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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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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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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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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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DUMMY

“그 정도야.”

한설아는 손을 잡아주자 그제야 안심한 얼굴로 땅을 내려보았다.

“대지의 소리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그게 네 능력인 거지?”

남도현의 말에 한설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대지와 소통하는 능력이에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서로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이야기 나눠볼까?”

무거워진 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남도현의 움직임이었고, 한설아 또한 그것을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

“설아는 대지와 소통하는 능력.”

남도현이 멋대로 성을 떼고 부르자 한설아는 눈매를 찌푸렸다.

“···편히 부르는 건가요?”

“응, 난 처음부터 그랬는데?”

“하아··· 그러면.”

나를 바라보며 눈치를 본 한설아는 살며시 입을 열었다.

“모두, 말을 놓을까요? 여기 없는 두 분을 포함해서.”

“음, 뭐. 상관없나.”

이서후나 함초월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동의한 것 같았다.

“난 니드호그의 이빨. 좀 거창한 이름이지?”

뒤에 걸린 검을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 이름은 지난 헌터들에게 재앙이나 다름없는 이름이었다.

“니드호그라면, 몇십년 전 토벌당한 마룡이잖아?”

“가끔 몬스터의 힘이 구체화되어 능력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아니, 해. 남도현의 경우가 그런 거지.”

“흐음···”

니드호그.

한국의 헌터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기점이기도 했다.

한국 협회장인 김목화와 무광의 함소광이 레이드에 참여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었고, 그 대가로 상당한 보수를 받아왔다고 한다.

‘마룡의 주요 부위를 보상으로 받았다는데.’

대신 그만큼 큰 위험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유럽의 나라 몇 개는 사라졌을 위기였으니까.”

“···최근 몇천년간 가장 큰 위협이었어요. 아니, 그랬지. 정말 다행이야.”

“뭐, 내 능력은 그만한 위력은 아니지만 말이야.”

푸욱!

허공에 손을 휘두르자 허공에서 거대한 이빨이 튀어나와 그대로 땅바닥을 내리찍었다.

“이런 느낌이야. 강도는 대충 검강 정도?”

“호오?”

마치 쓸만한 나무 인형을 찾은 듯한 한설아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으며 이빨이 남긴 흔적을 발로 쓱쓱 지운 남도현이었다.

“이것도 나름 갯수 제한이 있고, 필살 기술도 있지만! 전부 알려주면 재미없지?”

말하는 와중에도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물론, 잡고 있던 손은 조심히 떼어내었지만 말이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다음은 연우 차례!”

“···”

기대가 가득해 보이는 둘의 표정을 보며 어떻게 해야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 구으으···

그리고 그 순간, 멀리서 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건, 드래곤?”

남도현의 의문부호도 납득이 되었다.

드래곤이라 부르기에는··· 아니, 살아있다 부르기에 큰 어폐가 있어 보였다.

이제는 뼈밖에 남아있지 않은 모습이 마치 시체가 날아다니는 듯한 모습이었다.

“본 드래곤인가? 흔한 몬스터는 아닌데.”

요즘들어 자주 보는 것 같지만, 드래곤은 절대 흔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만약 아무 데서나 등장했다면, 드래곤을 재료로 하는 무기나 음식의 비용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지 않았겠지.

‘그 전에 세상이 멸망했을지도···’

“다들 준비···”

남도현이 손을 들어 올리며 싸울 준비를 하자, 내가 먼저 발걸음을 옮겨 그 앞을 가로막았다.

“응?”

“마침 좋은 상대네.”

내 말 뜻을 이해한 것인지 남도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혼자서?”

“응.”

검에 불꽃이 휩싸인다.

언데드 종류의 몬스터는 일반적으로 불에 약했고, 본 드래곤도 그것에서 딱히 벗어나지 않았다.

“화염 가르기!”

검의 휘둘러지며, 화염을 머금은 참격이 본 드래곤을 향해 날아갔다.

─ 그어억!

괴성을 지르며 입에서 녹색의 브레스가 뿜어져나왔지만, 참격과 부딪치며 좌우로 갈라졌고, 이내 마나로 변하여 소멸되었다.

─ 구륵.

본 드래곤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나를 향해 몸을 던졌다.

“무형사식. 양단.”

삭.

갈라진다.

본 드래곤의 거대한 몸뚱이가 좌우로 갈라지며 양단된 몸체가 하늘에서 지상으로 순식간에 내리꽂혔다.

콰아앙!

흙먼지가 풍기며 시야를 가렸지만, 한설아가 땅을 몇 번 두드리자 금세 가라앉았다.

“콜록콜록.”

“으, 엄청 멋있긴 한데.”

남도현은 얼굴 앞에서 손부채를 부치며 눈을 찡그렸다.

“너무 강한 거 아니야?”


* * *


먼지가 전부 가라앉은 뒤 땅 위에 널린 본 드래곤 시체 주위에 모인 우리는 눈을 찡그린 채 그것을 노려보았다.

“이건 못 가져가겠지?’

“저장 마법이 걸린 가방은 안 가져왔어.”

내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자 남도현이 피식 웃었다.

“아까워?”

“본 드래곤이 비싸긴 하지. 잘 풀리는 매물도 아니고.”

한설아가 말을 거들며 아쉬움을 증폭시켰다.

‘···아냐.’

그게 아니었다.

고작 돈 때문에 이런 감정이 생겼을 리 없다.

난 조심히 본 드래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도 모르는, 난생 내본 적 없는 목소리로 본 드래곤을 위로했다.

“···수고했다.”

어?

곧장 입을 막았고, 다행히 옆에 둘은 본 드래곤의 가치에 관해 토론하느라 나의 말을 듣지 못했다.

“흑마법이나 저주를 증폭하는 능력이 있으니 정상적인 곳에는 팔지 못할 테고.”

“···이런 물건은 오라클에서 전문적으로 취급하니까. 오히려 더 잘 받을지도 몰라.”

둘의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었지만, 난 조심히 둘의 어깨를 밀며 앞으로 나갔다.

“뼈 몇 개라도 챙겨가는 게 어때? 웬만한 A급 헌터 월급이 나올 텐데.”

“···아니, 이만 가자.”

그러면서도 바닥에 흩뿌려진, 아주 작은 뼛조각 하나를 챙겨 품에 넣었다.

이미 산산조각이 났기에 어느 부위인지 추측조차 힘들었지만, 이것이라도 가져가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가져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누가?’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며,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나저나 여기 보면 볼수록 뭔가.”

“삭막해.”

모래 먼지가 주기적으로 날아와 마나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시야가 막히는 불쾌함은 어쩔 수 없었다.

“땅이 죽어있어.”

한설아가 몸을 숙인 채 모래를 한 움큼 뜨자 얇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렸다.

손을 꽉 쥐며 막아보려고 했으나 이내 모래가 전부 빠져나가고 말았다.

“보통이라면, 아무리 죽은 땅이라도 약간의 생명력이라도 남아있기 마련이야. 하지만 여기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응.”

곧장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역시나 검은 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 뭔가 익숙한데? 뭐였지.’

아.

“그 사람이 있던 세계.”

하늘이 보이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그곳을 그대로 옮겨놨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면 이곳도, 멸망한 세계 중 하나라는건가?’

“몬스터도 거의 없네.”

“괴성은 계속 들려. 긴장을 놓지마.”

한설아의 쌀쌀맞은 한마디에 남도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현광 선생님은 되게 위험하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딱히.”

“조심해!”

남도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설아가 거칠게 남도현을 밀어내었다.

사아악.

그러자 남도현이 있던 자리에 독액이 쏟아지며 모래를 녹였고, 식겁한 표정의 남도현이 땀을 닦아내며 흙을 뱉어내었다.

“말, 말만 했어도 피할 수 있었어!”

“흐응?”

본인도 안전한 장소로 피한 한설아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이내 고개를 피하고 말았다.

“···집중할게.”

“좋아.”

“이번에 연우는 나서지 마!!”

“나?”

둘보다 먼저 검은 하늘 너머에서 등장한 드래곤을 발견한 난 이미 검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형태의 드래곤.’

살점이 다 뜯겨나갔고, 작은 곤충이 핏덩이 위에 앉아있었다.

거기에 두 눈 중 하나는 사라져 어두운 공간을 만들었고, 덜렁거리는 앞다리는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날개가 정상적이었지만, 위태로운 듯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저건 도대체.”

남도현 또한 발견한 것인지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었고, 한설아 또한 짧은 침음성을 내며 뒤로 물러섰다.

─ 그어억···

‘드래곤은 고등 생명체다.’

인간에 적대적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도 가능할 정도.

그러나 저 모습에서는 그런 것 따위, 전혀 살펴볼 수 없었다.

“소리는 구울이랑 비슷하고.”

“좀비 같기도 해.”

“전부 드래곤을 보면서 할 말은 아니고 말이지.”

드래곤의 입에서 흐르는 독액은 본인의 피부조차 녹이고,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고통은 없는지 옅은 울음소리만 남기며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 우우···

“···뭔가 슬퍼 보이지 않아?”

그렇게 들린다.

그러나 둘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

“내 귀에는 그냥 괴성처럼 들리는데.”

“나도.”

“···그런가?”

쿠웅···

잡담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드래곤은 거대한 발을 내디뎠고, 그에 맞춰 거대한 모래폭풍이 일어났다.

“크윽, 다들 괜찮아?!”

“브, 브레스를 조심해!”

시야를 가린 뒤 최고의 공격을 준비한다.

아무리 몸이 죽었어도, 그런 기초적인 생각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 쿠으윽.

몸 이곳저곳이 부패하여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몸이었지만, 체구와 흐르는 독액. 거기에 더하여 입가에 모이기 시작한 거대한 마력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내가 막을게!”

드래곤 하트의 무한한 마력을 한 곳에 모아 폭발적인 위력을 내는 공격인 브레스.

드래곤의 전매특허이며, 필살기이기도 했다.

“그, 그런데 저거 좀.”

“이상해.”

브레스는 비상식적인 마나량을 기반으로 하기에 그 주변의 마나 농도 또한 순간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지금 저곳에는.

“마나가 거의 없··· 아니, 없는 것처럼 느껴져.”

“그래, 마치 죽은 것처럼.”

본 드래곤은 흑마법에 의해 부활한 것이니 죽었던 것이라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눈 앞의 드래곤은, 정말로 죽은 상태였다.

“엄청난 악질이네.”

사실 해답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드래곤으로 좀비를 만들 생각을 했다니. 이런 미친 생각을 실현했을 줄이야.”

“이야, 진짜 또라이겠는데. 낯짝이 궁금하다.”

언데드 중에서도 가장 최하급의 언데드.

죽어있는 시체를 겨우 움직이게 하는 것이 전부인 마법이었기에 마술이 아니라 묘기 취급을 받는 흑마법이기도 했다.

그만큼, 모욕적이기도 했다.

“저정도로 움직이는 것도 드래곤이라서 가능한 것이겠지.”

“하트에 남은 마나 덕분이겠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인가.”

브레스를 뿜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그 입에 모이는 것은 역겨운 독액밖에 없었다.

주르륵.

처음에 날린 그 위력보다 훨씬 못한 독액이 멀리 날아가지도 못하고 드래곤의 앞에 떨어졌다.

“···”

이제는 긴장보다는, 안타깝다는 감정이 더 크게 올라왔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 보듬어주고 싶다는 애호 본능이 떠올랐다.

‘이게 무슨.’

내가 혼란을 겪고 있는 사이, 남도현이 검을 들어 올렸다.

“안식을 줘야겠어.”

“나도 동의해.”

단일 개체로는 최강이라 불리는 드래곤의 처참한 모습.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언젠가 우리의 모습일지도 몰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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