 자작극에 가까웠다는 이야기인가요?’’

‘‘뭐 결과적으로 그런 셈이지.’’

‘‘아하!’’


스튜디오 곳곳에서 이번에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결국 내 설명이 들어맞은 것이다.

그 사이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 와! 대박이네. 이게 이렇게 바로 밝혀지네.

- 요즘 두 양반 사이가 안 좋나 보네. 이렇게 공개적으로 디스하는 거 보면.

- 99프로 채무관계라 사료됩니다.

- 그건 그렇고 걍됐구 저 인간 요즘 좀 나가네

- 그러게 말이야. 복귀하고 나더니 멘트 좀 치네.

- 아프고 나더니 컨셉도 바꾼 것 같아. 예전에는 완전 찌질 컨셉인데 느닷없이 상남자 코스프레 하네.



+++



방송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배바지 아재로부터 전화가 왔다.

스튜디오에서는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터였다.

방송 끝나자마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배바지 아재가 이호수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하던 터라.


‘‘강소장님!’’

‘‘예, 배기자님!’’

‘‘아까는 미안했어요.’’

‘‘예. 뭐가요?’’

‘‘방송 중에 내가 좀 대놓고 면박 준 거.’’

‘‘에이, 재미를 위해서 하신 거잖아요, 형님.’’

‘‘반은 재미를 위해서 오버했지만, 솔직히 속으로 조금 성도 났었어, 하하하.’’

‘‘그러셨겠죠.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했을 수도 있으셨으니까.’’

‘‘응. 이해해 주니 고마우이.’’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전화를 ......’’

‘‘이호수 감독이랑 통화를 장시간 했는데, 실토를 하더라고. 장사장님 말씀대로 자기가 부풀렸다고.’’

‘‘아! 그래요?’’

‘‘응. 둘이 요즘 좀 오해가 있었나 보더라고. 아이러니하게도 스카우트 문제로. 이번 시즌 중에 장사장님 구단에서 이호수 감독네로 옮긴 선수가 있었는데, 장사장이 그것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했다고 하더라고. 자기 뒤통수 치고 갔다고 하면서. 근데 그 배후에 이호수 감독이 있었던 것 같다고. 그러면서 사이가 많이 틀어졌었나 봐요.’’

‘‘아하! 그래서 방송 중에 그 분이 대놓고 저격을 하신 거군요.’’

‘‘예. 원래 그 장사장님이 에이전트 할 때부터 돌격대 스타일이셨거든. 돌파력이 대단하셨죠. 그러니까 당시 그렇게 지금만큼 시스템이 안 갖춰진 상태에서도 해외 진출 그렇게 막 시키셨던 거고.’’

‘‘와! 이제 이해가 다 가네요.’’

‘‘근데 이 건으로 둘이 방금 또 통화를 하면서 오해도 풀고 화해를 한 거 같더라고, 하하하.’‘

‘‘아이고! 다행이네요.’’

‘‘에이, 얘들도 아니고 다 늙어서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싸우면 쓰나, 하하하. 나도 처음에 중간에서 두 사람 사이에서 난처했었는데, 오히려 둘이 내 덕분에 화해되었다고 언제 셋이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하시네, 하하하.’’

‘‘야! 저도 그럼 한 시름 놓았네요. 괜히 저 때문에 배기자님 입장 난처해질 뻔 했는데.’’

‘‘아니, 그건 그렇고 강소장, 이건 어떻게 알아낸 거야? 이거 사실 일반인들은 전혀 알 수 없는 건데. 우리 이 바닥에서도 이런 언플 방식 아는 사람만 알고 설령 알아도 함부로 말 못하는 게 불문율인데.’’

‘‘예? 에이,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평소대로 아무말대잔치 한 거죠, 하하하.’’

‘‘하하, 그런 거였어요? 얻어 걸리든 어쨌든 우리는 방송 분량만 잘 뽑으면 되는 거지, 뭐. 제작진도 다들 만족해 하는 것 같던데. 기사도 나올 것 같다고 하면서, 하하하. 어쨌든 혹시 시간 되면 이감독, 장사장 술 마실 때 강소장도 부를 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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