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법사였던 제갈세가 고명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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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이갓짓
작품등록일 :
2024.05.2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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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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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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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후기지수.

DUMMY

망할 후기지수.


제갈세가의 식구들은 모두 한 동안 말없이 윤종을 쳐다보았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다른 누이들과는 달리 삼녀인 지은이 먼저 서두를 떼었다.


“크하하하하. 우리 윤종이 방금 뭐야? 지금 나 소름 돋은 거 보이지?”


의외의 모습에 들떠버린 지은의 말을 끊으며 연희가 윤종에게 소리쳤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아무리 저들이 조금 무례했다고 해도 참았어야지! 저들이 누군지 몰라?”


“······.”


윤종은 묵묵히 소가주의 말을 이어 들었다.


“그들은 그만한 위치와 실력을 가진 이들이다. 이번일로 저들이 앞으로 제갈세가에 대해 취할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어! 상단을 이끌고 있는 자가 그것도 모르느냐!”


연희는 따끔하게 윤종을 다그쳤다.


“고작 저런 말에 긁힐 마음이라면 조금 더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내 당장 다시 모시고 올 테니 사과할 준비를 하거라.”


소가주는 오랜만에 큰 화를 내었다. 그럼에도 윤종은 그 말을 반박했다.


“사과는 하지 않을 겁니다.”


“뭐?”


“제갈세가를 모욕했고, 접대와 같은 중의적인 말로 누이들을 희롱했습니다.”


연희는 치밀어 오른 화를 참는 듯 떨리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호란 그리 호락호락 한 곳이 아니다. 더욱더 심한 말이 오갈 수 있고, 심지어 목숨마저 왔다 갔다 하는 살벌한 곳이다. 그러나 고작 저런 말 한마디 때문에 사람을 적으로 돌리기 시작한다면 결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윤종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뇨, 저는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연희도 역시 날이 선 표정을 풀지 않고 잠깐 대문 쪽을 바라보다. 윤종을 바라보며 말했다.


“따라와라. 세화는 내 방으로 차를 내오고.”


-네.


연희의 방 안.


침묵 속에 시녀가 차를 따르는 소리만 들려왔다.


시녀가 나가고 먼저 운을 뗀 건 윤종이었다.


“저는 제갈세가의 모든 것이 좋고 최고라 생각합니다. 제가 내공을 얻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가문이 뒤집혔을 때도. 저로 인해 없던 무공의 길을 걸으시며 훈련받으실 때도 누이께서는 단 한 번도 저를 나무라지 않으셨지요.”


“그랬지.”


“저는 누이를 존경합니다.”


“그런 말로 대충 넘어가려 하지 마 이번 일은 너무 치기 어린 행동이었어.”


“대충 넘어가려는 거 아닙니다. 왜 그들이 제갈세가를 무시하도록 그렇게 내버려 뒀습니까?”


연희는 화를 가라앉히고 누그러진 목소리로 이어갔다.


“윤종아. 난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수십 번 수백 번 생각했다. 난 가주님처럼 대의를 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아. 지금의 난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해. 그래도 장녀니까 해내야지 나 자신을 버려가며 여기까지 왔어. 그깟 모욕쯤이야 참으면 되지. 그리고 지금 넌 그렇게 내가 겨우 만들어 낸 인연조차 망쳐버렸다.”


윤종은 누이의 말에 놀랐다.


“... 그렇게 까지 힘들어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누이는 전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으니까.” 


“내게 주어진 일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선 내색조차 할 수 없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네가 뭘 알겠니. 너의 세상과 나의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야. 그러니 내일 그분들께 사죄드리고 경거망동하지 않길 바란다.”


“지금 그 무거운 짐 내려놓고, 말씀해 보세요. 그들의 행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누이가 더 잘 알지 않나요? 언젠간 버리고 잘라내야 할 인연입니다. 쓸데없는 인연 잘 걸렀다고 생각하세요. 남을 헐뜯고 모욕하는 것을 즐기는 자들은 결국 안에서부터 썩기 마련입니다. 마차 안에서도 누이를 곁에 두고 그렇게 제갈세가를 얕보고 욕하는데.”


“네가 그걸.. 마차 안의 이야긴 누구한테 들었지?”


“우연히 목간에서 몸을 씻다가 들었습니다.”


“끝까지 넌 장난이구나. 내공도 없는 녀석이 무슨 수로 말도 안 되는 거짓을······. 기연이라도 얻지 않고서야.”


연희는 푸념하듯 말의 끝을 흐렸다.


그때 윤종이 작게 주문을 외우자 그녀의 앞에 있던 찻주전자가 붕 띄워져 윤종의 앞으로 날아왔다.


윤종은 공중에 붕 떠있는 주전자를 여유롭게 잡아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 말했다.


연희는 멍하니 공중에 떠 움직이는 찻주전자를 바라보던 시선은 끝내 윤종에게서 멈췄다.


윤종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실. 얻었어요. 기연.”


“뭐? 너 설마······.”


“그 무거운 짐 제가 좀 덜어 드리겠습니다.”


······.


-


다음날 후기지수 일행은 잘못을 뉘우쳤다는 투로 사죄하며 제갈세가를 방문했다. 조금 이상한 건 상인 몇몇과 함께였다. 상회를 운영 중인 윤종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 그랬다며 둘러 댔지만 역시 좋은 의도를 가진 것 같진 않았다.


‘무슨 꿍꿍이지?’


어제와 달리 그들은 온갖 위선과 가식을 둘둘 감은 채 연기했다. 역시 겉만 보고 판단하는 이들을 마음을 잡는 데는 도가 텄다. 유려한 용모와 깔끔한 복장. 그리고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신비함까지 갖춘 명성 있는 자들이 예의까지 바르니 이건 마치 어제의 일을 윤종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듯했다.


그들은 그렇게 제갈세가의 서고와 각주 그리고 호수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함께 식사를 나눈 뒤, 세가의 무인들이 수련하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역시 예상했던 일은 연무장에서 일어났다.


-슬슬 시작하시지요.


-그러지.


“흠흠.”


무당파의 진혁이 무언가 말하려는 듯 헛기침 소리로 이목을 끌었다.


“제갈세가의 무공은 참 신비하다고 들었소. 제갈세가의 직접 무공을 한번 비견해 보고 싶은데.”


안내를 담당하던 내관이 난처해하며 말했다.


“지금 비호대 전부 자리를 비운 터라. 훈련 중인 아이들은 약관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허허. 저기 그들을 지도하는 분이 계시는 구려.”


“계시는데 부상 중이라.”


“저도 한 팔을 쓰지 않을 터이니 대련 한번 어떠십니까?”


무휼 또한 난처해했다. 잘못 움직였다간 오히려 상처가 덧나고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게...”


그때 참다못한 삼녀인 지은이 나섰다.


“정 그렇게 하고 싶으시다면 부상자 말고 저랑 하시지요.”


‘역시 나서는 군.’


진혁의 일행들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무공의 성취가 남다르다는 지은 낭자 시군요. 제게 그런 기회를 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오. 히. 려. 저도 영광입니다.”


지은은 입을 앙다물며 대답했다.


윤종은 서고에서 상단의 이윤을 계산하며 마법으로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은 상황에 재빠르게 연무장으로 향했다.


이유는 저들이 인성은 좋지 못하지만 하나 같이 문파와 가문에서 최고라 불리는 후기지수이다. 하물며 소가주인 연희가 상대하여도 밀릴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저들이 대련을 할 정도라면 적어도 상대가 비호대는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틈을 파고든 것을 보니 제갈세가를 망신시키려는 의도가 내비쳐졌다. 굳이 영향력이 큰 상인들까지 연무장에 대동해 으스대려는 꼴이라니.


윤종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비무가 시작된 상태였다. 누이가 무당파의 백진혁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비무의 양상을 보니 진혁은 쉽게 승부를 낼 수 있음에도, 실수인 척 조금씩 상처를 입혔다. 그는 지은의 성격을 파악한 듯 그녀의 성격을 긁고 있던 것이다.


“악!”


“괜찮소? 지은 낭자. 이것도 못 막을 줄은 몰랐지 뭐요.”


······.


“그만 포기하시지요.”


“아니. 계속해요.”


압도적인 실력 차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숨통을 틔여주며 상대를 농락하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났지만 일반인들에겐 보이지 않는 기만이었다. 특히 거기에는 지은의 불 같은 성향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렇게 되면 진이 빠질 때까지 농락만 당하다가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윤종은 얼굴이 이미 붉게 달아오른 누이에게 소리쳤다.


“누이! 그만하시지요. 많이 다치셨습니다.”


하지만 지은은 결코 그만 둘 생각이 없었다. 단 한 수만 앞선다면 저 자식의 콧대를 눌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용히 해! 무인의 비무에 끼어들지 마.”


윤종이 나오자 진혁과 그 일행들은 윤종 쪽을 보고 썩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뒤 그는 갑자기 검기까지 끌어올려 지은을 공격하였다. 이건 윤종에게 대한 분풀이를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의 살의가 짙은 공격이 숨 돌릴 틈도 없이 계속 날아와 지은은 겨우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한 번이라도 막아내지 못한다면 죽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눈치챈 것은 윤종뿐이었다.


참다못한 윤종은 마법으로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다.


동체시력을 올려주는 [기민한 신체]과 힘과 속도를 올려주는 [곰의 기운] 마법을 시전 했다. 그러자 지은은 곧바로 적응하고 진혁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진혁은 갑자기 자신의 속도를 무섭게 따라잡는 그녀를 보고 제법 당황했다.


“뭐. 이 정도라고? 제법이잖아!”


지은과 진혁이 서로 호각으로 비무를 펼치기 시작했다.


진혁도 이젠 자신의 실력의 전부를 내었다. 그러나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질 줄 알았던 지은이 자신의 힘을 견디고 자신의 속도를 따라왔다.


‘갑자기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윤종 또 저 자식 때문인가?’


진혁을 진기를 끝까지 끌어올려 무당파의 태극검법을 구사했다.


“태극검법 비기 양의문검!!!” 


“누이! 저건 피해야 돼!!!”


하지만 무아지경에 빠진 지은은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지은이 크게 다칠 것이란 건 불 보듯 뻔했다.


그때였다.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닌 진혁의 비기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을 만난 듯 한차례 큰 파장을 일으키고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응?


사라진 비기 위로 달려드는 지은의 일검이 진혁의 목을 내려쳤다.


빠각!


“어찌.. 이런..”


진혁의 급소를 내려친 목검은 그를 곧바로 기절시켰다.


잠깐동안 멍해 있던 지은이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와! 이겼다!! 내가 무당파 진혁을 이겼다!!!”


지은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일념에 감격에 겨워 아기 맹수처럼 포효했다.


“우아아아 아~!”


······.


그와 동시에 멀리 떨어져 있던 윤종은 이상한 소리를 외친 채,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손을 뻗고 있었다.


[은빛 보호막!!!]


대련은 지은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그의 근처에 있던 이들은 오히려 윤종이 더 눈에 띄었다.


“도련님. 여기서 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그 우스꽝스러운 자세는 또 뭐고요!”


“아니.. 그건..”


“‘은빛 보호막’은 또 뭔데요!” 


“그러니까. 저 또라이 같은..”


윤종은 적당한 선에서 조금 도와주려 했는데, 막무가내인 지은의 행동은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진짜 저 미친ㄴ... 같은······.’


“대체 누가 일격필살 비기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뛰어드냐고! 진짜 미친 게 아니고서야!”


윤종은 소리를 버럭 지르고 이상한 자세를 어서 고쳐 잡은 뒤, 갑작스러운 대형마법으로 인해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연무장을 벗어났다.


세화는 그런 윤종을 보며 생각했다.


‘그때 진짜 많이 다치셨던 걸까..’


세화의 윤종을 향한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


그리고 어딘가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알 수 없는 기운이 묘한 웃음을 짓는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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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무리. 24.06.07 189 4 12쪽
14 또 한번의 위기. 24.06.06 187 4 11쪽
13 이게 전문 마법사다. 24.06.04 207 3 12쪽
12 내공의 무게. 24.06.04 226 3 9쪽
11 가주의 복귀. 24.06.03 221 3 11쪽
» 망할 후기지수. 24.06.03 231 3 12쪽
9 못 참겠는데? 24.05.31 233 5 9쪽
8 마법사의 경지. 24.05.30 260 5 10쪽
7 제갈세가로의 복귀. 24.05.28 280 5 10쪽
6 마법사의 전투. 24.05.27 293 5 12쪽
5 마나다 마나야! 24.05.27 301 2 9쪽
4 사파라고? 24.05.25 306 5 10쪽
3 산적이 아닌 것들. 24.05.24 316 6 11쪽
2 행상의 시작 24.05.24 341 8 10쪽
1 프롤로그 24.05.23 391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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