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법사였던 제갈세가 고명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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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이갓짓
작품등록일 :
2024.05.23 21:21
최근연재일 :
2024.08.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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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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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산적이 아닌 것들.

DUMMY

산적이 아닌 것들.


윤종의 불안했던 예측이 불행히도 맞아떨어져 버렸다.


사실 보통의 산적들은 매번 겪는 통과의례처럼 몇 합을 주고받다가 앞에 내놓은 작물 몇 개 빼앗기게 내버려 두는 게 관습처럼 행해지고 있다고 들었다.


헌데 이들은 세가의 문양을 보고도 고개를 빳빳히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혀 흐리멍텅한 산적의 눈빛이 아니었다. 살의로 가득 찬 자들의 눈빛이었다.


지나친 억측인가 싶었다. 그래봤자 산적이다. 뭐 일종의 연극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표사가 행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 결과 잔혹하게 살해당한 표사로 인해 순식간에 공포스러움이 제갈세가의 행상을 덮쳤고, 얼어붙은 이들에게 산적들이 거침없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무휼이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모두 칼을 꺼내 들고 전투에 집중해라!”


윤종도 목소리를 내었다.


“이들은 단순한 산적이 아니다. 세가 일원들은 모두 전력을 다 해라!”


윤종은 만일을 대비해 일류 무사들을 고용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장에선 무휼이 검기를 날려 산적을 베어내었다. 그 모습을 본 무사들 전의가 하늘을 치솟았다.


그를 따라 제갈세가를 지키는 무사들이 산적들을 맞섰다.


제갈세가가 호위로 고용한 인원은 적어도 일류인 자들. 게다가 칼밥 먹은 경험까지 더해지면 그 이상의 전력이다. 산적 따위에게 밀릴 리 없다.


제갈세가의 호위무사들과 일류의 무사들이 저마다의 무공을 펼치며 산적들과 대치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우수수 썰려 나갈 것이라 생각했던 산적 놈들이 오히려 제갈세가의 공격을 튕겨내고는 붉은빛이 감도는 검으로 무사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그 붉은빛은 바로 검기였다.


‘검기..? 산적 따위가 검기라고?’


산적이라면 이류 무사나 시정잡배 따위가 도망쳐 이룬 힘을 합친 곳이다. 큰 산채의 채주 정도가 되어야 가까스로 절정에 달한 수준이 될까 말까다.


그런데 빌어먹을 이 졸개 같은 놈들도 하나 같이 모두 절정을 넘은 고수다.


“산적 따위가 어찌 절정의 실력을!” 


제갈세가 측 무사들은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고작 버티기라도 하고 있는 건 무휼뿐이었다.


승기를 잡은 산적 우두머리가 거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고작 이게 오대세가라 불리는 제갈세가의 수준인가. 명성에 비해 막상 실력은 그렇지 못하구나! 순순히 투항해라.”


보다 못한 윤종은 화를 짓누르며 벌벌 떨고 있는 설현을 안심시켰다.


“괜찮아. 눈 꼭 감고 있어. 잠깐이면 되니까 여기서 절대 나오면 안 돼?”


놀란 설현은 윤종의 옷깃을 붙잡으며 말했다.


“빨리 돌아와야 돼.”


윤종은 마차에서 내려 소리쳤다.


“그 쯤 해라. 어차피 나와 이야기하고 싶은 것 아니냐.”


“이게 누구야. 그렇게 영민하다고 떠들어 대는 제갈세가의 소공자가 아니오. 도망가지 않고 제 발로 기어 나온 건 무슨 만용이지?”


“······.”


산적의 우두머리는 기분 나쁜 살기를 내뿜었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


“산적이 약탈하는데 이유가 있나?”


“하나 당신들은 산적이 아니지 않소.”


“음. 머리는 좀 돌아가나 보네. 우리가 산적이라면 산적인 것이다. 그리고 네놈은 산적에게 행상의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사라져 버린 오 대 세 가의 무능한 자제가 될 것이고. 캬하하하하.”


“이놈들이······.”


“어차피 네놈은 우리들과 함께 갈 것이다 조용히 따라와라 얼굴에 그림까지 그려지기 싫다면.”


산적 복장의 거구는 거대한 박도의 끝을 혀로 핥으며 살기를 내뿜었다.


“안돼! 가면 안돼!”


설현이 마차에서 뛰어나와 윤종의 바지 가락을 붙잡았으며 소리쳤다.


“아이고, 이게 웬 횡제냐. 저건 막내딸 아니냐 추가 요금까지 받을 수 있겠는데? 크하하하.”


“개자식들...”


그때였다. 마차에서 내린 여인은 머리를 뒤로 묶으며 행렬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음. 조사를 꽤 한 것 같은데 내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나 보지?”


남궁세가의 무복. 화려한 검집. 기품 있는 동작.


그녀의 나긋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모든 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가씨. 저희가 나설 자리가..”


호위무사가 그녀를 만류했지만 그를 사뿐히 밀어냈다.


“뭐 손님이긴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


저벅 저벅 걸어오는 유화검의 모습은 시간이 느려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등장에 전장은 어수선해졌다.


-아니 저 무복은 남궁세가잖아.


-게다가 저 엄청난 미모라면 분명 제일검의 딸 남궁수야지 않나.


-남궁의 유화검이란 별호를 가진 초절정의 고수.


-젠장. 이게 뭐야. 남궁세가의 이야기는 없었잖아!


산적들과 고용된 무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녀에 대해 한마디 씩 덧붙였다.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유화검이 입을 떼었다.


“내가 누군지 알았으면 ‘죄송합니다.’ 하고 돌아가야지 뭐하고 서있어?”


다소 내려다보는 어투로 이야기했지만 근거 있는 말이다. 그녀는 소림에서 개최한 무술대회의 우승 경험이 있는 최고의 기예이다.


“······.”


-스르륵.


남궁수야가 검을 빼 들자 거만하게 어깨 위로 박도를 올리고 있던 산적들이 슬금슬금 물러나 한껏 움츠러들었다.


“하? 뭐하고들 있어? 자신이 있으면 어서 덤벼봐.”


그 얼음장 같은 분위기를 깬 것은 바로 자신의 덩치 만한 커다란 박도를 들쳐 맨 거구였다. 성인 남성의 세 배가 넘는 엄청난 덩치로 남궁수야 앞에 섰다.


“유화검? 크하하하. 그래봐야 계집일 뿐. 제일검의 딸이라고 해서 부풀려진 유명세, 그저 거품일 뿐! 이 타석도왕 장판호가 제일검의 핏줄을 끊어주마!”


“아. 가장 먼저 죽고 싶은 건 너야?”


장판호는 성인 남성 만한 박도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엄청난 위압감이 온몸을 찌르듯 찌릿찌릿하게 전해졌다.


“짓뭉게 주마.”


판호가 지면을 박차자 거대한 몸집과는 달리 눈 깜짝할 사이에 남궁수야의 앞에서 나타났고 그는 그대로 거대한 박도를 내리꽂았다.


-쿠와와와앙! 쾅!


수야는 그의 공격을 피했지만 내려 쳐진 자리에는 커다란 폭발이 일어난 것 같이 지면이 끔찍하게 붕괴되었다. 엄청난 위력이다.


-우오오.


-역시 판호다. 무시무시한 위력이군.


“크하하. 약삭 빠른녀ㄴ..”


판호는 분명 그녀가 뒤로 물러나 회피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각에서 자신의 목을 노리는 매서운 살기가 느껴졌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판호는 호흡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재빠르게 박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아무것도 베이지 않았다.


그의 등줄기 사이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느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의 목은 바닥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그녀는 판호의 단 한발 치 앞에 서서 중심이 무너진 판호를 흘깃거리며 비웃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든 자신의 목을 취할 수 있다는 듯 가볍게 행동했다.


그녀의 기척을 놓친 판호는 그녀가 마음만 있었다면 이미 두 번은 죽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기회를 이용하지 않고 상황을 관망했다.


‘고작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와 이렇게 심한 격차가 난다는 건가.’


“인정할 수 없다!!!!!”


판호는 울그락 불그락 해진 얼굴로 등뒤에 매여진 또 하나의 박도를 풀어 각각 한 손에 쥐었다.


“넌 잡아야만 했던 방금의 기회를 평생 후회할 것이다.”


양손의 박도는 붉은 도기를 내뿜으며 비기를 사용했다.


“철혈광풍!!!”


판호의 박도는 어깨를 중심으로 내리치듯 커다란 원을 그리며 빠르게 날아들었다.


쾅!! 쾅!! 쾅!! 쾅!!


한 호흡에도 수차례 내리찍어진 도검은 한방 한방 천축을 뒤흔들만한 위력이었고, 공격은 쉴세 없이 계속되었다.


유화검은 공격을 받아내었지만 이어지는 충격으로 땅이 쩍쩍 갈라졌다.


“아가씨!!!”


그녀를 걱정하는 것은 제갈세가 측도 마찬가지였다.


“도련님. 소저 괜찮을까요? 손님으로 모셨는데.”


무휼이 윤종에게 다가와 말했다. 윤종은 이 사건을 타계할 다른 방법을 찾았다.


“지금 기댈 수 있는 건, 저 소저뿐이다. 앞서 보낸 정찰조는 어떻게 되었나?”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이미 당한 듯 합니다.”


“하······.”


윤종은 지금과 같은 이런 위급한 상황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전생에 오랜 기간 고위 마법사로 군을 통솔했던 경험이 더욱더 그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반대로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어릴 적 무림세계에서 꼭 이루고 싶었던 경지가 또래인 남궁수야에게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의 전투를 보고 있자니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엄청난 재능이다. 저렇게 빠르고 무시무시한 공격을 힘을 상쇄시켜 가며 가볍게 튕겨내다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도를 휘두르는 속도는 줄어들었고, 수야는 여유를 부리며 쳐냈다.


“허...허..억.. 후욱후욱.”


판호의 거친 숨소리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


“뭐야? 벌써 끝이야? 싱겁기는.”


판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체 어찌 그리.. 강한 것이냐..”


그때 자세를 잡은 수야의 일검이 펼쳐졌다. 그녀가 만들어낸 곡선은 그림 같이 화려했고 칼을 휘두르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서걱!!


툭..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판호의 목은 허무하게 떨어졌다.


단 일 검! 처음 휘두른 단 한 번의 검술로 그 악명 높은 장판호를 물리친 것이다. 수야는 흐트러지지 않는 호흡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무식하기는. 다음은 또 누구지?”


제갈세가 측 무사들의 감탄의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퍼져 나왔다.


-우와아아아!


-저 타석도왕 장판호가 단 일검에.


-정말로 절정을 넘어섰나 보군.


수군거림에 시끄러워진 분위기에 수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일시에 쥐 죽은 듯 조용해지며 모두 그녀를 주목했다.


“모여서 한꺼번에 들어와야지 긴장감이라도 있지. 진짜 산적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 그리고 이미 장판호라고 이름 까고 덤볐는데 네놈들까지 굳이 숨길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그 말을 들은 산적 무리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자세를 잡았다.


조금 더 무거워진 분위기, 일촉즉발의 상황.


“그마아아아안!!!!! 그만!”


그때 앞선 자들과 같이 어쭙잖은 산적의 복장을 하지 않고 예복을 입은 사내가 무리들은 진정시키며 등장했다.


“그만. 그만. 그만.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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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였던 제갈세가 고명아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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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무리. 24.06.07 189 4 12쪽
14 또 한번의 위기. 24.06.06 187 4 11쪽
13 이게 전문 마법사다. 24.06.04 207 3 12쪽
12 내공의 무게. 24.06.04 225 3 9쪽
11 가주의 복귀. 24.06.03 221 3 11쪽
10 망할 후기지수. 24.06.03 230 3 12쪽
9 못 참겠는데? 24.05.31 233 5 9쪽
8 마법사의 경지. 24.05.30 259 5 10쪽
7 제갈세가로의 복귀. 24.05.28 280 5 10쪽
6 마법사의 전투. 24.05.27 293 5 12쪽
5 마나다 마나야! 24.05.27 300 2 9쪽
4 사파라고? 24.05.25 305 5 10쪽
» 산적이 아닌 것들. 24.05.24 316 6 11쪽
2 행상의 시작 24.05.24 341 8 10쪽
1 프롤로그 24.05.23 391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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